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9th Class Swordmaster: Blade of Truth RAW novel - Chapter (134)
9클래스 소드 마스터 : 검의 구도자 9클래스 소드 마스터 – 검의 구도자-134화(134/497)
106. 미노타우르스의 마굴 (5)
“모두 자리로!!!”
기사인 그레이스는 본능적으로 카릴의 도발이 전투의 시작을 알리는 것임을 느끼고 소리쳤다.
하지만 이미 베이칸과 키누는 전투태세에 돌입한 지 오래였다.
그레이스는 마나 블레이드를 뿜어내며 비올라의 앞을 막아섰다.
“제게서 절대로 떨어지시면 안 됩니다, 왕녀님.”
그녀는 긴장한 모습이 역력한 채로 고개를 끄덕였다.
‘이제야……. 제대로 확인할 수 있어.’
비올라는 두려우면서도 끝까지 카릴이 싸우는 모습을 놓치지 않으려고 했다.
미노타우르스를 죽일 때도, 미궁의 마물을 길들일 때도 확실히 압도적인 힘을 보여줬지만 그녀가 기대하는 카릴은 그 정도가 절대 아니었다.
우습지만 그 정도는 상식에서 이해할 수 있는 정도였기 때문이다.
상식 밖의 영역.
경계를 초월하는 힘.
그녀가 보고 싶어 하는 것은 바로 그런 것이었다.
이상하게 생각될지 모르지만, 대륙에 5명밖에 존재하지 않는 소드 마스터도 보여 주지 못할 엄청난 광경을 그가 자신에게 선사할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감이 있었다.
‘넌 보여 줘야 해, 카릴.’
어쩌면 이건 그녀가 검에 대해서 무지하기 때문에 가능한 상상일지 모른다.
기껏해야 열넷에 불과한 소년에게 소드 마스터를 뛰어넘는 경지를 기대하고 있으니 말이다.
‘나는 펜리아 왕국의 국운을 너에게 걸고자 하니까.’
자신은 왕도 아니다.
게다가 왕위 계승 1순위의 왕녀도 아니다.
이런 그녀의 생각은 어쩌면 오만이라 여겨질지 모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껏 카릴이 이뤄낸 것들을 보며 비올라는 다짐했다.
‘바꿀 수 있을지도 모른다.’
카릴이란 한 사람이 펜리아를 영원한 약소국이라는 불명예에서 벗어나게 해줄 기회가 될 수 있을지 모른다는 기대감.
꿀꺽―
그녀는 떨리는 눈으로 그를 바라봤다.
콰아아앙……!!!
카릴의 검이 일섬을 내뿜으며 미노스의 옥좌를 갈랐다. 동시에 키누 무카리의 화살이 적의 심장을 노리며 쇄도했다.
[취이익!!]미노스의 허리를 감싸고 있던 거대한 뱀이 키누 무카리의 화살이 그의 가슴에 닿기 직전 커다란 아가리를 벌리며 막아섰다.
츠으으윽……!!
츠즈즉……!!
청린이 섞인 화살촉이 뱀의 입에 닿자 마치 타들어 가는 것처럼 연기를 뿜어냈다.
[케에에엑!! 케엑!!]녀석이 고통스러워하는 표정으로 몸을 꺾으며 요동쳤다.
“마스터의 말씀대로군.”
“그래.”
베이칸의 말에 키누는 고개를 끄덕였다.
나락 바위에서 얻은 청린은 그 자체로도 단단하고 예리하며 마력의 전도율이 뛰어난 금속이라 무척이나 희귀한 것이지만 그것 이외에도 주요한 능력이 있었다.
그건.
대륙의 일반적인 마물에게는 이렇다 할 효과를 발휘하지 않지만 마굴 안의 몬스터들에게는 마치 독을 뿌린 것 같은 위력을 냈다.
자유군이 남부의 많은 마굴을 엄청난 속도로 토벌할 수 있었던 이유도 그 때문이었다.
“키누, 베이칸. 저 뱀은 너희들에게 맡기마.”
카릴은 왼쪽 입술이 화살에 꿰뚫린 채로 똬리를 틀기 시작하는 미노스의 뱀을 힐끔 쳐다보고는 말했다.
“영광입니다.”
키누는 들고 있던 활을 가슴 앞에 세우면서 비궁족의 방식으로 대답했다.
베이칸은 손도끼를 뽑아 달렸다.
그레이스로서는 아무리 무구가 뛰어나다 하더라도 마력도 없는 야만족이 어떻게 저 괴물에게 맞설 수 있는지 상상이 가지 않았다.
그의 마나 블레이드가 마치 감정을 대변하는 것처럼 흔들렸다.
샤악―!!
미노스가 있는 힘껏 거대한 망치를 휘둘렀다. 망치의 머리 부분에서 시커먼 마나 블레이드가 쏘아져 카릴을 덮쳤다.
그는 달리던 걸음을 멈추고 축이 되는 오른발을 옆을 향하게 비틀며 방향을 틀었다.
직각에 가깝게 회전을 하며 다시 한번 지그재그로 방향을 바꾸며 카릴은 녀석의 공격을 순차적으로 피했다.
‘여기까지는 상정대로야. 패턴도 달라지지 않아.’
카릴은 미노스가 휘두르는 망치의 궤도를 마치 그 자신보다 더 빠르게 예측하고 한 박자 더 빠르게 피했다.
‘이렇게 보니 꼭 파렐이 마물들을 상대하기 위한 연습 장소 같군.’
수도 없을 많은 마물과 타락을 파렐 안에서 죽였던 그에게 오히려 현실의 몬스터는 유약할 정도로 약하게 느껴졌다.
억겁의 시간 동안 갇혀 있었던 끔찍했던 시간이 아이러니하게도 도움이 된다는 사실에 울어야 할지 웃어야 할지 모를 기분이지만 그런 건 일단 눈앞의 있는 마물의 목부터 베고 생각할 일이었다.
[크윽……!!]순식간에 거리를 좁혀 자신의 코앞으로 튀어나온 카릴을 보며 미노스는 당혹스러움이 섞인 탄성을 질렀다.
무색기검(無色氣劍) 4식.
미노스의 어깨 위로 튀어 오른 카릴이 양팔을 엇갈리며 검날을 세우고서 드릴처럼 회전했다.
촤아악……! 차작!!
왕의 어깨를 베고 지나가는 두 자루의 검. 잘려 나가는 살점을 밟으며 다시 한번 도약을 한 카릴이 그대로 미노스의 정수리를 노렸다.
검의 다섯 자세(Five Sword Step).
2번째 외뿔 자세(Unicorn Posture).
카아아앙―――!!
미노스가 재빨리 팔을 들어 자신의 머리를 보호했다. 쇠붙이가 부딪히는 날카로운 소리와 함께 카릴의 검이 녀석의 팔뚝에 박혔다.
그 순간.
벌어진 상처에서 진득한 검은 연기가 같은 것이 뿜어져 나왔다.
‘이건…….’
카릴은 익숙한 감각에 살짝 인상을 찡그렸다.
‘몇 번을 경험해도 뭣 같군.’
그건 타락이 가지는 특유의 냄새였다.
회귀를 하고 나서 회색교장 이후 두 번째였다.
미노스의 몸 안에 스며들어 있는 타락의 기운을 보며 카릴은 다시 한번 마굴이 파렐과 연관되어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
“큭……!!”
“크윽?!”
거무죽죽한 이끼처럼 공기가 자신을 짓누르는 것 같은 이질적인 느낌이 순간적으로 방 안에 퍼지자 가뜩이나 숨을 쉬기 힘들어하던 나머지 사람들은 더욱더 자신을 짓누르는 것 같은 압박에 비틀거렸다.
‘저자는 죽음이 두렵지 않은 건가…….’
하지만 카릴만은 마치 목숨을 내놓은 사람처럼 더욱더 미노스의 팔에 꽂은 검을 쑤셔 넣었다.
치열한 그의 전투를 보며 비올라는 자신도 모르게 마치 기사 서약 당시 신임 기사의 선택을 받은 영애처럼 카릴을 응원하는 자신을 발견했다.
[모두 죽어라……!!]미노스가 거세게 팔을 휘둘렀다.
박혀 있던 얼음 발톱이 뽑히면서 카릴의 몸이 부웅 하고 떠올랐다.
‘지금.’
하지만 녀석의 반격조차 그의 예상에 있는 것인 듯 익숙한 동작으로 카릴이 공중에서 몸을 틀었다.
파앙……!!
그의 발아래에서 공기가 터지는 소리와 함께 카릴은 얼음 발톱을 몸 안으로 잡아당겼다.
파즉……!! 파즈즈즉……!!
탄환처럼 사선으로 쏘아져 나가는 그가 정확히 미노스의 목을 노렸다.
카릴이 얼음 발톱을 잡은 손에 힘을 주었다.
그러자 검날에 솟구친 아케인 블레이드 위에 다시 한번 붉은 화염이 일렁거렸다.
콰득―――!
그때였다.
“?!”
얼음 발톱이 요동치면서 카릴의 손아귀에서 튕겨 나가듯 흔들렸다.
[크아아아아―――!!]자세가 무너진 카릴을 놓치지 않고 미노스가 있는 힘껏 망치를 휘둘렀다.
“큭!!”
그의 몸이 녀석의 망치에 바닥에 처박혔다.
“카릴!!!”
비올라는 그 광경에 깜짝 놀라며 황급히 소리쳤다.
“쿨럭, 쿨럭…….”
[내가 너를 처음 만났을 때 이미 저 빌어먹을 검에는 내 힘을 쓰지 말라고 했을 텐데.]머릿속에서 울리는 목소리.
카릴은 우습게도 그 목소리에 어처구니없다는 듯 옅은 웃음을 터뜨렸다.
‘미친. 그렇다고 이런 상황에 마력을 거부해?’
알른 자비우스가 잠들고 난 뒤 더 이상 그의 머릿속에 들리는 목소리가 없었는데 오랜만에 들려오는 목소리에 묘한 기분이 들었다.
‘너. 말을 할 수 있었잖아? 나는 네가 그대로 잠든 줄 알았는데, 라미느.’
화르륵―――!!
그러자 카릴의 손등에 박혀 있는 아인 트리거에서 불꽃이 일더니 일렁이는 작은 화염덩이 하나가 그의 주변을 빠르게 회전했다.
[저따위 검에 내 힘을 주입하다니. 그건 최악의 상성이란 말이다.]‘그건 나도 알아. 하지만 이만한 검이 없으니 그런 거 아냐. 덕분에 죽을 뻔했잖아. 이 빌어먹을 정령왕아.’
[비, 빌어먹을? 에테랄의 힘이 있는 검 안에 들어가는 게 얼마나 기분 나쁜 일인지 네놈이 알아? 저 검에 그녀의 냄새가 남아 있다고.]‘에테랄……? 물의 정령왕을 말하는 거야?’
카릴은 라미느가 해일의 여왕이라 불리는 에테랄을 언급하자 살짝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것도 모르고 써 왔단 말이냐.]‘네 말은 얼음 발톱에 정령왕의 힘이 담겨 있단 말이야?’
[물론. 저 검뿐만 아니라 블레이더가 만든 유물 중엔 우리의 힘이 담긴 것들이 있다.]카릴은 그 순간 예전에 알른 자비우스가 했었던 말을 기억했다.
‘블레이더가 만든 5대 무구.’
드워프와 엘프 그리고 7인의 원로회가 합쳐서 만든 5개의 작품은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이미 유명한 것들이었다.
이제야 어째서 그 무구가 다섯 자루밖에 만들어지지 못했는지 알 것 같았다.
‘단순히 속성 때문이라 생각했는데 그 이상이었어. 다섯이란 숫자는 정령왕의 숫자와 일치하는 거군.’
불의 힘이 봉인되어 있는 차크람, 불타는 징벌(Flame Punish).
바람의 힘이 담긴 지팡이, 무한의 숨결(Infinite breath).
물의 마법검, 얼음 발톱(Freezing Talon).
전생에서 이 3가지의 무구는 봤었다.
나머지 2개의 무구는 소실되어 찾을 수 없었지만, 대륙에 존재하는 한 가능성은 있었다.
‘라미느, 그렇다면 네 힘이 봉인되어 있는 무구가 불타는 징벌이겠군.’
[그렇다.]‘그걸 얻으러 가야겠는데.’
카릴은 라미느의 속성이 소실돼 버린 무구가 아닌, 전생에 자신이 알고 있는 무구라는 것에 다행이라 생각했다.
어디에 봉인이 되어 있는지 그리고 누가 어떻게 얻었는지도 기억하고 있었으니까.
[아니. 굳이 찾을 필요는 없다.]‘어째서?’
카릴의 물음에 불꽃이 마치 코웃음을 치는 것처럼 일렁거렸다.
[이미 너라는 무구가 있으니까.]‘뭐?’
[내 힘의 정수라 할 수 있는 아인 트리거가 이미 네 몸에 박혀 있잖아. 네가 제대로 다룰 수 없는 녀석이었다면 그대로 흡수를 시키게 두지도 않았어.]라미느의 말이 끝남과 동시에 손등에 박힌 화염의 정수가 번뜩였다.
[충분히 무구의 도움이 없이 내 힘을 쓸 수 있는데 굳이 비효율적이게 너보다 하급인 무구를 써야 할까? 네가 나가(Naga)들처럼 팔이 여러 개라서 여유가 되면 모를까.]라미느의 말에 카릴은 고개를 끄덕였다.
‘네 말이 맞아. 차라리 다른 속성의 힘을 쓸 수 있는 무구를 쓰는 게 낫겠지. 네 말에 따라 계속 얼음 발톱을 써야겠군.’
[……왜 결론이 그렇게 나는 거냐.]세상에 어느 누가 폭염왕을 놀릴 수 있겠느냐마는 카릴은 뾰로통하게 들리는 그의 모습에 피식 웃었다.
‘비전력에 폭염을 섞는 것은 어때?’
[상관없다. 아니, 오히려 훌륭하지. 어차피 네가 가진 마력은 용마력에 기반을 둔 것이니까. 더욱이 네가 먹은 용의 심장이 염룡 리세리아의 것이지 않으냐.]카릴은 그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오히려 상성이 좋지. 저 망할 검에만 쓰지 않으면…….]화르르륵……! 파즉……!
그 순간.
아그넬의 검날이 전격과 화염에 휩싸이면서 맹렬한 기세로 타올랐다.
단검의 날이 마치 얼음 발톱처럼 길어지면서 마치 불에 달궈진 것처럼 자줏빛의 검날로 변했다.
청린 자체가 마력을 받아들이기 쉬운 광물이기도 했지만 비전력과 라미느의 화염이 합쳐진 결과는 카릴의 예상을 뛰어넘는 것이었다.
그런 카릴을 향해 라미느는 말했다.
치이이익―――!!
치직――!!
놀랍게도 아그넬의 검날에 공기가 닿자 매캐한 냄새와 함께 미노스의 몸 안에서 흘러나온 타락의 기운을 태워 버리기 시작했다.
[크르르…….]그 광경을 보자 지금까지와는 다르게 처음으로 미노스가 겁에 질린 맹수처럼 낮게 으르렁거렸다.
‘회색 오크를 잡았던 게 저 힘인 건가…….’
한 손엔 붉은 화염의 검을 그리고 반대쪽에 차가운 냉기의 검을 쥔 카릴의 모습에 그레이스는 매료된 듯 눈빛이 흔들렸다.
저벅― 저벅― 저벅―
카릴은 미노스를 향해 걸어갔다.
조금 전과 달리 망치를 움켜쥔 녀석의 팔이 가볍게 떨리는 것 같았다.
[그리고 말은 바로 해야지. 네가 조금 전 나 때문에 죽을 뻔했다고?]라미느의 불꽃이 카릴의 손등 안으로 흡수되자 아그넬의 검날이 더욱더 빛났다.
[너.]폭염왕은 속삭이듯 말했다.
[애초에 마력 같은 건 안 써도 저런 조무래기는 그냥 죽일 수 있잖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