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9th Class Swordmaster: Blade of Truth RAW novel - Chapter (15)
9클래스 소드 마스터 : 검의 구도자 9클래스 소드 마스터 – 검의 구도자-15화(15/497)
14. 숨긴 꼬리
“잠시 휴식!!”
선두에 선 아르딘이 창을 들어 올리며 소리쳤다.
제법 오랜 행군 시간이 지나 숲 깊숙이 들어온 뒤에야 그는 주위를 훑고서 말에 내렸다.
카릴은 천천히 뒤를 돌아보았다.
‘길이 좁아지는 숲길.’
그가 알고 있는 지형과 흡사했다.
‘여긴가.’
아르딘을 주시했다.
하지만 그런 카릴의 시선을 모르는지 그는 거만한 말투로 세 사람에게 말했다.
“힘드시진 않습니까? 이런 일은 아무래도 도련님들껜 어울리지 않는 일인데 말입니다.”
“괜찮습니다.”
그는 맥거번가(家)의 자제들을 온실의 화초라고 생각하고 있는 걸까.
티렌의 얼굴을 바라보며 피식 웃었다.
“언제든 힘드시면 말씀해 주십시오. 근처에서 쉬시고 계시면 저희들이 알아서 끝내겠습니다. 고블린 소탕 따위야 국경에선 일도 아니니까요.”
친절한 듯 보이지만 철저히 무시하는 태도였다.
그는 말에 매달아 놓은 수통을 꺼내 들이키며 말했다.
“그건 그렇고 이제 곧 가을이 올 텐데 아직 덥네요.”
“그렇습니까. 맥거번에서 이 정도 더위는 언제나 겪는 일이라 잘 모르겠군요.”
표정 하나 변하지 않고 말하는 티렌의 모습에 아르딘의 얼굴이 굳어졌다.
하지만 티렌은 그런 그는 안중에도 없다는 듯 말에서 내리며 란돌에게 말했다.
“들었지? 란돌, 지금부터 고블린의 영토 경계다. 지금부터 네가 앞장서라. 초행인 발사르가의 지원군을 수고스럽게 만들 필요 없지.”
“알겠습니다.”
“일도 아닌 이런 일에 말이야.”
유치하지만 티렌은 아르딘을 겨냥한 듯 마지막 말에 힘을 주며 말했다.
어린 나이임에도 한 치의 양보도 하지 않는 티렌.
몰락 귀족이라도 티렌은 마르트를 제외하고 남은 형제 중 유일한 귀족이었다.
몸 안에 배어 있는 귀족으로서의 태도.
카릴은 나지막하게 웃었다.
‘저 성격은 여전하군.’
아니.
저건 티렌이란 인간 자체의 모습이었다.
그의 거칠 것 없는 성격은 황실에서조차 굽히지 않았으니까.
그때였다.
“전방에 고블린 발견!!!”
보초병들의 외침이 들렸다.
“전투 준비!!”
아르딘은 황급히 창을 들어 올리며 소리쳤다.
그 순간.
카릴은 찰나였지만 그의 눈빛이 흔들리는 것을 놓치지 않았다.
스르르릉—!!
창-! 창-! 차앙–!
그의 외침에 병사들이 각각의 무기를 꺼내며 긴장된 표정으로 경계했다.
콰아아앙—!!
지축이 떨렸다.
길게 자라있던 주위의 풀들이 거칠게 흔들리며 제멋대로 꺾였다.
‘설마…….’
그 순간.
[취익-!! 취이익—!!]사방으로 고블린들이 쏟아져 나왔다.
“공격!!!”
“공격하라!!!”
티렌과 아르딘의 외침과 함께 병사들이 튀어나오는 녀석들을 향해 검과 창을 내질렀다.
차앙!! 창-! 창-!
병장기가 부딪히는 소리가 사방에서 들렸다.
끝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까마득한 몬스터의 습격에도 불구하고 병사들은 능숙하게 녀석들을 상대했다.
서걱-
‘아직이야.’
카릴은 고블린의 목을 베며 생각했다.
백 단위가 넘어가는 고블린의 숫자는 확실히 많았지만 자신들의 병력 역시 충분했다.
‘이 정도로 그런 결과가 나올 리가 없다.’
괴멸에 가까운 피해.
그리고 이어지는 란돌의 죽음까지.
“이대로 진형을 유지한다!!”
처음 기습에 잠시 흔들렸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전황은 유리해지기 시작했다.
란돌의 외침에 병사들의 사기가 더욱 올라갔다.
“아악!!!”
“으아아악!!!”
그 순간.
후미에서 병사들의 비명이 들렸다.
“뒤쪽이 뚫린다!!”
콰아아앙—!!
요란한 소리와 함께 병사들의 몸이 부웅 하고 공중으로 떠올랐다.
비가 쏟아지는 것처럼 잘려 나간 신체가 여기저기 떨어지면서 피가 흩뿌려졌다.
‘저 녀석은…….’
순간.
카릴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각각의 개체는 약하지만 무리를 지어 생활하는 습성을 가진 고블린의 단위는 대부분 수십에서 수백까지 다양했다.
하지만 아주 희귀하게 높은 지능을 가진 고블린이 네 자릿수가 넘는 대규모의 군락을 형성할 때가 있다.
그게 바로.
고블린 주술사들이었다.
하지만 그보다 더 상위의 개체가 있다.
최소 세 마리의 고블린 주술사를 통솔하는 진정한 우두머리.
고블린 치프(Chief).
덩치는 보통의 고블린의 배는 될 정도로 컸고 지능은 고블린 주술사들보다 뛰어났다.
단순한 통솔력이 아닌 거의 부대 단위를 이끌 수 있을 정도의 지능을 가진 녀석은 전투력까지 웬만한 기사들과도 호각을 다툴 정도였다.
저 녀석이 나타났다는 건 최소 3천 이상의 고블린이 이곳에 있을지 모른다는 얘기.
[크아아아아—!!]녀석이 거대한 박도를 사정없이 휘둘렀다.
피로 붉게 물든 투박한 날에는 병사들의 살점이 뒤엉켜 덕지덕지 달라붙어 있었다.
“모두 물러서!!!”
티렌이 황급히 외쳤지만 이미 공포로 몸이 굳은 병사들은 속수무책으로 당하고 있었다.
‘저놈 때문인가?’
란돌의 죽음도 병사들의 피해도.
‘아르딘 챈들러가 루레인 공국의 첩자긴 하지만 정말 이번 사건과는 연관이 없다는 말인가.’
카릴의 눈빛이 빛났다.
‘아니, 아니다.’
이런 대규모의 고블린이 존재했었다면 지금이 아니라 오래전에 크웰에 의해 토벌됐을 것이다.
‘그 전까지 알려지지 않았다는 것. 과연 수천 마리가 넘는 고블린의 군락이 형성되기까지 알려지지 않을 수 있을까?’
말이 되지 않는다.
가능성은 한 가지뿐이었다.
‘알려지기 전 최근에 녀석들이 이곳으로 이동했다는 것.’
그렇다면 언제?
바로.
‘닷새 전.’
마치.
자신들이 오는 것을 기다리는 것처럼.
고블린 따위가 토벌의 시기를 예측해서 찾아왔을 리가 없다.
‘분명 녀석들을 조종하는 놈이 있다.’
“비켜!! 비켜!!”
아르딘의 외침이 들었다.
그는 창을 치켜들며 고블린 치프를 상대하기 위해 후미로 이동하려고 했다.
그러나 무너진 대열에 뒤엉킨 병사들 때문에 가로막혀 쉽지 않았다.
누구보다 열심히 싸운 그의 창엔 고블린의 피로 붉게 물들어 있었다.
저 모습을 보고 그를 의심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전생(前生)에 이 전투의 결과를 알지 못한다면.
그 순간.
카릴은 소리치는 아르딘을 날카로운 눈빛으로 바라보며 생각했다.
‘그게 너냐.’
이제.
감춰 놓은 꼬리를 보여라.
* * *
선택지는 두 가지다.
첫째.
여기서 고블린 치프를 죽여 공을 세우는 것.
이제 곧 황도로 갔던 크웰이 이민족의 토벌을 위해 돌아올 것이다.
분명 대규모의 습격을 막은 것도 모자라 고블린 치프라는 거물을 잡는 일이 당연히 그에게 알려질 터.
그렇게 되면 가문에서의 입지는 지금과는 확실히 달라질 것이다.
둘째.
고블린 치프를 잡는 것을 포기하고 대신 아르딘의 행동을 살피는 것.
피해는 다소 있을지 몰라도 고블린 치프 한 마리에 1천 명에 가까운 병력이 전멸하지는 않을 것이다.
게다가 그의 목적은 아르딘의 위에 있을 숨겨진 첩자를 찾는 것. 지금 당장 공을 세우지 못하더라도 뒤를 도모할 수 있다.
눈앞의 작은 공과 후의 큰 공.
처음 시작을 하는 그에게 있어 어떻게 발판으로 삼는지도 중요한 일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