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9th Class Swordmaster: Blade of Truth RAW novel - Chapter (146)
9클래스 소드 마스터 : 검의 구도자 9클래스 소드 마스터 – 검의 구도자-146화(146/497)
116. 뒷 작업 (3)
“저게 사람이야?”
“원래 단장은 사람이 아니었지만…….”
“저 꼬마도 아닌 것 같네.”
비공정 안에 있던 용병들은 고든과 카릴의 일전을 보며 자신도 모르게 탄성을 질렀다.
대륙을 날아다니며 별의별 일들을 겪어봤지만 이런 광경은 처음이었다.
“저 꼬마. 분명 전에 우리에게 왔던 녀석 아냐?”
“맞아. 그때 미하일하고 몇몇 용병들을 사 갔었잖아.”
“들었어? 미하일이 마법사로 전향했다는 거. 4클래스 반열에 올랐다는 소문도 있던데…….”
“뭐? 그럼 완전 희귀한 거잖아. 돌아오면 더 이상 B급 용병이 아니겠네.”
그들은 저마다 카릴을 바라보며 탄성을 질렀다.
사실상 자리에 없는 용병보다 눈앞에 있는 소년의 모습이 그들의 눈을 더 끌었기 때문이다.
“저 나이에 저 정도의 경지에 오른 사람이 대륙에 있었을까? 대륙제일검이라 불리는 크웰도 저 나이 땐 저러지 않았을 것 같은데.”
“처음 왔을 때 단장에게 일격을 먹였을 때부터 알아봤지. 평범한 녀석이 아니란 걸.”
“풋……. 네가?”
“아, 그렇다니까.”
용병들은 저마다 카릴에 대한 기억을 떠올리며 대화를 나눴다.
이런저런 쓸데없는 말들이 많았지만 공통적인 감정은 바로 놀라움이었다.
“…….”
다만,
그들과 달리 부단장인 제이건만은 갑작스럽게 찾아온 초대하지 않은 손님에 대한 경계심을 잊지 않았다.
콰아아아앙—!!
콰강–!!
고든이 모우터를 있는 힘껏 휘두르자 공기가 폭발하는 것처럼 해머의 머리에서 파공음이 터져 나왔다.
그 순간,
카릴의 몸이 사라졌다.
튕겨 나갔어야 할 그가 보이지 않자 고든은 황급히 고개를 돌려 그를 찾았다.
“여기냐!!”
고든은 자신을 노리는 카릴의 위치를 예측이라도 한 듯 모우터를 휘둘렀다.
3번째 긴 울음 자세(Long Weeping Posture).
그 순간,
카릴의 몸이 총탄처럼 튕겨져 나가며 모우터를 정면으로 막아내며 해머의 손잡이를 따라 밀려 올라가듯 그의 품 안으로 파고들었다.
“……!!”
단순한 방어로 끝이 아니다.
2번째 외뿔 자세(Unicorn Posture).
이어지는 두 번째 자세.
고든은 조금 전 무색기검과 똑같이 처음 보는 검술이었지만 그것과 달리 눈앞에 보임에도 불구하고 검의 궤도를 예측할 수 없었다.
“훕……!!”
카릴은 숨을 참았다.
그의 팔이 가볍게 떨렸다.
근육을 한계까지 사용하는 검의 다섯 자세는 그라도 연달아서 사용하기에는 아직 부담스러운 것이었다.
마력이 없던 카릴이 창시한 극의검술은 오로지 육체의 힘만으로 이뤄내는 것이니까.
하지만 이 정도의 부담을 감수하지 않고서는 고든이란 거물을 쓰러뜨릴 수 없었다.
촤아악……!!
고든의 얼굴에서 붉은 피가 뿜어져 나왔다.
“단장님!!!”
그 광경을 지켜보던 단원들이 놀란 듯 소리치며 비공정에서 달려 나오기 시작했다.
츠즈즈즉…… 츠즉…….
두 사람의 자세가 마치 시간이 정지된 것처럼 굳어 서로를 바라봤다.
아슬아슬하게 카릴의 검날은 고든의 뺨을 스쳐 지나갔다.
주륵-
“……네놈!!”
뺨에 굵은 상처가 생기자 고든은 더 이상 참지 못하고 노성을 질렀다.
욱씬.
그때였다.
고든의 동작이 찰나였지만 멈추었다.
“…….”
그 순간 카릴의 눈빛이 빛났다.
보통 사람이라면 눈치채지 못할 일이었지만 경지에 도달한 자들의 대결에서 그 찰나의 빈틈은 승패를 가르는 결정적 요인이었다.
퍼억-!
하나 어쩐 일인지 카릴은 움직이지 않았고 한발 늦게 움직인 고든의 손이 그의 목을 움켜잡으며 바닥을 찍었다.
콰아아앙……!!
지면이 흔들리는 소리와 함께 카릴의 몸이 바닥에 박혔다.
“네놈…….”
고든은 쓰러진 카릴을 바라보며 말했다.
“소드 마스터로군.”
그의 말에 오히려 카릴이 어처구니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걸 이제 아신 겁니까?”
사방이 폐허가 될 정도로 난리를 치고 나서야 하는 소리라니.
아니,
애초에 소드 익스퍼트 정도의 수준이라면 고든의 일격에 이미 기절을 했을 것이다.
하지만 고든은 대수롭지 않다는 듯 말했다.
“난 마법은 배운 적이 없으니까. 클래스를 나누는 것 따윈 관심 없다. 아니, 애초에 소드 마스터라는 시답잖은 구분을 짓는 것조차 웃긴 일이니까.”
“아, 네.”
들으면 들을수록 카릴은 고든 파비안이 인간 외 규격의 존재라는 것을 느꼈다.
‘이건 마법을 배우고 안 배우고의 문제가 아니잖아. 이 둔한 인간아.’
카릴은 고개를 저었다.
압도적인 강함에 눈치채지 못했지만 어떤 부분에서는 놀랄 만큼 무지하거나 무디다는 느낌을 받았다.
“늙다리들이 좋아하겠군. 그동안 소드 마스터가 나오지 않아 명맥이 끊겼다느니 후대는 실력이 부족하다니 헛소리를 많이 해대서 말이야.”
고든은 허리를 숙여 바닥에 깔린 카릴을 바라보며 말했다.
“어디든 강한 녀석은 결국 나오는 법인데 말이야. 안 그래?”
하지만 그렇게 말하면서도 고든 쓰러진 그를 보며 자신의 건재함을 과시하는 듯 말했다.
어쩔 수 없다.
궁극의 경지에 도달한 자들은 결국 새로운 강자가 탄생한다 하더라도 자신이 지내온 시간이 그보다 족히 배는 더 많을 것이라 여겼으니까.
강자로 지내 온 시간.
그건 강해질 수 있는 길이기도 하지만 오만을 품게 되는 이유이기도 했다.
“그렇죠.”
카릴은 담담하게 말했다.
그러고는 있는 멱살을 잡고 있는 고든의 팔에 마력을 불어넣었다.
쩌적…… 쩌저적…….
그때였다.
“……?!”
쩌저적—! 쩍!! 콰아앙–!!
카릴을 짓누르고 있고 그의 양팔을 감싸고 있던 오토마타의 건틀렛 부분이 마치 지진으로 땅이 갈라지듯 손끝에서부터 금이 갔다.
“어?”
그 순간,
마치 양팔이 폭발하듯 튕겨져 나가며 그의 전신을 감싸고 있던 대지의 갑옷이 산산조각이 났다.
쾅!! 콰과강—!!
연쇄적인 폭발과 함께 튕겨져 나간 고든의 육중한 몸이 수십 미터를 날아가다 저 멀리 쌓여 있던 모래 언덕에 처박혔다.
“후우. 세월은 못 속이나 봅니다. 같은 늙다리셔서 그런가……?”
카릴은 눌렸던 양어깨가 뻐근한 듯 위아래로 저으면서 천천히 그를 향해 걸어갔다.
“쿨럭……! 쿨럭!”
고든은 지금 상황을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카릴을 바라봤다.
“로제스!!!”
비틀거리는 그를 바라보며 카릴이 비공정을 향해 소리쳤다.
모우터를 들고 왔던 용병 중 한 명이 어리둥절한 얼굴로 그를 향해 소리쳤다.
“……네?”
“고든의 방에서 내가 놓아둔 물건이 있을 거야. 이리로 가져와.”
“아, 네. 네.”
카릴의 말에 그는 황급히 몸을 움직였다.
커다란 짐을 양쪽 어깨에 둘러메고 전력을 다해 뛰어온 그는 거친 숨을 몰아쉬며 말했다.
“헉…… 헉.”
“수고했어. 거기서 아는 이름이 당신뿐이라서.”
“네? 절 아십니까?”
“고든이 좀 전에 말했잖아.”
“아…….”
턱수염이 덥수룩하게 나 있는 로제스는 카릴의 말에 어수룩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고든의 망치처럼 던졌으면 널 똑같이 던져 버렸을 텐데 눈치가 있어서 다행이야. 그치?”
“……그, 그러네요.”
로제스는 꾸벅 카릴에게 인사를 하고는 황급히 등에 메고 있던 것을 내려놓고는 달려갔다.
고든은 그런 그를 한심한 눈빛으로 바라보면서 어이가 없다는 듯 중얼거렸다.
“저 바보 같은 놈.”
“바보 같아서 다행이라고 생각하십시오. 진짜 밖으로 던져 버려 내용물이 망가지기라도 했으면 일이 커졌을 테니까.”
탈칵-
카릴은 들고 있던 상자를 열었다.
“당신이 걸린 산화혈액증은 몸 안에 흐르는 혈맥이 특정한 성분에 반응을 해서 열을 발생시키기 때문에 걸리는 겁니다. 그때 생기는 열기 때문에 덩달아 피가 끓어 마력혈도 함께 힘을 잃게 되는 것이고.”
투둑…… 툭.
카릴은 고든의 심장 언저리에 아직 남아 있는 흙더미들을 치웠다.
“당신의 비기라고 할 수 있는 오토마타의 단단함이 약해진 것도 어쩌면 그 때문일지도 모르죠. 전성기 시절의 힘이었다면…….”
그는 어깨를 가볍게 들썩였다.
“만분의 일의 가능성이지만 제 검격에 갑옷이 부서지지 않았을지도요.”
“흥……. 자신만만한데? 어차피 부서질 거란 말이었냐.”
카릴은 그의 핀잔에 피식 웃었다.
“농담입니다. 정말 전성기였다면 아직은 힘들지 모르겠네요. 역시 대륙의 5대 소드 마스터네요.”
“같잖은 칭찬은 사양이다.”
“하지만 약해진 게 다행입니다. 지금 몸 상태에 마력을 그대로 쓸 수 있었다면 오히려 지금처럼 살지 못했을 테니까.”
“뭐?”
“조금 전의 빈틈. 통증 때문 아닙니까?”
고든은 뭐라고 하려고 입술을 씰룩이다가 말았다.
“당신도 알 텐데요. 그 상태에서 공격을 받았다면 결과가 어떻게 되었을지 말이야.”
“…….”
“내 검에 팔이 잘리던지 그전에 심장마비로 죽었을 테니까.”
인정할 수밖에 없다.
카릴은 지금 자신의 상태를 완전히 꿰뚫어 보고 있었다. 고든은 왠지 그런 그를 보며 설령 전성기 시절이라 하더라도 카릴의 검술에 자신의 오토마타가 버틸 수 있었을까 하는 의문이 들었다.
“뭘 하려는 거지?”
카릴은 품 안에서 열쇠 하나를 꺼냈다.
“이런.”
하지만 고든과의 격돌에서 완전히 구겨져 엉망이 되어버려 사용할 수가 없었다.
철컥-
부서진 열쇠를 던져 버리고서 그는 망설임 없이 커다란 상자의 잠금쇠를 뜯어 버리고는 뚜껑을 열었다.
화아아악……!!
순간,
엄청난 냉기와 함께 새하얀 김이 상자 안에서 흘러나왔다.
상자 안에는 한 개의 가격도 비싼 4각의 요람석 수십 개가 들어 있었다.
“……!!!”
상자 안에 들어 있는 것을 본 순간 고든의 눈이 크게 떠졌다.
“여기까지 가지고 오느라 꽤나 애썼습니다. 썩지 않게 유지하기 위해선 냉기가 필요한데 4각 이하의 속성석은 이 녀석의 피부에 소용이 없으니까요.”
자신의 죽음조차 알아차리지 못한 듯, 살아 있는 것처럼 눈을 부릅뜨고 커다란 부리를 크게 벌리고서 죽은 아이아코스의 머리였다.
“어떤 녀석인지는 설명하지 않아도 아시겠죠. 산화혈액증의 반응을 늦추기 위해서는 마력혈에 자극을 줘서 운동성을 높여야 합니다.”
“으음.”
“꽤나 구하기 어려운 겁니다. 운이 좋았으니 푹 고아서 드십시오. 임시방편은 될 겁니다. 아이아코스에 담긴 전격의 힘이 자극이 되어 혈액의 순환을 빠르게 도울 테니까.”
“……이걸 먹으라고?”
고든은 그의 말에 낯빛이 굳어지며 되물었다.
하지만 오히려 카릴은 그게 무슨 대수라는 듯 말했다.
“아직 살 만한가 보군요. 먹기 싫으면 관두시죠. 죽기 전에 보기 좋고 먹기도 좋은 뇌(雷)속성의 S급 마물을 찾을 수 있다면 말입니다.”
애초에 먹기 좋은 마물이란 게 있을 리가 없거니와 S급 마물을 잡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었다.
“자, 잠깐……!”
고든은 다급하게 물었다.
“내가 뭘 믿고 네 말을 따라야 하지?”
“먹고 나서 아무런 변화도 없다면 제 목을 치시죠. 상관없습니다.”
사실,
고든 파비안을 살릴 수 있는 방법은 미래에도 없었다. 산화혈액증이라는 병 자체가 유전적인 것으로 태생에 따라 정해지는 것이었으니까.
그 수가 적은 희귀병이었기에 정확한 실험을 하기에도 어려웠기 때문이다.
‘알른 자비우스. 당신에게 다시 한번 고마워지는군. 내게 그 지식을 전수해 주지 않았더라면 고든 파비안은 살릴 수 없었을 거야.’
현시대에는 불치병이라고 알려져 있는 마력중독도 마도 시대에는 그저 감기 같은 병에 불과했다.
고든이 앓고 있는 유전병인 산화혈액증 역시 특이하지만 마도 시대에도 존재했던 병이었다.
5클래스에 도달하기 전,
카릴은 머릿속에 주입되어 있는 막연한 지식들을 찾아내는 것조차 버거웠었다.
하지만 지금은 비록 일부분이라 할지라도 마법 이외의 알른이 기록해 놓았던 마도 시대의 지식을 할용할 수 있었다.
‘운이 좋게도 그 시절에도 산화혈액증이 있었다는 것이지.’
지금보다 훨씬 더 마법이 융성했던 시절이었으며 7인의 원로회가 존재했던 때였다.
툭- 툭-
카릴은 얼어 있는 아이아코스의 머리를 가볍게 두들기며 말했다.
“아까도 말했다시피 이건 임시방편입니다. 마력을 운용하는 데에 있어서 한결 편해지겠지만 완치는 아니죠. 천하의 고든 파비안이 이빨 빠진 맹수가 되게 놔둘 순 없어서 말이죠.”
“…….”
어린아이에게 보살핌을 받는 격이라 고든은 자존심이 구겨지는 듯 인상을 찡그렸다.
“산화혈액증이 어떤 성분에 반응을 해서 일어나는 것인지 압니까?”
“그게 뭐지?”
원인을 알면 치유법도 찾을 수 있을 터.
고든은 황급히 물었다.
“알콜.”
그 순간, 카릴의 말에 그의 얼굴이 구겨졌다.
“술 끊으세요. 죽고 싶지 않으면.”
“미친놈.”
고든은 그를 향해 코웃음을 쳤다.
비공정의 한편에 있는 창고에 음식보다 많은 것이 술이었으니까.
“불치병 맞네.”
고든의 입장에선 어찌 보면 원인을 알아도 절대로 치유할 수 없는 병이었으니까.
카릴은 그런 그의 모습에 역시나 하는 표정으로 피식 웃었다.
“그게 싫으면 다른 방법도 있긴 한데…….”
“뭐……?”
처음과 달리 고든은 솔깃한 표정으로 물었다.
그는 차라리 죽으면 죽었지 술을 끊을 수 있는 사람은 아니었으니까.
“공짜로?”
그러자 카릴은 고든의 어깨를 가볍게 두들겼다.
“그건 안 되죠.”
순간,
카릴은 묘한 미소를 지었다.
“……바라는 게 뭔데?
이번에야말로 고든에게서 주먹 대신 대답이 들려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