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9th Class Swordmaster: Blade of Truth RAW novel - Chapter (157)
9클래스 소드 마스터 : 검의 구도자 9클래스 소드 마스터 – 검의 구도자-157화(157/497)
123. 본 드래곤
“보…… 본 드래곤?! 그건 S급 마물 이상이잖아요! 도감에도 SS급으로 나와 있는데……! 저런 게 어째서 대륙에 버젓이 살아 있는 거죠?”
저 멀리서 날아오는 거대한 마물을 바라보며 에이단이 소리쳤다.
망령의 성과 거의 비슷할 정도로 큰 본 드래곤은 살아 있는 드래곤이었다면 현존하는 그 어떤 드래곤보다도 더 큰 성체였을지 모른다.
“살아 있는 건 아니지. 죽은 놈이니까.”
소리치는 에이단의 말을 아무렇지 않게 정정하는 고든을 보며 에이단은 지금 그게 중요한 게 아니잖냐는 눈빛을 보냈다.
“성수(聖水)가 있으면 좋겠지만……. 야만의 땅에 그런 게 있을 리가 없고. 흐음, 카릴. 네가 화속성을 쓸 수 있지?”
“네.”
“밀리아나, 너도 카릴처럼 용마력을 지녔으니 화속성을 조금이나마 쓸 수 있을 테고.”
고든이 두 사람을 가리켰다.
“언데드에게 효과가 있는 건 불이니까. 내 토(土)속성 마력과는 맞지 않으니 내가 방패가 되어주마. 공격은 둘에게 맡기지.”
고든의 말에 살짝 놀란 듯 그녀가 그를 바라봤다.
“뭘 그렇게 놀라지? 용마력이 모든 속성을 쓸 수 있으며 반대로 순수한 마력의 마나 블레이드를 만들 수 있다는 건 나 정도 살아온 사람은 다 아는 일이다.”
“아니 그게 아니라…….”
하지만 밀리아나가 놀란 것은 다른 이유였다.
카릴의 마력을 알고서도 아무렇지 않게 말을 할 수 있는 그의 태연함 때문이었다.
‘몰랐던 게 아니었어?’
밀리아나가 놀란 것만큼 카릴 역시 마찬가지였다.
‘역시……. 교도 용병단의 단장인가. 용마력에 대한 경험이 있었나 보군. 이럴 거면 차라리 비전력을 쓸 걸 그랬나.’
카릴은 고든을 바라봤다.
“녀석의 검기를 보고 나서 단번에 알았지. 솔직히 처음에는 디곤의 후예인가 했는데……. 오히려 여왕보다 마력이 더 강하더군.”
“그래서…….”
뭐라고 설명을 해야 할지 몰라 당혹스러워하는 밀리아나의 말을 끊으며 고든이 말했다.
“됐다. 세상에 사연 없는 사람이 어디 있나. 용마력이 아예 존재하지 않는 힘도 아니고. 안 그래?”
그는 카릴을 바라봤다.
고든 파비안을 평가할 때 언제나 붙는 규격 외라는 것은 어쩌면 이런 대범함에도 통용되는 것일지 모른다.
“그 검기에 이름이 있나?”
“오러 블레이드(Aura Blade).”
“괜찮은 이름이군. 하지만 보완해야 할 것들이 많더라. 순마력으로 만든 검기는 강하지만 날카로움이 부족해.”
고든은 카릴의 검기를 정확히 꿰뚫어 보았다.
카릴은 그런 그의 말에 옅은 웃음을 지었다.
자신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비전력을 담은 아케인 블레이드를 완성한 것이었다.
‘그 앞에서 비전력을 보였으면 오히려 귀찮을 뻔했군.’
카릴은 쓴웃음을 지었다.
그건 더 이상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유일무이하게 카릴만이 가지고 있는 힘이었으니까.
만약 카릴이 고든과의 일전에서 아케인 블레이드를 사용했었더라면 그는 지금보다 훨씬 더 관심을 가졌을지 모른다.
“그런데 신기하게 화(火)속성의 소드 마스터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네가 썼던 화염이 맹렬하던데. 그 정도로 강렬한 불꽃은 크웰 녀석 이외에 처음이었다.”
고든 파비안이라 하더라도 정령력까지 감지할 수는 없었다.
애초에 정령력이라는 것 자체가 지금 시대에서 희박한 힘이었으니까.
카릴에게 폭염왕의 힘이 깃들어 있다는 것까지는 예상하지 못했기에 단지 그는 속성의 마법을 뛰어나게 쓸 수 있는 것이라고만 여겼다.
“이왕이면 화염으로 눈속임을 하는 게 좋을 게다. 나야 신경도 안 쓰지만, 나머지 녀석들은 별의별 소리를 다 할 테니까.”
“명심하죠.”
카릴은 그의 말에 쓴웃음을 지으며 대답했다.
“용마력을 가진 소드 마스터라……. 지금 네가 몇 살이지?”
“14살입니다.”
“3년 뒤가 궁금해지는데. 그때가 되면 육체까지 완벽하게 완성될 테니까.”
고든의 말에 살짝 인상을 찡그리며 밀리아나가 카릴에게 물었다.
“당신, 성인이 되려면 3년이나 남았어?”
“어. 왜?”
“아니……. 아무것도.”
그녀는 뭔가를 세어보는 듯 손가락을 펼쳤다가 접었다 하면 낮은 한숨을 내쉬었다.
‘마스터의 마력이 용마력이라고……? 어쩐지……. 인간 같지 않은 강함이 다 그 때문이었군. 이거, 두샬라의 말대로 진짜 드래곤 아냐?’
에이단 역시 카릴을 바라봤다.
일행 중에 단 한 사람만은 엉뚱한 고민으로 머릿속이 복잡해지고 있었다.
[크르르르르르르—!!!]멀리서 울렸던 드래곤의 울음소리가 점차 가까워지는 것을 느꼈다.
고든은 주위의 언데드들을 쓸어버리고는 말했다.
콰아아앙……!!
그가 발로 원을 그리듯 바닥을 쓸어버리자 파편들이 사방으로 튀어 나가며 깨끗한 공터가 생겨났다.
“우리가 금역에 와서 너무 긴장감 없이 떠들었나 보군. 다들 이제 집중해야겠어.”
쿵……!
고든은 메고 있던 모우터를 꺼내어 들었다. 말은 그렇게 하지만 어쩐지 그의 표정은 처음과 다르지 않고 여유 있어 보였다.
“저 녀석입니까. 장벽의 관리자가. 망령의 성에도 도착하지 않았는데 이런 곳에서 시간을 끌 순 없죠.”
그리고 그건 카릴 역시 마찬가지였다.
서로 검을 섞어 본 사이였기 때문에 굳이 말을 하지 않아도 이미 머릿속에 전략이 완성된 듯싶었다.
“본 드래곤을 사냥해 본 적 있나?”
“그건 아니지만 비슷한 녀석을 잡아 본 건 있습니다.”
신탁이 내려지고 파렐(Pharel)이 대륙에 세워지고 그 안에서 쏟아진 타락 중에 용의 형태를 가진 녀석들도 있었다.
타락과 언데드는 분명 다르지만 어둠과 죽음이라는 속성에서만큼은 유사한 점이 있었다.
‘게다가 실체를 잡기 어려운 타락에 비해 뼈가 있는 녀석들은 더 쉬운 상대지.’
“그래? 어린 녀석이 별걸 다 해봤군.”
고든은 상관없다는 듯 굳이 자세히 묻지도 않았다. 대신 밀리아나와 에이단을 향해 말했다.
“머리다. 머리를 부수기 전까지 녀석은 무한히 재생한다. 알겠지?”
“네!”
에이단이 긴장된 목소리로 소리쳤고 밀리아나는 천천히 자신의 세검을 뽑으며 머리를 끄덕였다.
쿠우우우웅……!!!
거대한 날갯짓을 하며 날아온 본 드래곤이 일행들 앞에 내려앉으며 거대한 아가리를 벌렸다.
입안으로 속이 훤히 보였다.
녀석의 두개골 안쪽에 녹색의 빛무리가 응축되어 두 눈의 구멍으로 연기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크기는 족히 100m는 될 것 같은 엄청난 높이로 녀석이 카릴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취익……! 취이익……!
녀석이 숨을 토해낼 때마다 심한 악취와 함께 독성이 가득한 연기가 뿜어져 나왔다.
“어이, 꼬마. 쫄지 마라.”
본 드래곤의 엄청난 위용의 굳어버린 에이단을 보며 고든이 그의 어깨를 툭 치고는 말했다.
“기껏해야 성에도 들어가지 못한 조무래기일 뿐이야. 양들 사이에서 우두머리라고 해봐야 결국 양에 불과하지.”
“……그럼 성엔 도대체 어떤 괴물들이 있는 거죠?”
“모르지. 저 녀석보다 더 강한 놈들이겠지.”
고든이 눈앞의 마물을 바라보며 심드렁한 얼굴로 말하자 에이단은 고개를 저었다.
“전혀 위로가 안 되네요.”
그런 그의 말에 고든은 피식 웃고는 손바닥을 한 번 쓰윽- 문지르고는 바닥에 둔 모우터를 양손으로 잡았다.
파앗……!!!
에이단의 눈이 동그랗게 커졌다.
커다란 덩치에 그가 다리에 마력을 집중시키자 믿을 수 없는 빠르기로 튀어 나갔기 때문이었다.
‘뭐야……?! 축보(縮步)를 써도 저 정도는 안 될 것 같은데…….’
암연에서 습득한 속도 위주의 보법인 축보는 에이단이 자신 있어 하는 기술 중 하나였다.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더욱 그는 다시 한번 고든과 자신의 실력 차를 실감했다.
“후웁……!”
고든 파비안이 숨을 들이마시며 모우터를 있는 힘껏 뒤로 젖혔다.
허리가 꺾이면서 배틀 해머가 굉음을 터뜨리며 횡으로 그어졌다.
미처 반응을 하지 못한 본 드래곤이 날아오르려고 날개를 펼쳤지만, 그보다 더 빠르게 그의 망치가 녀석의 다리를 후려쳤다.
콰아아아앙—!!
거대한 본 드래곤의 왼쪽 다리가 그대로 으스러지면서 부서졌다.
에이단의 발치에 거대한 뼈들이 나뒹굴며 떨어졌다.
“봤지?”
한쪽 다리가 부서지며 균형을 잃은 본 드래곤이 날개를 허우적거리며 쓰러졌다.
고든은 아무렇지 않게 녀석을 가리키며 에이단에게 말했다.
“그래, 놀랄 일도 아냐. 에이단. 솔직히 이 세계에 본 드래곤보다 더 대단한 괴물들은 많잖아. 진짜 살아 있는 드래곤이라든지…….”
카릴의 목소리가 들렸다.
“……!!!”
바로 조금 전까지만 하더라도 자신의 옆에 있던 카릴이 본 드래곤의 머리 위에 올라가 그를 내려다보며 말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화르륵……!!
카릴이 화염이 솟구치는 아그넬로 고든 파비안을 가리켰다.
“저 남자라든지.”
“흥.”
그의 말에 피식 웃었다.
하지만 당당히 본 드래곤의 머리 위에 서 있는 카릴을 보며.
‘마스터가 더 괴물 같다고요!’
에이단은 당장에라도 그렇게 외치고 싶었다.
[크아아아아아……!!!]본 드래곤의 포효와 함께 카릴의 검이 녀석의 머리를 찍어 누르듯 내려쳤다.
콰앙!!!
하지만 다른 언데드들과 달리 본 드래곤이 몸을 비틀며 아슬아슬하게 그의 검이 자신의 머리를 부수는 것을 피했다.
아그넬이 어깨 쪽에 박히자 녀석의 뼈 안쪽 몸을 구성하는 녹색의 불꽃이 화염과 뒤엉키며 타는 듯한 고약한 냄새가 진동했다.
[칵!! 카아악!!]고통에 찬 외침과 함께 녀석이 날개를 활짝 펴자 뼈밖에 없는 날개 사이로 강렬한 바람이 일었다.
“큭?!”
카릴의 몸이 순간 붕 떠올랐다.
그와 동시에 부서졌던 다리가 재생되더니 순식간에 본 드래곤이 상공으로 날아올랐다.
“쯧, 물러.”
그 모습을 보며 고든 파비안이 혀를 차며 카릴을 향해 말했다.
본 드래곤의 날갯짓에 바닥에 떨어진 카릴이 흙먼지로 더러워진 옷을 털어 냈다.
“일부러 그런 건데요.”
“뭐?”
카릴이 상공에 있는 본 드래곤을 가리켰다.
놀랍게도 그의 등에 타고 있는 밀리아나가 녀석의 어깨에 박혀 있는 아그넬을 발판 삼아 두 자루의 세검을 있는 힘껏 녀석의 목덜미에 박아 넣고 있었다.
콰가가각……!!
콰각……!
밀리아나의 세검에서 뿜어져 나오는 불꽃이 본 드래곤은 두개골 안으로 파고들자 녹색 안광을 내뿜던 녀석의 눈이 붉게 변했다.
[크륵…… 크르륵……!!]날카로웠던 포효는 신음 같은 소리로 변했고 제대로 된 공격도 한 번 못 해 본 녀석은 고통에 찬 듯 상공에서 몸부림을 치기 시작했다.
“밀리아나는 뛰어난 전사입니다.”
“녀석…….”
고든은 카릴이 밀리아나의 전투를 자신에게 보여주기 위해서 일부러 피했다는 것을 깨달았다.
“저걸로 되겠냐. 망령의 성에 살고 있는 리치 정도는 잡아야 좀 쓸 만하다고 할 수 있지.”
[크아아아아……!!]본 드래곤이 밀리아나를 떨구기 위해 몸부림치며 포효를 지르며 아가리를 벌리자 독성이 담긴 차가운 냉기의 브레스가 사방으로 뿌려졌다.
“저 봐.”
브레스가 닿은 곳곳마다 새하얗게 얼어붙었다. 브레스를 피해 뒤로 물러서며 고든은 들고 있던 모우터를 있는 힘껏 휘둘렀다.
부우우웅……!!
마치 부메랑이 날아가는 것처럼 모우터가 빙글빙글 회전하면서 위로 솟구쳐 본 드래곤의 머리에 정통으로 박혔다.
퍼억!!
둔탁한 소리와 함께 본 드래곤의 머리가 휘청거리며 절반가량이 부서졌다.
“어이, 빨리 마무리해라.”
머리 안쪽에 영체(靈體)를 향해 밀리아나가 있는 힘껏 용마력을 끌어올려 검을 찔러 넣었다.
카릴은 그런 고든을 바라보며 피식 웃었다.
쿠우우웅……!!
쿠궁……!!
거대한 본 드래곤이 더 이상 형체를 유지하지 못하고 바닥으로 떨어지자 그 충격으로 육중했던 몸이 부서지며 사방으로 뼈들이 튕겨져 나갔다.
“후우…….”
먼지바람 사이로 밀리아나의 모습이 보였다. 그녀는 혈맥이 뚫리고 난 뒤 처음으로 제대로 마력을 쓰는 듯 살짝 피로한 모습이었다.
“우아……. 이 정도면 진짜 드래곤도 잡겠는데요?”
에이단은 자신의 앞에 쏟아진 부서진 본 드래곤의 잔해를 발로 치우면서 넋이 나간 얼굴로 말했다.
“그래? 그럼 말 나온 김에 잡을까.”
“……네?”
카릴이 그의 말에 피식 웃었다.
“밀리아나 근처에 레어가 하나 있지 않아?”
“있지.”
그의 물음에 그녀는 나지막하게 대답했다.
“백금룡(白金龍)의 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