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9th Class Swordmaster: Blade of Truth RAW novel - Chapter (155)
9클래스 소드 마스터 : 검의 구도자 9클래스 소드 마스터 – 검의 구도자-155화(155/497)
121. 환기
“화이트 벙커로 가자.”
호들갑을 떨며 복도를 달려온 캄마가 방문을 열며 소리쳤다.
“안 돼요.”
“안 되긴 뭐가 안 돼! 태평하게 누워 있을 때냐! 이 녀석아. 이제 정말로 코브에 병력이 모두 집결했단 말이야.”
소파에 누워 과일을 먹고 있는 칼을 보며 캄마는 어처구니없다는 표정으로 소리쳤다.
“네 말대로 프란의 정보를 팔기 위해서라도 우리가 화이트 벙커로 가야 하지 않겠어? 응?”
그러다가 이번엔 그를 구슬릴 작정으로 두 손을 깍지 끼고서 나지막하게 말했다.
“프란에 대한 정보를 팔긴 팔아야죠. 그런데 우리가 직접 가는 건 아니죠. 또 말해드려야 해요? 마스터가 그랬잖아요. 든든한 지원군이 올 거…….”
“그 빌어먹을 든든한 놈은 도대체 언제 오는 건데! 그러다가 전쟁 터져서 다 죽으면 누가 책임질 거야?”
울상으로 소리치는 캄마가 하루 이틀은 아니었는지 칼 맥은 고개를 절래 흔들며 테이블에 놓인 사과를 한 입 베어 물었다.
“기다려보세요. 프란의 정보를 판다고 해서 그게 꼭 튤리여야 하는 법은 없으니까.”
“그게 무슨…….”
똑- 똑- 똑-
그때였다.
칼은 살짝 고개를 젖히며 말했다.
“혹시……. 그 지원군?”
타다다닥……!!
그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캄마는 평생 살아오면서 가장 빠른 속도로 문을 향해 뛰어갔다.
“미하일!! 한참 기다렸…….”
문을 열면서 잇몸을 만개하며 신나게 웃던 캄마는 자신이 알고 있는 얼굴이 아닌 다른 사람이 서 있자 살짝 머뭇거렸다.
“누…… 누구신지요?”
“반갑습니다. 소란스러운 와중에 이제야 이렇게 뵙게 되네요. 라바트 길드의 총수님이십니까?”
“크흠. 총수는 아니지만 이곳의 관리자이지요.”
캄마는 헛기침을 한 번 하고는 거만한 표정으로 문 앞에 서 있는 남자에게 말했다.
“저는 레디오스라고 합니다. 라바트 길드와…… 거래를 트고 싶습니다만.”
말끔하게 생긴 얼굴로 손을 내미는 청년을 보며 캄마는 시원시원하게 웃으며 그를 안내했다.
“하하하, 고객이셨구나. 여봐라, 이분을 안내해드려라.”
“넵.”
복도에 서 있던 시종이 남자에게 다가와 접대실로 안내했다. 그가 접대실로 들어가자 캄마는 짜증 난다는 표정으로 중얼거렸다.
“지금 무슨 거래는 얼어 죽을……. 전쟁이 터지기 일보 직전인데. 어디서 온 머저리야? 안 그래?”
하지만 어쩐지 캄마의 말에 관심이 없던 칼이 사과를 입에 문 채로 벌떡 일어났다. 그러고는 생각에 빠진 듯 고개를 갸웃거렸다.
‘레디오스……? 어디서 들어 본 이름인데.’
대꾸도 없는 그를 보며 캄마는 어이가 없다는 듯 콧방귀를 뀌었다.
“이놈 보게…….”
칼 맥의 이마에 꿀밤을 놓으려고 주먹을 쥔 순간,
“……아!!!”
“아씨, 깜짝이야!”
탄성을 지르는 그의 목소리에 오히려 캄마가 놀라 쥔 주먹을 풀면서 뒤로 물러섰다.
“뭐, 뭐야? 이놈아!”
하지만 칼 맥은 오히려 손을 들어 캄마의 입을 틀어막으면서 집게손가락을 들어 자신의 입술에 가져가며 말했다.
“쉿!! 쉿! 조용히 하세요.”
“웁…… 우웁?”
칼은 주위를 한 번 훑고는 캄마의 귀에 속삭였다.
“기억 안 나세요? 레디오스. 마스터께서 저희들에게 말씀했던 두 사람의 이름 중 하나잖아요.”
“아……!! 우웁!!”
그제야 캄마도 기억나는 듯 소리치려다가 칼 맥의 손에 다시 한번 가로막혔다.
-레디오스, 더글라스. 이곳에 있다 보면 분명 그 둘 중 한 명이 혹은 둘 모두가 너희들에게 접근할 거야. 튤리와 프란 중에 어느 쪽 세력인지 확인 후에 너희들은 그들에게 정보를 팔아.
카릴은 코브를 떠나기 전 캄마와 칼 맥을 불러 남긴 명령이 있었다.
-그 둘에게요?
-그래. 거래를 하는 동안 녀석들의 배후를 알아낼 수 있으면 더 좋고.
-어차피 프란 아니면 튤리 둘 중 한 명 아닐까요? 아니면 그 둘을 지지하는 나머지 공작들이라든지요.
-그게 가장 가능성이 높긴 하지만 아닐 수도 있어.
-네? 그 둘이 뭔데요?
-너희들도 들어 봤겠지. 우든 클라우드(Wooden Cloud).
-에엑?! 그거 소문만 무성한 공국의 비밀 단체 아니에요? 그들은 왜요?
-맞아. 내가 그들을 좀 찾고 있거든. 개인적인 일이기도 하지만 대륙의 일이기도 하지. 좀처럼 윗선을 찾기 힘들어서 말이야.
카릴은 말을 이었다.
-아마 녀석들에게 나에 대해선 알려졌을 거야. 그런데 조사를 하다 보니 그 녀석들이 일하는 이유가 꼭 공국을 위한 것은 아닐 수 있다는 생각이 들더군.
-으흠……. 공국과 우든 클라우드를 별개로 보고 조사를 하라는 말씀이시군요.
-맞아.
눈치 빠른 칼 맥은 단번에 카릴의 말을 이해했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코브에 와서 프란 루레인이 우든 클라우드의 소속이라는 것은 확인했지만 모든 우든 클라우드가 프란의 편이라고는 할 수 없었다.
즉,
우든 클라우드 내에서도 파벌이 존재할 수 있다는 뜻이었다.
애초에 공국이 멸망하고 난 뒤에도 존재했던 그들이 만약 공작가를 위해서 싸웠던 자들이었다면 다시 나라를 세우는 것이 목적이 되었어야지 교단을 세우지 않았을 터.
-자세한 걸 다 알려 주긴 어렵다. 하지만 명심해. 만일 찾게 되어도 무리하게 위험을 감수해서까지 파고들지 마. 이곳은 타투르가 아니니까. 너희들이 무사히 돌아오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명심하겠습니다.
칼 맥은 카릴의 이야기를 떠올리며 캄마의 입을 막았던 손을 떼며 말했다.
“아저씨, 우리가 해야 할 일이 뭔지 알죠?”
그의 말에 캄마는 이제야 참았던 꿀밤을 그의 이마에 때리며 말했다.
딱-!!
“욘석아. 아저씨는 무슨, 관리자님이라고 똑바로 말하라 했지.”
캄마는 그렇게 말하면서 순식간에 표정이 바뀌어 자신의 옷매무새를 가다듬었다.
“우리가 진짜 정보를 팔아야 할 고객이란 말이잖느냐. 여기서부턴 어른의 영역이다. 꼬맹이는 가만히 지켜보기나 해.”
그는 양손을 이리저리 풀면서 접대실의 문고리를 잡았다.
“간만에…….”
조금 들떠 있는 그였지만 칼 맥은 적어도 캄마가 실패하지 않을 거라고 확신했다.
워낙에 쟁쟁한 사람들 때문에 저평가되기는 했지만 그 역시 무법천지인 타투르의 관리자이지 않던가.
캄마는 문을 열고 복도에 나서며 칼 맥을 향해 말했다.
“실력 발휘 좀 해볼 테니 말이야.”
* * *
“후우……. 냄새 한 번 고약하군.”
남부 일대를 가로지르며 내려가던 도중에 고든은 코를 찌르는 악취에 살짝 인상을 찡그렸다.
베스탈 후작령에서 이틀을 더 기다린 뒤,
올리번이 제국으로 돌아갈 준비를 하는 것을 확인하고 나서 그는 카릴과 함께 남부를 향했다.
목적지는 당연히 망령의 성이었다.
그곳을 향해 가는 중간에 넘어야 할 거대한 장벽은 아직 한참 남은 거리임에도 불구하고 워낙에 높아서 육안으로 보일 정도였다.
“사자(死者)의 땅이라서 그렇지. 죽은 대지는 비단 장벽 안에만 그런 게 아냐. 뭐, 죽으면 다 똑같지. 뼈와 썩은 살점만 남길 뿐.”
고든의 말에 밀리아나는 얼굴을 가린 천을 잡아당겨 조금 더 코를 막으면서 말했다.
“다 똑같기는 적어도 정상적인 시체는 거름이라도 되는 법이다. 이렇게 지독한 독기는 처음이군.”
[크르르르…….]사막을 질주하는 구릉의 주인 역시 그 냄새가 싫은 듯 옅은 신음 같은 포효를 뱉어냈다.
“꽤 오래 걸렸어.”
“그래도 이 정도면 빠른 편입니다. 카르곤을 타고 갔으면 보름은 더 걸릴 테니까요.”
“누가 그런 걸 타? 비공정이 있는데.”
고든은 카릴의 말에 어깨를 들썩이면서 자랑스럽게 말했지만 오히려 밀리아나는 그런 그에게 핀잔을 줬다.
“나 참, 황자를 버린 것도 모자라서 다시 남부로 돌아간다는 걸 대놓고 황제가 알게 하려고? 교도 용병단도 그 날로 끝이겠군.”
“그전에 디곤과 붙을 테니까 걱정 말지?”
“누가 우리와? 제국이? 아니면 당신네 용병단? 원한다면 지금이라도 붙어줄 수 있어.”
“하, 나 참……. 어린 녀석이…….”
고든은 한마디도 지지 않는 밀리아나를 바라보며 어이가 없다는 듯 헛웃음을 지었다.
“저 둘……. 괜찮을까요?‘
에이단이 걱정스러운 듯 카릴에게 물었다.
모르는 사람들이 본다면 꼭 둘이 당장에라도 싸울 것 같아 조마조마해 보였지만 카릴의 눈에는 묘하게도 두 사람이 아버지와 딸이 티격태격하는 것 같이 보였다.
“공략은 언제부터?”
“당장 들어가진 않을 거야. 모든 일엔 순서가 있는 법이니까. 망령의 성은 지금까지의 마굴과는 완전히 다르거든.”
밀리아나의 물음에 카릴이 장벽을 가리키며 말했다.
“흐음…….”
“그럼? 어떻게 할 건데?”
그녀의 물음에 카릴은 에이단을 바라봤다.
“에이단, 오랫동안 비워서 사람이 없던 집으로 돌아오면 가장 먼저 뭘 해야 하지?”
“음…….”
그의 물음에 에이단은 살짝 고민을 하는 듯 생각하다가 조심스럽게 물었다.
“환기…… 를 시켜야죠?”
“맞아. 여기도 똑같아. 아니, 더 심하지. 1천 년이 넘도록 사람의 발길이 끊어진 것도 모자라 망령과 시체가 장벽에 갇혀 쌓여 있던 땅이야. 이대로 그냥 들어간다면 숨을 쉬는 것만으로도 독을 먹는 것과 똑같겠지.”
카릴은 손가락을 펼쳐 자신의 목을 긋는 시늉을 하면서 말했다.
“일단은 성 주위의 장벽의 땅부터 우리가 갈 수 있도록 정화 시키는 게 중요해.”
“마치 거대한 고독(蠱毒)…… 같네요.”
에이단은 카릴의 말에 동방국의 독술 중 하나를 떠올리면서 살짝 어깨를 떨었다.
동방국 내에서도 말로만 전해지는 가장 지독하고 잔인한 고대 비술이었다.
각종 독을 가진 몬스터들을 한곳에 몰아넣고 특수한 약물을 써서 독성을 삭히고 삭혀 닿는 것만으로도 살이 문드러지고 숨을 쉴 수 없게 하는 극독.
“맞아. 이게 별거 아닌 것처럼 보이지만 시간이란 게 참 무섭거든. 쌓이고 쌓여 응축된 독은 오히려 흑마법이나 주술보다 더 강력한 힘을 발휘하기도 하지.”
카릴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 독기가 쌓인 기간이 무려 1천 년이다.
“본 적은 없나 봐? 녀석의 주특기 중 하나인데.”
“네?”
“사이몬 코덴. 너희 동방국의 주인 말이야.”
아무렇지 않게 그의 이름을 얘기하자 에이단은 놀란 듯 눈을 동그랗게 뜨고는 카릴을 바라봤다.
“주인을 아십니까?”
“뭐, 아직은 아는 건 아니고. 그냥 조금.”
애매모호한 대답.
암연이라는 단체 자체도 비밀스러운 곳이니 동방국의 주인에 대한 존재는 당연히 극비 중 극비였다.
‘두샬라에게 들은 건가……?’
그나마 가능성이 높은 것은 그녀였지만, 사실 암시장이라고 해서 동방국에 대한 정보가 많을 것 같진 않았다.
섬에 사는 사람들도 사이몬 코덴의 모습을 본 사람은 수뇌부 몇 명을 제외하곤 없을 정도였으니까.
‘……정말 알 수가 없다니까.’
에이단은 그렇게 생각하며 낮게 웃었다.
이제 이 정도는 놀랄 일도 아닐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맞는 말이야. 일단 들어가려면 문부터 활짝 열라는 말이지? 나도 고약한 악취를 맡으면서 들어가고 싶은 마음은 없으니까.”
밀리아나는 카릴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고는 말했다.
“그래.”
삐그덕…… 저그덕…….
다그르륵…….
카릴은 장벽 뒤에서 자신들을 기다리고 있을 셀 수 없을 만큼 많은 언데드를 떠올리며 옅은 미소를 지었다.
“천 년 넘게 세워져 있던 저 장벽에 시원하게 무너뜨려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