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9th Class Swordmaster: Blade of Truth RAW novel - Chapter (14)
9클래스 소드 마스터 : 검의 구도자 9클래스 소드 마스터 – 검의 구도자-14화(14/497)
13. 제물을 정하다
“아르딘이라고 합니다. 이렇게 맥거번가의 도련님들을 뵙게 되어 영광입니다.”
닷새가 지난 후.
기다렸다는 듯 정확한 시간에 저택 앞에 병사들이 기다리고 있었다.
“…….”
짧게 세운 머리.
부리부리한 눈매와 독사처럼 날카로운 황색의 눈동자를 가진 남자를 카릴은 가장 뒤에서 바라봤다.
“발사르가(家)의 사병 500명. 황명을 받고 맥거번가(家)를 지원코자 왔습니다.”
“반갑습니다. 국경을 수비하는 것도 어려운 일인데 수고스럽게도 지원을 아끼지 않은 발사르가(家)에 아버님을 대신해 감사를 표하오.”
마르트는 능숙하게 고개를 끄덕이며 아르딘에게 말했다.
‘보고 받은 대로군. 큰 느낌은 아니야.’
작다는 것은 단순히 체구를 뜻하는 것이 아니었다.
그릇.
위협이 되느냐 되지 않느냐를 나누는 기준.
그가 알기론 맥거번이라는 명성에 비해 그다지 위협적이지 않다고 했었다.
항간에는 그의 부족함을 메우기 위해 양자를 데려온 것이 아니냐 하는 소문도 있었으니 말이다.
‘오히려 위험한 건 양자로 데려온 자식들.’
하지만 어느 가문에서나 직계가 아닌 존재들의 입지는 미약할 뿐.
아르딘은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그런데……. 저 뒤에 계신 분은?”
그런 와중에 눈에 띄는 한 사람이 있었다.
그는 눈을 번뜩이며 카릴을 바라보며 물었다.
“여섯째입니다. 사정이 있어 얼굴을 가린 점을 이해해 주시기 바랍니다.”
‘뭐? 그 사이에 또?’
사교계에서나 볼 것 같은 가면을 쓰고 팔짱을 끼고 있는 그를 바라보며 아르딘은 떨떠름한 표정을 지었다.
“아……. 그렇군요. 그렇다면 이제 다섯 도련님이 아니라 여섯 도련님이시군요. 하하하.”
눈치 빠르게 그는 아무렇지 않은 듯 창을 뒤로 한 채, 가슴 위로 주먹을 가져가며 카릴을 향해 고개를 끄덕였다.
“…….”
‘별난 녀석이야. 그건 그렇고 크웰이란 작자는 백작이면서 자존심도 없나. 무슨 뜨내기들을 이렇게 집에 받아들이는 거야?’
대꾸도 없는 카릴을 바라보며 아르딘은 속으로 생각했다.
마창사(魔槍士) 아르딘.
카릴은 그에게서 시선을 떼지 않았다.
그에게 있어서 아르딘은 잊지 못할 인물이었다.
‘뇌(雷) 속성의 마력을 창날에 담아내는 마창(魔槍)이라는 제법 희귀한 창술을 사용했지.’
꽤 전장에서 이름을 떨친 그였지만 지금은 그저 발사르가(家)에 영입된 지 얼마 되지 않은 신참에 불과했다.
그리고 그 정도 실력자는 대륙에 많았다.
이름조차 기억하지 못할 정도로.
그러나 그는 특별했다.
‘루레인 공국의 첩자.’
그 사실을 알게 된 건 한 참 뒤의 일이었다.
‘이번 토벌 때 고블린에 의해 란돌이 죽는다. 모두가 사고사라고 생각했었지. 하지만 그의 정체가 뒤늦게 밝혀지면서 상황은 완전히 달라졌다.’
란돌의 죽음으로 인해 발사르가(家)가 재조명되며 엄청난 파장을 일으켰다.
하지만 그때는 아르딘이 사라진 뒤였다.
그나마 있었던 의혹도 증거 불충분으로 조사가 불가능했다.
‘하지만 국경을 맡고 있던 발사르와 맥거번의 사이가 틀어지면서 엄청난 국력의 손실이 있었지.’
카릴은 아르딘을 바라봤다.
그래 봤자 지금은 갓 영입되어 500명의 사병을 지휘하는 돌격대장일 뿐.
혼자서 할 수 있는 일은 그다지 많지 않았다.
그러나.
반대로 혼자가 아니라면?
‘정말 이 시기에 아르딘이 온 게 단순한 우연일까.’
카릴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녀석을 다시 만난 건 몇 년 뒤 루레인 공국과의 전쟁에서였다.’
결국.
자신의 손에 죽었지만.
하지만 복수라는 것은 결국 때늦은 일일 뿐.
그렇다고 해서 죽은 란돌이 살아 돌아오는 것은 아니었다.
‘그때 녀석이 마지막으로 했던 말.’
가면 속의 그의 시선이 날카롭게 아르딘을 노려보았다.
‘더 있다는 거지.’
국경을 수비해야 할 남작가의 사병을 지원군으로 보낼 수 있을 정도의 권력을 가진 사람.
‘녀석을 조종하는 윗선.’
그 역시 같은 첩자.
분명 그 존재는 제국의 중심인 황도(皇都)의 귀족 중 하나가 분명 할 것이다.
‘인사권을 움직일 정도의 힘을 가진 제후들은 많지 않다. 하지만 그만큼 고위 귀족이 첩자라는 것은…….’
루레인 공국과의 전쟁에서 겪은 많은 패배도 분명 그가 손을 썼을 것이다.
‘생긴 것과 달리 아르딘 녀석은 입이 무거웠지.’
그는 죽기 직전까지 그자의 정체를 말하지 않았고 결국 그 존재는 밝혀지지 않은 채 미궁 속으로 빠지고 말았다.
‘하지만 이번 생은 다를 거다.’
그가 하고자 하는 일.
루레인 공국의 아르딘에 의한 이번 사고를 막는 것뿐만 아니라 제국 깊숙이 숨어 있는 또 다른 첩자를 밝혀내는 것.
카릴이 눈빛을 빛냈다.
“무슨 생각을 하고 있지?”
“아무것도…….”
그의 옆에 서 있던 티렌이 나지막하게 묻자 카릴은 담담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가면을 쓰게 한 것을 이해해라. 네 태생을 알릴 순 없는 일이니까.”
티렌은 나지막하게 말했다.
익숙한 일이었다.
유년 시절의 대부분을 썼었다.
‘아인헤리에 보관되어 있는 책 중에 외모를 바꿀 수 있는 마법도 있었다. 하지만 그렇게 되면 내가 마력을 가지고 있다는 밝히는 꼴이지.’
카릴은 오랜만에 써보는 가면을 만지며 생각했다.
‘더 중요한 순간에.’
자신의 힘을 밝힐 때 역시 그의 머릿속에 이미 계획되어 있었으니까.
‘게다가 얼굴을 가렸기 때문에 할 수 있는 일도 많고.’
힘을 숨긴 만큼.
자신의 존재도 숨길 수 있는 것이 좋았다.
“저자를 감시해라.”
끄덕-
바라던 바였다.
‘잘된 일이야. 애초에 그게 내 목적이었으니.’
단순히.
란돌의 목숨을 구하기 위함이 아니었다.
‘미래를 바꾸기 위해 가장 필요한 것.’
아무리 자신이 뛰어나다 하더라도 혼자서 모든 것을 할 수는 없는 법이다.
논밭을 매는 농부에서부터 일개 병사까지.
모두 필요했다.
“출발하라—!!!”
티렌의 외침.
1천 명의 병사가 일제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카릴은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앞으로 3년.
‘신탁(神託)이 있기까지.’
그는 조금이라도 더 위로 올라가야 한다.
힘이란 곧 권력.
‘잊지 말아야 한다.’
자신의 의지를 관철할 수 있는 위치가 되지 못한다면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것.
힘으로만 모든 것을 이루고자 한다면 살인자가 될 뿐이다.
‘올리번.’
자신이 믿었던 제2황자.
그리고 자신의 유일한 친우(親友).
하지만 결국.
전생(前生)에서 자신의 손으로 그를 죽이지 않았던가.
똑같은 미래를 반복할 순 없다.
그러기 위해서 필요한 것.
‘하루라도 빨리 변방이 아닌 황도로 가야 한다.’
권력의 중심으로.
‘앞으로 있을 수많은 전투.’
그는 기억하고 있다.
승리의 방법부터 패배의 이유까지.
‘모든 명예를 독식(獨食)한다.’
꽈악-
카릴의 손에 힘이 들어간다.
아르딘을 바라보는 그의 눈빛이 빛났다.
‘그 첫 제물이 네가 될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