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9th Class Swordmaster: Blade of Truth RAW novel - Chapter (127)
9클래스 소드 마스터 : 검의 구도자 9클래스 소드 마스터 – 검의 구도자-127화(127/497)
105. 남부의 재앙 (2)
“이제 조금만 더 가시면 베스탈 후작령입니다.”
“그래. 다들 수고가 많군.”
마차 하나 정도 지나갈 수 있을 정도의 좁은 가도(假道). 이 길의 끝엔 야만족이 살고 있는 남부뿐이었기 때문에 왕래를 하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황궁 마차로 모시지 못한 점 죄송합니다.”
“괜찮네. 자네도 알다시피 나는 마차보다 말을 타고 다니는 게 더 익숙한 사람이잖나.”
하룬 자작은 올리번의 말에 감동을 받은 듯 고개를 숙였다.
“…….”
마르트는 그런 그의 모습이 신기한 듯 바라봤다.
‘예전에 몇 번 저택에 왔었던 기억이 있다. 무척이나 딱딱한 사람이라 뼛속까지 무인이라 생각했는데……. 저분이 저런 표정도 지을 수 있는 사람이었구나.’
국경 지대에서 발사르가와 맥거번가를 보좌하는 역할을 하고 있는 하룬은 크웰 맥거번을 대신하여 이번 올리번의 남부 원정에 기꺼이 참가하게 되었다.
크웰의 추천도 있었지만 일전에 수배령이 내려졌었던 수안 하자르를 검거했을 정도로 능력 있는 무인이었다.
“자네도 고생이군.”
“아닙니다. 그저 모시게 되어 영광입니다, 황자님.”
“크웰 경의 장남이라고 했지? 자네 형제들은 모두가 뛰어나더군. 넷째의 일은 유감이야.”
마르트는 올리번의 눈빛을 바라보며 어쩐지 하룬의 마음을 조금은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은 기분이었다.
‘정말 호수같이 깊은 눈이로구나. 이런 말을 하면 불경스럽지만, 폐하에게서는 볼 수 없는 것이야. 아버지도 저 눈빛에 반한 걸까.’
궁금했다.
자신의 아버지는 대륙제일검이라는 최고의 위치에 올라와 있음에도 오직 제국을 위해서 국경이라는 척박한 땅에서도 묵묵히 자리를 지킨 목석같은 사람이었다.
마르트는 사실 형제들에게 알리지 않았지만 이번 원정에서 하룬과 마찬가지로 올리번의 산하에 지원했었다.
어째서 아버지가 적자인 루온이 아닌 서자인 올리번을 택한 것인지 직접 눈으로 보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외람된 말씀이오나. 베스탈 후작령을 통해서 남부로 가는 것이 괜찮은 일일지…….”
올리번은 마르트의 말에 가볍게 웃었다.
“자네가 걱정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아. 아마도 그는 형님의 명에 이미 출병 준비를 마쳤겠지. 하지만 이 가도를 통해서 남부로 가려면 결국 후작령을 통과할 수밖에 없지.”
7만의 대군을 출병한 루온과 달리 올리번은 고작 서른 명의 호위병만을 대동했다.
‘베스탈 후작은 무능하다고 할 수 있지만 그의 영지엔 남부 수비를 맡고 있는 등기사단이 있다.’
게다가 후작령엔 2만의 병사가 배치되어 있었다.
남부 수비를 위해 그들을 뺄 수는 없겠지만 적어도 자신들을 방해하기에는 충분한 숫자였다.
‘2만 대 30인가…….’
비교할 것도 없는 전력 차이였다.
만약, 베스탈 후작이 루온의 명에 마음먹고 올리번을 통과시켜 주지 않으려고 한다면 과연 자신들이 빠져나갈 수 있을까.
‘아버님의 말씀대로 만에 하나 내가 황자님을…….’
턱-
그때였다.
생각에 잠겼던 마르트는 자신의 어깨를 두들기는 올리번의 손길에 깜짝 놀라며 그를 바라봤다.
“얼굴에 고민이 다 보여. 자네의 물음처럼 지금도 무엇을 걱정하는지 잘 알겠어. 하지만 자네가 해야 할 일은 그게 아니라 내 호위잖아.”
“……예?”
“고민을 하고 해결을 하는 건 기사가 아니라 왕의 몫이니까.”
순간, 마르트는 온화하게만 보였던 그의 눈빛에서 범접할 수 없는 위엄을 느꼈다.
“화, 황공하옵니다, 황자님.”
그는 자신도 모르게 고개를 숙였다.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그때였다.
가도의 코너를 돌자 보랏빛의 갑옷을 입은 한 무리의 기사들이 올리번을 기다리고 있었다.
“……!!!”
그 순간, 마르트는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선두에 선 사람은 다름 아닌 등(藤)기사단의 부단장인 제르반그 경이었다.
‘설마…….’
어째서일까.
깊이를 알 수 없는 올리번의 모습에서 하룬 자작과 같은 경외심이 아닌 그는 두려움이 느껴졌다.
* * *
로드 타워(Lord Tower).
와아아아아아—!!!
와아아아–!!
사방에서 귀를 찢을 듯한 고함이 들렸고 연이어 깃대를 바닥에 찍어대는 것이 마치 지진이라도 일어난 것처럼 땅이 울렸다.
“…….”
성벽 위에서 당장에라도 돌진을 하려는 것처럼 기세를 올리고 있는 제국군을 바라보며 마르제는 수심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왕궁은?”
“아직 별다른 기별이 없습니다. 토의 중이라는 답변만 계속 돌아올 뿐입니다.”
“멍청한……! 책상머리에만 앉아 있으니 전황을 알 턱이 있나.”
덥수룩한 수염을 쓸어 넘기며 그는 전방을 바라봤다.
비록 소드 마스터의 경지에는 오르지 못했지만, 백전노장인 마르제는 결코 제국군이 두렵거나 하지 않았다.
단지 자신에게 보란 듯이 성 앞에 집결시켜 벌써 한나절이 넘도록 포박을 한 채로 세워 둔 국경 지대의 백성들이 마음에 걸릴 뿐이었다.
“터틀 캐슬에서는 전갈이 왔더냐.”
“네. 저희 쪽만 수락한다면 문을 열 용의도 있다고 합니다.”
“능구렁이 같은 녀석. 지금까지 트윈 아머가 삼국의 방패가 될 수 있었던 것은 내부의 모습을 극비로 지키고 있었기 때문이다. 저들을 들인다는 건 우리의 약점을 그대로 보여주는 것과 다름없는데.”
아벤 역시 애초에 통과시킬 생각이 없었다.
마르제는 아벤이 자신이 절대로 타워의 문을 열지 않을 것이라는 걸 알고 이런 말을 한 것이 틀림없다고 생각했다.
전적으로 자신에게 모든 걸 떠넘기기 위해서 선수를 친 것이다.
‘제국에 밉보이지 않고 자신의 왕국을 지킬 수 있는 방법이니까. 잔머리를 쓰는 건 왕궁 녀석들만이 아니군.’
그는 아벤이 못마땅했지만 애초에 그런 자신의 성미와는 맞지 않은 일이었다.
“언제든 출전할 수 있도록 준비하도록 하라.”
“알겠습니다.”
부관은 그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쿠그그그그…….
그때였다.
갑자기 맑았던 하늘이 순식간에 어두워지기 시작했다.
“비가 올 거라는 보고는 없었는데…….”
부관은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중얼거렸다.
하지만 누가 봐도 저것이 단순한 먹구름이 아니라는 것쯤은 알 수 있었다.
“자, 장군님!!”
갑작스러운 기현상과 함께 로드 타워 소속의 마법사가 황급히 그를 찾는 외침이 들렸다.
“마…… 마굴입니다!!!!”
루온 진형.
이유도 없이 붙잡혀 온 백성들은 논바닥에서 고개도 들지 못한 채 무릎을 꿇고 그저 무엇이든 이 상황의 결과가 빨리 나오길 바랄 뿐이었다.
‘도대체 왜…….’
‘빌어먹을 어째서 우리가…….’
속으로는 온갖 욕을 퍼붓고 있지만 그래 봐야 자신들은 힘없는 백성일 뿐이었다.
가뜩이나 이번 추수 때 세를 높인다는 말에 원망스러웠는데 지금은 그런 불만이 사치였다는 것을 깨달았다.
이제는 목숨이 오락가락하는 상황이니까.
가까스로 보릿고개를 지나 이제 겨우 추수를 할 수 있다고 생각한 논 위에 공들여 기른 곡식들을 밟고 서 있는 심정은 찢어질 것 같았다.
“내가 원망스러운가.”
루온은 그들을 바라보며 말했다.
하지만 누구 하나 대답을 하는 사람은 없었다. 행여 입이라도 뻥끗하는 순간에 목이 달아날 것을 그들은 잘 알고 있었으니까.
“원망을 하려거든 내가 아닌 저들을 원망하거라. 제국의 반하는 만용을 부렸으니까.”
약속한 하루가 지나자 그는 더 이상 기다릴 수 없다는 듯 아지프를 바라보며 말했다.
“대열을 정비하라.”
그의 말이 끝남과 동시에 타워를 향해 깃대를 흔들고 소리를 치던 병사들의 외침이 일제히 멈췄다.
긴 정적이 감돌았다.
하지만 그 침묵이 앞으로 있을 맹렬한 전투를 알리는 신호라는 것을 모두 알고 있었다.
“황자님, 그러면 이들은…….”
“제국이 소국에게 제공할 수 있는 모든 배려를 나는 하였다. 그럼에도 받아들이지 않는다는 것은 이들의 미래도 저들과 똑같다는 말이겠지.”
붙잡힌 백성들은 루온을 바라보며 소리쳤다.
“사…… 살려주십시오!!”
“황자님!!!”
“목숨만은……!!”
서걱-
그들의 외침에 대한 대답으로 루온은 표정 하나 변하지 않고서 가장 옆에 무릎 꿇고 있던 남자의 목을 베었다.
“흐…… 흐이익!!”
“꺄아악!!”
루온은 차갑게 말했다.
실상은 관심도 없지만 마치 어쩔 수 없다는 듯 연기를 하듯 그는 중얼거렸다.
“나는 너희들의 목숨이 아까워 제안했던 것이나 아쉽게도 저들은 너희들의 목숨이 아깝지 않은 것 같으니 어쩌겠는가.”
루온이 손을 들어 올렸다.
척-!! 처척–!!
차아악–!!
루온이 손을 들어 올리자 포로의 주위를 지키고 있던 병사들이 일제히 무기를 겨누었다.
도망을 칠 구멍도 보이지 않았다.
포로들은 망연자실한 얼굴로 이제 곧 자신의 심장을 꿰뚫을 날카로운 날을 바라볼 뿐이었다.
“…….”
그가 손을 내리면 그들의 목숨은 끝날 것이다. 천천히 루온의 손이 내려가는 순간.
그때였다.
쿠그그그그그그……!!!!
갑자기 세상이 정전이라도 된 것처럼 어두워지더니 순식간에 하늘에 먹구름이 꼈다.
마치, 밤이 찾아온 것 같은 어둠에 내려가던 루온의 손이 멈추었다.
“뭐지?”
루온은 자신의 머리 위로 느껴지는 을씨년스러운 느낌에 굳은 얼굴로 하늘을 바라봤다.
사람들은 자신의 목숨을 앗아 갈 뻔했던 그의 팔이 멈춘 것에 안도했지만 그 평온은 얼마 가지 않았다.
뭔가 이상하다.
“……!!!!”
마치, 비처럼 떨어지는 무언가.
그것을 본 순간 하늘을 응시하던 루온의 눈동자가 커졌다.
내리던 손이 다급하게 다시 하늘을 가리켰다. 파르르 떨리는 입술로 그가 소리쳤다.
“쏴…… 쏴라!!!”
그가 가리킨 건.
구멍이라도 뚫린 것 같은 하늘에서 까마득하게 쏟아지는 몬스터들이었다.
* * *
쿵-!! 쿠우웅–!!
하늘에서 낙하하는 몬스터의 정체를 본 순간 제국군이나 트윈 아머나 할 것 없이 모두가 경악을 금치 못했다.
공포로 굳어져 넋이 나간 얼굴로 하늘을 바라보던 사람들의 머리 위로 무언가가 휙- 하고 날갯짓을 하면서 지나쳤다.
콰드득.
뼈가 부러지는 듯한 소리와 함께 “아아악-!!” 하는 비명이 아련하게 하늘로 멀어졌다.
쿵……!! 쿵……! 쿵!!
콰아앙……!!
불과 몇 초가 지나고 난 뒤에 갈기갈기 찢겨 토막이 난 사람들의 시체가 마치 비처럼 하늘에서 떨어졌다.
“꺄아아악!!!”
“으아악!!”
머리 위로 떨어지는 살점들과 핏물에 사람들은 미친 듯이 소리치면서 도망치기 시작했다.
[키륵…… 키르륵!!] [키키킥!!!]하늘을 가득 채운 하피 떼들이 공포에 찬 그들의 모습이 즐거운 듯 웃어 재끼기 시작했다.
쿠그그그그…….
구그그…….
하피들을 쏟아 냈던 하늘에 뚫린 거대한 차원문이 서서히 아래로 내려오더니 제국군과 트윈 아머 사이에 거울처럼 직각으로 세워졌다.
우우웅-
차원문이 지면과 연결되듯 이어지더니 거대한 동굴의 형태가 만들어지기 시작했다.
“말도 안 돼…….”
백전노장인 마르제조차 S급 마물이 생성되는 모습을 눈으로 직접 목격하는 것은 처음이었다.
“공격하라!!”
트윈 아머의 병사들은 성 밖에서 화살과 마법 포격으로 응전했지만 성을 향해 오는 괴물들을 상대하는 것만으로도 벅찼다.
“장군님……!! 제국군이 후퇴하고 있습니다!!”
“전방의 사람들이……!!”
갑작스러운 마굴의 등장에 제국군은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중앙에 잡아 놓았던 포로들을 버리고 포나인 강가 쪽으로 전선을 빠르게 후퇴하고 있었다.
성한 몸으로도 몬스터에게 도망치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아아악……!!”
“아악!!!”
“사, 살려줘……!!”
그런데 엎친 데 덮친 격으로 팔다리가 포박되어 있던 사람들은 제대로 몸도 가누지도 못한 채 몬스터들의 이빨에 유린당하고 있었다.
백성들의 비명이 성안까지 밀려들어 왔다.
빠득-
마르제는 그 광경에 자신도 모르게 이빨을 갈았다.
‘뭐가 이스탄의 방패란 말이냐……!!’
눈앞에 백성들이 죽어 가는 것을 보면서도 마르제는 쏟아지는 몬스터들에 성문을 열 엄두도 내지 못했다.
말 그대로 아비규환(阿鼻叫喚)이었다.
[크오오오오–!!]하지만 그것이 끝이 아니었다.
갑자기 울리는 거대한 울음소리에 신나게 하늘을 날던 하피들이 겁을 먹은 듯 비둘기 떼처럼 황급히 흩어지기 시작했다.
쿠웅…… 쿠웅…… 쿵……!!
발걸음이 움직일 때마다 지축을 흔들리는 소리가 들렸다. 마굴의 입구에서 모습을 드러낸 몬스터.
거대한 도끼와 날카로운 두 개의 뿔.
[푸르르…….]숨을 내뱉을 때마다 씰룩이는 입술 사이로 흐르는 침이 바닥에 뚝뚝 떨어졌다.
“미, 미노타우르스?!”
병사들은 마물의 등장에 놀라 소리쳤다.
* * *
“제, 제길……! 이게 무슨 꼴이란 말이야!!”
루온은 갑작스럽게 벌어진 이 사태에 어처구니가 없다는 듯 소리쳤다.
“그나마 다행입니다. 포로로 잡아 뒀던 자들이 방패가 되어 몬스터들의 진격을 막고 있습니다. 이대로 전선을 물리면 몬스터들은 저희 쪽이 아닌 트윈 아머 쪽으로 방향을 잡을 겁니다.”
아지프는 상공에서 생성된 차원문이 점차 아래로 하강하며 거대한 마굴을 만들기 시작하는 것을 바라보며 생각했다.
“저희들이 아니더라도 저 정도의 마굴이라면 트윈 타워라 할지라도 큰 피해를 감수해야겠지요. 조금 시간이 걸리겠지만 병력의 손실 없이 성을 넘어갈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제길, 이런 식이라면 아버님을 뵐 낯이 없다.”
루온은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일어나는 이 상황이 마음에 들지 않은 듯 말했다.
‘그런데 미노타우르스라니……. S급 마굴이 그 어떤 전조도 없이 이렇게 갑자기……? 분명 상급 마굴은 그전에 하급 마굴들이 생성된 이후에 나타나는데…….’
이렇다 할 보고를 받은 것도 없었다.
아지프는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으로 뒤를 돌아봤지만 죽어 가는 사람들의 모습에 고개를 돌렸다.
‘어쩔 수 없는 일이야.’
그래, 그들로서는 억울하겠지만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어차피 이런 일이야 수없이 겪었던 일이잖은가.
아지프는 그렇게 자신을 다그쳤다.
히이이이잉……!!!
그때였다.
선두에 선 말들이 갑자기 멈추면서 울음소리가 들렸다. 잘린 하피의 목이 사방에 떨어져 있었다.
“제국의 황자의 진짜 모습은 이런 건가.”
나지막하게 들리는 목소리.
“누, 누구냐!!!”
고개를 돌리자 목이 잘린 하피 시체가 쌓여 있는 위에 앉아 있는 소년이 보였다.
갑자기 나타난 그의 모습에 기사들은 황급히 루온을 보호하며 소리쳤다.
저벅- 저벅- 저벅-
시체의 산에서 내려와 카릴은 천천히 걸음을 옮겼다. 어찌 된 영문인지 기사들은 그가 다가오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를 저지하지 못했다.
압도되는 느낌.
검집에서 검을 뽑지 못한 채 기사들은 그저 긴장된 얼굴로 그를 바라봤다.
“왕이 될 자라는 녀석이 백성을 방패막이로 쓰고 도망치는 건…….”
정적이 흘렀다.
“루온.”
카릴은 고개를 들어 그를 바라봤다.
“단순히 이기적인 판단이냐.”
자신의 이름을 아무렇지 않게 부르는 카릴의 모습에 황자는 굳은 얼굴로 그를 노려봤다.
“아니면…….”
앳되어 보이는 모습이었지만 그의 입에서 나오는 말투는 전혀 그렇지 않았다.
카릴은 입꼬리를 올리며 물었다.
“쫄았냐?”
그 순간.
황자의 얼굴이 일그러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