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9th Class Swordmaster: Blade of Truth RAW novel - Chapter (13)
9클래스 소드 마스터 : 검의 구도자 9클래스 소드 마스터 – 검의 구도자-13화(13/497)
12. 그 날이 오다 (2)
수많은 전투를 치렀음에도 불구하고 카릴의 평생 동안 가장 선명하게 남아 있는 다섯 전투가 있다.
첫 번째는 크웰을 만났던 날.
멸족(滅族).
태어나서 최초의 살인을 본 날이자 자신의 일족이 사라진 그 날은 절대로 잊을 수 없었다.
그리고 두 번째.
‘닷새 뒤에 벌어질 전투.’
카릴은 복도를 지나며 생각했다.
말튼 숲을 지나 나타나는 가도가 좁아지는 숲길.
퇴로마저 차단된 상황.
‘매년 맥거번가(家)의 몬스터 토벌을 알고 노린 매복이었지.’
카릴의 눈이 번뜩였다.
‘중요한 건 습격을 막는 게 문제가 아니다.’
전생(前生)과 달리 지금의 자신이라면 충분히 습격을 막을 수 있다.
‘문제는 그 뒤에 있는 흑막(黑幕). 그것을 밝혀내지 못한다면 소용없는 일. 전생(前生)에서도 끝내 그걸 찾지 못했었다.’
카릴은 앞을 걸어가는 티렌의 뒷모습을 바라봤다.
‘이번에야말로.’
자신의 생각대로 그가 행동할지 카릴은 그를 주목했다.
“이상하지 않습니까?”
“뭐가?”
어머니를 만나고 나온 뒤부터 티렌의 표정이 좋지 않았다.
“어째서 지금 같은 시기에 황실에서 지원병을 보내는 걸까요.”
“그거야 뭐, 전서에 쓰여 있지 않았습니까. 이단섬멸령 때문에 차출해간 저희 사병을 대신해서 보내는 거라고.”
“그렇다면 처음부터 그 병사들을 썼으면 됐을 일. 게다가 형님도 들으셨죠? 지원병으로 오는 병사들이 어디 소속인지.”
엘리엇의 말에 티렌이 마르트를 바라봤다.
“그래, 발사르가(家)의 병사들이라고 했지.”
그의 말에 마르트가 고개를 끄덕였다.
발사르가(家).
국경 요새 중 하나인 카론 요새를 거점으로 삼아 근래 세력을 키우고 있는 남작가였다.
“하나같이 거친 녀석들이죠. 기사단이라기보다 용병이라고 하는 게 더 어울릴 겁니다. 게다가 걸리는 건 발사르가(家)가 제1황자의 세력이라는 거겠죠.”
현 황제 타이란 슈테안에겐 3명의 아들이 있었다.
제1황자 루온.
제2황자 올리번.
제3황자 크로멘.
무슨 연유인지 황제는 아직도 자신의 후계자를 정하지 않았다.
하지만 하늘 아래 황제는 단 한 명이기에.
심약한 3황자를 제외하고 자연스럽게 제1황자와 제2황자를 지지하는 세력으로 갈리게 되었다.
지금까지는 제1황자의 정통성을 주장하는 왕당파의 세력이 강세였었다.
‘문제는 맥거번가(家)였지.’
지금까지 변방에서 황명(皇命)만을 수행하던 청기사단의 단장이 무슨 연유에서인지 갑작스럽게 제2황자 올리번을 추대했기 때문이다.
‘아버지께서 자리를 비운 지금.’
확실히 발사르가(家)의 지원은 어색한 일이 아닐 수 없었다.
“설마…….”
“모르죠. 저희를 싫어하는 사람이야 황궁에 많지 않습니까.”
“…….”
침묵이 흘렀다.
“형님, 설마 발사르가(家)에서 뭔가 수작을 부리려는 걸지도 모른단 말입니까?”
하지만 마르트는 티렌의 말에 고개를 저었다.
“과한 생각이다. 아무리 황권 다툼이 있다고 하더라도 이런 상황에 국경의 수비 병력까지 빼서 그런 짓을 할 리가 없어.”
“굳이 국경의 수비 병력까지 빼서 저희를 지원하는 짓도 할 리가 없죠.”
하지만 마르트의 생각은 여전했다.
“티렌, 네 말이 틀린 건 아니지만 황궁에서 아버지께서 이끄는 기사단이 토벌을 위해 북부로 다시 올 것이다. 제정신이 아니고선 기사단과 맞붙을 수 있는 상황에서 그런 짓을 하진 않겠지.”
“으음.”
납득이 가는 추측이었다.
“게다가 황실에서 내린 칙서다. 더 이상 불경스러운 얘기를 한다면 너라도 그냥 넘어갈 순 없다.”
“……죄송합니다.”
그러나 마르트의 말에도 불구하고 티렌은 여전히 찝찝한 기분을 떨쳐낼 수 없었다.
‘그래. 계속 의심해라. 그 의심이 널 책사로서 위로 향하게 해줄 테니.’
카릴은 티렌을 바라보며 생각했다.
그는 뛰어난 책략가다.
이미 저택에 오는 시점에서부터 두각을 나타내었다.
‘하지만 아직 완성되지 않았다.’
황실(皇室).
그 단어가 가지는 무게는 상상을 초월하는 것이었으니까.
명석하지만 아직은 어린 나이.
아무리 의심이 가더라 하더라도 직접적으로 표출할 순 없었다.
‘그 무게를 뛰어넘기엔 용기가 부족할 수밖에.’
카릴은 입맛이 썼다.
‘어리기에 어쩔 수 없는 일이었지만 세월이 지나 그 한 발자국을 더 나갈 용기가 부족했다며 너는 평생 오늘의 일을 후회했지.’
하지만 티렌은 지금의 자신이 할 수 있는 최선의 방비를 할 것이다.
그리고 그것이 카릴이 기다리는 것이기도 했다.
“이번 토벌에 저도 나가겠습니다.”
“뭐? 네가?”
“네. 지원병도 있고 이런 일을 형님께서 직접 하실 필욘 없을 것 같습니다. 란돌을 붙여주십시오. 제가 대신 다녀오겠습니다.”
티렌의 말에 모두가 의외라는 생각을 했다.
심지어 카릴조차.
고블린 토벌은 대부분 첫째인 마르트나 셋째인 엘리엇이 주로 맡아왔었기 때문이다.
“흐음, 란돌이야 그렇다 해도 너는 정말 괜찮겠나? 고블린이 쉽다고는 하지만 그래도 몬스터다. 가벼이 보면 안 돼.”
“그럼 저도 가겠습니다.”
엘리엇이 말했다. 하지만 티렌은 고개를 저으며 대답했다.
“아니. 굳이 그러시다면 카릴을 데려가겠습니다. 제 호위로 붙여주시죠.”
“……!!”
“……!!”
란돌을 제안한 것보다 더 생각지 못한 말.
모두가 그의 말에 카릴을 바라봤다.
‘제법이야.’
이상한 조합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카릴은 티렌의 말에 가볍게 입꼬리를 올렸다.
티렌은 자신이 구상할 수 있는 최적의 맴버를 뽑은 것이다.
여전히 의심이 되는 상황.
그런 상황에서 직계인 마르트를 보낼 순 없다.
만약에라도 문제가 생겼을 때 버릴 수 있는 사람을 보내는 것.
티렌은 그 카드로 여섯 형제 중에 란돌과 카릴을 뽑은 것이다.
실력을 믿는 란돌과 만일의 경우를 여섯 중에 가장 목숨의 무게가 가벼운 자신을.
원래대로라면 넷째인 란돌과 함께 자신이 아닌 엘리엇이 갔을 것이다.
‘그때의 나는 제국인들에 대한 적의로 가득했으니까. 신탁(神託)이 내려지기 전까지 방 안에 틀어박혀 있었을 뿐이지.’
꽈악-
카릴은 자신도 모르게 주먹을 쥐었다.
맥거번가(家)의 넷째, 란돌.
과묵한 성격인 그는 대부분의 시간을 홀로 검술 훈련으로 보냈다.
‘표면적으로는 첫째인 마르트가 가문에서 가장 뛰어나다고 알려졌지만 지금 생각해 보면 재능으로만 본다면 그가 압도적이다.’
물론.
전생에는 알지 못했다. 오랜 세월 검을 잡은 지금의 그였기 때문에 느낄 수 있는 것이었으니까.
정확히 말한다면 알아차릴 순간도 없었다.
안타깝게도 그 재능을 제대로 꽃피우기도 전 그의 생이 끝났기 때문이다.
‘바로 지금.’
그의 죽음 때문에 이 사건이 카릴에게 있어 잊지 못하는 두 번째 전투가 된 것이다.
소탕을 나간 지 일주일.
저택의 사람들은 란돌이 전사(戰死)했다는 비보를 듣게 된다.
여섯 형제 중 최초의 죽음.
너무나도 생각지도 못한 일이기에 어린 카릴의 기억에도 선명하게 남아 있었다.
‘그의 죽음으로 인해 발발한 여러 사건.’
그것이 맥거번가(家)를 뒤흔들었다는 것을 카릴은 잘 알고 있었다.
그것을 막기 위해 자신이 가려는 것이다.
다만.
‘의외라면 티렌이 스스로 토벌에 참가하겠다고 한 것.’
“…….”
카릴의 시선이 그에게 꽂혔다.
그가 전장에 참여하는 것뿐만 아니라 티렌까지.
미래가 바뀌었다.
그 순간.
티렌의 생각을 카릴은 알 수 있었다.
‘그래. 나를 살피기 위함이군.’
카릴은 여전히 오전 수련을 끝내면 대부분의 시간을 아인헤리에서 시간을 보냈다.
궁금했을 것이다.
마르트를 이길 만큼의 실력자.
서고에서 무엇을 했는지, 어떻게 변했는지.
그것을 가장 잘 확인할 수 있는 장소는 누가 뭐라 해도 전장이었으니까.
일련의 그 모든 행동을 조합해 티렌을 직접 나서게 만든 것이다.
자신의 두 눈으로 직접 확인하겠다는 의지.
‘훌륭하다.’
오히려 그런 티렌을 카릴은 칭찬했다.
그의 의심 덕분에 자신이 토벌군에 참여할 수 있게 되었으니까.
‘하지만 한 가지 틀린 게 있다.’
아니, 티렌조차 예상하지 못한 일일 것이다.
고블린 토벌 이후에 자신들에게 닥칠 매복. 그건 고작 발사르 남작가 따위가 벌인 일이 아니다.
‘그들이 비록 제1 황자를 지지하는 세력이라지만 이런 시기에 가문을 노릴 만큼 정신없는 자들은 아니니까.’
제국 내의 문제가 아닌.
제국 밖의 적.
카릴은 눈을 빛냈다.
‘앞으로 닷새.’
꽈악-
카릴은 허리에 차고 있는 아그넬의 손잡이를 움켜쥐며 생각했다.
‘현생(現生)의 첫 전투를 준비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