The 9th Class Swordmaster: Blade of Truth RAW novel - Chapter (122)
9클래스 소드 마스터 : 검의 구도자 9클래스 소드 마스터 – 검의 구도자-122화(122/497)
103. 남부 마굴 (1)
베이칸과 키누 무카리는 자신의 부족 정예병 각 500명씩 이끌고 남부 경계에 있는 만유 숲에서 대기하고 있었다.
A급 마물로 평가되는 쌍두수리나 S급 마물인 구릉의 주인을 공략할 때 고작 5명도 안 되는 수로 성공했다는 것을 생각하면 마굴 토벌을 위한 1천 명의 병력은 차고 넘치는 일이었다.
실제로도 베이칸과 키누 무카리 역시 대초원에 생성된 마굴을 공략할 때 50명 이상으로 토벌대를 꾸린 적이 없었다.
카릴의 명령으로 두 사람은 자신의 정예병을 모두 소집했다.
마치.
전쟁이라도 벌이려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게다가 가죽 갑옷으로 무장한 그들은 이제 야만족 특유의 냄새가 사라져 마치 정규군 같은 느낌이 들었다.
“제법 눈빛들이 괜찮군.”
카릴은 병사들을 바라보며 두 사람에게 말했다.
“네. 대초원의 4대 부족 중에서 정예들만 추슬러서 뽑은 병사들입니다. 그리고 모두 청린과 강철을 섞어 만든 무기를 갖추고 있습니다.”
베이칸의 말대로 1천 명의 병사들은 푸른빛을 띠는 검을 허리에 차고 있었다.
“게다가 대초원의 마굴들을 소탕하면서 경험을 쌓았습니다. 적어도 몬스터들을 사냥하는 것에 있어서는 제국의 기사들보다 더 나을 겁니다.”
“좋아. 5대 부족은?”
“현재 남부 경계에 있는 베스탈 후작을 주시하고 있습니다. 마스터의 말씀대로 후작령에 있는 기사단과 병력이 모이고 있었습니다.”
키누의 보고에 카릴은 고개를 끄덕였다.
“베스탈뿐만 아니라 타샤이 부족에게도 교도 용병단이 남부의 국경을 넘는지를 확인하라고 해. 그리고 디곤 역시. 아마 교도 용병단이 디곤과 접촉할 거야.”
“알겠습니다.”
“우리는 이곳의 마굴을 토벌하고 난 뒤에 수안의 보고에 따라 이스탄과 트바넬의 경계에 있는 마을을 향해 이동한다. 그 길에서 확인되는 마굴까지 모두 토벌할 것이다.”
“넵.”
“알겠습니다.”
“시간이 많지 않다. 세 개의 마굴을 모두 공략하는 데 한 달 안에 끝내야 한다.”
카릴은 눈앞의 거대한 마굴을 바라보며 생각했다.
‘지금 이 마굴들은 그저 전초전에 불과하지 않은 거니까. 백성들에게 타투르의 존재를 각인시키기 위해서는 ‘남부의 재앙’이라고 불렸던 미노타우르스의 마굴이 생성되는 시점에 루온 네 녀석이 있어야 하거든.’
극적인 효과가 더해질수록.
대륙에 그의 이름은 널리 퍼질 것이다.
‘삼국은 마굴에 대한 대비가 되지 않았다. 애초에 대부분의 마굴은 남부에 있었으니까.’
대륙 중앙에 마굴이 생성되는 것은 극히 드문 일이었지만 절대로 일어나지 않는 일은 아니다.
게다가 3번의 마굴 생성 이후 마지막으로 나타난 마굴이 무려 S급 마굴이었으니까.
전생에서 삼국은 마광산을 두고 서로 싸우다 국력이 약해진 상황에서 마굴에서 쏟아지는 끝내 몬스터를 막지 못했다.
몇 개월에 걸쳐 간신히 마굴을 정리했지만 이미 그때는 올리번이 황위에 즉위한 뒤였다.
제국의 공세를 당연히 막지 못한 삼국은 그대로 올리번에게 패하게 된다.
‘전생과 달리 지금은 속성석을 대량 구입한 이스탄과 트바넬이라면 마굴에서 쏟아지는 몬스터를 막을 가능성도 있다.’
하지만 운명의 장난일까?
마굴을 안전하게 막을 수 있는 현생에는 아이러니하게도 루온 황자라는 걸림돌이 나타났다.
그것도 마굴보다 더 골치 아픈 적으로 말이다.
마치.
‘전생이든 현생이든 삼국은 결국 멸망하게 된다는 말일까.’
일어나는 사건은 꼭 전생의 결과와 비슷하게 역사가 흐르도록 맞춰지는 것 같았다.
“…….”
카릴은 잠시 하늘을 바라봤다.
율라의 신탁이 내려지고 난 뒤 나타난 세계 탑 파렐. 타락이라는 몬스터를 쏟아 낸 끔찍한 그곳의 층계를 거슬러 올라 자신은 과거로 돌아왔다.
어쩌면…….
전지전능한 신이라면 자신의 회귀도 알고 있는 것을 아닐까.
‘알아도 상관없다. 율라, 네가 전생과 같은 미래를 만들려고 힘을 쓰는 것이라 할지라도 나는 애초에 네가 만들 미래를 깨기 위해 돌아온 것이니까.’
카릴은 두 사람을 바라봤다.
자신이 일궈낸 남부의 병력만큼은 신이라 할지라도 절대로 어찌하지 못할 것이니까.
“그동안의 성과가 어떤지 한번 확인해 볼까?”
“기대하셔도 좋습니다.”
그들은 기다렸다는 듯 입을 모아 대답했다.
그때였다.
저 멀리서 보이는 한 무리의 병사들이 카릴의 시야에 들어왔다. 번쩍이는 갑옷을 입고 매서운 눈빛으로 선두에서 말을 몰며 다가오는 사람은 다름 아닌 비올라였다.
“흐음.”
카릴은 보랏빛 드레스 위에 가슴과 허리에 덧댄 실용성이라곤 보기 힘든 갑옷을 입고 있는 그녀를 보며 피식 웃었다.
한 번도 사용한 적이 없는 것 같았지만, 그녀의 눈빛만큼은 나름 진지해 보였다.
“무슨 일로 여기까지 오셨습니까, 왕녀님.”
그녀의 뒤에는 예의 그렇듯 그레이스가 함께하고 있었다. 깃발까지 세우진 않았지만 두 사람의 뒤에 있는 50명의 갑옷을 입은 기사의 망토에 그려진 문양은 판피넬가(家)의 것이었다.
‘아마도 자신의 전력이라고 할 수 있는 자들을 모두 데리고 온 거겠지.’
그레이스의 기사들을 보며 카릴은 단번에 판피넬 가문의 전력을 파악할 수 있었다.
비록 수는 적었지만 잘 훈련된 기사들이었다.
“우리도 함께 가겠다.”
비올라는 카릴을 향해 당당히 말했다.
타투르에서의 만남 이후.
왕궁 안에서 혼자 고군분투하고 있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오히려 그녀는 왕궁이 아닌 전선에 직접 나섰다.
카릴은 생각지 못한 그녀의 등장에 의외라는 듯 흥미롭게 바라봤다.
“이곳은 펜리아 왕국의 국경 지대. 우리 영지에 일어난 문제이니 당연히 우리가 나셔야 한다. 버젓이 1천 명이나 되는 병력이 집결한 상황에서 가만히 지켜보고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나?”
“정확히는 중립 지역이지요. 만유 숲에서 조금 더 안쪽으로 가야 왕국의 국경 지대이지 않습니까?”
카릴은 그녀의 말에 낮게 웃었다.
“게다가 이미 왕궁에 허가도 받아 놓은 일입니다. 그래서 폐하께서는 마굴에는 관심이 없으신가 하고 생각했는데 말입니다. 제게 일임을 한 것을 봐서는 말이죠.”
“흥, 그럴 리가 없지 않으냐.”
비올라는 얼굴을 붉혔다.
말을 그렇게 했지만 사실 그녀의 아버지인 로그른트 왕은 오히려 카릴이 마굴 토벌을 지원했을 때 두 팔을 들고 환영했다.
그의 입장에서는 그저 손 안 대고 코를 푸는 격이라고 생각했으니까.
근시안적인 시야로 본다면 충분히 그렇게 생각할 수 있었다.
하지만 세상에 공짜란 없는 법.
카릴이 계획하고 있는 것들을 그가 알 리가 없었다.
“하긴 만유 숲은 중립지대지만 펜리아 왕국의 백성이 많이 살고 있으니까요. 역시 제가 보는 눈은 있나 보네요.”
카릴은 그녀의 복장과 자세만 봐도 그녀가 마굴 토벌은커녕 검을 들어 본 적도 없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두려울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위험을 무릅쓰고 자신을 찾아왔다는 것.
“비록 소수이긴 하지만 왕녀님께서 합류하신다면 백성들에 대한 펜리아 왕궁의 면도 세울 수 있는 일이니까요. 안 그렇습니까?”
“네놈 뜻대로 되게 하진 않겠다.”
카릴은 어쩐지 기특하다는 표정으로 그녀를 바라봤다.
“그런데 어쩌죠? 왕녀님의 말씀대로 1천 명의 병력이 집결된 곳에서 고작 50명으로 무엇을 하실 수 있단 말입니까. 제가 했던 말을 기억하실 텐데요.”
그는 비올라를 놀리듯 말했다.
“이참에 포로라도 되려고 제 발로 걸어오신 겁니까.”
“뭐, 뭐라고?”
차앙—!!! 창! 창!!
그 순간.
카릴의 눈빛만으로도 의도를 알아차린 듯 베이칸과 키누가 손을 들자 1천 명의 병사가 일제히 그녀를 향해 검을 겨누었다.
검날의 소리가 만유 숲 안에 메아리쳤다.
“……네, 네놈!”
식은땀이 주르륵 흘러내리는 기분.
하지만 카릴은 그런 그녀를 바라보며 가볍게 웃었다. 그가 손을 들어 올리자 조금 전 검을 겨누었던 병사들이 일제히 한 발자국 물러섰다.
“농담입니다. 말씀드렸다시피 펜리아 왕국은 가장 나중에 칠 거니까요. 물론, 그 사이에 왕녀님께서 왕위에 오르실 수 있다면 말입니다.”
“미친…….”
‘아바마마께서는 이런 작자라는 것을 과연 알까…….’
당장에 자신의 왕국을 집어삼킬 적을 눈앞에 두고 아무것도 하지 못하는 통탄할 노릇임에도 불구하고 카릴의 모습을 볼 때마다 비올라는 묘한 기분이 들었다.
카릴은 항상 아무렇지 않게 자신이 왕위에 오를 것에 대해 의심을 하지 않는 모습이었으니까.
‘정말……. 내가 왕위에 오를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해서 저자는 저렇게 말하는 걸까.’
카릴은 그녀를 지나치며 말했다.
“잘 봐두시기 바랍니다. 지금부터 저희는 3개의 마굴을 토벌할 겁니다. 그리고 그건 단순한 연습에 불과합니다.”
“연습……?”
“솔직히 예상하지 못한 일이긴 한데……. 이건 또 나름의 기회라고 생각이 드네요. 저희들의 최종 목적지에 왕녀님의 기사단이 함께한다면 꽤 좋은 효과를 볼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드네요.”
비올라는 카릴의 꿍꿍이가 무엇인지 예상이 가지 않아 살며시 인상을 찡그렸다.
‘최종 목적지라니……. 도대체 저 사람은 머릿속에 몇 가지 생각을 하고 있는 걸까. 도무지 끝을 알 수가 없구나.’
그녀는 마음 한편에서 그런 카릴이 존경스럽다는 생각마저 들자 스스로 화들짝 놀랐다.
자신의 왕국을 침공하려는 적에게 그런 감정을 품는 것 자체가 말이 안 되는 일이었으니까.
‘나도 미쳤어……. 무슨 그런 생각을.’
오히려 너무 대놓고 그런 말을 하니 현실감이 없게 느껴지는 것일지도 모른다.
화끈거리는 뺨을 손등으로 식히면서 그녀는 카릴을 바라봤다.
“만유 숲에서 1㎞ 떨어진 곳에 마굴이 확인되었습니다. 척후병에 의하면 리자드맨의 부락이라고 합니다.”
베이칸의 보고에 카릴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어렵지 않은 몬스터다. 하지만 주의를 해서 나쁠 건 없지. 마굴 안의 몬스터는 기본적으로 필드에 있는 마물보다 능력이 뛰어나니까.”
“명심하겠습니다.”
“왕녀님께서는 저희들이 사냥하는 방법을 눈여겨보시기 바랍니다. 적의 전력을 확인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 될 테니까요.”
마치 알아도 막을 수 없다는 듯한 자신만만한 태도에 비올라는 고개를 돌렸다.
“가자.”
그런 그녀의 생각을 아는지 모르는지 그저 재밌다는 듯 카릴은 웃으며 말을 몰았다.
* * *
베이칸과 키누의 부대는 능숙하게 마굴 앞에 도착하자 카릴의 명령이 없어도 알아서 진형을 펼쳤다.
일일이 지시를 하지 않아도 이미 역할이 딱딱 분담되어 있어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는 그들의 모습에 비올라를 비롯해 펜리아 왕국의 기사들은 놀란 표정을 지었다.
‘일개 병사 하나하나까지 맡은 바를 확실히 알고서 움직이고 있다.’
‘어떻게 훈련을 해야 이 정도가 되는 걸까…….’
물론.
그들이 지금 이곳에 모인 1천 명의 병사가 남부 부족의 정예병이라는 것을 알지는 못할 것이다.
게다가 일반적인 왕국과는 달리 야만족들의 특성상 일족의 리더의 명령은 절대적인 것이다.
그들은 단순히 돈을 벌기 위해 징병이 된 일개 병사가 아니라 부족의 사명을 받아 뽑혔다고 생각하는 자들이었으니까.
‘흐음……. 괜찮군.’
카릴은 막사가 준비되는 것을 지켜보며 마굴의 입구로 시선을 돌렸다.
‘어차피 기억에 남아 있는 마굴은 아니야. 금방 토벌을 할 수 있겠지만 한 번쯤은 이런 모습을 비올라에게 보여주는 것도 좋겠지.’
그의 예상대로라면 마굴을 토벌하는 것은 하루도 채 되지 않아 끝날 것이다.
한마디로 말해서 지금 이 모습은 본보기.
그녀와 자신의 차이를 보여주기 위함이었을 뿐이다.
“타투르의 자유군은 토벌에 익숙한가 보군.”
그리고 그의 계획이 먹힌 듯.
비올라는 병사들이 짓고 있는 막사를 보며 카릴에게 말했다.
“자유군이라……. 그 단어 꽤 마음에 드는데요?”
그러자 카릴은 눈을 동그랗게 뜨면서 그녀에게 대답했다.
“……에?”
“사실 딱히 저희 부대에 명칭이 없었는데 제가 왕녀님이 지어주신 이름을 써도 되겠습니까?”
아무런 생각 없이 내뱉은 자신의 말에 의외에 답이 돌아오자 그녀는 다시 한번 얼굴이 붉어졌다.
“아니, 그렇게 쉽게 부대 이름을 짓는 건……. 조금 더 신중하게…….”
“어때? 두 사람은?”
당황해하는 그녀를 상관하지 않고 카릴은 뒤를 바라보며 물었다.
“자유군이라……. 애초에 타투르가 종족이나 계급을 떠나 모든 대륙인이 살 수 있는 곳이지 않습니까. 멋진 이름입니다.”
“비록 저희들은 도시에 살지는 않으나 그 안에 저희들도 포함되는 느낌도 들고 좋은 것 같습니다.”
두 사람은 카릴의 말에 동의했다.
“좋아.”
카릴은 만족스러운 듯 고개를 끄덕이고는 천천히 걸음을 옮겼다.
마굴의 입구 근처에는 이미 굴 안에 몬스터가 포화 상태인지 몇 마리의 리자드맨이 밖으로 나와 있었다.
우우웅……!!
얼음 발톱에 두른 오러가 번뜩이는 순간.
카릴은 단숨에 거리를 좁혀 리자드맨의 사이로 뛰어들었다.
[크라락……!!]리자드맨이 창을 들어 카릴을 향해 내질렀다.
하지만 앞으로 내지른 창극이 갑자기 중심을 잃고 위로 번쩍 솟았다.
콰앙!!!
리자드맨의 몸이 휘청이면서 그대로 두 발이 공중으로 떠오르면서 머리가 바닥에 박혔다.
카릴은 몸을 일으키며 말했다.
“내가 바라는 건 간단하다. 마굴의 몬스터를 단 한 마리도 남기지 않는 것.”
[키릭…… 크리릭…….]지그시 리자드맨의 얼굴을 발로 찍어 누르자 녀석은 괴로운 듯 바동거렸다.
콰직-!!
카릴은 한 치의 망설임 없이 몬스터의 목을 베고 그대로 녀석의 머리를 밟아 터뜨려 버렸다.
“또한, 토벌이 끝나면 마굴의 입구를 봉쇄하여 다시는 이곳을 사용하지 못하도록 만들어야 한다.”
“넵!”
“명심하겠습니다.”
그의 말에 베이칸과 키누가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이미 몇 번이나 해왔던 임무였다.
남부 대초원에 있는 마굴들을 토벌할 때에 그곳의 입구를 모두 봉인한 상태였다.
카릴은 나중에 신탁이 내려지고 타락들이 그곳을 통로로 쓰지 못하게 할 계획이었다.
“자유군.”
그의 말에 병사들이 일제히 검을 뽑았다.
몬스터의 앞에 선 그들은 두려움보다 오히려 빨리 카릴의 명령이 떨어지길 기다리는 모습이었다.
그런 그들의 모습에 카릴은 굳이 자신이 나설 필요가 없다는 걸 직감했다.
대신 그는 비올라를 한 번 바라보고는 보란 듯이 말했다.
“보여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