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9th Class Swordmaster: Blade of Truth RAW novel - Chapter (133)
9클래스 소드 마스터 : 검의 구도자 9클래스 소드 마스터 – 검의 구도자-133화(133/497)
106. 미노타우르스의 마굴 (4)
[크아아아―――!!!]카릴이 타고 있는 아이아코스가 거친 포효를 지르며 미궁의 길을 막고 있는 몬스터들을 향해 달려들었다.
[크르르……!!] [카악!!]그런 녀석을 향해 가고일들이 날카로운 창을 뻗으면서 소리쳤다.
퍼억……!!
하지만 가고일의 2배는 될 것 같은 거대한 육체를 가진 아이아코스는 카릴이 쇠사슬을 잡아당기자 비명을 지르며 자신을 향해 달려드는 가고일을 그대로 붙잡아 벽에다 머리를 찍어 눌렀다.
가고일 한 마리가 그대로 산산이 부서졌고 나머지 한 마리는 녀석의 날카로운 발톱에 꿰뚫렸다.
[카아아악!!]라다만티스가 거칠게 날개를 휘저으면서 불을 뿜어내자 가고일들이 새카맣게 타면서 매캐한 냄새와 함께 비명을 질러댔다.
A급 마물로 평가되는 가고일을 이토록 쉽게 잡아버리는 두 마물의 위용은 실로 엄청났다.
그 광경을 보고 있으니 이런 마물을 아무렇지 않게 다루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 하는 생각이 드는 건 당연한 일이었다.
“…….”
라다만티스의 머리 위에 매달려 있는 사람들은 요동치는 마물을 붙잡고 있는 것만으로도 정신이 없었는데 아무렇지 않게 아이아코스를 모는 카릴을 보며 전율을 느꼈다.
[크으아아아아―――!!]아이아코스가 미친 듯이 질주하며 미궁의 벽을 부수며 길을 만들었다.
처음에는 그 둘에게 달려들었던 마굴의 몬스터들도 어느 순간부터 겁을 먹은 듯 쉽사리 다가오지 못했다.
카릴은 그런 녀석들을 지나쳐 아이아코스의 머리를 부서진 벽면 사이로 밀어 넣었다.
‘당연한 결과야. 녀석들은 미노스를 제외하고 대할 적이 없는 중간 보스급이니까. 고작 가고일이나 라이칸스로프 같은 몬스터들이 막을 수 있을 리가 없지.’
공포(Fear).
몬스터의 먹이사슬은 일반적인 생태계보다 더 확실하고 명확하다.
상위의 포식자일수록 하위의 개체에 강력하고 하위의 피식자는 상위의 존재에게 절대적인 공포를 가진다.
이것은 태생적으로 정해진 규율이었고 법칙이다. 그리고 드래곤이 먹이사슬 최상위에 놓일 수 있는 이유이기도 했다.
[크르…… 크르를…….] [크르륵……!!]부서진 벽 뒤에 다음 층으로 내려가는 길목을 지키는 라이칸스로프들은 갑자기 튀어나온 아이아코스의 머리에 놀란 듯 뒤로 물러서며 으르렁거렸다.
녀석들은 경계했지만 쉽사리 다가가지 못했다.
이미 겁을 먹었단 증거였다.
툭― 툭―
카릴이 아이아코스의 머리를 발로 몇 번 툭 하고 두들기자 녀석은 라이칸스로프들을 향해 날카로운 부리를 휘둘렀다.
[카악!! 카아아악――!!]몇 번의 호통과 같은 포효가 쏟아지자 라이칸스로프들은 맞설 용기도 내지 못하고 흩어졌다.
“흐음.”
카릴은 다시 한번 고개를 끄덕였다.
어둠 속으로 흩어졌지만 라이칸스로프들의 황금빛 안광은 여전히 카릴을 주시하고 있었다.
공포란 절대적인 규율에서 유일하게 어긋나는 존재를 녀석들은 신기한 듯 보고 있는 것이다.
바로.
인간(人間).
오직 인간만이 신이 만든 먹이사슬인 공포에서 벗어난 존재였다.
그렇기 때문에 상위의 몬스터들에게 대적할 수 있으며 때때로 카이에 에시르와 같은 먹이사슬의 정점인 드래곤을 죽이는 용 사냥꾼이 탄생할 수 있는 이유이기도 했다.
하지만 반대로 생각한다면 한없이 약하고 연약해 보이는 존재이기도 했다.
가고일과 라이칸스로프가 처음에 아이아코스에게 달려들었던 이유도 그의 위에 인간이 있었기 때문이다.
“비켜.”
후드드득―――!!
후득――!!
카릴이 어둠 속을 바라보며 말을 내뱉자 몬스터들은 황급히 사라졌다.
녀석들은 얕잡아 봤던 인간에게서 느껴지는 살기가 자신들이 감당할 수 있는 것이 아님을 본능적으로 깨달았다.
몬스터가 사라지자 미궁의 마지막 층으로 내려가는 입구가 보였다.
“베이칸, 우리가 얼마나 걸렸지?”
“목줄을 얻었던 석상에서부터 이곳까지 3시간이 채 되지 않았습니다.”
그의 말에 카릴은 고개를 끄덕였다.
‘파렐에서 처음 여길 공략했을 때보다 더 빠르군. 하긴, 공략법은 아니까……. 모든 마굴을 세세하게 기억하는 건 아니지만 적어도 주요한 부분들은 모두 알고 있다.’
경험이란 시간이 지나도 생각보다 쉽사리 잊히지 않는다.
회색교장에서부터 미노타우르스의 마굴 그리고 앞으로 나타날 또 다른 마굴들까지.
파렐 안에서 수없이 경험했던 카릴은 적어도 신탁이 있기 전까지 모든 마굴의 공략법을 알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루온은 의심이 많은 성격이지만 올리번과 크로멘 때문이라도 결국 병력을 움직이게 될 거야. 포나인에 머물러 있는 시간은 기껏해야 하루에서 이틀 사이.’
카릴은 고개를 끄덕였다.
‘충분해.’
원래대로라면 까마득하게 쏟아지는 몬스터 떼에 미궁의 마지막 방에 도달하는 것이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게다가 그가 검성이라 불렸던 전생에서도 마굴의 마지막 보스인 미노스를 잡는 데에 이틀이나 걸렸다. 사실상 하루 이틀로 S급 마굴을 공략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었다.
「끊어지지 않는 왕의 목줄」
하지만 미궁의 지하에서 최하층까지 순식간에 도달한 카릴은 자신에게 굴복하는 두 마리의 몬스터를 바라보며 만족스럽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가 이곳의 공략법을 알게 된 것은 정말로 우연이었다.
‘그때는 죽는 줄 알았지. 가까스로 아이아코스와 라다만티스의 눈을 피해 미노스의 방에 도착했는데 녀석이 두 녀석을 소환해 버리다니 말이야.’
세 마리의 몬스터를 동시에 상대해야 했던 카릴은 최하층에서 공격을 피해 쫓기듯 다시 위로 올라갈 수밖에 없었다.
공략법을 알게 된 후에는 978층계의 미노스도 아무렇지 않게 잡게 된 그였지만 그 당시엔 34층계의 몬스터를 동시에 잡는 것은 버거운 일이었다.
그 순간.
다시 지하로 돌아왔을 때 석상의 주위에 카릴이 다가가니 미노스를 제외한 두 마리의 몬스터가 주춤하는 것을 깨달았다.
카릴은 그 찰나를 놓치지 않았다.
일종의 안배(按排).
마굴에는 항상 보스를 사냥할 수 있는 순간이 존재한다.
쌍두수리가 처음에 마굴 안에서는 날개를 제대로 펴지 못해 하늘을 잘 날지 못할 때 사냥하는 것도 그런 맥락이라 할 수 있다.
그것이, 신이 인간에게 주는 배려인지 아닌지는 모른다.
‘애초에 이 빌어먹을 마굴을 만든 게 신이라면 그런 안배를 고마워할 필요는 없지.’
카릴은 지긋지긋한 이곳에서 한시라도 빨리 나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미노스!!!”
아이아코스의 머리 위에서 내려온 카릴이 소리치며 앞으로 나아갔다.
미궁의 마지막인 미노스의 방은 왕의 옥좌라고 하기엔 어둡고 음침했다.
아이아코스와 라다만티스가 있던 시체들이 즐비한 우리처럼 피 냄새가 나지는 않았지만 암굴과 같은 어둠 속에 서 있는 미노스의 모습은 마치 옥좌가 아니라 영좌 위에 앉아 있는 것 같이 보였다.
[실로 오랜만이로군.]낮고 음침한 목소리가 들렸다.
녹이 슨 것 같이 여기저기 색이 바랜 왕관을 쓰고 있는 미노스는 시체처럼 보이는 탁한 회색 입술을 움직였다.
[살아 있는 자가 이곳까지 온 것이.]입을 움직이고는 있지만 목을 타고 나오는 목소리가 아니었다.
머릿속에서 울리는 그의 말에 사람들은 놀란 표정으로 위를 바라봤다.
카르릉――!!
아이아코스와 라다만티스가 미노스의 목소리에 움찔거리자 카릴은 쥐고 있던 쇠사슬을 다시 한번 강하게 잡아당겼다.
“쯧―”
카릴이 두 녀석을 보면서 혀를 찼다.
[께에엥…….]그러자 녀석들은 꼬리를 만 개처럼 미노스와 카릴 사이에서 어쩔 줄을 모르겠다는 듯 몸을 웅크렸다.
미노스는 자신의 권속들이 인간에게 굴복하고 있는 모습을 보며 굳은 얼굴로 말했다.
[그렇군. 내 사슬을 알아보는 자가 있다니. 내가 있는 곳에 올 만한 자격이 있군.]“그럼. 꽤 수고스러웠지만. 절대로 잊지 못하지.”
카릴은 어깨를 으쓱하며 마치 친구에게 말하는 것처럼 대답했다.
‘무신경한 건지 아니면 대범한 건지…….’
‘어떻게 저럴 수 있지?’
‘공기가 무거워서 숨을 쉬는 것조차 힘든 느낌이야.’
‘저런 마물을 앞에 두고 마스터는 아무렇지도 않으신 건가?’
비올라와 그레이스뿐만 아니라 이번에는 베이칸과 키누까지도 카릴의 모습에 혀를 내두를 수밖에 없었다.
대화의 내용이야 이해하기 어려웠지만 그건 중요한 것이 아니었다.
그제야 그들은 자신과 카릴의 확연한 차이를 제대로 실감할 수 있었다.
‘우리가 낄 수 있는 싸움이 아니다.’
무인으로서 자존심이 상하는 일이었지만 이들의 머릿속에 가장 먼저 떠오른 것이 바로 이 생각이었다.
[취익…… 취이익…….]거대한 거인인 미노스의 양쪽 어깨에 앉아 있는 거대한 뱀이 카릴을 경계하듯 커다란 혀를 내밀며 움직였다.
미노스의 허리를 감으며 옥좌 아래로 내려오자 그는 거꾸로 세워두었던 망치를 쥐고 일어섰다.
“이유가 필요할까.”
카릴은 마치 뻔한 무대의 연극을 기다리는 관객처럼 손을 저으며 그에게 말했다.
“마굴이 있기 때문에 토벌한다.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지. 우리는 인간이고 너희는 마물이니까.”
[나는 신들에게 세계의 규율을 통치받았다.]“인간인 척하지 마.”
카릴은 그의 말에 비소를 지었다.
“아니지. 인간이 아니기에 가능한 건가. 확실히 네가 사는 세계와 내가 세계는 다르군. 나는 신 같은 건 만나 본 적도 없거든.”
[무례한 놈……!!!]미노스는 카릴의 말에 으르렁거리듯 그를 노려보며 소리쳤다.
“맘대로 해. 규율을 지키든 통치하든 내가 알 바는 아닌데. 한 가지 모르는 것 같아서 알려주지. 규율이란 깨뜨리기 위해 존재하는 것이란 걸.”
차앙―
카릴이 얼음 발톱을 뽑았다.
차가운 냉기가 일순간 홀 전역에 퍼지자 주위의 사람들이 어깨를 가볍게 떨었다.
“신이 정해 놓은 규율은 너희들이나 따라. 우리는 우리로서 행동한다.”
[너 역시 그저 이곳에서 사라진 수많은 인간 중 하나가 될 것이다.]“글쎄. 내가 보기엔 절대로 아닌데?”
카릴은 날카롭게 비웃었다.
미노스는 그런 그의 말에 굳은 얼굴로 되물었다.
[건방짐이 하늘을 찌르는구나.]“뭐, 그리 대단한 싸움도 아닌데 말이 길어졌다. 네 주제를 알아라. 인간의 언어를 사용할 수 있는 마물이라 특이해 보일 순 있어도 너는 특별하진 않다. 너는 그저 마굴의 몬스터일 뿐.”
저벅― 저벅― 저벅―
카릴은 천천히 미노스를 향해 걸어갔다.
그가 반대쪽 손을 품 안에 넣으며 아그넬을 꺼내었다. 청린으로 만들어진 두 개의 무구가 미노스의 기세에 대항하듯 떨렸다.
“매번 똑같은 말을 하는 네 말이 이제는 지겨울 정도야. 억겁의 시간 동안 네 녀석의 목을 몇 번이나 땄지만 너는 만들어진 인형처럼 똑같은 소리만 지껄였지.”
34층계에서도, 238층계에서도, 675층계에서도 그리고……. 978층계의 미노스까지.
마치 똑같은 영화를 반복해서 트는 것처럼 녀석은 토씨 하나 틀리지 않고 똑같은 대사를 읊조릴 뿐이었다.
파렐을 오르며 카릴은 알 수 없는 이질감을 느꼈다.
그리고 그가 전생에는 겪어보지 못했던 현생의 마굴 속에서 미노스는 예상대로 똑같은 대사를 읊고 있었다.
‘마굴은 인위적으로 만들어진 복제품이다.’
그렇다면 승산이 있다.
카릴은 지금까지 나왔던 그리고 앞으로 나올 모든 마굴을 파렐에서 겪어봤으니까.
“그리고 나 역시 그런 네놈에게 매번 똑같은 말을 해줄 뿐이지.”
그는 미노스를 향해 검을 겨누고 나지막한 목소리로 말했다.
“이것 말곤 할 말도 없거든. 깨끗하게 보내줄 테니 가서 신에게 전해.”
[가…… 감히!!]공포를 모를 것 같은 마굴의 왕이 처음으로 떨리는 목소리로 카릴을 바라봤다.
“너 따위가 인간을 심판한다고?”
몇 번을 반복한다 하더라도 똑같이 말할 것이다.
34층계의, 238층계의, 675층계의 그리고…… 978층계의 미노스에게도.
카릴은 다짐하듯 항상 똑같이 말했다.
[크아아아아―――!!]“X까라 그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