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9th Class Swordmaster: Blade of Truth RAW novel - Chapter (137)
9클래스 소드 마스터 : 검의 구도자 9클래스 소드 마스터 – 검의 구도자-137화(137/497)
109. 완벽한 승리
와아아아아아――――!!!!
와아아―――!!
카릴은 들려오는 함성에 흐뭇한 표정을 지었다. 긴장감으로 가득했던 트윈 아머에 왁자지껄한 소리가 들렸다.
“이거야 원……. 포로를 둘 감옥의 자리가 부족할 지경이군요.”
“일단은 병사들을 나누어 국경 지대에 있는 마을로 분배를 시켰습니다.”
마르제와 아벤은 오랜만에 느끼는 승리에 조금은 취한 듯 기분 좋은 얼굴로 말했다.
“부관들은 모두 격리시켰겠죠? 여기서 제국의 국경까지는 멉니다. 일반 병사들이야 보초의 수가 적어도 도망칠 생각은 못 하겠지만, 부관들은 다르니까.”
노장들도 이럴진대 승리의 주역이자 S급 마굴의 토벌자인 카릴은 별일 아닌 듯 이후의 일들에 대해 빠르게 처리하고 있었다.
원래대로라면 마르제의 자리였을 로드 타워의 집무실을 빌린 카릴은 책상에 앉아 있는 모습이 마치 본래 그의 자리인 것처럼 너무나 자연스러웠다.
“네. 걱정 마십시오. 금기사단은 아예 따로 로드 타워에 감옥에 수감시켰고 일반 병대의 부관들도 따로 모았습니다.”
올라온 보고서를 빠르게 훑었다.
순식간에 포로들의 배치를 끝낸 카릴은 이후에 제국군의 보급품을 국경 지대의 마을 사람들에게 나누었다.
“이번 전투로 인해서 국경 지대의 논과 밭은 거의 쓸 수 없다고 봐야 합니다. 자세한 조율은 현장에 있는 두 분께서 다시 보시되 이대로 나누면 올겨울은 무사히 넘길 수 있을 겁니다.”
보급품의 종류와 단위라든지 긴 겨울을 생각했을 때의 소비량을 계산하는 것까지.
군사를 다루지 않은 사람이라면 절대로 할 수 없는 일이었다.
‘대단하군……. 수년 동안 전장에 있던 자들도 이렇게 능숙하게 할 수는 없는데.’
전쟁의 시작뿐만 아니라 카릴의 완벽한 후속 지시에 아벤은 몇 번이나 감탄을 금치 못했다.
“보급품은 이걸로 됐고……. 포로 중에 마법 부대는 특히 주의해야 합니다. 터틀 캐슬에 있는 마력 구속구로는 부족할 테니 타투르에서 지원품이 올 때까지만 신경을 써주시기 바랍니다.”
카릴의 말에 아벤은 고개를 끄덕였다.
“물론입니다. 왕국에도 보고를 올렸습니다만 이 정도의 인원을 포로로 잡은 적이 없는 터라……. 당혹스러워 하는 것 같습니다.”
“흥……. 무능한 인간들. 제국군이 국경을 넘었다는 보고를 받고서도 깜깜무소식이었던 왕궁이 녀석들을 잡았다는 말을 들으니 언제 그랬냐는 듯 연락이 되는군.”
마르제는 인상을 구기며 말했다.
하지만 왕궁이 트윈 아머의 상황을 알면서도 무시한 내막에는 카릴과 손을 잡은 베릴 남작이 있다는 것을 그가 알 리 없었다.
물론.
카릴의 영향이 없더라도 그들은 국운(國運)을 마르제에게 떠넘겼을 것이다.
‘지금의 왕이라면 트윈 아머가 무너지게 된다면 그제야 그의 독단이었다고 뒤집어씌우면서 목숨을 연명했겠지.’
그런 생각은 비단 자신만 하는 것이 아니었다.
자신의 나라에 책임을 지지 않는 자들.
그들을 믿고 과연 무엇을 할 수 있을까.
하지만 카릴은 그 어떤 사족도 붙이지 않고서 아무렇지 않게 지금의 과제만을 해결하고자 말했다.
“괜찮습니다. 거리상으로도 트윈 아머에선 왕궁보다 타투르가 더 가까우니까요. 게다가 제국군의 보급품 일부로 값을 치르셨으니 저희도 손해를 보는 장사는 아닙니다.”
“거듭 도와주셔서 감사할 따름입니다, 카릴 경.”
카릴은 허리를 숙이며 말하는 마르제에게 손을 저으며 말했다.
“경이라니……. 무슨 말씀을……. 가당치도 않습니다. 저는 그저 타투르의 상인일 뿐입니다.”
그의 말에 두 사람은 피식 웃었다.
사실 카릴도 자신이 말해 놓고도 우스운 말이라는 걸 잘 알았다.
특히나 같이 있는 비올라의 표정을 보면 더더욱 확실해졌다.
‘말은 잘해요. 남부의 군주라고 당당히 내게 말해 놓고는…….’
어쩐지 뾰로통한 표정으로 자신을 바라보는 그녀의 모습을 보며 카릴은 가볍게 웃었다.
“충분히 존대 받아 마땅하십니다. 카릴 경은 저희들의 생명의 은인이시지 않습니까.”
사양하는 카릴에도 불구하고 마르제는 다시 한번 고개를 숙였다.
“옳습니다. 나 몰라라 하는 왕궁보다 저희들에겐 자유군이 훨씬 더 감사한 존재이지요.”
두 사람의 모습에 카릴은 난처하다는 표정으로 바라봤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얼굴에 만족스러운 듯 입꼬리가 살짝 올라갔다.
‘타이란 슈테안의 욕심이 오히려 내게 좋은 결과를 만들었어. 잘됐구나. 저 둘의 마음을 얻을 수 있어서.’
이미, 마광산으로 인해 많은 귀족이 포섭되었다.
무능한 왕들은 서로를 견제하기 위해 더욱더 많은 속성석을 사들였고 그 빚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었다.
사실상 빚의 액수는 중요하지 않다.
중요한 것은 신하들의 평가.
제국이나 공국과 달리 약소국이 약소국으로 남을 수밖에 없는 이유는 명백하다.
‘가장 큰 문제는 무능한 왕이지만 그를 뒷받침해 줄 수 있는 뛰어난 신하가 없다는 것.’
성공하지 못한 소국 귀족들의 머릿속에 있는 생각은 한결같았다.
자신들을 누가 더 부유하게 만들어 줄 것인가.
‘그들은 나라를 발전시킬 신념도 없다.’
베릴 남작만 봐도 알 수 있었다.
그는 국운 따위는 상관없다는 듯 자신에게서 어떻게 하면 더 많은, 더 좋은 속성석을 얻을 수 있을까 눈에 불을 켜고 궁리하고 있을 뿐이었으니까.
다른 귀족들이야 두말할 것도 없었다.
“다시 뵐 수 있을까요.”
마르제의 말에 아벤을 비롯한 가신들이 모두 깜짝 놀란 표정을 지었다.
“물론.”
카릴은 그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하나 그때가 되면 결정을 내려야 할 순간일 겁니다. 충신으로서 결코 쉬운 일이 아닐 겁니다.”
북부 국경 지대에 있는 트윈 아머에 있는 그들은 누구보다 타투르에 대해서 잘 알고 있었다.
타투르의 새로운 주인.
마르제와 아벤은 만나지 않았어도 그가 카릴이라는 것을 직감했다.
게다가 단순한 상인이 그만한 병력과 무용을 지닐 리가 없을 터.
‘남부의 야만족이 힘을 빌려주고 있다는 것은…….’
‘굳이 이 이상 설명할 필요가 없지.’
비올라에게처럼 직접적으로 말하지 않아도 다음에 만나면 적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노련한 두 기사는 짐작했다.
“비올라 왕녀님께서 어째서 경을 궁금해하고 계속 지켜보려고 하는지 그 이유를 알 것 같습니다.”
아벤은 옅은 미소를 지었다.
“저희는 신하의 도리를 다할 것입니다. 하나…… 트윈 아머가 아무리 견고하다 하더라도 닿지 않는 후방까지 지킬 순 없는 법이지요.”
이미 두 사람의 마음속엔 생각보다 큰 틈이 생긴 듯싶었다.
“자유군을 본 순간 느꼈습니다. 저들을 막을 수 있는 사람은 삼국에서 저희뿐이라는 걸.”
아벤은 마르제가 하고자 하는 말을 대신 했다.
두 사람은 알고 있다.
북부에서부터 남하하는 제국과 공국의 물살은 무슨 일이 있어도 자신들이 막을 수 있을지라도 남부에서 밀려오는 폭풍은 자신들의 능력 밖이라는 것을.
“남부의 방어선이 뚫리고 나면 저희들이 할 수 있는 것은 없겠지요. 이미 전황을 돌이킬 수 없는 상황에 놓인다면 어쩔 수 없는 일이니.”
아벤은 둘러서 자신들의 생각을 말했다.
그리고 카릴 역시 그들의 생각이 자신의 생각과 똑같다는 것을 알았다.
‘확실히 저 둘은 적어도 왕궁에 있는 쓸모없는 인간들과는 분명 다르다.’
그저 왕의 피를 이어받았다는 것만으로 아무것도 하지 않고 옥좌에 앉아 있는 자보다 카릴이 자신의 배를 더 불려 줄 것이라는 생각에 붙은 자들.
카릴이 거창하게 말했던 플랜 B는 어쩌면 그가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저절로 진행되고 있었던 것일지도 모른다.
전생에서도 그랬듯이.
이스트리아 삼국은 멸망의 길을 걷고 있었으니까.
‘내부에서 이미 왕에 대한 충심이 무너진 상황에서 유일한 걸림돌이라 한다면 바로 이 트윈 아머에 있는 병력이었다.’
하지만 이제 이스탄의 방패이자 트바넬의 수문장이라 불렸던 두 사람의 마음속에도 카릴이란 존재가 선명하게 각인되었다.
무인으로서 그의 무용을 본 두 사람은 비록 카릴에게 끌린 것은 사실이지만 첫 만남에 그를 자신의 군주로 받아들이거나 한 것은 아니다.
일종의 바람.
그러나 똑같은 감정을 겪었던 것은 틀림없을 것이다.
‘저런 자가 이 나라의 왕이었다면…….’
두 사람이 각자의 왕국을 지키는 이유는 왕에 대한 충정이 아닌 이 나라의 백성과 터전을 지키고자 하는 이유가 더 컸다.
그런 의미에서 그들에게 카릴은 국경 지대의 백성을 포로로 잡았던 제국이나 그들을 나 몰라라 했던 왕과는 다르게 보일 수밖에 없었다.
이 전쟁의 가장 큰 수확은.
제국군의 4만 포로보다 마르제와 아벤 두 사람일지 모른다.
“한데…….”
마르제는 조심스럽게 말을 꺼냈다.
“앞으로 어떻게 하실 생각이십니까? 타투르로 가십니까?”
“아뇨.”
“그럼……. 시간이 제법 흘렀는데 괜찮으시겠습니까. 이미 나머지 두 황자는 남부에 도달했을 것으로 생각됩니다만…….”
그의 걱정은 당연한 것이다.
카릴의 자유군이 남부의 야만족으로 구성되어 있는 것을 알고 있다는 것과 이번 사태가 사실상 야만족과 제국 간의 문제로 벌어진 것이라는 것에서 카릴이 이번 일과 연관이 있다고 생각했다.
물론.
제국과 문제가 생겼던 야만족이 남부의 어떤 부족인지, 무슨 일로 인해서 이렇게까지 불씨가 번졌는지와 같은 상세한 정보는 국경에 있는 그가 알지는 못할 것이다.
‘애초에 제국조차 려기사단이 남부에서 전멸했다는 것만 알지 그 부족의 정체까진 모르는 상황이었으니까.’
게다가 영토를 먼저 침입한 것은 제국이었으니 그들로서도 진상 규명을 확실하게 하기엔 껄끄러운 점들이 많았다.
‘사실 이렇게까지 일을 벌일 정돈 아냐.’
카릴은 생각했다.
올리번이 자신의 사람인 려기사단이 전멸 소식을 듣고 난 뒤에 어떻게 행동을 할 것인가.
‘녀석이 디곤과 모종의 계약을 맺은 것이라면 녀석의 입장에서 갑작스러운 사고는 명백한 계약 위반. 최소한 그에 대한 보상은 챙기려 했을 것이다.’
하지만 올리번의 예상과 다른 변수.
황제의 복귀.
그로 인해서 갑작스러운 남부행이 정해진 것이다.
이 모든 것이 세 황자의 입장이 모두 다른 것과 황제의 계략이 맞물리게 된 결과였지만 말이다.
‘내가 회색교장을 공략했기 때문에 미래가 바뀌었다.’
자신 때문에 청린의 채취법이 올리번의 귀에 들어가게 되면서 그가 려기사단을 남부로 파견했으니까.
‘이건 전생에 없는 일.’
카릴은 하나하나 체크를 해 나가듯 사건들을 비교해 갔다.
‘이번 사건에서 내가 바꾼 미래와 상관없이 중요한 것이 하나 있다.’
바로.
이번 사태의 전제 조건.
려기사단이 남부를 통해 아무런 제재도 없이 나락 바위에 도달할 수 있었던 이유.
‘올리번은 언제부터 디곤 일족과 손을 잡았던 것일까. 오히려 이번 일이 없었다면 녀석과 디곤과의 사이를 알지 못했을 거야.’
이 일이 카릴로서는 행운이라면 행운일지 모른다.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그는 불안한 듯한 표정을 짓는 마르제를 바라보며 지그시 웃었다.
“남부로 갈 황자는 이미 정해 놓았으니까.”
* * *
“후우……. 아슬아슬했어.”
“다시는 네가 모는 배에 타지 않을 거야.”
“왜? 내가 아니었다면 시간 내에 도착하지 못했을걸.”
수안의 대답에 두샬라는 끔찍한 경험을 했다는 얼굴로 고개를 가로저었다.
수왕이 깨어나고 난 뒤.
마치 기다렸다는 듯 포나인의 강물이 거세지면서 수안은 그 거센 강물을 아무렇지 않게 거슬러 올랐다.
에이단과 달리 요동치는 파도에 꽤나 고생을 한 듯 두샬라는 육지에 내려온 지 한참이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속이 좋지 않은 듯 창백했다.
“내 배가 싫으면 돌아갈 땐 저 녀석의 머리 위에 올라타. 최소한 멀미는 나지 않을걸.”
“……저건 저것대로 싫은데.”
“크큭.”
몸서리치는 두샬라의 모습에 수안과 에이단은 재밌다는 듯 피식 웃었다.
“저 녀석……. 타투르에서 보이지 않다 생각했는데 언제 여기까지 와 있었던 거지. 마스터께선 도대체 언제 이런 준비를 하셨던 거야?”
수안은 진심으로 우러나오는 탄성을 지으며 말했다.
남부로 향하는 마지막 협곡.
끝을 알 수 없을 정도의 성벽같이 까마득한 높이의 절벽이 둘러싸인 이곳에서 그들은 한 무리를 살피고 있었다.
내려다보는 그들의 눈에 모이는 일행들은 난처한 듯 걸음을 멈추고 있었다.
“마스터의 예상대로야.”
에이단은 피식 웃으며 말했다.
그러자 두샬라 역시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이로써 남부로 갈 수 있는 사람은 딱 한 명뿐이군.”
그녀의 말에 수안은 피아스타 때의 일을 떠올리며 묘한 눈빛으로 아래를 바라보며 말했다.
“잘나신 2황자의 표정을 한번 봐야 하는데.”
[크르르르…….]협곡 아래.
괴수의 으르렁거림이 메아리처럼 울렸다.
“…….”
그곳엔.
똬리를 튼 채로 거대한 샌드 서펀트가 절벽 사이의 유일한 가도를 떡하니 막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