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9th Class Swordmaster: Blade of Truth RAW novel - Chapter (159)
9클래스 소드 마스터 : 검의 구도자 9클래스 소드 마스터 – 검의 구도자-159화(159/497)
125. 상자를 열다
“어떻게 되었어요?”
“…….”
레디오스와의 밀담이 끝난 뒤, 그를 보낸 뒤 돌아온 캄마를 보며 칼 맥이 궁금한 듯 물었다.
“…….”
하지만 오두방정을 떨며 부산스럽게 이번 일에 대해서 떠들 거라는 예상과 달리 심각한 얼굴로 고민에 빠진 캄마를 보자 그는 더욱더 궁금해하지 않을 수 없었다.
‘왜 저러시지? 원래라면 막 내 이름을 부르면서 난리를 치셨을 분이…….’
“칼.”
그때였다.
캄마가 그를 불렀다.
“네? 말씀하세요.”
“너 미하일이 있는 곳을 알고 있다고 했지?”
그의 물음에 칼이 고개를 끄덕였다.
“네. 수안 님이 알려주셨어요. 혹시 일이 생기면 그쪽으로 가라고……. 그런데 웬만하면 기다리라고 했었는데요?”
“지금이다. 웬만한 일이 아니니 우리가 움직여도 돼. 당장 거기로 가야겠어. 아무래도 더 이상 이곳에 있어서는 안 될 것 같거든.”
“무슨 일인데요?”
“전쟁이 터질 거야.”
캄마의 말에 칼은 역시나 하는 표정으로 피식 웃으면서 말했다.
“에이, 또 그 얘기에요? 그거야 지금 창문만 열어봐도 다 알겠네요. 밖에 보셨잖아요? 지금 프란의 군함이 모두 집결되어 있다고 노래를 부르던 게 캄마 님이시잖아요.”
“이 녀석아. 그게 아니다. 반대라고. 지금 튤리 루레인이 먼저 움직였다.”
“……네?”
“다들 코브에 집결한 프란의 병력이 화이트 벙커를 치기 위해 북상할 거라고 생각했지? 그런데 튤리가 역으로 지금 프란을 치기 위해 내려온다는 말이야.”
확실히 예상 못 한 일이다.
하지만 칼은 그의 말에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 듯 말했다.
“말도 안 돼요. 화이트 벙커야말로 천애의 요새잖아요. 거길 버리고 굳이 위험하게 코브까지 내려오는 이유가 뭐죠?”
그의 물음에 캄마는 주위를 쓱 한번 훑었다.
그러고는 가까이 오라는 듯 손가락을 까닥거리자 칼이 귀를 갖다 댔다.
‘5공작 락히엘이 배신했다.’
“……!!!”
그의 말에 칼 맥은 자신도 모르게 창밖을 바라봤다. 코브에 정박하고 있는 강철 함대 뒤에는 바로 5공작 락히엘의 은익(銀翼) 함대가 배치되어 있었기 때문이었다.
“설마…….”
“전쟁이 시작되면 코브는 안팎으로 난리가 날 거다. 자칫 잘못하면 전쟁이 시작도 되기 전에 강철 함대가 불바다가 되는 걸 보게 될지도 모르지.”
칼은 공국의 자랑이라고 할 수 있는 프란의 함대가 화염에 휩싸인 모습이 쉽사리 상상이 가지 않았다.
“그럼 레디오스가 우리를 찾아온 이유는 뭐예요? 우리가 프란에게 이런 기밀을 알릴 수도 있는 위험을 감수하고서까지 말이죠.”
“있지. 코브에서 유일하게 공국의 것이 아닌 것. 그게 바로 라바트 길드니까. 도시야 불바다가 돼도 다시 재건할 수 있지만 우리는 떠나면 영영 돌아오지 않을 수 있으니.”
“으음.”
“레디오스, 그치의 말을 들어보면 튤리는 아직까지 우리와 거래를 하고 싶어 한다더군. 이번 내전을 마무리하고 난 다음에 중앙 진출을 생각한다더구나. 우리가 그 교두보가 되길 바라서 살려주기 위해 왔다던데.”
캄마의 말에 칼은 콧방귀를 뀌었다.
“꿈도 야무지네요. 바다 건너 중앙엔 마스터가 있다는 것 모르는 거 아니에요? 그러면서 우리랑 거래를 트겠다? 오면 그대로 잡아먹힐 녀석들이.”
“글쎄다……. 이건 내 감이지만 어쩌면 레디오스가 우릴 찾아온 게 튤리의 명령이 아닐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
“그럼요?”
“어디긴 어디야. 마스터가 말했던 우든 클라우드지. 튤리의 입장에서 중앙 진출이야 당연히 정벌이겠지만……. 우든 클라우드면 의미가 다르지.”
캄마는 턱을 한 번 쓰윽 쓸면서 말했다.
“채비를 해라. 지금 당장 화이트 벙커로 가야 하니까. 이제부터 알아볼 것들이 많아.”
언제 준비를 한 것인지 방 한편엔 이미 당장에라도 떠날 수 있도록 여행 가방이 준비되어 있었다.
“어쩐지 조금 신나신 것 같은데요?”
칼은 그런 그를 보면서 피식 웃었다.
“그럼, 뒤가 구린 짓은 내가 일가견이 있거든.”
캄마는 엄지손가락으로 자신을 가리키면서 살짝 턱을 치켜들며 말했다.
“……자랑스러운 일은 아니네요.”
칼은 그의 모습에 피식 웃었지만, 확실하게 안 좋은 쪽으로 그의 직감은 생각보다 잘 맞는다는 걸 그도 잘 알고 있었다.
“가죠.”
그는 결심이 선 듯 캄마에게 말했다.
* * *
“이게…… 도대체 뭐냐.”
상자 안을 확인한 고든이 처음으로 한 말이었다. 하지만 그의 말에 다른 사람들도 이렇다 할 반응을 하지 못했다.
“아무것도 없다니. 텅 빈 상자를 본 드래곤의 뱃속에 넣어 놓은 미친놈이 도대체 누구야?”
고든은 망령의 성을 바라봤다.
“지금 날 갖고 놀아? 저 안에 있는 리치 놈의 목덜미를 잡고 한 번 물어봐야겠군.”
“잠시만요.”
성큼성큼 성을 향해 걸어가려는 그를 말린 것은 다름 아닌 에이단이었다.
“빈 게 아니에요.”
“음?”
“이거 보세요. 단순히 상자의 무게만으로 이렇게 무거울 수가 없어요. 분명 안에 뭔가 있는 게 틀림없습니다.”
“하지만 아무것도 없잖아?”
“보이는 게 다가 아니죠. 언뜻 보면 그렇지만……. 상자 밑바닥이 생각보다 높게 올라와 있는 것 같지 않으세요?”
“설마…….”
에이단의 말에 카릴이 눈치를 챈 듯 그를 바라봤다.
“간단한 눈속임이에요.”
그는 상자의 안쪽 면을 따라 단검을 집어넣었다.
수욱-
단검의 날이 절반쯤 상자의 바닥과 연결된 틈 안으로 들어갔다. 날을 비틀자 탈칵- 하는 소리와 함께 바닥이 뜯어졌다.
“마굴이나 유적을 탐사하는 공략대들도 마법 함정이라든지 함정 같은 것들엔 주의를 기울이지만 의외로 이런 얕은 장치에 속아 넘어갈 때가 있죠.”
고든은 그의 말에 머쓱한 듯 애꿎은 턱수염만 쓰다듬었다.
당연한 일이었다.
SS급에 가까운 본 드래곤의 사체에 어린애 장난 같은 장치를 심어 놓은 상자가 있을 거라고 누가 상상이나 했겠는가.
“크흠, 그래. 그래서 안에 뭐가 들어 있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용물이 궁금하긴 했는지 그가 헛기침을 하면서 에이단에게 말했다.
“잠시만요.”
에이단은 상자 안에 손을 집어넣기 전에 카릴에게 먼저 그것을 보였다.
“마력이 느껴지지 않는다. 특별히 걸려 있는 마법은 없어. 꺼내도 될 것 같다.”
“알겠습니다.”
“허허…….”
마지막의 마지막까지 조심하는 그의 모습에 고든은 새삼스레 카릴이 에이단을 뽑은 이유를 다시 느꼈다.
‘상자를 여는 것도 그렇고 침착함까지……. 제법인데.’
“탐나셔도 안 됩니다. 에이단은 제 중요한 부하니까요.”
“무, 무슨 소리냐.”
카릴이 넌지시 말하자 고든은 살짝 당황한 표정으로 그에게 말했다.
“그냥 해본 소린데 반응이 어쩐지 진짜 그런 생각을 하셨나 봅니다?”
“실없는 소리. 빨리 안에 뭐가 들었는지나 말해봐.”
“그게…….”
에이단의 목소리에 모두의 시선이 그쪽으로 쏠렸다. 그의 손에 낡은 원형의 물건이 들어 있었다.
“휘장인데요?”
촤르르륵-
작은 원판 주위에 붙어 있던 천 장식은 낡아 바스러지고 에이단의 손바닥엔 징표만이 남았다.
“휘장……?”
처음에 비어 있던 상자도 이상했지만, 뜬금없이 들어 있는 징표에 모두들 다시 한번 어이가 없을 따름이었다.
고든은 에이단의 손에 놓여 있던 휘장을 집어 들고는 살펴봤다.
대륙의 어떤 왕국에서도 쓰이는 문양이 아니었다.
처음에는 커다란 사다리인가 싶었던 원판의 문양을 잘 살피자 그것은 각각의 층이 나눠진 긴 탑이었다.
“탑이 문양인 가문이 있던가요?”
에이단이 고든에게 물었다.
그의 물음에 고든은 고개를 저었지만 카릴은 자신도 모르게 휘장을 본 순간 어깨를 움찔거렸다.
‘파렐(Pharel)……?’
잊고 싶지만 절대로 잊을 수 없는 전생의 탑을 떠올리며 카릴은 고개를 저었다.
‘어째서…….’
단순히 탑 모양이기 때문에 지레 겁을 먹고 그러는 것이 절대 아니다.
오래되어 낡아 형태를 제대로 확인할 수 없음에도 불구하고 휘장에 새겨진 문양이 파렐을 말하고 있음을 카릴은 알았다.
“이거……. 마도 시대의 물건이군.”
휘장을 살피던 고든이 말했다.
“마도 시대요?”
“그래. 어째서 이런 게 남아 있는지 모르겠지만, 이 문양은 블레이더란 단체의 것이다.”
처음 들어보는 이름에 저마다 고개를 갸웃거렸지만 카릴은 고든의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가슴이 철렁하고 내려앉는 기분이었다.
본 드래곤을 상대할 때에도 보이지 않던 굳은 얼굴이었기에 에이단이 조심스럽게 그의 옆에 다가갔다.
“마스터, 괜찮으십니까?”
하지만 카릴은 그의 물음보다 고든의 대답이 더 중요한 듯 물었다.
“블레이더? 그 탑 문양이 그들의 것이라는 말씀이십니까?”
“뭐야, 너 그것도 알고 있는 거냐. 너 나이가 진짜 14살이 맞아? 황궁의 늙은이들도 이제는 잊어버린 이야기인데.”
고든은 이제는 더 놀랄 것도 없다는 표정으로 카릴에게 말했다.
“5대 무구를 만든 단체이지 않습니까. 황궁의 보고에 잠들어 있는 지팡이, 무한의 숨결(Infinite breath)이 그들의 작품이고요.”
“맞아.”
“그리고 제 검도 그중 하나인 얼음 발톱이구요.”
“……!!”
카릴의 말에 에이단과 밀리아나는 경악스러운 표정으로 그가 내민 검을 바라봤다.
“어쩐지. 범상치 않은 검이라고 생각했는데 5대 무구 중 하나라니……. 갈수록 더 기가 차는 녀석이로군.”
확실히 고든 만큼은 그의 말에 놀라기보다는 납득한다는 표정이었다.
“네 녀석이었느냐. 아조르의 회색 교장을 공략한 녀석이.”
“어찌 아십니까?”
“그만한 무구가 있을 만한 곳은 거기뿐이니까. 황궁의 복도에서 들었다. 궁정 마법사인 카딘 루에르가 난리를 치면서 말했거든. 회색 교장의 공략자를 영입하고 싶어 하던 것 같던데.”
‘그때 같이 있었던 모양이로군…….’
카릴은 고든의 말에 잠깐이지만 티렌을 떠올렸다.
“조심하는 게 좋을 게다. 제국 녀석들이 네 검이 블레이더의 5대 무구 중 하나라는 것을 알게 되면, 노리는 자들이 분명 있을 테니까.”
“빼앗을 수 있다면 그리 해보라죠.”
“하여간 자신감 하나만큼은 재수 없을 정도로 맘에 드는 녀석이라니까.”
고든은 카릴의 대답에 클클 웃으며 넘어갔다.
“그런데 요는 왜 마도 시대에 사라졌다는 블레이더의 휘장이 본 드래곤의 몸속에 있느냐는 건데……. 이건 뭐 숨겨진 물건을 찾아도 고민이군.”
“으흠…….”
“그러게요. 이게 무슨 의미인지…….”
밀리아나와 에이단 두 사람은 서로를 바라보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쿠으으으으…….
망령의 성이 마치 그들을 거부하듯 낮게 울기 시작했다.
카릴이 저 멀리 있는 그 성을 바라봤다.
‘사령(死靈)…….’
왜일까.
그 순간 그의 머릿속에는 사라진 알른 자비우스가 떠올랐다.
고든의 손에 있는 휘장을 바라보며 생각했다.
‘그 역시 블레이더 중 한 명이다.’
게다가 이곳의 주인이라 할 수 있는 자르카 호치와 마찬가지로 이 시대의 인물이 아닌 사자(死者)임에도 불구하고 현세에 남아 있었다는 것.
뿐만 아니라 알른 자비우스가 있었던 7인의 원로회가 백금룡과 밀접한 관계가 있었고, 망령의 성을 두르고 있는 장벽 역시 드래곤이 만들었다는 설이 있다.
카릴은 자신도 모르게 등골이 오싹한 전율이 전신을 타고 지나가는 기분이 들었다.
“또한 그 둘 모두 같은 마도 시대의 인물이다.’
그는 자신이 예상했던, 망령의 성을 공략하는 것 이상으로 이 안에 많은 것이 있을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쩌면…….
‘만약 자르카 호치가 또 다른 블레이더(Blader) 중 한 명일 수도 있다면…….’
사라졌다고 알려진 블레이더의 5대 무구 중 2개의 행방을 찾을 수 있을지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