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9th Class Swordmaster: Blade of Truth RAW novel - Chapter (140)
9클래스 소드 마스터 : 검의 구도자 9클래스 소드 마스터 – 검의 구도자-140화(140/497)
112. 밀리아나와의 거래
“거래? 네가 나와 무슨 거래를 하겠다는 거지?”
밀리아나는 카릴을 보면서 어처구니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제국이 네게 어떤 조건을 제시했지? 도대체 뭘 약속했기 때문에 남부의 명예조차 팔아버렸는지.”
“……뭐?”
카릴은 가볍게 손가락을 튕겼다.
“아, 정확히 말하면 제국이 아니라 올리번인가? 너도 순진하군. 황제도 아니고 황자의 말을 곧이곧대로 믿고 있고 말이야.”
“미친 놈.”
밀리아나는 그를 향해 으르렁거리듯 말했다.
“그게 무엇이 되었든 그보다 더 입맛 다실 녀석을 주지. 내 계획에 동참해라.”
“크…… 크큭.”
그녀는 어깨를 들썩이며 웃었다.
황당할 정도로 당당한 모습이라 오히려 웃음이 나오고 있었다.
“좋아. 나와 거래를 하고 싶다고?”
매서운 눈빛으로 밀리아나가 카릴을 바라봤다.
“남부의 군주라고 칭하는 자라면 남부의 규율 정도는 알고 있겠지.”
카릴은 그녀의 말에 마치 바랐던 것처럼 고개를 끄덕이며 노래를 읊조리듯 나지막한 목소리로 말했다.
“야만은 야만답게.”
콰아아아앙―――!!
콰강――!!
순간,
막사 안을 울리는 굉음이 터져 나왔다.
앉아 있던 그녀가 탄환처럼 튀어 나가며 허리에 차고 있던 두 자루의 세검을 뽑아 카릴에게 휘둘렀다.
“흐음.”
그녀는 쉴 새 없이 검을 몰아쳤다.
애검인 듀얼 소드, 아크(Ark)와 게일(Gale)의 날에 옅은 검기가 서렸다. 제국인들에게서 볼 수 있는 마나 블레이드가 아닌 순수한 마력 그 자체.
하지만 너무 옅어 검기라고 부를 수도 없을 정도로 미약했지만 분명 카릴의 오러 블레이드와 같은 것이었다.
‘약하긴 하지만 확실히 용마력. 그래도 저릿한 느낌이 나쁘지 않은걸. 흔한 마나 블레이드보다 더 강해.’
뺨을 스치며 느껴지는 찌릿찌릿한 살기.
확실히 남부의 패자라 불릴 만한 기세였다.
콰앙―――!!
카릴이 있는 힘껏 그녀의 검을 밀치자 튕겨 나가듯 밀리아나가 뒤로 물러났다.
“내 검을 막아? 큐란을 죽이고 타투르를 차지했다는 게 헛소문은 아닌가 보군.”
“에이…….”
그녀의 말에 카릴은 피식 웃었다.
그 웃음의 의미를 알지 못해 밀리아나는 살짝 고개를 갸웃거렸다.
“고작 그 정도로?”
파앗……!!
얼음 발톱을 긋자 밀리아나는 황급히 쌍검을 엑스자로 교차해서 카릴의 공격을 막았다.
“큭?!”
예상치 못한 엄청난 힘에 그녀의 허리가 뒤로 활처럼 꺾였다.
한쪽 무릎을 바닥에 꿇으며 가까스로 버티자 카릴은 그녀를 내려다보며 나지막한 목소리로 속삭였다.
“기사단 정도는 쓸어버려야 어디 가서 검 좀 쓴다고 말할 수 있지.”
“설마……. 네가 란돌의…….”
그의 말에 밀리아나의 눈동자가 커졌다.
카드득……. 카득……!!
‘제길……, 무슨 힘이 이렇게……?!’
검을 맞댄 상태에서 카릴을 밀치려고 밀리아나는 안간힘을 썼지만 오히려 더욱 자세가 무너질 뿐이었다.
“물론, 나도 야만의 방식을 딱히 싫어하진 않아.”
카릴이 지탱하고 있던 그녀의 한쪽 다리를 가볍게 툭 걸어 넘어뜨렸다.
순간 자세가 무너지면서 공중에서 비틀거리며 뜨자 그는 지체 없이 그녀의 옷깃을 잡아 던지다시피 막사 밖으로 밀었다.
쾅……!!!
주르르륵―――!!
둔탁한 소리와 함께 그대로 엎어질 뻔했던 그녀는 마치 디딤대라도 있는 것처럼 공중에서 한 템포 뛰어오르며 바닥에 착지했다.
하지만 카릴의 힘을 모두 지워내진 못한 듯 착지를 한 채로 비틀거리며 뒤로 밀려났다.
‘확실히 마력을 컨트롤할 줄 아는군. 특유의 리듬은 거의 완성이라고 봐야겠어.’
지금 상태로도 그녀의 능력은 소드 마스터에 버금간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자신과 신탁을 이행하던 시절의 밀리아나는 지금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뛰어났다.
나르 디 마우그.
백금룡을 만나고 난 뒤.
용마력을 이어받긴 했지만 스승이 없던 그녀에게 그의 가르침은 천금과도 같은 것이었으니까.
‘하지만.’
부웅―
카릴이 얼음 발톱을 가볍게 한 바퀴 돌리며 천천히 막사 밖으로 걸어갔다.
“그러니 할 거면 제대로 해야지. 야만답게.”
웅성웅성…….
갑작스러운 소란에 디곤 일족들이 공터로 나와 두 사람의 결투를 지켜봤다.
“보는 눈이 많아졌는데. 괜찮겠어?”
“시끄러!!”
저릿저릿한 통증이 아직까지 느껴졌지만 밀리아나는 카랑카랑한 목소리로 소리쳤다.
“여왕의 실력을 한번 볼까?”
파앗―!!!
순식간에 10m 정도의 거리를 한걸음에 좁히며 밀리아나가 달려 나갔다.
양옆으로 튀기는 흙먼지와 걸음을 내디딜 때마다 찍히는 발자국에서 실린 힘이 느껴졌다.
즈아아앙……!!
그녀의 검이 춤을 추듯 흔들렸다.
후웅―!
찰나의 순간.
구경꾼들은 눈으로 좇을 수도 없을 정도의 빠르기로 밀리아나가 수십 번 카릴의 급소를 노렸다.
카강……! 카가강! 캉! 카캉!!
그건 인지하고 펼치는 검술이라기보다 본능적으로 쏟아붓는 쾌검이라고 하는 것이 옳았다.
‘어째서……?!’
속사포처럼 쏟아지는 검격 사이로 카릴은 큰 동작을 취하지도 않는데 그녀의 품 안으로 아무렇지 파고들었다.
화르륵――!!
그 순간 불꽃이 일었다.
“염지(炎指).”
카릴의 오른손등에 박혀 있는 아인 트리거가 붉게 변하더니 붉은 화염구 세 개가 만들어졌다.
“……!!”
폭염왕의 힘이 담긴 화구는 단순한 불이 아니었다.
“발화(發火).”
그의 영창이 끝남과 동시에 쏘아진 세 개의 불꽃이 머리와 가슴 그리고 뒤의 사각을 노렸다.
“흡!!”
밀라아나는 화구를 피하기보다 숨을 참으며 오히려 더 앞으로 달려 나갔다.
몸을 한 바퀴 돌면서 두 검을 번갈아 가며 위, 아래로 그었다.
그녀의 머리와 가슴을 노리던 화구가 정확히 반으로 갈라졌다. 화염이 폭발하는 속도보다 빠르게 밀리아나는 카릴의 목을 노리며 다시 한번 검을 그었다.
카아앙―――!
얼음 발톱에 막힌 그녀의 검.
하지만 오히려 그걸 기다렸다는 듯 그녀가 카릴의 어깨를 밟으며 위로 튀어 올랐다.
회심의 미소.
밀라아나가 시야에서 사라지면서 뒤쪽 사각을 노렸던 마지막 화염구가 카릴의 얼굴을 향해 날아왔다.
턱―
“……!!!!”
하지만 그것도 잠시 바로 코앞까지 날아온 화염구엔 신경도 쓰지 않고 카릴은 자신을 뛰어넘으려는 그녀의 발목을 잡았다.
그러고는 있는 힘껏 그녀를 내려쳤다.
콰아아앙……!!!
요란한 폭음소리와 함께 시커먼 연기가 솟구쳐 올랐다.
“컥…… 커컥!!”
밀리아나의 몸이 부르르 떨렸다.
‘제대로 된 보호 마법을 쓰지는 못하는 것 같지만 용마력이 자연적으로 열기를 막았군.’
카릴은 그녀의 모습을 빠르게 살폈다.
용마력이란 특수한 마력을 가지고 있지만 아쉽게도 그 절대량이 너무 부족했다.
‘나르 디 마우그를 만나 마력혈의 마력을 채워 혈맥을 뚫으면서 그녀의 실력도 늘었으니까.’
검술 그 자체는 완성도가 높았지만 확실히 전생에 자신이 기억하던 용의 여제와 지금은 차이가 있었다.
그때였다.
두 사람을 감싸던 검은 연기가 일순간 흩어지면서 날카로운 검풍이 카릴을 노렸다.
콰아아앙―――!!
밀리아나의 쾌검과는 다른 묵직한 강검이 그를 덮쳤다.
“네놈……!!”
연기를 뚫고 들려오는 귀에 익은 목소리.
카릴은 어쩔 수 없다는 표정을 지으며 옅은 한숨을 쉬었다.
“원래는 타투르에서 만날 거라고 생각했는데 내가 너무 소란을 피웠군.”
란돌이었다.
오랜만의 재회였지만 아쉽게도 그의 눈빛은 형제를 바라보는 것이 아닌 적을 바라보는 눈빛이었다.
‘그때와 달라졌군. 검을 쥔 자세부터 좋아졌어. 확실히 현존하는 검술 중에서는 디곤의 것이 완성도가 높아.’
다행이라면 다행일까.
그는 카릴의 계획대로 밀리아나의 수련을 받고 있는 듯 보였다.
가능하다면 자신의 검술을 가르쳐 주어도 좋겠지만, 그가 파렐에서 창조한 다섯 자세는 정말 억겁이란 말이 어울릴 정도로 검을 휘두르고 나서야 얻을 수 있는 깨달음이 없다면 불가능한 것이었다.
제국의 검술이 강한 이유는 검술 그 자체가 뛰어난 것이 아니라 마력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었다.
‘오히려 검술만 놓고 본다면 남부인과 북부인의 검술이 훨씬 높은 수준이다.’
태생적으로 마력이 없는 이들이기에 기술적인 측면을 발전시킬 수 밖에 없었다.
하나 그중에서도 디곤의 검술이 대륙에서 가장 뛰어난 것은 야만족 특유의 기술과 함께 용마력이라는 특수한 바탕이 있어 마나 블레이드를 쓸 수 있는 제국인에게 가장 알맞은 것이었다.
‘날 못 알아보는 건 조금 유감이지만.’
한편으로는 려기사단을 전멸시킨 자신을 알아보는 것도 문제였을지도 모른다.
‘차라리 네가 티렌처럼 의심이 많은 사람이 아니라서 다행이다.’
카릴은 천천히 가면을 썼다.
‘란돌, 네가 단명하는 바람에 전생에서 나와 함께했던 시간은 길지 않았지만 시간이 흘러 다시금 너를 떠올렸을 때 나는 누구보다 네가 검에 자질이 있다는 걸 깨달았다.’
그리고 회귀를 하고 난 뒤.
그가 검술 훈련을 하는 모습을 보고 확신했다. 이미 검의 극의에 도달했던 카릴이기 때문에 그는 란돌의 실력을 단번에 예측할 수 있었다.
“다만 아쉬운 건 흐르는 피겠지.”
콰아앙―――!!
카릴이 눈 깜짝할 사이에 란돌의 코앞까지 다가왔다. 흠칫 놀라며 란돌이 뒤로 물러서려 했지만 카릴은 그에게 틈을 주지 않았다.
“마침 잘 되었어. 네가 제물이 되어줘야겠다.”
“닥쳐!!!!”
란돌이 마력을 집중하자 해방된 불꽃의 검날에 조금 전 카릴의 아인 트리거보다 더 강력한 화염이 뿜어져 나왔다.
화신(火神)과도 같은 맹렬한 그의 모습에 분노가 서려 있었다. 밀리아나조차 지금까지 알던 모습이 아니라 눈빛이 흔들렸다.
“나쁘진 않군.”
하지만 그 모습에도 불구하고 카릴의 평가는 차가웠다.
“으아아아―――!!!”
란돌이 있는 힘껏 검을 그었다.
디곤 일족의 특유의 경쾌한 스텝이 섞여 맥거번 가의 묵직함과 조화를 이루었다.
그 순간,
카릴의 검날이 보랏빛으로 빛났다.
서걱.
요란한 란돌의 공격과 달리 발도의 자세를 취한 카릴이 체중을 싣지 않고 팔만 쭉 뻗는 가벼운 자세로 얼음 발톱을 그었다.
그곳에 있던 사람들이 마치 약속이라도 한 듯 자신의 눈을 비볐다.
“어……?”
번뜩였던 섬광은 잘못 본 것이 아니었다.
‘너와 보낸 시간은 기껏해야 1년도 안 돼. 형제애 같은 게 아냐. 란돌, 내가 너를 살려 둔 이유는 따로 있다.’
카릴이 더 이상 볼 것 없다는 듯 천천히 허리를 세우며 검을 집어넣었다.
“컥…… 커컥.”
란돌의 몸이 부르르 떨렸다.
벼락을 맞은 듯 정수리에서부터 강렬한 마력이 그의 전신을 훑고 지나갔다. 뜨거운 김이 솟구치는 것처럼 그의 어깨에서 새하얀 열기가 뿜어져 나왔다.
툴썩.
실이 끊어진 인형처럼 란돌은 그대로 무릎을 꿇고 앞으로 고꾸라졌다.
밀리아나 때와는 달리 카릴은 그를 상대함에 있어 결코 손속에 사정을 두지 않았다.
압도적인 힘.
그 차이.
제물이란 그런 것을 보여주기 위함이니까.
‘아직은 때가 아니야.’
카릴은 그런 그를 잠시 바라보고는 시선을 돌렸다.
“설마…….”
그 순간,
밀리아나의 눈빛이 흔들렸다.
검에서 뿜어져 나왔던 보랏빛 섬광 속에 담겨져 있는 마력을 유일하게 그녀만이 알아차렸다.
“말도 안 돼…….”
자신의 것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강력한 용마력.
“어떻게 네가?”
다른 자들은 몰라도 같은 마력을 보유하고 있는 그녀는 카릴의 마력을 단번에 알아차렸다.
저벅― 저벅― 저벅―
정신을 잃고 쓰러진 란돌의 옆으로 천천히 카릴이 그녀에게 다가갔다.
“거래.”
한마디에 그녀의 어깨가 움찔거리며 떨렸다.
“제국도 주지 못하는 걸 네게 주겠다고 했지?”
파즈즉……!!
순간,
카릴의 손에서 흐르는 보랏빛의 마력이 사라지면서 우윳빛의 순수한 오러가 감쌌다.
‘밀리아나, 네가 백금룡을 만나 성장하기를 기다리기엔 너무 늦어. 내가 그 전생의 시간을 앞당겨주마.’
“용마력.”
옅은 속삭임이 귀에 꽂혔다.
카릴은 그녀에게 말했다.
“네게 가르쳐주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