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9th Class Swordmaster: Blade of Truth RAW novel - Chapter (147)
9클래스 소드 마스터 : 검의 구도자 9클래스 소드 마스터 – 검의 구도자-147화(147/497)
117. 몰이 사냥의 시작
“들어보도록 하지.”
밀리아나는 눈앞에 있는 서약서를 꺼내 확인할 생각도 하지 않고 크로멘과 티렌을 번갈아 가며 바라봤다.
“중앙은 꼭 왕이 아니더라도 수하가 대신 의사를 표현할 수 있다지? 내 생각이 짧았네. 애초에 사신을 보낸다는 것 자체가 왕이 직접 나선 게 아닌데 말이야. 내가 조금 감정이 격했어.”
‘말도 안 되는 소리.’
아무리 남부의 야만족이라 하더라도 그녀는 한 부족의 우두머리였다.
게다가 올리번과 밀약을 했다는 사실은 공공연하게 모두가 알고 있는 일.
그런 자가 이런 당연한 규율을 모를 리가 없었다.
“원한다면 이제부터는 자네가 황자 대신 내게 이야기를 해도 됨을 허락하지.”
티렌은 밀리아나가 말도 안 되는 핑계로 지금까지 자신들과의 만남을 미룬 것에 대해 사과하고 있다고 생각했다.
“아닙니다.”
하지만 지금은 이런 사과라도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끝까지 거만하게 얘기할 수 있는지 지켜보지.’
“이야기에 앞서 제 모자란 동생을 도와주신 것에 대해 감사드립니다.”
그는 칼을 가는 눈빛으로 여왕을 한 번 바라보고는 나지막하게 말했다.
“감사할 일도 아니다. 다행히 회복이 되어 형제가 이야기를 나누었으니 기쁜 일이지.”
티렌은 보이지 않게 숨을 토해냈다.
인사치레는 여기까지면 충분하다.
“여왕님께서도 아시다시피 제국은 크로멘 황자님을 비롯해서 모든 황자님이 이번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남하하였습니다.”
“그 해결 방법 중에 한 놈은 날 죽이려 했지만.”
밀리아나는 대수롭지 않은 일이라는 듯 어깨를 가볍게 으쓱하고는 계속하라는 의미로 손을 흔들었다.
“이번 사건은 려기사단의 전멸에 대한 해결이었습니다만 저희들은 가장 중요한 것을 놓치고 있었습니다.”
“그래?”
“기사단을 전멸시킨 것이 정말 남부의 야만족인가 하는 것입니다.”
“흐음.”
티렌의 말에 밀리아나는 고개를 천천히 끄덕였다.
“안타깝게도 이 사건이 일어난 뒤, 남부와 제국 간의 의사소통이 원활하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하나 여왕님의 배려로 려기사단의 마지막 생존자인 제 동생과의 만남에서 흥미로운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배려라…….”
밀리아나는 묘한 웃음을 지었다.
“뭐, 좋다. 그래서?”
애초에 카릴의 정체에 대해서 알지 못하는 티렌으로서는 그녀의 속내를 짐작할 수는 없는 일이었으니까.
“이번 제국과 남부의 문제의 발단은 려기사단의 전멸로 인한 것입니다.”
티렌의 말에 모두가 고개를 끄덕였다.
“마, 맞습니다.”
특히나 크로멘은 마치 기대하는 것처럼 그의 말이 끝날 때마다 동조하듯 대답했다.
그의 모습에 유린 휴가르와 엘리엇은 살짝 인상을 찡그렸지만 내색하지 않았다.
다만,
유린만이 슬쩍 케플란의 눈치를 살필 뿐이었다.
“비록 려기사단이 남부의 5대 일가와 마찰이 있었다고는 하나 전멸이라는 상황은 실로 안타까운 일. 하지만 남부의 문을 열어준 디곤 일족이 이런 상황을 만들었으리라 생각하지…….”
콰아앙—-!!!
그 순간,
티렌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밀리아나의 쌍검 중 하나가 그의 쇄골을 베며 막사의 기둥에 박혔다.
“누가 뭘 열어줘? 이봐, 내가 지금 잘못 들은 거겠지?”
주르륵…….
피가 옷을 적셨다.
“……!!”
모두가 그 광경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빗장뼈가 보일 정도로 깊게 베인 상처임에도 불구하고 티렌은 천천히 손을 들어 한쪽 가슴에 손을 얹으며 말했다.
“무례를 용서하시옵소서.”
“계속하라.”
안색이 파랗게 질린 티렌은 당장에라도 쓰러질 듯 보였지만 집중력의 끈을 놓지 않았다.
“어찌 보면 이번 일은 제국과 디곤이 싸울 일이 아닐지 모릅니다.”
그는 서약서를 바라봤다.
무슨 일이 있어도 여왕이 저 안에 있는 서류에 사인을 하도록 만들어야 했다.
“오히려 협력해야 하는 일입니다.”
“협력이라……. 남부와 중앙과의 관계를 모르고 하는 소리는 아닐 테고.”
밀리아나는 티렌의 상처 따위는 안중에도 없다는 듯 계속해서 질문을 이어갔다.
“제국은 명백하게 남부를 침공할 의사를 밝혔다. 그 증거가 바로 제1황자의 대군이지. 이스트리아 삼국에 의해 막혔으나 만약 그 대군이 너의 뒤에 있다면?”
그녀는 날카롭게 말했다.
“과연 너희들이 지금과 같은 태도를 취했을까?”
“…….”
그 순간 티렌은 자리에서 일어섰다.
모두의 이목이 그의 행동에 집중되었다.
스릉-
티렌은 기둥에 박힌 검을 두 손으로 있는 힘껏 뽑았다. 팔을 들어 올리는 것조차 고통스러운 일일 텐데 그의 표정은 여전히 변함없었다.
저벅…… 저벅…… 저벅…….
그는 앞으로 걸어가 무릎을 꿇고는 양손으로 기둥에서 뽑은 검을 머리 위로 올렸다.
“제국은 강국입니다. 루온 황자가 출병을 한 것은 기사단의 전멸에 있어 강국의 면모를 보이기 위함이었습니다. 그들의 죽음은 안타까우나 덕분에 저희들이 디곤에 온 것 또한 천재일우의 기회.”
티렌은 눈빛을 빛냈다.
“이번 일을 계기로 여왕님께서 바라오시던 것을 이루실 것입니다.”
“하하. 너는 내가 원하는 것을 알고 있다는 듯 얘기하는구나.”
티렌의 옷이 절반가량 피로 물들었다.
출혈로 인해 쓰러질지도 모르는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밀리아나는 그가 올린 검만을 받았다.
“저…….”
사제인 유린이 보다못해 말을 하려했지만 그런 그를 케플란이 막았다.
잔혹하기는 하지만 이번 일을 풀어낼 수 있는 사람은 티렌뿐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으니까.
“강국의 면모라……. 마치 협박처럼 들리는구나.”
“시시비비를 가리기를 원할 뿐이옵니다. 저는 이번 사건에 있어서 주요한 참고인으로 맥거번 가의 넷째이자, 려기사단의 기사. 제 동생인 란돌 맥거번을 이 자리에 참석하길 원합니다.”
“그가 온다 한들 이 사태에 어떤 도움이 될까?”
“여왕님도 저희도 알지 못하는 것을 그가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호오……?:
“기사단을 전멸시킨 진범이 따로 있다는 것.”
모두가 그를 주목했다.
“그리고 그 진범이 디곤과 연관이 있다는 것.”
일순간,
티렌의 말에 막사의 분위기가 가라앉았다.
유린 휴가르는 만일을 대비해 크로멘의 옆으로 조금 더 움직였다.
비공정 안에서 말했던 것처럼 만일 그 범인을 디곤이 숨겨주고 있는 것이라면 사실을 은폐하기 위해 3황자를 어떻게 할지도 모르는 일이었으니까.
“란돌을 들라 하라.”
하지만 티렌의 말에 밀리아나는 예상했다는 듯 밖을 향해 소리쳤다.
이미 대기를 시켜 놓은 듯 막사 안으로 들어온 란돌은 크로멘에게 인사를 했다.
“소신의 불충을 용서하십시오. 황자님.”
“아닐세. 자네가 살아 있는 것만으로도 다행이야.”
그저 이 무겁게 짓눌리는 공간에서 벗어나고 싶은 마음뿐인 3황자는 자신의 아군이 한 명 더 늘어나는 것에 그저 기쁜 표정이었다.
“진범이 디곤과 관련이 있다, 라…….”
처음으로 밀리아나는 티렌이 자신에게 올렸던 상자에 손을 가져갔다.
탈칵-
“흐음.”
그녀는 상자의 뚜껑을 열고는 안에 있는 양피지를 꺼내었다.
“너.”
천천히 그것을 훑던 그녀는 티렌을 향해 입을 열었다.
“네가 뱉은 말에 책임질 수 있나?”
* * *
똑- 똑-
“저……. 대령했습니다. 단장님.”
로제스는 무거운 분위기의 집무실 문을 열고는 눈치를 살피듯 조용히 말했다.
산적 같은 그의 손에는 커다란 그릇이 들려 있었다.
고약한 냄새가 방 안에 가득했다.
“저 덩치가 주방장일 거라고는 상상도 못 했네요.”
카릴은 로제스를 바라보며 말했다.
“사람은 생긴 것만으로 판단하면 안 되지.”
고든은 로제스가 들고 온 그릇을 받아 들고는 여전히 굳은 표정이었다.
“아뇨. 그럼 굳이 힘들게 가지고 오라 마라 하지 않고 비공정 안에 들어가서 얘기했으면 좋았으니까요.”
카릴의 말에 로제스는 덥수룩한 수염을 쓰윽 만지고는 어수룩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실없는 녀석.”
두 사람 중에 누구에게 하는 소리인지 아니면 둘 다에게 하는 소리인지 모르겠지만 고든은 “쯧-” 하고 혀를 차고는 고개를 내렸다.
부글…… 부글…….
아직 열기가 식지 않아 기포가 방울방울 터지는 국물은 마물의 껍질이 그대로 둥둥 떠 있고 진액은 꼭 썩은 물처럼 탁한 색이었다.
“…….”
“아이아코스의 머리가 커서 두어 번은 더 달여먹을 수 있을 겁니다. 그치?”
“네, 넵. 카릴 님께서 알려주신 방법으로 하니까 엑기스도 아주 잘 나오고……. 더 많이도 가능합니다.”
“아냐. 됐다.”
“많이 먹으면 먹을수록 통증도 줄어들 겁니다. 뭐……. 완전히 낫는 건 아니지만.”
고든은 진액이 들어 있는 그릇을 들어 카릴에게 보이며 말했다.
“그럼 이런 임시방편 말고 완치할 수 있는 방법을 알려줘야지. 날 가지고 노는 게냐.”
“밑천까지 모두 보이란 말입니까.”
하지만 그런 그의 일갈에도 카릴은 주눅이 들지 않고 오히려 당당히 말했다.
“제가 뭘 믿고요?”
조금 전 일전을 벌일 때 고든이 했던 말 그대로 갚아주었다.
꿀꺽, 꿀꺽, 꿀꺽.
못마땅한 눈빛으로 카릴을 흘기면서도 고든은 들고 있던 그릇을 단숨에 비웠다.
최소한 카릴에 대한 의심은 없어진 듯 보였다.
만든 로제스조차도 그걸 먹는 모습을 보며 오만상을 찌푸렸다.
“흠.”
하지만 고든은 교도 용병단의 단장이란 명성답게 표정 하나 변하지 않았다.
“시간이 지나면 편해지실 겁니다. 이따금 통증이 올 수 있지만 마력혈을 자극하는 것이니까 억지로 멈추려고 하지 마십시오.”
“네놈은 치유사들보다 더 많은 걸 알고 있구나. 비공정의 엔진도 그렇고……. 도대체 네 지식은 어디서 나오는 거지?”
고든은 흥미로운 눈빛으로 카릴을 바라봤다.
“비밀입니다.”
“잘도 그런 소리를 하는군.”
그는 자신은 믿었는데 넌 왜 숨기느냐는 듯 비운 그릇을 보였다.
하지만 카릴은 그 한마디로 일축하고는 로제스를 향해 가볍게 손을 저었다.
로제스는 멍하니 있다가 뒤늦게 알아들은 듯 고든에게서 그릇을 받아 방을 나섰다.
“내가 원하는 걸 어차피 쥐고 있는 건 네 녀석이니……. 좋다. 네가 원하는 것부터 듣지.”
카릴은 그런 그를 향해 물었다.
“크로멘 황자가 디곤에 있다지요?”
“소식 하난 빠른 놈이군.”
“나름 타투르에서 정보 상인도 겸하고 있으니까요.”
자신이 만든 판이라는 걸 모를 고든에게 굳이 사실을 알릴 필요는 없었다.
가진 패는 최소한으로 그리고 상대방의 패는 확실하게. 그것이 카릴의 생각이었다.
“하긴 요란한 사건이었으니까. 맞다. 지금 3황자가 내 비공정을 타고 디곤과 접촉했지. 이유는 네 녀석도 알겠고.”
그는 그걸 왜 묻느냐는 듯한 표정으로 카릴을 바라봤다.
“고든 경께서는 3황자가 이번 일을 해결할 수 있다고 보십니까?”
“……뭐?”
생각지도 못한 질문에 고든의 눈썹이 살짝 씰룩거렸다.
“확실히 3황자는 유약하지. 하지만 주변에 꽤나 똘똘한 녀석이 있다. 그 녀석이라면 이번 일을 타개할 수 있을지도 모르지.”
두 사람의 머릿속에 떠오르는 사람은 같았다.
티렌 맥거번.
두 사람의 그에 대한 평가 역시 똑같았다.
다만, 유일하게 한 가지 다른 점이 있다.
“실패할 겁니다.”
카릴은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바로,
이번 협상에 대한 결말을 보는 시선이었다.
“…….”
그는 티렌과 밀리아나의 설전이 벌어지고 있을 디곤의 막사가 있는 곳을 바라봤다.
“네가 그걸 어떻게 확신하지?”
고든은 눈살을 찌푸리며 그를 바라봤다.
하지만 카릴은 그 결과를 알고 있다는 듯 확신에 찬 표정이었다.
‘미안하지만 티렌. 네가 죽을 만큼 머리를 굴렸던 계획은 실패할 거다.’
진범을 밝히고 그에 대해 죄를 물으며 모든 죄목을 그에게 쏠리게 하여 디곤과 제국 간의 관계를 다시 돈독하게 만든다.
가장 이상적인 방법이다.
‘아니. 무조건 실패해야 한다. 그래야 내 계획이 완성될 수 있으니까.’
정확히는 3황자의 실패.
카릴은 막사를 떠나기 전 이미 밀리아나와 그렇게 약조를 했다.
그 어떤 조건을 제시해도 그녀는 제국과의 화친을 받아들이지 않도록 말이다.
‘하나 오늘의 실패가 널 더 강하게 만들어 줄 거다. 그리고 전생보다 강해져야 한다. 비록 내가 너에게 준 이 매서운 담금질의 날이 나를 겨눌지라도 말이야.’
카릴은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분통하겠지. 억울할 거다. 하지만 네가 흔들리는 모습이 필요하다. 그 모습에 3황자는 흔들리는 정도가 아닌 완전히 무너질 터.’
카릴은 천천히 고든에게 다가갔다.
‘그게 내가 바라는 일이다. 네게 흔들릴 때 크로멘은 다른 의지할 사람을 찾아 도망칠 테니까.’
누군지는 이미 정해져 있다.
그리고 그자가 바로 자신이 노리는 최종 목표였다.
“제가 바라는 건…….”
카릴은 고든에게 나지막한 목소리로 말했다.
“……!!!”
그 순간,
그의 말을 들은 고든 파비안의 눈동자는 자신의 불치병을 고칠 수 있다는 얘기를 들었을 때보다 더 놀라움에 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