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9th Class Swordmaster: Blade of Truth RAW novel - Chapter (126)
9클래스 소드 마스터 : 검의 구도자 9클래스 소드 마스터 – 검의 구도자-126화(126/497)
105. 남부의 재앙 (1)
촤아악……!! 촤악!!!
포나인의 강물을 타고 배를 모는 수안은 연신 입술을 씰룩이면서 웃음을 참았다.
“하하!! 진짜 황자의 얼굴을 봤어야 했는데. 내 평생 이렇게 통쾌한 적은 처음이야. 아니지, 두 번째야!”
“뭐야? 첫 번째면 첫 번째지 두 번째는 또 뭐람. 그런 애매한 말이 어딨어?”
조타실의 벽에 기대어 있던 두샬라는 수안 하자르의 말에 피식 웃었다.
“당연하지. 아무리 그래도 첫 번째는 역시 마스터를 만났을 때니까.”
“음……?”
수안 하자르는 피아스타에서의 일을 떠올리며 기분 좋게 말했다.
“그런 게 있어. 대륙에서 귀족 나부랭이들을 제외하고 아마 제국의 1, 2황자를 모두 만난 사람은 나밖에 없을걸.”
“그래? 네가 2황자와도 인연이 있다는 게 신기한데……. 둘 다 만나 본 소감은 어때?”
두샬라의 말에 수안은 조금 전 포나인에서의 일보다 더 즐거운 듯 웃었다.
“귀족이 아닌 자 중에 황자들을 독대한 경험이 있는 사람이 나라면 마스터는 그 둘에게 모두 엿 먹인 유일한 사람이지.”
“하아?”
그녀는 수안의 말이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 표정으로 되물었다.
“미치겠군. 1황자는 그렇다 쳐도 2황자까지? 도대체 우리 마스터는 밖에서 뭘 하고 다니셨던 거야.”
“크크큭.”
그렇게 말했지만 두샬라 역시 연신 입가에 미소가 가시지 않았다.
대륙에서 핍박받던 자들이 살 수 있는 자유도시를 만들었지만 타투르의 평판은 그다지 좋지 못했다.
어쩌면 대륙에서 유일하게 왕과 귀족들에게 반(反)하는 유일한 도시였다. 하지만 자유보다는 무법이란 평가가 더 강했고 도망쳐 온 자들에게도 호감보다는 두려움을 더 많이 가지게 했었다.
그런데 이 모든 것이 카릴이 오고 나서부터 완전히 바뀌었다.
‘어쩌면…….’
정말로 같잖은 귀족 놈들을 내려다볼 수 있게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
이제야 뭔가 톱니바퀴가 돌아가는 기분이었다.
무법이 아닌 자유라는 이름으로 지금까지 규율을 만들고 계급으로 구분 짓던 자들을 정면으로 비웃어 줄 수 있을 것 같은 자신감.
수안은 있는 힘껏 키를 돌리며 말했다.
“황자들을 본 감상? 그런 게 뭐가 필요하겠어. 우리는 그들보다 더 대단한 사람을 모시고 있는데,”
그의 말에 두샬라 역시 고개를 끄덕이며 인정했다.
“하긴…….”
그녀는 품 안에 약을 꺼내 목덜미에 난 상처에 발랐다.
“7만 대군을 고작 우리들로 낚으라는 말도 안 되는 지시를 내리는 분이니까. 빠져나오는데 죽는 줄 알았네.”
“크큭, 그건 당신이 루온 황자의 면상에다 그런 소리를 해서 그렇잖아. 뭐, 속은 시원했지만.”
두샬라의 수행원으로 함께 왔던 에이단은 포나인의 강가 근처에 배를 정박시켜두고 기다리고 있었다.
막사 안이 소란스러운 것을 확인하고서 그는 배를 몰아 두샬라를 구출해냈다.
“맞아. 너도 참 대단해. 황자의 바로 앞에 그런 소리를 하다니. 하마터면 목이 날아갈 뻔했다는 거 알지?”
수안 역시 에이단의 말에 동의했다.
그녀의 옆에서 그 광경을 모두 봤던 수안은 그녀가 그 말을 내뱉자마자 그녀를 둘러메고서 루온 황자의 대군을 빠져나왔다.
“뭐……. 왠지 그때 아니면 또 언제 할 수 있을까 싶은 생각이 들어서 말이야. 대로를 타고 오는 동안 얼마나 건방지던지. 게다가 눈빛은 또 왜 그렇게 더러운지, 넌 모를걸. 어쨌든 에이단 네가 그 순간 그 인간의 표정을 봤어야 했는데.”
두샬라는 자신을 바라보던 루온 황자의 시선을 떠올리며 고개를 저었다.
“하지만 네 덕분에 루온이 쉽게 믿었던 것도 있으니 다행이라면 다행이지. 마스터가 널 적임자로 꼽은 이유를 알겠어.”
에이단은 피식 웃었다.
“적어도 그런 짓을 하고도 살아남을 인간들이라고 생각해서 맡긴 걸지도 모르지. 우리 마스터는.”
에이단은 수안과 두샬라를 가리키면서 말했다.
“타투르의 관리자가 둘이나 되는걸.”
“너 역시. 네가 강가 근처의 보초병들을 미리 처리해 놓지 않았더라면 이렇게 쉽게 도망치지 못했을걸.”
수안은 쓰러져 있는 병사들을 가리키며 에이단에게 말했다.
강가를 따라 보초를 서던 그들은 마치 잠든 것처럼 상처 하나 없이 쓰러져 있었다.
자신이 죽임을 당한 것조차 인지하지 못했다는 뜻이었다.
교단에서 돌아온 뒤.
카릴이 두샬라에게 명한 플랜 B를 수행하는 동안 그는 인보(忍步)를 비롯하여 자신의 술법을 더욱 강화했다.
동방국을 버렸다고는 하지만 미하일로부터 마력적 재능의 차이를 느낀 그가 강해질 수 있는 방법은 그것뿐이라는 걸 잘 알기 때문이다.
‘옆에 있어도 이따금 잊게 되는 것 같아. 남부에서 왔을 때도 그렇지만 이후에 더 성장했어.’
수안은 자신의 목을 쓰윽 어루만지면서 생각했다.
만약 그가 작정하고 기척을 지운다면 과연 자신은 알아차릴 수 있을까.
“그 정도는 아무것도 아니지.”
하지만 그의 걱정과 달리 가볍게 어깨를 으쓱하며 말했다.
“속도를 좀 더 올리겠어. 해협에 당도하려면 시간이 부족할지 모르니까.”
쓸데없는 생각을 떨쳐 버리려는 듯 수안은 키를 잡은 손에 힘을 주었다.
지금은 카릴이 남긴 마지막 전언을 수행하는 것이 우선이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건 뭐야?”
강물을 가르는 배 위에서 두샬라는 수안의 손목에 감겨 있는 줄을 가리켰다.
“이거? 마스터께서 내게 맡긴 거야. 만일의 상황에 대비해서 쓰라던데. 사용할 타이밍은……. 저절로 알게 될 거라고 하더군.”
“흐음…….”
“일단은 해협으로 가서 대기해야지. 사실 나도 정확한 건 모르니까 말이야. 마스터께선 포나인에 익숙한 내가 아닌 다른 사람들은 쓰기 어려울 거라고 했어.”
그녀는 투박하게 생긴 끈을 흥미롭게 바라봤다.
“포나인의 강물과 해협이 만나는 곳에 이걸 던지면 된다던데. 재밌는 일이 생길 거라고.”
그의 말에 두샬라는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의심은 없었다.
자신의 주인은 언제나 그렇듯 의미 없는 지시를 하지는 않았으니.
짜르릉…….
수안의 팔에는 감겨 있는 각왕의 증표가 서로 부딪히면서 마치 웃음소리처럼 울렸다.
* * *
“그게 무슨 헛소리야!!!”
콰직—!!!
있는 힘껏 내려친 주먹 아래로 탁자의 손잡이가 부서져 나갔다.
잡아먹을 듯 으르렁거리는 루온 황자의 눈빛을 바라보면서도 사신은 두려워하는 기색은커녕 평정심을 유지했다.
“죄송합니다, 황자님. 저희들은 왕궁에서 이렇다 할 보고를 받지 못했습니다. 지금 확인 중이오나 아직은 장군님께서 성문을 여는 것을 허가하지 않으셨습니다.”
투박하지만 단단해 보이는 풀 플레이트 메일을 입은 기사는 나지막한 목소리로 말했다.
‘확실히 이스탄의 방패가 이끄는 기사란 건가. 약소국임에도 불구하고 기세가 제법이군.’
아지프는 그를 보며 무력으로 트윈 아머를 뚫는 일이 쉽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아시다시피 로드 타워의 옆엔 터틀 캐슬이 있습니다. 타국의 성과 근접해 있는 상황에서 쉽사리 문을 여는 건 어려운 일입니다.”
“트바넬 왕국에서는 협조를 수락했네. 로드 타워만 동의하면 언제든 문을 열어주겠다고.”
“장군님의 전언입니다. 삼국은 동맹 체제를 유지하고 있으나 수년 전만 해도 트윈 아머는 가장 치열한 접전지. 타국의 동의가 있다 하더라도 폐하의 명이 내려오기 전에는 절대로 문을 열 수 없다, 라고 전하셨습니다.”
‘빌어먹을 늙은이들……. 이것들이 서로 짜고 나를 엿 먹이려고 작정을 한 거군.’
차라리 두 곳 모두 자신의 입성을 거부한다면, 최악의 수일지도 모르지만 트윈 타워를 공격하는 것도 고려해 볼 수 있었다.
하지만 두 개의 성 중에 자신의 입성을 동의하는 성이 있는데 공격을 가하는 것은 나머지 왕국들의 질타를 받기 충분한 일이었다.
“그렇다면 문제는 너희뿐이라는 말이군.”
차아앙—!!
루온은 있는 힘껏 검을 뽑았다.
“…….”
하지만 사신은 자신의 목을 겨누고 있는 루온 황자의 검을 바라보며 아무런 말을 하지 못했다.
“화, 황자님.”
아지프는 그런 그를 낮은 목소리로 불렀다.
전쟁을 하는 것도 아니고 오히려 부탁을 하러 온 입장에서 타국의 사신을 죽인다는 것은 변명의 여지가 없이 사태를 더 악화시키는 일이었으니까.
“너희 왕국의 마법구는 장식인가? 왕의 허가가 필요하다면 당장에라도 연락을 취하면 될 것을. 벌써 이틀이나 시간을 잡아먹었다. 전했다시피 우리는 남부로 가야 한다.”
“아시다시피 남부를 통한 길은 이미 조약을 통해 남겨 놓은 가도가 있습니다.”
“그 좁은 길을 쓸 수 있었다면 이런 번거로운 짓을 하지 않았을 것이다! 너희도 가도는 이 인원이 통과할 수 없다는 걸 알지 않느냐!”
“죄송합니다. 외람된 말씀이지만 차라리 대로를 통한 길 중 트윈 아머가 아닌 노르트 평원을 통하셨다면 좀 더 수월하셨을 텐데요.”
빠득-
루온 황자는 그의 말에 아무런 대답을 하지 못하고 그저 이를 갈았다.
자신도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제국의 황자의 자존심이 차마 속았다는 말을 할 수는 없었다.
“우리는 트윈 아머를 통한 길이 남부로 향하는 가장 빠른 길이기 때문에 선택했다.”
변명이지만 그는 적어도 자신의 자존심은 지켜야겠다고 생각했다.
루온의 검이 천천히 사신의 목을 타고 움직였다.
검 끝이 향한 곳은 막사의 밖.
“포나인을 경계로 국경 지대가 나누어져 있지만 사실상 저 끝은 제국의 영토다.”
그곳엔 크고 작은 집들이 모여 있었고 아직 추수가 끝나지 않은 논밭이 펼쳐져 있었다.
“장군에게 전해라. 꼭꼭 성문을 틀어막은 채 있어도 상관없다. 하나 그 잘못된 판단이 저들의 목숨을 모조리 앗아가게 된 후에도 성문을 열지 않을 수 있을지 보겠다고.”
그의 말에 사신의 눈빛이 처음으로 흔들렸다.
루온은 진심이었다.
병력을 돌리기엔 늦었다. 이렇게 만든 놈들을 지금 당장에라도 족치고 싶었지만 이미 도망가 버렸다.
추격대를 보냈지만 기대하지는 않았다. 자신에게 보고했던 정체는 애초에 가짜였고 당당히 대군 사이를 빠져나간 녀석들이 쉽사리 잡힐 리 없었으니까.
‘사지를 갈기갈기 찢어도 시원찮을 놈들이지만 그 녀석들은 나중 문제다. 우선은 이 일이 더 급해.’
명백한 협박이었지만 이대로 시간을 지체할 순 없었다. 그렇다고 병력을 돌려 사신이 말 한대로 노르트 평원으로 갈 수도 없는 노릇이었으니까.
‘올리번과 크로멘은 이미 남부에 도달했을지 모른다.’
루온은 조급했다.
그는 분명 똑똑한 사람이었지만 올리번과 얽히게 되면 절대로 질 수 없다는 생각에 이따금 성급해질 때가 있었다.
“화…… 황자님.”
아지프는 혹시나 그 조급함에 사신의 목이라도 베는 게 아닐까 걱정스러웠다.
스릉-
하지만 그의 우려와 달리 분노에 찼던 목소리는 차분해졌고 눈빛은 냉정을 되찾았다.
“나 역시 그대들과 전쟁을 일으키고 싶진 않다. 불필요한 피를 보는 것은 싫으니까. 하루의 시간을 주겠다. 내가 바라는 것은 마법구를 통해 이스탄 왕국의 왕과 직접 대화하는 것이다.”
“…….”
검을 거두는 그의 모습에서 아지프는 그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하나 잘 생각해라. 나는 제국을 대표하여 온 것이니 나를 무시하는 것은 곧 제국을 무시하는 것과 같다는 것을. 여전히 너희들의 결정에 수천 명의 백성의 목숨이 달려 있다는 것은 그대로다.”
아지프는 자신도 모르게 그 모습에 소름이 돋는 기분이었다.
‘이번 일이 꼭 나쁜 것만은 아니구나. 어쩌면 황자님께서 이 일을 통해 성장할 기회가 되실 수도 있다.’
황제의 피를 가장 짙게 물려받았다고 평가되는 루온이었다.
이따금 보이는 성급함은 아직 어리기 때문일지 모른다.
그 단점만 고칠 수 있다면 귀족들은 정복왕이라 불린 타이란 슈테안보다 훨씬 더 많은 땅을 제국의 것으로 만들 수 있을 거라 기대했다.
“그 결정에 따라 이 일이 끝난 뒤에 사라진 목숨들이 또 다른 불씨를 일으키게 될 거라는 것 역시.”
아지프는 그의 말에 확신했다.
‘이분이야말로 제국에 걸맞은 황제가 되실 분이다.’
대륙의 최강이라 불리는 ‘제국의 위엄에 어울리는 자’는 ‘백성의 왕이 될 자’라 불리는 올리번도 유약한 크로멘도 아니었다.
오직, 강인한 힘만이 제국을 관철시킬 수 있는 것이었으니까.
“……그리 전하겠습니다.”
사신은 천천히 루온에게 허리를 숙이며 인사를 하고는 뒤로 물러났다.
* * *
히이이잉……!!
카릴은 언덕 위에서 카르곤의 고삐를 잡아당기면서 아래를 내려다보았다.
“흐음……. 아주 좋은걸.”
그는 자신의 기대보다 훨씬 더 루온이 잘 움직여 주고 있다는 생각에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우려했던 것과 달리 전쟁이 일어나진 않았네요.”
“그렇지. 녀석도 머리가 있다면 정면으로 트윈 아머에 병력을 소모할 생각은 하지 않을 것이다. 아마도…….”
카릴은 루온의 거점 양옆에 있는 마을들을 가리키며 말했다.
“포로를 잡아 협박하겠지. 그게 직접 공격을 하는 것보다 마르제의 심경을 흔들 수 있는 방법이라는 걸 알 테니까.”
‘문제는 협박의 대상이다. 그가 그 포로를 가지고 직접 마르제를 만날 것인지 아니면 이스탄의 왕과 독대를 할 것인지가 중요하겠지.’
카릴은 전생에 루온에 대한 기억은 그다지 많지 않았다. 그가 신탁의 부름을 받고 황궁에 왔을 땐 이미 올리번이 옥좌에 오른 뒤였으니까.
‘단지 그가 처절하게 죽어 가는 모습은 봤었지.’
단두대의 이슬로 사라지던 그 순간.
그의 눈빛에 남아 있던 분노는 마치 짐승의 것을 보는 것 같아 이민족이었던 자신조차 그를 황자라고는 생각하지 않을 정도였다.
‘타이란 슈테안처럼 그 역시 가슴 속에 괴물을 가지고 있는 자다. 과연 그가 얼마만큼 성장했는지가 이번 전투에 관건이 되겠지.’
카릴은 언덕 아래의 루온 진영을 바라보며 생각했다.
“그래도 행여나 그전에 트윈 아머가 열릴까 봐 걱정했는데……. 역시 소문처럼 이스탄의 방패는 다르군요. 제국군을 앞에 두고도 단단하네요.”
베이칸의 말에 카릴은 옅은 미소를 지었다.
“맞아. 하지만 사실 믿는 구석도 있었지. 난 적어도 우리의 도착 전에 성문이 열리는 일은 없을 거라고 확신했다.”
“네?”
이유는 간단했다.
이스탄 왕국에는 베릴 남작이 있었으니까.
마광산 건으로 인해 그의 입지가 확연하게 높아진 지금 제국의 남하에 대해서 제국군이 트윈 아머 쪽으로 진군한다는 것을 확인하고는 왕에게 말했을 것이다.
-폐하, 마광산 건이 알려지면 안 됩니다. 마침, 제국군이 트윈 아머로 향하고 있다고 합니다. 마르제 경이라면 설사 제국군이라도 쉽게 공격하진 못할 겁니다.
-그럼……. 어떻게 하는 것이 좋겠는가.
-마르제 경의 성격은 대륙에서 유명하옵니다. 그의 요청을 잠시만 거절하십시오. 시간이 지나면 제국은 자연스럽게 조율을 제안할 겁니다. 그때 생각을 하셔도 늦지 않습니다.
비록 과거의 일이긴 하지만 멜브런 전투부터 공국 방어전까지 젊은 시절 그는 참전했던 모든 전투를 승리로 이끌었던 전략가였으니 그의 말은 마광산 건 이상으로 무게가 있었다.
게다가 지레 겁을 먹은 왕국의 대신들은 결국 베릴 남작의 말을 듣고 말았다.
‘뭐……. 나로서는 시간만 끌어주면 되니까.’
루온이 삼국을 통과하기 전에 카릴은 마굴을 토벌할 시간을 가지는 것이 중요했다.
바로, 이 순간을 위해서.
‘이제 곧 이곳에서 마굴이 열린다.’
한쪽엔 루온의 병력 있고 반대쪽엔 마르제와 아벤의 병력이 대치하고 있었다.
그 사이에 수천의 마을 사람들이 껴있었으며 그들을 내려다보는 자신이 있었다.
이 세 개의 병력이 한곳에 모일 수 있는 순간이 과연 또 언제 있을까.
루온 황자의 성격과 마르제의 생각 그리고 무능한 약소국의 왕과 자신에게 포섭된 귀족들이 만들어 낸 완벽한 결과물이었다.
카릴은 자신이 완성한 이 이상적인 그림을 바라보며 웃었다.
쿠그그그그…….
그 순간.
비라도 쏟아질 것처럼 하늘이 어두워지기 시작했다.
‘시작되었군.’
카릴이 양쪽에 서 있는 베이칸과 키누를 바라보자 그들은 이미 저 이상 현상이 무엇을 의미하는 것인지 잘 알고 있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어떻게 할 셈이지? 우리의 병력이라고는 기껏해야 천 명뿐이야. 하지만 한쪽은 7만이고 다른 한쪽은 5만인데.”
비올라는 카릴의 자유군이 정예병이라는 것은 이제 충분히 알고 있었지만 그렇다고 하더라도 수적으로 차이가 너무 컸다.
그녀는 그의 계획이 궁금했다.
과연, 이런 상황에서 10분의 1도 채 안 되는 병력으로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카릴은 그녀의 말에 옅은 미소를 지었다.
그는 루온의 거점 뒤에 흐르고 있는 포나인의 강물을 바라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