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9th Class Swordmaster: Blade of Truth RAW novel - Chapter (130)
9클래스 소드 마스터 : 검의 구도자 9클래스 소드 마스터 – 검의 구도자-130화(130/497)
106. 미노타우르스의 마굴 (1)
“자네는 어떻게 생각하는가.”
“뭘 어떻게 생각하기는……. 지금까지 S급 마굴이 만들어진 이력이 아예 없던 것도 아니잖은가.”
“그거야…… 아주 오래전의 일일 뿐일세.”
아벤은 여전히 불안하게 떨리는 검은 마굴의 문을 바라보며 말했다.
“글쎄……. 그래서 나는 불안하네. 무슨 일이라도 생기는 게 아닐까 하고 말이야.”
“마굴에 들어간 저 친구가 걱정되는 거면 따라가지 그랬어. 트윈 아머는 내가 지키고 있으면 될 텐데 말이야. 이참에 터틀 캐슬을 넘겨도 좋고.”
“실없는 소리는…….”
마르제의 말에 아벤은 피식 웃으면서 말했다.
“내가 걱정하는 것은 저 친구가 아니라 단지 이 마굴이 끝이길 바라는 마음에서네. 만약…… 저 마굴이 또 다른 마굴의 전조라도 된다면 끔찍한 일이지.”
아벤은 나지막한 목소리로 말했다.
“마굴은 생성되기 전에 자신의 등급보다 낮은 마굴을 소환하지. 그걸 전조(前兆)라고 하고 말이야. 지금까지는 그걸 통해서 마굴의 난이도를 가늠할 수 있었지.”
“맞네.”
그렇다고 하위의 마굴을 토벌하지 않고 그냥 둔다고 상위의 마굴이 만들어지지 않는 것은 아니다.
즉, 결과적으로 본 마굴이 소환되기 전에 차라리 하위 마굴들을 소탕하는 것인 더 큰 피해를 줄일 수 있는 방법이었다.
“대륙의 역사상 S급 마굴이 나타났던 적은 몇 안 되네. 250년 전에 카이에 에시르가 소탕했었고 그전에는 7인의 원로회들이 몬스터 사냥을 했었지.”
아벤의 말에 마르제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아직 남부에는 그 뒤로 생성된 S급 마굴이 몇 개 남아 있기는 하지만 디곤 일족이 철저하게 외부의 몬스터를 사냥하는 덕분에 밖으로 나오는 녀석들이 없어서 위험하진 않지.”
“그들에게 있어서 남부의 마굴들은 거의 생계 수단 같은 거니까. 그런데 그게 어째서?”
일렁이는 마굴의 입구를 바라보며 그가 대답했다.
“나는 단지 저 S급 마굴이 다른 마굴의 전조가 되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네.”
아벤의 말에 마르제는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하지 말라는 투로 그의 등짝을 때렸다.
“실없는 소리. 성안에만 박혀 있더니 정말 거북이처럼 겁먹어서 숨고 싶은 모양이로군.”
“…….”
“S급 마굴이 전조 현상이라면 세상이 망하기라도 한다는 말인 겐가.”
“……나 역시 그냥 내 기우였으면 좋을 것 같아서 한 소리네. 단지 저 마굴의 입구를 보고 있으니 왠지 불쾌한 기분이 들어서 말이야.”
아벤은 마치 먹물을 쏟아부은 것처럼 일렁이는 검은 마굴의 문을 바라봤다.
일반적인 마굴은 대부분 동굴의 형태를 지니고 있었다. 하지만 지금 이곳에 만들어진 마굴은 동굴이라기보다는 문을 닮았다.
마치.
이 세계가 아닌 다른 곳과 이어졌을 것 같은 느낌.
“하지만 S급 마굴이 전조였던 경우는 전혀 없었던 것도 아니잖은가.”
아벤의 말에 마르제는 헛웃음을 지었다.
“자네, 나이를 먹더니 쓸데없는 걱정만 늘었군. 그게 언제 적 일인데……. 전설로만 알려진 얘기잖는가. 정말로 있었는지는 모르는 일이야.”
그의 말에 아벤은 “쯥-” 하고 입맛을 다셨다.
7인의 원로회가 있기도 전이었던 훨씬 더 먼 과거. 확실히 문헌에만 있었던 사건이었기에 정말로 일어난 일인지 아닌지도 확인할 수 없었다.
단지, 대격변(大激變)이라 칭해지던 한 사건.
엑소디아(Exordiar).
‘대륙 전역을 마굴로 만들어 버렸다고 전해지는 끔찍한 악몽.’
그 악몽의 결과가 바로 어둠이었기 때문이다.
「1년 365일 동안 단 하루도 해가 뜨지 않고 달과 별조차 없어 마치 어둠이 대륙을 먹어 치운 것처럼 한 치 앞도 볼 수 없었다.」
「어둠은 인류를 집어삼켰고 그 안에 기생하는 괴물들은 야금야금 그들을 먹어치웠다. 어둠이 휩쓸고 지나간 자리는 백골만이 남아 있더라.」
「살아남은 자들은 이를 가리켜 재해(災害)라 명명하며 절대로 잊지 말라 후대에 전했다.」
어린 시절 읽었던 책에 나왔던 전설에 불과하지만, 이상하게도 아벤은 저 마굴의 입구를 보고 있자니 자꾸만 그때의 기억이 떠올랐다.
하지만 이내 곧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그러게 말이야. 나도 늙었나 보군……. 이런 헛소리나 지껄이고 있는걸 보니 말이야.”
“정신 차리고 눈앞의 적에게나 집중하세. 아직 제국군이 물러간 게 아니니까.”
“그래야지.”
“용기가 없는 늙은이들이라 마굴 안으로는 들어가지 못했지만 적어도 저들이 방해하는 것은 막아야 하지 않겠나.”
마르제는 끝을 알 수 없을 정도로 길게 늘어서 있는 제국군을 바라보며 긴장된 목소리로 말했다.
“그런데 도대체 뭘까. 아무것도 하지 않고 그저 자리를 지키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니…….”
그의 물음에 아벤 역시 예상이 되지 않는 듯 고개를 저었다.
“오랜만이군. 이런 긴장감은 말이야. 이대로 제국군이 밀려오기라도 하면 막을 수 없겠지.”
“클클……. 우리들의 반의반도 살지 않은 꼬마의 말을 듣고 목숨을 맡길 줄이야. 오래 살고 볼 일이야.”
마르제 역시 긴장된 얼굴로 앞을 바라봤다.
그도 그럴 것이 몬스터들을 정리하고 난 뒤 두 사람은 병력을 성으로 물리지 않았다.
대군을 맞이해서 당연히 수성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게 정론일 텐데 카릴이 내건 계획은 오히려 그 반대였다.
-저희들이 마굴 안으로 들어가면 두 분은 일대의 병력을 이끌고 트윈 아머 앞에 정렬해 주시기 바랍니다.
필드에 나타난 두 마리의 미노타우르스를 모두 정리하고 난 뒤 카릴은 마르제와 아벤, 두 사람에게 말했다.
-병력을 밖으로……? 제국군이 그걸 보고 오히려 진격하면 어떻게 할 생각이오. 트윈 아머의 도움 없이는 저 대군을 막을 수 없을 텐데.
아벤의 말에 카릴은 고개를 저었다.
-제국군은 움직이지 않을 겁니다. 갑작스럽게 난입한 제 병력을 보고 의심을 할 테니까요. 그리고 약간의 밑밥도 깔아뒀고.
그는 굳이 단신으로 자신이 제국군의 앞에 나타났었다는 말은 하지 않았다.
-게다가 제국군의 예상보다 적은 피해로 몬스터를 막았습니다. 정면으로 맞붙는다면 제국군 역시 적지 않은 피해를 감수할 수밖에 없죠. 섣불리 결정하긴 어려울 겁니다.
카릴은 트윈 아머 두 곳을 짚은 뒤에 그 앞에 있는 해자를 가리켰다.
-트윈 아머는 해자의 폭이 넓습니다. 전열은 이동성이 좋은 기사와 검병 부대들 위주로 이 해자를 끼고 배치하시고 성벽에 마법 부대와 궁병을 두십시오.
아벤과 마르제는 그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이쪽에서 오히려 진격할 수 있다는 압박감을 주는 것이 중요합니다. 제 병력을 함께 배치해 둘 겁니다. 1천이란 숫자는 적지만 의심을 하게 만들기엔 충분하니까요.
-그래도 괜찮겠소……?
-마굴은 저와 이들만 갈 겁니다. 내부가 복잡해서 오히려 대군이 움직였다가는 길을 헤맬 수 있습니다.
처음 만들어진 마굴인데 마치 잘 알고 있는 것 같은 카릴의 모습에 마르제는 신기한 듯 그를 바라봤다.
그의 시선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카릴은 계속해서 계획을 말했다.
-공격적인 자세를 취하는 것이 오히려 그들을 혼란스럽게 만드는 방법입니다. 어째서 수성을 하지 않고 나왔을까? 또 다른 원군이 있는 건가? 루온 황자의 머리가 복잡해지겠죠.
아벤은 카릴의 말에 감탄을 금치 못했다.
‘대단하구나…….’
약관의 나이도 채 되지 않은 소년이 내건 당돌한 계책은 위험해 보이지만 충분히 가능성이 있어 보였다.
휘이이이잉—
일순간 전장에 을씨년스러운 바람이 불었다.
아벤은 자신의 갑옷을 한 번 더 추스르면서 카릴을 떠올리며 생각했다.
‘단지……. 이 계획이 성공하기 위해 무엇인지는 모르겠지만, 그가 준비한 한 수가 통하느냐 통하지 않느냐가 중요하겠지.’
다른 때라면 절대로 수락하지 않았을 이 작전을 어쩐 일인지 아벤은 카릴의 말을 듣자마자 토를 달지 않고 수긍했다.
전장에선 나이가 중요한 것이 아니다. 아벤은 이상하게도 카릴과 대화를 하고 있으면 오히려 자신보다 더 전장의 경험이 많은 기사를 마주 하고 있는 기분이 들었다.
“믿어보지, 카릴.”
그는 일렁이는 마굴의 입구를 바라보며 긴장된 얼굴로 중얼거렸다.
* * *
“조심해. 크기로 따진다면 황궁보다도 더 큰 미궁(迷宮)이다. 길을 잃게 되면 빠져나오기 힘들어.”
카릴의 말에 베이칸과 키누 무카리는 고개를 끄덕였다.
벽면 양쪽에 횃불이 걸려 있었고 오래되었지만 잘 정돈된 느낌은 괴물이 산다는 것을 몰랐다면 사람이 만든 성이라고 생각될 정도였다.
“그래도 지금까지 제법 많은 마굴을 공략한 것 같은데 이런 곳은 처음인 것 같습니다. 마굴이 아니라 꼭…….”
“유적 같지? 꼭 인간이 만든 것처럼.”
카릴은 그레이스가 하려는 말을 예상한 듯 먼저 대답했다.
“그렇습니다.”
그는 고개를 끄덕였다.
대륙에 남아 있는 유물을 얻을 수 있는 유적들은 먼 과거 선조들이 혹은 때때로 신이 만들었다고 전해지는 신성한 곳이다.
하지만 몬스터가 있는 마굴이 이와 같은 모습을 하고 있으니 야만족인 두 사람과 달리 비올라와 그레이스는 쉽사리 용납하기 어려웠다.
“틀린 말은 아니야. 우리는 그전에 회색 오크나 리자드맨 같은 녀석들을 잡았었다. 베이칸, 녀석들의 공통점이 뭔지 알아?”
“음……. 인간처럼 부락을 형성한다?”
그의 대답에 카릴은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 다른 몬스터와 달리 녀석들은 무리를 지어 생활하지. 아마 마물 중에서 가장 인간과 유사하다고 볼 수 있어.”
“설마…….”
비올라는 카릴의 말에 굳은 얼굴로 그를 바라봤다.
어쩐지 생각하고 싶지 않은 것을 떠올린 듯한 표정이었다.
카릴은 그런 그녀에게 말했다.
“그런 아인종 중에 가장 강력한 몬스터가 바로 미노타우르스입니다. 대륙에는 이제 사라져 볼 수 없지만 전해지는 말로는 미노타우르스는 인간과 마물 사이에서 태어난 괴종이라고 하니까요.”
“회색 오크와 리자드맨이 이 마굴의 전조가 된 게 인간과 닮았기 때문이란 말입니까? ……그런 맥락이라면 지독한 기분이네요.”
그레이스는 인상을 구기며 말했다.
“동감입니다. 그런 기준으로 구분하는 건 꼭 인간과 몬스터가 유사하다고 말하는 것 같으니까요.”
“글쎄. 인간과 몬스터의 정의를 나누는 자가 인간도 몬스터도 아니라면 그의 눈엔 정도의 차이만 보일 테니 그럴 수 있겠지.”
“신을 말씀하시는 건가요?”
비올라의 물음에 카릴은 쓴웃음을 지었다.
“이 마굴을 만든 것도 어쩌면 유적을 만든 자와 똑같은 자일지도요.”
그는 굳이 신이라는 이름을 꺼내진 않았다.
대신 그는 주위를 천천히 훑었다.
전에도 느꼈지만 마굴의 안은 파렐과 비슷한 느낌이었다.
남부에서 처음 마굴을 토벌할 때 그는 마굴 역시 파렐의 일종이 아닐까 하는 의문을 가졌었다.
타락이 나오는 것은 아니지만 마굴은 자연의 규율을 어기고 몬스터를 생성하기 때문이었다.
‘쌍두수리의 둥지라든지 회색 오크의 부락 같은 난이도가 낮은 마굴은 파렐에 없었다.’
카릴은 미노타우르스의 마굴에 들어와서 그 의심을 확신으로 바꿀 수 있었다.
‘미궁의 형태가 파렐에 있던 것과 똑같아.’
그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다면 그때 썼던 방법을 쓸 수 있겠어.’
카릴은 씨익 웃었다.
“…….”
베이칸은 구릉 이후로 어쩐지 오랜만에 그 미소를 보는 것아 자신도 모르게 움찔거렸다.
‘미노스, 아이아코스, 라다만티스.’
저벅- 저벅-
카릴은 거침없이 미궁의 길을 따라 걸어갔다.
‘한꺼번에 잡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