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9th Class Swordmaster: Blade of Truth RAW novel - Chapter (139)
9클래스 소드 마스터 : 검의 구도자 9클래스 소드 마스터 – 검의 구도자-139화(139/497)
111. 디곤
“칼!! 카아알――!!!”
“어휴, 귀청 떨어지겠어요. 왜 그러세요?”
“지금 태평하게 있을 때야? 난리가 났다. 난리가 났다구. 전쟁이 터질지도 모른다고.”
코브의 길드 사무실에 있던 캄마는 항구에 모이기 시작하는 군선들을 바라보며 불안한 목소리로 말했다.
“에이, 호들갑 좀 그만 떠세요.”
“호, 호들갑? 야 이 녀석아. 너야말로 세상 물정 몰라서 태평하게 있을 수 있는 거지. 강철 함대의 위용은 코브 사람이라면 지나가는 개도 안다고.”
칼 맥은 이를 딱딱거리면서 불안해하는 그의 모습을 보며 피식 웃었다.
“대단한 건 잘 알겠는데요. 화이트 벙커와 싸우게 된다면 적어도 저 대단한 함대로는 싸우지 않을 거니까 걱정 마세요.”
카릴이 타투르로 돌아간 이후 칼 맥과 캄마는 몇 개월간 공국과 도시를 오고 갔다.
라바트 길드는 이제 꽤 코브에 자리를 잡았고 화이트 벙커의 귀족들과도 안면을 튼 상태였다.
덕분에 칼은 캄마의 오두방정을 수도 없이 봐왔다. 그렇기에 이제는 그 모습이 익숙한 듯 웃었다.
“어휴, 하나는 알고 둘을 모르는 건 네 녀석이다. 함대야 당연히 움직이지 않겠지. 설마 너는 나를 배가 산으로도 갈 수 있다고 생각하는 바보로 여기느냐.”
“에이……. 설마요.”
“눈빛이 좀 마음에 들지 않는데. 뭐, 어쨌든 중요한 건 지금까지와 달리 프란이 제스처를 취하고 있다는 말이지. 아마도 제국이 남부에 정신이 쏠려 있는 분위기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그걸 만든 게 마스터구요.”
칼은 캄마가 어지럽혀 놓은 책상을 보며 한숨을 쉬고는 서류를 담을 상자를 가져오며 말했다.
“그래, 그래. 공국이든 제국이든 모두 마스터의 손에서 움직이고 있지. 하여간 대단한 사람이라니까. 발걸음 하나 뗄 때마다 나라가 들썩이니.”
“맞아요.”
캄마는 그의 대답에 고개를 끄덕이다가 황급히 손을 저으면서 말했다.
“아니, 그게 아니지! 내가 할 말은…….”
“잠자코 있던 프란 경이 함대를 소집한다는 건 해전을 하지 않더라도 전쟁의 의사를 밝혔다는 것. 그건 단순히 코브와 화이트 벙커 간의 싸움이 아닌 7공작 전원의 일로 번지겠죠.”
칼은 집무실에 쌓여 있는 서류들을 정리하면서 기다렸다는 듯 대답했다.
“이후로 3공작 윌메이, 4공작 자크소가 화이트 벙커를 지지했고 5공작 락히엘, 6공작 보니토스, 7공작 루이체가 프란 경에 손을 들어줬죠.”
“…….”
“숫자상으로는 3 대 4라 1공작인 튤리의 위세가 약해진 게 아니냐는 평가지만 사실상 루레인 공국의 나머지 군사력은 3, 4공작이 월등하게 많으니 프란 경이 열세인 것은 마찬가지네요.”
쉴 새 없이 떠들던 수다스러운 캄마의 입이 칼의 설명에 멈추었다.
“어디 보자……. 화이트 벙커에 상주군이 5만이고 코브의 군사는 4만. 하지만 둘 다 당장에 전 병력을 소진할 수는 없는 상황에서 나머지 공작들의 지원을 받으면 대충 7만 대 5만의 전쟁이겠네요.”
칼은 허공에 있는 종이에 글을 쓰는 것처럼 손가락을 몇 번 움직이더니 셈을 마쳤다.
“그렇게 따지면 남부를 치려고 루온 황자가 7만의 병력을 출병했다는데 확실히 제국이 스케일이 다르긴 달라요. 그쵸?”
“아니, 지금 그게 문제가 아니라…….”
턱―
칼은 캄마에게 서류가 든 상자를 건네면서 말했다.
“그리고 몇 개월 동안 물건만 팔다 보니 잊으셨어요? 저희는 정보 길드라는 거.”
“음?”
“우리가 단순한 상인이라면 이미 화이트 벙커와 계약을 텄겠죠. 몇 개월이나 공을 들이며 시간을 끌었던 건 오히려 저희가 이 전쟁이 나는 걸 기다렸기 때문이니까요.”
칼은 씨익 웃었다.
“프란에 대한 정보를 팔아야죠.”
캄마는 그 순간 아찔한 기분이 들었다.
“게다가 마스터가 했던 말이 있잖아요.”
“음?”
“전쟁이 시작되면 든든한 지원군이 올 거다. 우리가 해야 할 일은 그들과 함께 타투르로 돌아가는 것.”
하지만 캄마는 그 말에 인상을 구겼다.
“남아 있는 사람이라고 해봐야 미하일뿐이잖아. 이제 겨우 마법사의 반열에 오른 애송이 한 명을 믿고 수만 명이 죽어 나갈 전쟁터에서 살아 돌아오라니……. 그게 말이 돼?”
“마스터가 시킨 일이잖아요.”
“어휴, 넌 뭘 보고 그렇게 마스터의 말을 믿는 거냐. 마스터가 대단한 건 인정하지만 그렇다고 그가 신이라도 되는 건 아니잖아.”
칼 맥은 캄마의 물음에 씨익 웃었다.
“아저씨.”
“아, 아저씨?! 녀석아. 몇 번이나 말했잖아. 나는 3명밖에 없는 타투르의 관리…….”
“마스터가 싸우는 모습 못 보셨죠?”
“……뭐?”
캄마의 핀잔에도 불구하고 칼은 이미 친한 사이인 듯 그의 어깨에 가볍게 손을 올리며 말했다.
“신은 모르겠지만 장담하건대 마스터는 최소한 드래곤은 혼자 잡으실 사람이에요.”
툭, 툭.
먼지를 털어 내듯 칼 맥은 여유롭게 캄마를 두들기며 말했다.
“그런 마스터가 든. 든. 한. 지원군이라고 했으니 실력은 고민할 필요가 없을 걸요?”
대범한 소년은 오히려 전쟁을 기대하는 표정으로 웃으며 말했다.
“공국의 새로운 시대에 저희가 있을 겁니다.”
* * *
디곤 일족의 막사.
오랜 세월 동안 남부의 패자로 군림하고 있던 디곤 일족은 대륙의 왕국들에 버금가는 규모를 가지고 있지만, 야만족답게 전통적인 막사를 짓고 살았다.
“생각지도 못한 방문객이 찾아 왔군.”
하지만 이름만 막사일 뿐 몇 겹의 목책으로 둘러싸여 있는 여왕의 막사는 성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대단한 위세를 자랑했다.
“기다렸던 자들은 오지 않고 조금 뜬금없는데?”
날카롭고 카랑카랑한 목소리가 들렸다.
짧게 자른 은색의 단발과 마치 드래곤을 닮은 황금빛 눈동자.
막사 중앙에 있는 커다란 방석 위에 앉아 한쪽 다리를 세워 그 위에 팔을 걸치고 아래를 내려다보는 여인은 그 모습만으로도 범접할 수 없는 위용이 느껴졌다.
디곤의 여왕, 밀리아나.
옥좌 양옆으로 서 있는 그녀의 친위대는 미동도 하지 않고 그들의 앞에 있는 남자를 주시했다.
“…….”
하지만 숨이 막힐 듯한 날카로운 시선을 받으면서도 의외로 남자는 당당했다.
그 역시 한 일족의 수장이었으니까.
“북부에 찌그러져 있어야 할 늑여우가 이 더운 곳까지 어인 행차인지 말이야.”
제국의 3황자가 아닌 가장 먼저 디곤을 찾은 사람은 다름 아닌 하시르였다.
“전할 말이 있다.”
“전할 말? 소문이 정말 사실이었나 보군. 늑여우가 주인을 섬긴다는 소문 말이야.”
밀리아나는 그의 말에 입술을 씰룩이며 놀랍다는 표정과 함께 비아냥거리듯 말했다.
“디곤의 위세가 높긴 하지만 제국과 전쟁을 치르진 않을 터. 애초에 그들이 공격한 건 5대 일가. 본디 디곤의 보호를 받아야 할 부족들이고.”
“…….”
그녀의 비아냥에도 불구하고 하시르는 자신이 할 말만을 담담하게 말했다.
“마스터의 전언이다. 만약, 디곤이 교도 용병단의 비공정이 착륙하는 것을 거부하고 있다면 내가 오기 전까지 황자 중 누가 와도 거래를 하지 않길 바란다.”
“하? 내가 왜 그래야 하지?”
하시르의 말에 밀리아나의 얼굴이 조금 굳어졌다.
배짱 좋게 말했지만 실제로 세 황자 중에 가장 먼저 남부에 도착한 교도 용병단의 비공정이 아직 그녀의 거절로 상공에 그대로 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게 디곤이 명맥을 유지 할 수 있을 유일한 길이니까.”
콰아아아앙―――!!!
그 순간.
그녀의 친위대들이 일제히 쥐고 있던 대검을 뽑아 하시르를 향해 겨누었다.
“…….”
스무 개의 검이 목에 닿았지만 그는 눈 하나 깜빡하지 않았다.
“강단은 있군.”
밀리아나는 손을 들어 친위대를 물렸다.
“한 가지 묻지. 늑여우의 행동은 북부 전체의 뜻이냐 아니면 너희들만의 독단이냐.”
“우리 늑여우는 단 한 번도 북부의 이민족들과 함께 한 적 없다. 늑여우는 무리를 짓지 않으니까.”
“그래. 그러니 신기한 거지. 그런 너희들이 같은 이민족도 아닌 대륙인에게 머리를 조아리고 있다니 말이야.”
그녀는 다시 한번 하시르를 향해 물었다.
“네 생각을 듣고 싶은데.”
“굳이 따진다면 지금은 늑여우의 독단이지. 이단섬멸령으로 인해 제국이 북부를 들쑤셔 놓았으니까.”
낮게 숨을 토해내고는 하시르는 말했다.
“하지만 곧 북부 전체의 뜻이 되겠지.”
흥미로운 표정으로 그를 바라봤다.
“자신할 정도인가 보군. 늑여우의 입에서 그런 말이 나오다니……. 놀라운데. 모시는 주인이란 자가 그 정도로 대단한가 보지?”
“나에 대한 자신이겠지.”
두 사람 사이에 묘한 긴장감이 흘렀다.
밀리아나는 알고 있다.
대초원의 4부족과 남부의 5대 일가까지 지금 카릴이란 자의 수하로 들어갔다는 것.
북부 전체의 뜻이 되도록 만들겠다는 하시르의 말에는 이미 북부의 나머지 부족들까지 카릴의 것이 될 수 있다는 이기도 했다.
정말 그의 말대로 남은 것은 디곤뿐일지도 모른다.
“안일했어. 용이 조심해야 할 건 제국의 애송이들이 아니었군.”
밀리아나는 으르렁거리듯 말했다.
하지만 후드로 얼굴을 가린 채 하시르는 남부의 열기보다 더 차가운 눈빛으로 그녀에게 말했다.
“용이라……. 아직까지 자신들을 그렇게 부르고 있다니 낯 뜨겁지 않은지 모르겠지만.”
입이 가려져 있지만 그의 목소리에 어쩐지 비웃음 같은 것이 느껴졌다.
“만나보면 알걸. 제아무리 용이라도 그 남자에겐 사냥당하고 말걸.”
빠득―
밀리아나가 그의 말에 이를 갈았다.
날카롭게 솟은 송곳니가 마치 정말 드래곤의 것처럼 번뜩였다.
“‘만나보면’이라니. 이미 만나봤는데.”
“……!!”
“하시르, 네가 나를 그 정도로 평가해 주는 줄은 몰랐는데. 이거 나름 뿌듯한데.”
그때였다.
막사 뒤에서 들려오는 목소리에 하시르 뿐만 아니라 그곳에 있던 모든 사람이 놀란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딱히 나는 용 사냥꾼이 되고 싶진 않아. 드래곤이라면 확실한 전력이잖아? 웬만하면 수족으로 다룰 수 있으면 좋겠지.”
저벅― 저벅― 저벅―
정돈된 발걸음 소리가 막사에 울렸다.
어쩐 일인지 친위대들조차 그의 등장에 누구 하나 검을 뽑아 들지 못했다.
“이제 만난 거야? 너무 늦었잖아. 내가 시킨 일이 생각보다 힘들었나 봐.”
“……언제 오신 겁니까. 그리고 제가 늦은 게 아니라 마스터께서 너무 빨리 오신 겁니다.”
“알잖아. 남부로 통하는 지름길을 알려 줄 사람이 내게 있다는 걸.”
“제가 괜한 헛걸음을 한 것 같네요.”
“운이 좋았을 뿐이야.”
카릴은 하시르를 지나치며 옅게 웃었다.
“북부에서 내가 말한 건?”
“찾았습니다. 말씀대로 꽤 고생을 하긴 했지만.”
“좋아.”
두 사람은 짧게 대화했다.
무슨 일인지 알 수 없는 밀리아나만이 그를 날카롭게 노려보았다.
‘언제……?’
디곤의 막사를 이렇게 아무렇지 않게 들어 올 수 있는 자가 과연 몇이나 있을까.
그녀는 허리에 차고 있는 두 자루의 세검에 조용히 손을 가져갔다.
그 순간 카릴이 손가락으로 그녀를 가리키며 말했다.
“그 검은 뽑진 않는 게 좋겠는데. 딱히 싸우려고 온 것도 아니고, 그리고 나름 우린 구면이잖아?”
“구면……?”
카릴은 품 안에서 손을 집어넣었다.
“허튼짓하지 마. 멈춰.”
그녀가 긴장한 목소리로 말하자 카릴은 가볍게 웃으며 천천히 손을 꺼냈다.
그의 손에 가면 하나가 들려 있었다.
“너……?”
카릴은 그 가면을 자신의 얼굴에 포개었다가 떼었다.
“내가 데리고 왔던 자는 어때. 가르칠 만하던가?”
그러자 밀리아나는 그의 말에 어처구니없다는 듯 헛웃음을 터뜨렸다.
“네 녀석이었군. 건방지게 나를 협박했던 놈 말이야.”
“협박이라니. 좋은 선택을 하길 바란다는 의도에서 말했을 뿐이지. 뭐, 게다가 네가 그를 보고 오히려 가르치고 싶은 욕심이 생길 거라고 생각했기도 하고. 마음에 들지 않던가?”
“흥…….”
카릴은 부정을 하지 않는 그녀의 모습에 고개를 끄덕였다. 밀리아나 정도라면 충분히 그의 재능을 알아봤을 테니까.
“기다리던 자는 아마 안 올 거야. 올리번이 협곡에서 기수를 돌렸다는 보고를 받았거든. 게다가 무슨 거래를 한 건지 모르겠지만 이번 일이 아니라도 올리번과 그 쓰레기는 절대로 너와의 약속을 지키지 않을걸.”
“무슨 소린지 모르겠군. 네가 귀족이라도 되나? 말하는 투가 꼭 그를 잘 알고 있는 것처럼 말하는구나.”
밀리아나는 카릴을 흥미롭게 바라봤다.
‘잘 알지. 녀석이 너와 무슨 약속을 했는지는 모르지만 절대로 지키지 않을 거라는 건. 왜냐면 그놈이 네 목을 직접 베었으니까.’
카릴은 처음에는 디곤이 제국을 도와준 것에 대해서 의아했다.
하지만 전생에서 신탁을 이행하는 과정에서 그녀가 얼음 발톱을 들고 자신과 함께 싸웠던 것을 기억했다.
‘야만족이었던 네가 신탁을 수행하기 위해 나와 함께 싸웠던 이유는 단순히 타락으로부터 대륙을 지키기 위함만은 아니었던 거야.’
이미 이때부터였다.
올리번은 밀리아나에게 무언가를 약속했을 것이 틀림없다. 그리고 그녀는 그걸 위해 싸웠던 것이고.
‘그걸 알아야 한다.’
카릴은 눈빛을 빛냈다.
대륙인인 그가 무엇을 약속했기에 야만족인 디곤의 마음을 움직이게 할 수 있었는가.
카릴은 그렇게 되면 디곤의 힘을 자신의 것으로 만들 수 있을 것이라 확신했다.
“황족들에게 꼬리를 흔드는 귀족보다 낫지. 이번엔 타투르의 주인이자 남부의 군주로서 찾아온 거니까.”
“남부의 군주라…….”
밀리아나는 카릴의 말에 살짝 인상을 찡그렸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어처구니가 없어 오히려 흥미가 느껴졌다.
어찌 보면 자신이 군림하고 있는 남부를 빼앗은 적인 주제에 너무나 당당하게 말하고 있었으니까.
카릴은 조금 허리를 숙이며 그녀를 향해 말했다.
“거래를 해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