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9th Class Swordmaster: Blade of Truth RAW novel - Chapter (129)
9클래스 소드 마스터 : 검의 구도자 9클래스 소드 마스터 – 검의 구도자-129화(129/497)
105. 남부의 재앙 (4)
촤르르륵—!!!
미노타우르스의 목덜미를 움켜잡고 있던 카릴은 얼음 발톱을 허리에 차고 그 대신 아그넬을 꺼내 들었다.
다른 사람에게는 그 짧은 단검이 단단한 몬스터의 껍질이나 뚫을 수 있을까 의아해 보이지만, 온전한 청린으로 만들어진 아그넬은 알른 자비우스조차 인정한 무구였다.
‘S급 마물이지만 녀석의 구조는 결국 짐승과 다를 바 없다. 가장 취약점은 환추골과 축추골 사이의 관절.’
카릴이 아그넬을 잡은 손에 마나를 주입하자 우윳빛의 오러가 단검의 날에 응축되었다.
푹-!!! 푹! 푹!!
서걱–!!
인정사정없이 그는 있는 힘껏 미노타우르스의 목덜이에 단검을 박아 넣었다.
파즉즉……!! 파즈즈즈즉……!!
오러가 뿜어져 나오는 검날에 비전력을 쏟아붓자 마치 전기로 지진 것처럼 단검이 박힌 자리에서 보랏빛의 전격이 번뜩였다.
[크우우우오오오오오—!!!]척추를 타고 흘러내리는 뜨거운 고통에 녀석은 비명 아닌 포효를 지르며 요동치기 시작했다.
“피해!!”
“모두 물러서!!”
마치 투우사처럼 오른발로 미노타우르스의 머리 위를 밟고 녀석의 갈기를 움켜쥐고서 연신 검을 찔러 대는 카릴의 모습에 병사들을 넋을 놓고 바라보다가 황급히 흩어지기 시작했다.
‘움직임을 봉쇄한 다음에는 가시돌기 양쪽에 있는 근육을 손상시켜 반격을 못 하도록 만든다.’
박아 넣은 단검을 비틀자 쩌저적-! 하는 소리와 함께 미노타우르스의 붉은 근육들이 적나라하게 나타났다.
부드득……!!
콰득!!
카릴이 녀석의 껍질을 잡아당기자 목덜미에서 등까지 이어지는 뼈 양쪽으로 마치 숨을 쉬듯 움직이는 살점들이 보였다.
가차 없이 그 안으로 카릴은 검을 찔러 넣었다.
[크아아아아아……!!]그가 검을 휘저을 때마다 마치 도축을 하는 것처럼 사방으로 녀석의 살점들이 떨어져 나갔다.
“우악……!!”
“와아아악……!!”
병사들은 머리 위로 쏟아지는 살덩이와 붉은 피에 소리치며 물러섰다.
쿠웅……!!
어깨뼈 안쪽까지 근육들이 모두 잘려 나가자 미노타우르스는 거친 숨을 몰아쉬며 들고 있던 도끼를 바닥에 떨어뜨렸다.
‘마지막으로 늑골 안쪽에 타격을 주면…….’
카릴은 비틀거리는 녀석의 어깨를 밟고 뛰어내리면서 아그넬을 입에 물고 얼음 발톱을 꺼냈다.
푸우욱……!!
서걱-!
바닥에 착지하기 전에 카릴이 미노타우르스의 갈비뼈 안쪽으로 검을 박아 넣고는 몸을 회전하며 있는 힘껏 가로로 그었다.
살점이 잘려 나가는 섬뜩한 소리와 함께 녀석의 옆구리에서 붉은 피가 쏟아져 나왔다.
[쿠우우오오오……!!]고통에 찬 미노타우르스는 카릴에게 반격을 하려고 했지만 이미 양팔의 근육이 모두 잘려 나간 터라 도끼도 들 수 없는 상황에 녀석은 그저 포효를 지를 뿐이었다.
‘대단하다…….’
아벤은 카릴의 싸움을 보며 순수한 마음으로 감탄하지 않을 수 없었다.
기사단이 달라붙어도 이기기 어려운 마물을 순차적으로 약점을 노려 순식간에 사냥해 버리는 카릴의 모습은 단순히 노련하다는 말로는 부족했다.
“마무리를. 녀석의 머리를 잘라 깃대에 올려 제국 녀석들에게 보여주도록 하죠.”
바닥에 착지한 카릴은 아벤을 향해 말했다.
마지막 아킬레스건까지 자르는 것을 잊지 않은 카릴 때문에 미노타우르스는 중심을 잃고 쓰러진 채로 바둥거리고 있었다.
‘이, 이렇게 어린 소년이었나?’
아벤은 가까이서 카릴을 보고서 감탄 이후에 진심으로 놀라고 말았다.
“아, 알겠네. 뭣들 하느냐!! 지금 당장 미노타우르스의 목을 잘라라!!”
와아아아아—!!
와아아–!!
정신을 차린 듯 아벤은 황급히 고개를 끄덕이며 병사들에게 명령 내리자 그들은 기다렸다는 함성을 지르며 쓰러진 마물의 목을 베었다.
성인 남성의 키만 한 미노타우르스의 머리가 눈을 부릅뜬 채로 잘려 나갔다.
“정말 대단하군. 그런 사냥법은 난생처음 보는데……. 어찌 그리 마물에 대해서 잘 아는지 놀랍구려. 다시 한번 저희를 구해 주신 것에 대해 진심으로 감사를 전하오.”
아벤은 검의 손잡이를 위로 하고 두 손을 마주 잡고는 카릴에게 예를 다했다.
비록 약소국이나 마르제와 아벤은 대륙에서 명성이 자자한 기사들이었다.
자신의 생각이 옳다고 판단이 되면 왕의 명령까지 번복할 수 있을 정도의 위세를 가진 자가 카릴에게 예의를 갖추었다는 것은 그를 인정한다는 뜻이기도 했다.
“별말씀을.”
하지만 카릴은 쓴웃음을 지었다.
마물의 약점을 순차적으로 꿰뚫고 하나하나 움직임을 봉쇄해가는 사냥법.
검성(劍聖)의 반열에 오르고 난 뒤부터는 이런 식으로 몬스터를 잡은 적은 거의 없었다.
그리고 회귀를 한 이후에도 이렇게 몬스터를 잡아 본 적은 없었다.
굳이 할 필요가 없었으니까.
미노타우르스가 강한 마물이기 때문이 아니었다.
전생에서는 그보다 더한 몬스터들과 싸워본 경험도 있었고 현생에서 카릴은 미노타우르스는 우스울 자들과 일전을 벌이기도 했었다.
‘솔직히 알른 자비우스라든지 폭염왕에 비한다면 녀석은 너무 쉬운 상대지.’
꿈틀-
그 순간.
카릴은 얼음 발톱을 쥐고 있는 오른쪽 손등에서 욱신거리는 느낌을 받았다. 그의 손등에 마치 혹이 난 것처럼 붉게 부풀어 있었다.
화룡의 거처에서 얻은 아인 트리거가 심어져 있는 오른팔이 그의 검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듯 씰룩거리는 것 같았다.
얼음과 불.
상성인 두 힘은 마치 힘겨루기라도 하는 듯 카릴이 마력을 끌어 올릴 때마다 이런 식이었다.
‘조금만 더 기다려, 라미느. 네가 만족할 만한 검을 얻을 테니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가 미노타우르스를 사냥하는 데에 있어서 이런 번거로운 방법을 쓴 이유는 따로 있었다.
그의 사냥법은 어린 시절 그의 아버지인 검은눈 일족의 족장인 칼리악이 가르쳐 줬던 것이다.
와아아아아아—!!!
잘린 미노타우르스의 목이 깃대에 꽂히자 그 모습을 지켜보던 사람들이 일제히 함성을 질렀다.
바로, 이 때문이다.
마력의 유무를 떠나서 S급 마물을 잡을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병사들을 고양시키기에 충분했다.
“베이칸, 키누. 병력을 집결시켜. 지금 바로 마굴을 토벌한다.”
“알겠습니다.”
“넵.”
승리의 기쁨도 잠시, 카릴은 지체하지 않고 자유군에게 명령했다.
“마굴을 토벌하자는 말씀이오? 경의 실력은 알겠지만…… 제국군이 아직 있는 지금 일단 전선을 물리는 것이 어떻소?”
비올라와 그레이스는 카릴의 말에 역시나 하는 표정을 지었지만 아벤은 당혹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전장에서 물러나기는 했지만 여전히 루온의 7만 대군이 트윈 아머를 노리고 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카릴은 고개를 저었다.
“아실 겁니다. 마굴의 외부에 나오는 몬스터들의 수로 마굴의 크기를 가늠할 수 있다는 것을요. 기다릴 시간이 없습니다. 마굴이 완전히 안착이 되기 전에 보스를 제거해야 합니다.”
“그렇긴 하네만…….”
아벤은 여전히 불안한 표정을 지었다.
이유는 간단했다.
마굴이 만들어지기도 전에 필드로 소환된 몬스터가 미노타우르스였다.
“가장 안쪽에 있는 마굴의 주인에 비한다면 녀석들은 약한 것들이겠지. 토벌을 위해선 트윈 아머의 병력까지 써야 할 터. 하지만 병력이 빠지는 걸 안다면 제국군이…….”
아벤은 도대체 얼마나 많은 병력을 마굴 토벌에 할애해야 할지 가늠이 되지 않았다. 성에는 간신히 목숨을 구한 백성들도 있었다.
자칫 잘못하면 다시 한번 그들의 목숨도 위험할지 모른다.
“후우.”
그는 낮은 한숨을 내쉬었다.
외부의 몬스터가 그 정도였으니 그 안에 있는 마굴의 주인의 위세가 어떨지는 가늠조차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걱정 마십시오. 마굴엔 자유군만 갈 거니.”
그 순간.
걱정스러워 하는 그의 얼굴을 보며 카릴은 담담한 목소리로 말했다.
“……!!”
“……!!”
그의 말에 주위의 사람들을 모두 놀란 눈으로 그를 바라봤다.
“저, 저희도 갈 거예요!”
혹여 카릴이 거절이라고 할까 봐 비올라는 다급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런 그녀의 모습에 카릴은 옅은 웃음을 지었다.
‘마물의 왕. 미노스(Minos).’
카릴은 그들과 달리 저 마굴 안에 무엇이 있는지 잘 알고 있다.
전생에서 삼국을 거의 멸망 직전까지 만들었던 미노타우르스의 마굴의 주인.
그 당시에는 싸워보지 못했지만 카릴은 회귀를 하기 위해 파렐(Pharel)을 오를 때 제34층계에서 녀석을 만난 적이 있었다.
이틀의 접전 끝에 녀석을 잡았다.
검성(劍聖)의 위치에 도달했던 그가 밤낮을 가리지 않고 싸우고서야 이긴 것이다.
‘물론 쉬운 상대는 아니다. 하지만…….’
파렐은 모든 마굴의 집합체라고 할 수 있었다.
대륙에 생성되었던 모든 마굴이 그 안에 있었으며 층계를 오를 때마다 난이도는 기하급수적으로 올라갔으며 나중에는 대륙에서 보지도 못했던 몬스터들과 싸워야 했다.
S급 마물이라고 칭해지는 미노타우르스가 고작 파렐에서는 34층계의 파수꾼에 불과하다.
어쩌면 지금 그의 능력은 전생에 파렐에 들어가기 전 검성 시절보다 떨어질지 모른다.
하지만 카릴은 사냥에 실패하거나 미노스에게 질 것이라는 생각은 하지 않았다.
아니, 그건 미노타우르스의 마굴이 아닌 그 어떤 마굴이라도 자신이 있었다.
단순히 마력을 얻었기 때문이 아니다.
얼음 발톱을 가졌고 알른 자비우스에게 비전력을 전수받았기 때문도 아니다. 폭염왕의 힘에 의한 자만도 아니었다.
“…….”
카릴은 물끄러미 검은 마굴을 바라보며 피식 웃었다.
‘생각해 보니 엄청 얻긴 했네.’
그는 회귀하기 위해 억겁의 시간 동안 수많은 파렐의 층을 올랐었다.
카릴은 애초에 몬스터를 대하는 자세 자체가 대륙의 기사들과는 완전히 달랐다.
그가 강한 이유는 거기서 나온다.
공포나 긴장감을 가지지 않는다는 것만으로도 자신의 실력을 온전하게 쓸 수 있게 된다.
그런 카릴의 모습은 다른 병사에게도 이어졌다.
뿐만 아니라 그의 자유군이 강할 수 있는 이유 역시 야만족 특유의 사냥 능력도 있었지만 그 선두에 카릴이 이었기 때문이기도 했다.
‘하지만 아직도 얻을 게 많지.’
카릴은 살짝 입맛을 다시는 것처럼 입술을 깨물었다. 그에게 있어서 남부의 재앙이라 일컬어졌던 끔찍한 마굴은 그저 보물창고에 불과했으니까.
“마르제 경이 회군하면 아벤 경께서는 그를 도와 아직 남아 있는 몬스터들을 정리해 주십시오.”
카릴은 제국군이 있는 포나인 강을 가리키며 말했다.
“그리고 불타 버린 논밭이야 어쩔 수 없지만……. 그에 대한 보상은 제국군에게 받아야겠죠.”
“그게 무슨…….”
마르제와 아벤은 카릴의 말에 서로를 바라보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7만 군세의 보급품이면 겨울을 나기엔 충분할 겁니다.”
카릴은 그런 그 둘을 바라보며 입꼬리를 올렸다.
* * *
“이거 이렇게 하는 게 맞나?”
수안은 강물과 바다가 만나는 해협에 배를 정박시켜 놓고서 중얼거렸다.
“그거 그렇고 신기하네. 마스터의 말대로 어쩐지 물살이 조용한 것 같은데. 날뛰던 포나인이 아니라서 오히려 이상한걸.”
“잔말 말고 어서 시킨 거나 해. 우리는 해야 할 일이 많아. 바로 남부로 가야 하니까.”
두샬라의 핀잔에 수안 하자르는 머리를 긁적이고는 손목에 감아 뒀던 증표를 풀었다.
‘도대체 저걸 어디에다 쓰는 거지.’
카릴과 함께 남부를 갔었던 에이단은 그가 수안에게 맡긴 각왕의 증표를 보며 의아했다.
그가 알기로 그것은 마굴의 주인이라 칭해지는 마물의 이빨로 만들어진 것이다.
하지만 그뿐.
이렇다 할 마력적인 힘을 가지고 있는 것도 아니고 주술이 걸린 것도 아니었다.
“좋아.”
수안은 고개를 한번 끄덕이고는 있는 힘껏 증표를 물 안으로 집어 던졌다.
퐁당.
긴장된 시선이 집중되었다.
“…….”
하지만 고민을 한 것 치고는 너무 잠잠한 강물.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천천히 증표가 가라앉는 것을 바라보던 두샬라가 마지못해 입을 열었다.
“이게 끝?”
“뭐……. 마스터께서 내게 시킨 건 이게 단데.”
수안 역시 알지 못하겠다는 듯 어깨를 으쓱하며 고개를 저을 뿐이었다.
그때였다.
“우, 우아악!!”
“크윽?!”
잠잠했던 강물이 마치 언제 그랬냐는 듯 예전으로 돌아온 것처럼 요동치기 시작했다.
세 사람은 황급히 배의 난간을 붙잡았다.
촤아아악—!!
후두둑……!!
뱃머리가 거세게 흔들리면서 갑자기 물 안에서 무언가가 높다랗게 솟아올랐다.
[크르르르르르…….]그 순간.
폭포처럼 떨어지는 물방울 뒤로 붉은 안광이 번뜩였다. 세 사람은 넋이 나간 얼굴로 멍하니 그것을 바라봤다.
“미친…….”
“각왕의 증표가 이런 식으로 쓰는 물건이었어?”
“마스터가 하는 일이 다 그렇지. 상상하는 것 자체가 바보 같은 짓이야.”
저마다 한마디씩 내뱉었다.
그중에서도 수안 하자르는 익숙한 그 모습을 바라보며 나지막하게 중얼거렸다.
“수왕(水王)…….”
서펀트는 천천히 세 사람을 향해 고개를 숙였다.
마치.
명령을 기다리는 것 같은 모습.
세 사람은 등골이 오싹해지는 전율을 느꼈다.
포나인의 주인이라 불리던 마물의 이마에는 마치 불로 지진 것 같은 각왕(覺王)의 자국이 새겨져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