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9th Class Swordmaster: Blade of Truth RAW novel - Chapter (128)
9클래스 소드 마스터 : 검의 구도자 9클래스 소드 마스터 – 검의 구도자-128화(128/497)
105. 남부의 재앙 (3)
“이…… 개새……!!!”
루온은 차마 황자로서 담기 어려운 말을 뱉으며 허리에 차고 있던 검을 뽑으며 소리쳤다.
턱-
그러나 그의 검은 끝까지 뽑히지 못했다.
“……!!”
놀랍게도 아무렇지 않게 기사의 포위를 뚫고 카릴이 루온의 검 손잡이를 손가락으로 밀었다.
“이, 이게!!”
안간힘을 썼지만 움직이지 않는 검에 루온은 당황한 듯 소리쳤다.
“네놈!!!”
찰나의 순간이었다.
유일하게 기사 중 아지프만이 카릴에게 반응하여 황자와 그의 사이를 갈라놓았다.
차아앙—!!
있는 힘껏 아래에서 위로 검을 쳐올렸다.
쇠붙이가 부딪히는 날카로운 소리와 함께 두 사람의 거리가 벌어졌다.
“정체를 밝혀라. 감히 어느 안전이라고 이토록 무엄한 짓을 저지르느냐.”
아지프가 검에 마나 블레이드(Mana Blade)를 불어 넣었다. 특유의 뇌속성의 전격이 번뜩이며 검날이 불타오르기 시작했다.
“흐음.”
카릴은 그 모습을 바라보며 가볍게 탄성을 질렀다.
“마나 블레이드의 위세가 대단하군. 최상급 소드 익스퍼트의 경지라고 들었는데. 아마도 제국에서도 총단장인 벨린 발렌티온과 크웰 맥거번을 제외하고 가장 강한 기사겠지.”
카릴의 말에 아지프의 얼굴이 굳어졌다.
자신의 검을 보고도 아무렇지 않게 대할 수 있는 사람이 과연 몇이나 될까.
게다가 그의 뒤에는 7만의 대군이 있었다.
소드 마스터라 할지라도 이런 미친 짓은 하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그의 눈에 지금 이 정체를 알 수 없는 소년은 오히려 자신을 보고 즐기는 것 같았다.
“그런 힘을 가지고 도망치는 건가? 고작 미노타우르스에게? 비록 S급 마물이라고는 하지만 7만 대군이 공략하지 못할 마굴은 아닐 텐데.”
그리고 그 느낌이 맞았다.
“황실 친위대라는 명성이 아깝군. 크웰 맥거번이었더라도 과연 이랬을까?”
비아냥거리듯 자신들을 향해 말하는 소년의 말에 아지프의 얼굴이 굳어졌다.
“닥쳐라!!”
냉정을 유지하던 그가 결국 크웰의 이름이 거론되자 참지 못하고 카릴을 향해 달려들었다.
파즈즈즉……!!
검날의 전격이 사방으로 뿜어져 나왔다.
아지프의 검이 샛노랗게 빛나면서 뜨겁게 달궈진 듯 열기를 뿜어냈다.
그의 몸이 활처럼 휘면서 두 손으로 쥔 검을 위에서 아래로 카릴을 향해 정확히 그었다.
카릴이 뒤로 물러나자 굉음과 함께 그의 검이 바닥에 박혔다.
타다당—!!!
바닥에 꽂힌 아지프의 검을 있는 힘껏 카릴이 발로 차자 그의 몸이 휘청거리면서 흔들렸다.
“크윽!!”
하지만 실력 있는 기사인 그는 카릴의 단발 공격에도 넘어지지 않고 그 반동을 이용해서 다시 한번 검을 그었다.
순간.
카릴이 아지프의 영역 안으로 순식간에 파고들었다.
“……!!”
그가 반응하기도 전에 카릴은 보란 듯이 그의 검을 튕겨 내며 비어 있는 공간으로 검을 찔러 넣었다.
1번째 왕관 자세(Crown Posture).
카릴의 검이 아지프의 가슴을 베기 직전.
그는 검을 물리며 검날 대신 주먹을 쥐었다가 펼치며 손바닥으로 그의 가슴을 밀었다.
콰아앙—!!!
두 사람 사이에서 공기가 폭발하는 듯 굉음이 터져 나왔다.
뒤로 물러선 아지프의 검날의 전격이 마치 산화되는 것처럼 희뿌연 연기와 함께 타닥- 타닥- 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내 검을…… 받아냈다?’
전력을 다한 공격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카릴에게는 여유가 느껴졌다.
‘정체가 뭐지……?’
알 수 없는 압박감.
이건 소드 마스터인 크웰 맥거번과 벨린 발렌티온에게서도 느껴 본 적이 없는 기세였다.
마치…….
인간의 것이 아닌 것 느낌.
아지프는 본능적으로 눈앞에 있는 상대가 위험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부…… 붙잡아!!!”
두 사람의 거리가 벌어지자 루온은 다급하게 외쳤다. 그러자 호위하던 기사들이 일제히 카릴을 향해 달려들었다.
“크아아아아—!!”
“와아아아–!!!”
아지프의 경지에는 못 미치지만 루온을 따라온 기사들은 금(金)기사단 내에서도 손에 꼽히는 정예들이었다.
저마다 실력에는 자신이 있었다.
게다가 이번에 징집된 금기사단의 수는 모두 30명. 소드 마스터라 할지라도 이들을 일제히 상대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닐 것이다.
“머…… 멈춰!!”
그러나 아지프는 자신의 기사들을 향해 소리쳤다.
그들로서는 역부족이라는 것은 단 한 번 검을 섞은 것만으로도 그는 알 수 있었다.
파악-!
카릴이 주먹을 바로 앞에 있는 기사의 옆구리를 있는 힘껏 꽂아 넣자 둔탁한 소리와 함께 무언가가 부서지는 소리가 들렸다.
“아아악!!!”
갑옷 위에 찔러 넣은 주먹이 부서진 게 아닐까 싶었지만 비명을 지르는 것은 카릴이 아닌 기사였다.
“컥…… 커컥.”
쇳소리를 내는 것처럼 제대로 숨도 쉬지 못하는 기사는 카릴의 앞에서 몸을 부르르 떨더니 그대로 고꾸라지고 말았다.
“…….”
“…….”
일격을 맞은 기사의 깨진 갑옷 파편이 바닥에 떨어진 것을 보며 기사들은 넋이 나간 표정으로 카릴을 바라봤다.
‘저 마력은 도대체 뭐야……?’
어느 정도 경지에 오르면 마나 블레이드를 검이 아닌 자신의 신체에도 적용할 수 있긴 하다.
파즉…… 파즈즉…….
하지만 보랏빛의 전격을 뿜는 마력을 처음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이곳에 있는 자 중에 비전력에 대해서 아는 사람이 아무도 없었다.
단 일격에 동료가 쓰러지자 기사들은 섣불리 카릴에게 다가갈 엄두를 내지 못했다.
“진정해. 나는 너희들과 싸우려고 온 것은 아니니까. 뭐, 내가 조금 도발을 하긴 했지만 천 명이 넘는 사람 목숨을 내다 버리고 가는데 이 정도 쓴소리는 들어야지. 안 그래?”
카릴은 쓰러진 기사를 한쪽 발로 밟고서 말했다.
“너희 제국 놈들은 앞으로도 더 많은 목숨을 그렇게 내다 버릴 게 분명하거든.”
“……뭐?”
루온은 그의 말에 이해할 수 없다는 듯 인상을 구겼다. 7만의 대군이 고작 한 사람에게 막혔다.
있을 수 없는 일이 일어나고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한 명을 뚫을 만한 자신감이 쉽사리 들지 않았다.
“적어도 당신보다 늙은 방패가 더 기사다운 것 같군.”
콰아아앙—!!
콰가강–!!
후방에서 들려오는 폭음 소리.
지금까지 굳게 닫혀 있었던 로드 타워의 성문이 열리며 선두에 선 마르제의 모습이 보였다.
“모든 기사는 마굴의 몬스터를 막는다!!! 병사들은 포로들을 구출하는 데 주력하라!!”
그가 거대한 철퇴를 휘두르며 마굴에서 쏟아지는 몬스터들을 상대했다.
트드드득—
기세를 몰아 터틀 캐슬의 성문이 열리고 다리가 내려오자 그 안에 있던 트바넬의 병력도 쏟아져 나왔다.
“마르제는 그렇다 쳐도 아벤은 좀 의외인데. 성을 끼고 수비하는 게 가장 좋은 방법인데 저 늙은이마저 결국 나오고 말다니 말이야.”
그렇게 말했지만 카릴은 마르제와 아벤의 결단이 싫지 않은 표정이었다.
“온정에 휩쓸린 건지는 모르겠지만, 너희들 생각대로 몬스터에 의해서 트윈 아머의 병력이 줄어들긴 하겠어. 하지만 그 대신 살아남은 사람들은 너희에 대해서 말하겠지.”
카릴은 루온을 지나치며 나지막하게 말했다.
“추악한 겁쟁이들이라고.”
* * *
“싸워라!!! 싸워!!!”
“1, 2, 3열의 방패병은 대형을 유지한다!! 사람들이 도망칠 때까지 절대로 몬스터들이 방패를 넘어오지 못하게 막아!!”
아벤의 외침에 따라 로드 타워와 터틀 캐슬, 너 나 할 것 없이 병사들은 마치 훈련이라도 했던 것처럼 그의 지시를 따랐다.
마르제와 아벤은 오랜 세월 서로 싸웠던 적이었던 만큼 서로의 병력에 대해서 속속들이 잘 알고 있었다.
“검병조는 마법사들의 호위를 맡는다!!”
“창병!! 앞으로!!”
서로 말을 맞추지 않아도 마르제가 마굴의 입구로 기사단을 몰고 가자 아벤은 자신의 기사단을 그에게 내어주었다.
그 대신 로드 타워의 병사들은 아벤의 지휘를 따랐고 부관들 역시 망설임 없이 그의 지시를 따랐다.
자신의 병력을 아무렇지 않게 맡기 수 있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그것은 수십 년간 전장에서 만나 서로 검을 섞었기에 얻을 수 있었던 특이한 믿음이었다.
‘로드 타워와 우리 쪽의 기사를 모두 합쳐봐야 50명이 조금 넘을 뿐이다. 마르제가 있다고는 하지만 아슬아슬하군.’
단순히 믿음이 근거가 되어 두 성의 기사단이 합동 공격을 하는 것은 아니었다.
그만큼 미노타우르스는 50명의 기사로도 버거운 몬스터였기 때문이다.
“왼쪽이 비었다!! 터틀 캐슬의 병력을 불러!”
“네? 하지만 제국군이 있는 상황에서 성의 병력을 더 뺐다가는…….”
“어차피 성문을 연 순간 이미 뒤를 생각할 수도 없다. 마르제 저 늙은이가 나섰으니 어쩔 수 없어! 무슨 일이 있어도 우린 사람들을 대피시킨다.”
“알겠습니다!”
아벤은 만약 자신이 마르제였다면 성문을 열 생각은 절대로 하지 않았을 것이다.
단순히 몬스터가 문제가 아니었다.
그 뒤에 있을 7만의 제국군이 자신들을 노릴 것이 분명했으니까.
“나도 늙었나 보군……. 저렇게 하지 않으면 저 인간이 아니지.”
어쩐지 그런 마르제의 행동이 아벤 역시 썩 마음에 들지 않는 것은 아닌지 피식 웃었다.
‘그건 그렇고 어째서 제국군 놈들이 움직이지 않고 있는 거지? 전선을 물렸다가 몬스터들과 함께 성을 칠 거라고 생각했는데…….’
포로를 버리고 빠지는 것까지는 그의 예상대로였다. 하지만 포나인 강가 근처로 전선을 빼고 난 뒤에 어째서인지 제국군의 이동이 멈추었다.
‘무슨 일이라도 생긴 건가.’
하지만 전투로 바쁜 지금 제국군의 상황까지 확인할 방법은 없었다.
[크르르르르르……!!]그때였다.
괴성과 함께 순간적으로 시야가 어두워졌다. 아벤이 위를 쳐다보자 마치 단두대의 도끼가 내려오는 것처럼 자신을 향해 떨어지고 있었다.
콰아아앙—!!
굉음과 함께 주위에 있던 병사들이 튕겨 나갔다.
말에서 떨어져 바닥을 구르던 아벤이 황급히 바닥을 움켜쥐며 소리쳤다.
“빌어먹을!! 마르제는 도대체 뭘 하고 있는 거야!! 어째서 이놈이 여기에……!!”
아벤은 눈앞에 나타난 미노타우르스를 바라보며 소리쳤다.
그러나 고개를 돌렸을 때 마굴의 입구에서 또 다른 미노타우르스와 싸우고 있는 그를 볼 수 있었다.
‘S급 몬스터가 두 마리나 동시에……?!’
언뜻 보기엔 마굴의 입구가 하나처럼 보였지만 통로처럼 연결되어 있는 두 개의 양쪽 구멍에서 동시에 몬스터들이 리스폰 되고 있었다.
최악이었다.
한 마리도 버거운 상황에서 두 마리의 미노타우르스를 상대할 수 있는 기사의 수가 턱없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제길……!! 성의 병력은!!”
“그게 아직…….”
아벤은 미노타우르스의 도끼에 완전히 와해가 돼버린 왼쪽 병력을 보며 소리쳤다.
“사, 살려줘!!”
“으아악!!”
본진 안쪽까지 들어온 몬스터에 사람들은 허둥지둥 도망치기 시작했다. 혼란으로 인해 병사들과 백성들이 뒤엉켜 진형조차 제대로 유지되지 않았다.
‘이대로라면 위험하다.’
아벤은 부러진 지휘봉은 던져 버리고는 검을 뽑았다.
‘최악의 상황이라면 내가…….’
마르제에 비할 바는 아니지만 그 역시 기사단의 단장이었다.
일선에서 물러났다고는 하지만 자신을 제외하고 미노타우르스를 상대로 시간을 벌 수 있는 자는 몇 되지 않았다.
그때였다.
콰아아앙—!!!
날카로운 송곳처럼 몬스터 무리의 후방을 찌르는 병력이 있었다.
엄청난 돌파력으로 병력은 수백 미터를 질주하며 순식간에 미노타우르스가 있는 안쪽까지 파고들었다.
‘저건…… 누구지?’
갑작스럽게 나타난 일대의 병력에 아벤은 정신을 차릴 수 없었다.
기사단이라 할지라도 이렇게 빠른 속도로 몬스터를 쓸어버리기는 힘들 것이다.
“……!!!”
그 순간.
그의 눈에 들어온 한 사람이 있었다.
‘저 사람은…… 비올라 왕녀?’
예전에 왕국에서 열리는 연회에 참석했던 기억을 떠올렸다.
어렸을 적에 봤던 얼굴이 아직 남아 있어 아벤은 그녀를 쉽사리 알아볼 수 있었다.
게다가 그때도 그녀의 옆을 지켰던 그레이스를 보며 확신을 할 수 있었다.
‘펜리아 왕국에서 지원군이 온 건가……? 하지만 어째서 왕녀가 직접…….’
아벤은 황급히 주위를 살폈다.
그녀와 그레이스를 따르는 몇 명의 기사들을 제외하고 나머지 병력은 처음 보는 무장을 하고 있었다.
‘저런 부대가 있었던가?’
검은색의 가죽 갑옷과 푸른빛이 나는 무구를 들고 있는 병사들의 기세는 어쩐지 예사롭지 않았다.
그들이 누군가는 중요하지 않았다.
순식간에 몬스터를 정리하는 불명의 군대에게 그저 감사할 따름이었다.
‘덕분에 살았구나.’
주위의 몬스터가 정리되자 혼란에 빠졌던 병사들도 전열을 가다듬기 시작했다.
부대가 터준 길을 따라 남아 있던 백성들도 트윈 아머의 안전지로 도망칠 수 있었다.
‘서둘러 전열을 가다듬어야 한다.’
고비는 넘겼지만 아직 가장 큰 적이 남아 있었다.
[크오오오—!!!]미노타우르스의 포효에 병사들이 황급히 무기를 들고서 녀석의 주위를 에워싸기 시작했다.
“막아라!! 마르제의 기사단이 돌아올 때까지 절대로 선 안으로 녀석이 들어가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
아벤은 병사들을 독려했지만 상황은 좋지 않았다.
기사단이 빠져 있는 상황에서 일반 병사들로 미노타우르스를 막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한 일이었다.
그는 그저 할 수 있는 것은 최대한 시간을 버는 일이라 생각했다.
“그럴 필요 없습니다. 병사를 물리세요.”
그의 옆으로 다가온 비올라가 굳은 얼굴로 말했다.
어쩐지 말을 하고 있는 그녀의 얼굴에서도 놀라움이 느껴지고 있었다.
“예?”
그때였다.
“……?!”
아벤은 조금 전까지 날뛰던 미노타우르스가 어쩐 일인지 움직이질 않고 몸을 부르르 떨고 있는 것을 깨달았다.
그 순간 그녀가 했던 말에 대한 의문에 대한 대답은 경악으로 다가왔다.
“흐음.”
그의 눈에 미노타우르스의 어깨에 올라타 여유로운 표정으로 녀석의 목덜미를 움켜쥐고 있는 카릴의 모습이 꽂혔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