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9th Class Swordmaster: Blade of Truth RAW novel - Chapter (132)
9클래스 소드 마스터 : 검의 구도자 9클래스 소드 마스터 – 검의 구도자-132화(132/497)
106. 미노타우르스의 마굴 (3)
우우우웅—
낮은 엔진 소리가 들렸다.
비공정 맨 위에 있는 상황실은 사방이 특수한 유리로 되어 있어 마치 하늘을 나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스쳐 지나가는 구름이 비공정에 부딪히며 사방으로 흩어지는 모습에서 비공정의 속도를 가늠할 수 있었다.
“황자님.”
고든 파비안은 디곤 일족의 영공에 도착하기 직전 크로멘을 불렀다.
비공정의 함장석에 앉아 황자인 그를 부르는 것은 제국의 입장에서는 말도 안 되는 일이지만 대륙의 5명밖에 없는 소드 마스터인 고든 파비안이라면 충분히 가능한 일이었다.
“네, 고든 경.”
“1황자께서는 병력을 이끌고 남부인을 처단하러 진군 중이고 2황자는 디곤을 통한 화친을 하고자 합니다.”
그의 말에 크로멘은 고개를 끄덕였다.
“다행히도 육로를 통해 가는 두 황자와 달리 저희는 대륙에서 유일하게 하늘을 날 수 있는 비공정으로 이동하였습니다. 그 덕분에 두 황자보다 훨씬 더 빠르게 남부에 도착할 수 있었고요.”
고든은 뿌듯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이제 황자님께서 가장 먼저 선택을 하실 수 있는 특권을 가지게 되셨습니다.”
“…….”
“척화입니까, 아니면 화친입니까.”
얼굴은 웃고 있었지만 그에게서 느껴지는 압도적인 위압은 마치 거대한 맹수가 눈앞의 어린 양을 먹잇감으로 두고 입맛을 다시는 것 같이 보여 크로멘은 기가 죽은 듯한 얼굴이었다.
“그건…….”
크로멘은 머뭇거렸다.
유약하고 어린아이에 불과한 그는 루온처럼 강맹한 책략을 내걸 수도, 올리번처럼 야금야금 자신의 세력으로 흡수할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타이란 슈테안에게서 어떻게 저런 유약한 아이가 태어난 것인가. 안타깝군. 지지하는 세력도 없고 이렇다 할 능력도 보이지 않으니…….’
그저 도태될 뿐.
황권 쟁탈에서 밀려난 황자의 말로는 뻔했다.
‘아닌가. 어쩌면 저게 저 아이 나름대로 살아남기 위한 방법으로 택한 것일지도.’
아무런 행동도 취하지 않는 것.
루온과 올리번 중에 누가 황위에 오르든지 나머지 한 명은 결코 살아남을 수 없다.
황위에 오를 가능성이 없다면 차라리 자신의 목숨을 보존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하는 것이 맞을지 모른다.
‘그런 의미에서 황제는 잔인하군. 아니면 황제답다고 해야 할까.’
자신의 자리를 노리는 자식들에게 서로 맞붙는 자리를 만들어 준다는 것.
‘많은 귀족이 황자의 편에 서고는 있지만 반란을 해서 황위를 쟁탈할 생각은 없다. 결국, 황제가 살아 있는 동안은 황제의 명령을 들을 수밖에 없을 터.’
결과적으로 남부에서 황자들의 힘을 약화시키고 그들이 당분간 자신의 자리를 넘보지 못하게 만드는 것이 황제의 생각일 것이다.
‘변수라면…….’
고든 파비안은 자신의 앞에 서 있는 크로멘을 바라봤다.
‘황제도 황자들도 그렇게 생각하겠지. 유일하게 전장과 상황을 바꿀 수 있는 자가 크로멘이지만 반대로 아무것도 못 할 것이라고.’
이 출정에서 그는 계속해서 생각했다.
어째서 아무런 힘도 없는 크로멘에게 막대한 금액을 지불하면서까지 황제가 교도 용병단을 붙였을까.
‘뭔가 하길 바라는 건가.’
황제가 바라는 건 명백히 아무것도 하지 않는 크로멘이 아닐 것이다.
그렇다면…….
의중은 뻔했다.
크로멘이 아니라 자신이 움직이길 바라는 것.
‘흥…….’
그는 3황자의 옆에 서 있는 남자를 바라보며 코웃음을 쳤다. 하얀 로브를 입고 허리에는 메이스를 차고 있는 성직자였다.
유린 휴가르.
황제가 크로멘에게 붙여 준 유일한 지원자인 그는 7만의 대군과 기사단에 비한다면 초라하기 짝이 없었지만 고든은 그가 어떤 인물인지 잘 알고 있었다.
‘똑똑한 녀석은 아니지만 야심가지. 게다가 교단의 사제인 주제에 실력도 소드 마스터에 근접할 만하고.’
그저 한 명에 불과하지만 생각보다 그의 존재감은 컸다. 루온과 올리번의 원정대에는 없고 크로멘에게만 있는 유일한 힘.
바로.
교단이었다.
1급 사제가 함께한다는 것만으로도 크로멘에 대한 루온과 올리번의 행동이 제약될 수밖에 없다.
‘뭐……. 내가 있으니 허튼 생각은 못 하겠지만.’
오히려 그렇기 때문에 고든은 황제가 유린에게 무언가 비밀스러운 명령을 했을 것이라는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었다.
“귀찮군.”
그가 나지막한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고작 한마디에 불과했지만 모든 사람이 그의 눈치를 보고 있는 입장인지라 주목할 수밖에 없었다.
고든은 유린을 보며 생각했다.
‘그런데 이상하군. 출정 이후부터 꼭 뭐 마려운 개처럼 안절부절못하고 있는 꼴이니 말이야.’
어쩐 일인지 남부로 향하는 것 자체를 꺼리는 눈빛이었다.
“아무런 생각이 없나 보군요. 우리 황자님께서는.”
“그, 그게…….”
존대를 하고 있지만 위축된 모습에 크로멘은 입술을 들썩일 뿐 아무런 말도 하지 못했다.
“화친도 척화도 아닙니다. 저희는 제국의 대표로서 려기사단의 침입에 대한 잘잘못을 따질 것입니다.”
그때였다.
무리 사이에서 들려오는 목소리.
모두의 시선이 고든에서 그쪽으로 돌아갔다.
“사과를 하러 가겠단 말이냐. 황제께서 원하는 답은 그게 아닐 텐데. 제국이 야만족에게 머리를 숙이겠다는 건.”
저벅- 저벅- 저벅-
고든의 시선을 받으면서도 아무렇지 않게 당당히 나서는 한 소년. 그런 그를 고든은 흥미롭게 바라봤다.
“사과가 아닙니다. 시시비비를 가린다는 것입니다. 소인의 생각에 크로멘 황자님께서 두 황자님과 다른 길을 택하신다면 두 분이 하시지 않을 일을 하셔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티렌 맥거번.
고든은 전에 황궁의 복도에서 그를 봤던 기억을 떠올리며 역시나 하는 생각을 했다.
“남부에 입힌 피해에 대해서 확실하게 보상을 하고 그 대신 려기사단의 전멸에 대한 보상 역시 저희들은 톡톡히 받아 내야 할 것입니다.”
“어떻게?”
“무엇이 되었든. 설령 그들이 전쟁을 원한다면 전쟁도 불사할 것입니다.”
단호한 그의 모습에 몇몇 사람들은 탄성을 질렀지만 오히려 고든은 어깨를 들썩이며 웃었다.
“크크큭…….”
“……??”
생각지 못한 반응에 티렌의 얼굴이 굳어졌다.
“약삭빠른 놈이로군. 멋들어지게 말하고는 있지만 그 말은 결국 아무것도 못 한 채 야만족 녀석들이 주는 콩고물이나 받아서 돌아올 수도 있다는 뜻이잖느냐.”
고든 파비안은 티렌의 말에 코웃음을 쳤다.
“크웰 녀석의 아들이라고 하기엔 강단이 부족한데. 차라리 그 꼬마가 아들이라고 하면 믿겠어.”
“꼬마…… 라니요?”
티렌은 그의 말에 살짝 표정을 굳혔다.
“그런 놈이 있다. 어디서 뭘 하고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분명 말도 안 되는 짓거리를 하고 있겠지.”
관자놀이를 손가락으로 꾹꾹 누르면서 고든은 아무것도 아니라는 듯 반대쪽 손을 저으며 말했다.
“뭐, 좋다. 일단은 네가 생각하는 계획에 따르지. 교도 용병단의 지휘권을 넘겨주겠다.”
“……!!!”
“……!!!”
고든의 말에 모두가 깜짝 놀랐다.
“예……? 제가요?”
그리고 그건 당사자인 티렌조차도 마찬가지였다.
“그래. 여기서 그래도 가장 머리가 돌아가는 녀석이 너라고 생각되니까.”
“어째서…….”
티렌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생각지도 못한 파격적인 인사에 그조차 어떻게 대처를 해야 할지 몰라 당황스러워했다.
교도 용병단의 위용이야 익히 잘 알고 있었다.
지금 이들의 전력이라면 기사단 두세 개의 힘과 맞먹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게다가 비공정이라는 변수까지 있다. 루온 황자가 7만이라는 대군을 움직였지만 만약 전략적으로 싸운다면 그 대군도 이길 수 있는 전력.’
머릿속이 복잡해졌다.
“어떠냐. 재밌을 것 같지 않으냐.”
“그, 그건…….”
티렌은 섣불리 대답을 하지 못했다.
‘정말로 교도 용병단 3천의 병력을 내 마음대로 움직일 수 있다면…….’
할 수 있는 것들이 많았다.
아니, 해보고 싶은 것이 많다고 말해야 맞을 것이다.
아이러니하게도 불세출의 천재에겐 고든의 말이 떨어지는 순간 머릿속에 거대한 체스판 같은 것이 펼쳐지는 기분이었다.
수많은 전략이 머릿속에 어지럽게 이어졌다.
‘하지만.’
이미 크웰 맥거번이 올리번 황자의 손을 들어주고 있다는 것은 황궁 내에 모두가 아는 사실.
티렌은 고개를 저었다.
혹여나 자신의 욕심이 크로멘에게 힘을 보태주는 결과를 내게 된다면 아버지인 크웰에게 해가 될 수도 있었다.
‘황제가 원하는 게 이것이겠지. 적어도 셋째가 루온과 올리번의 걸림돌이 되도록 하는 것. 그 두 녀석이 유약한 막내를 신경 쓰지 않을 수 없게 하는 것.’
고민을 하는 티렌의 모습을 보며 고든 파비안은 옅은 미소를 지었다.
“제게 과분한 일입니다.”
티렌은 한숨을 내쉬며 고든에게 말했다.
실제로 자신과 엘리엇은 그저 크로멘의 호위를 위해 선택되었을 뿐 그 어떤 중책도 맡지 않을 것이라 생각했었다.
그런데 그런 자신에게 용병단의 전권을 위임한다?
‘무식한 오우거라고 생각했는데 머릿속은 뱀 수십 마리가 들어 있는 양반이로군.’
아주 잠깐이지만 설렜던 자신을 탓하며 티렌은 고든을 바라봤다.
“부담 갖지 마라. 나름 고심한 일이다. 네가 그나마 황궁에서 중립을 고수하고 있는 카딘 루에르의 제자라는 점. 그리고 크웰의 양자라는 이유에서 결정을 내린 거니까.”
“……맥거번가(家)의 자식이라면 더욱 제게 중임을 맡기지 말아야 하는 것 아닙니까?”
티렌의 물음에 고든은 예상했다는 듯 피식 웃으면서 말했다.
“그 반대지. 그놈의 아들이기 때문에 설마 치졸하게 아무것도 모르는 어린아이의 목숨을 빼앗지는 않을 거라 생각하니까.”
“…….”
“네놈의 아비는 답답하리만치 명예를 아는 자다. 이상하게 들릴지 모르지만 황자의 목숨을 가장 안전하게 지킬 수 있는 방법이 너라는 거지.”
“고든 경께서 계시는데 어찌 저 같은 것이…….”
티렌의 말에 고든은 비공정 아래를 가리키며 말했다.
“난 용병이다. 받은 만큼 일할 뿐이지. 남부에서는 설령 드래곤이 온다 한들 지켜 줄 수 있다.”
다른 사람이 그런 소리를 하면 허풍이라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고든이 그렇게 말하자 정말로 드래곤이라 할지라도 상대할 수 있을 것 같았다.
“하지만 황궁에 돌아가서까지 보모 노릇을 할 수 없지. 그게 내가 아니라 네가 이 남부행을 맡아야 할 이유지.”
“…….”
티렌은 그의 말에 역시나 하는 표정을 지었다.
“고든 경께서는 절 믿으시는 겁니까.”
“아니. 네놈 역시 황궁의 귀족들과 다를 바 없는 약은 녀석이니까.”
그의 물음에 고든은 피식 웃었다.
“그럼……?”
굳어진 티렌의 얼굴을 바라보다 시선을 떼고 그는 조금 더 멀리 바라보며 말했다.
“네 아비를 믿는 거지.”
* * *
우리 같은 두꺼운 쇠창살이 박혀 있는 거대한 홀 안에 두 마리의 야수가 뒤엉켜 있었다.
“그레이스 경, 지금……. 제가 꿈을 꾸고 있는 거죠?”
눈앞의 결과를 믿을 수 없다는 듯 비올라는 멍하니 앞을 바라봤다.
“저도 그렇게 믿고 싶습니다.”
왕녀의 말에 그레이스 역시 마찬가지로 넋을 잃은 얼굴로 대답했다.
“저게 가능한 일인가?”
비올라는 낮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아니, 저게 인간이야?”
물음은 더욱더 원초적으로 변했다. 어처구니없는 질문이었지만 눈앞의 카릴을 보며 다른 사람들 역시 그녀의 물음에 수긍할 수밖에 없었다.
‘역시…….’
다만 질린 듯한 두 사람과 달리 베이칸과 키누는 흐뭇한 표정을 지었다.
‘저 모습을 보며 구릉에서 마스터를 걱정했던 내가 우습게 보이는군.’
베이칸은 피식 웃었다.
대수렵에서부터 나락 바위까지.
카릴이 보여줬던 무용을 알고 있는 그들은 지금의 결과를 당연하게 받아들였다.
지직…… 지지직……!!!
양손의 쇠사슬을 있는 힘껏 잡아당기자 카릴의 손에서 흩어지는 보랏빛의 마력이 쇠사슬을 통해 번쩍였다.
빠득-!!
카르릉—!!!
두꺼운 쇠사슬이 팽팽하게 당겨지면서 아이아코스와 라다만티스의 목이 뒤로 획하고 젖혀졌다.
[카라락……!!] [크륵……!!]벼락이라도 맞은 듯 녀석들의 몸이 부르르 떨렸다.
[카아아악—!!!]안간힘을 쓰면서 조여 오는 목을 풀려고 이리저리 요동쳤지만, 그때마다 카릴은 더욱더 쇠사슬을 잡아당겼다.
“몇 번을 해봐도 이만한 방법이 없어.”
쿠웅-
두 마리의 마물이 지친 듯 무릎을 꿇자 카릴은 녀석들 사이에 다리를 벌리고 섰다.
한두 번 해본 솜씨가 아니었다.
‘도대체 어떤 수라를 겪었던 거야……? 게다가 저 믿을 수 없는 실력은……. 소드 마스터의 경지에 도달한 자란 말인가?’
마물을 눈앞에 두고도 겁을 먹기는커녕 오히려 마치 그 위에 있는 것처럼 내려다보는 오만함.
게다가 말도 안 되는 카릴의 검술은 아직 소드 마스터의 반열에 오르지 못한 그레이스로서는 판단을 내리기도 어려웠다.
“…….”
그는 보면 볼수록 오히려 더 카릴에 대한 궁금증만 증폭되는 기분이었다.
‘고작 한두 번이 아니지.’
그런 그의 눈빛을 읽은 걸까.
카릴은 속으로 피식하면서 아무렇지 않은 듯 웃었다.
파렐(Pharel)은 마굴의 연속이다.
그리고 이따금 높은 층으로 올라갈 때마다 같은 마굴의 몬스터가 더 강력해져서 나올 때가 있다.
대륙에 소환되는 마굴은 최초의 층계와 같은 난이도다. S급 마굴인 이곳의 몬스터들은 파렐의 제34층계의 몬스터와 같다는 말이다.
34층계에서도 그리고 238층계에서도, 675층계에서도 미노타우르스의 마굴은 되풀이되었다.
마지막으로 미궁인 978층계까지.
카릴 맥거번은 모든 마물에게 똑같이 목줄을 채웠고 똑같이 마물들의 왕의 목을 베었다.
콰아앙—!!
아이아코스의 머리 위에서 있는 힘껏 카릴이 발을 내딛자 녀석은 비명조차 지르지 못한 채 그대로 바닥으로 고꾸라졌다.
“…….”
자신들의 앞에 처박힌 마물의 머리를 바라보며 일행은 할 말을 잃은 표정이었다.
[끼…… 이잉…….]그런 그들을 향해 카릴은 고개를 까딱거리자 라다만티스가 움찔거리며 날개를 접었다.
말의 고삐처럼 녀석의 쇠사슬을 잡아당기며 그는 일행에게 말했다.
“모두 올라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