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9th Class Swordmaster: Blade of Truth RAW novel - Chapter (16)
9클래스 소드 마스터 : 검의 구도자 9클래스 소드 마스터 – 검의 구도자-16화(16/497)
15. 고민할 필요 없다
‘아르딘은 빠져나갈 방도를 생각해 뒀을 거다.’
이대로라면 자신의 병력까지 많은 피해를 입을 위험이 있었으니까.
공국의 첩자이긴 하지만 그는 이제 막 남작가에 영입된 기사에 불과했다.
그런 상황에서 병력 피해를 입는다는 것은 그 자신의 발사르가(家)의 입지에도 문제가 생기는 일일 테니까.
아직은 신임을 얻어야 할 필요가 있었다.
‘그렇기 때문에 아르딘의 계획은 이걸로 끝이 아닐 것이다.’
절대로 혼자 도망치는 게 아니다.
맥거번가(家)에 피해를 입히고 명분까지 챙길 수 있는 방법.
카릴은 눈빛을 빛냈다.
첫 번째도 대단한 것이지만 결국 가문 내에서 끝날 일. 황도에 알려질 정도는 아니다.
그러나 두 번째는 다르다.
‘황제의 귀에까지 내 이름이 들리도록.’
더 이상.
아무것도 하지 못했던 12살의 그가 아니니까.
‘움직여라.’
카릴은 아르딘을 주시했다.
“흐아아아아—!!”
그때였다.
그가 있는 힘껏 고블린 치프를 향해 창을 내던지고는 등에 메고 있던 두 자루의 창을 동시에 뽑았다.
마력을 집중시키자 창두에 날카로운 전격이 번뜩이며 사방으로 흩뿌려졌다.
“모두 비켜!!”
뿜어져 나오는 전격에 놀란 병사들이 황급히 양쪽으로 갈리며 길이 생겼다.
타다다다닥……!!
말에서 내린 아르딘이 열린 길을 따라 달리기 시작했다.
콰아앙-!!
고블린 치프가 박도를 들어 자신을 향해 날아오는 창을 튕겨냈다.
요란한 소리와 함께 충격이 있었는 듯 녀석의 몸이 휘청거렸다.
스팟-!!!
그 빈틈을 노려 아르딘이 있는 힘껏 지면을 밟고 튀어 올랐다.
창대가 뱀처럼 휘면서 녀석의 양쪽 허리를 노리며 쇄도했다.
순식간에 창날이 아르딘의 앞을 막는 네 마리의 고블린들을 꿰뚫었다.
파즈즈즈즉—!!
즈아악—!!
피가 타들어 가는 역한 냄새와 함께 숨통이 끊어진 고블린의 시체들이 바닥에서 생선처럼 경련을 일으키며 부르르거렸다.
“부상자들은 뒤로!! 방패병들은 앞으로!!”
난전에서 아르딘의 지휘는 명쾌했다.
그는 누구보다 열심히 싸웠고 가장 많은 수의 고블린을 죽였다.
목숨이 오가는 전투니 당연한 일이라 생각할 수도 있지만 그를 바라보는 카릴의 눈빛은 달랐다.
‘마치 보여주기 같은 느낌.’
뇌전(雷電)이 번뜩이는 창날은 그 강력함보다 화려함에 이목을 끌기 쉬웠으니까.
“죽어라!!”
아르딘의 창이 고블린 치프를 향해 쏘아졌다.
순식간에 거리가 좁혀지고 둘이 격돌했다.
차앙-! 창! 창!!
화려한 창술이 펼쳐지고 아르딘이 고블린 치프를 압박하자 녀석이 비틀거리며 뒷걸음질 쳤다.
눈이 아플 정도로 빠르게 쇄도하는 창날을 보며 누구도 그 사이에 끼어들 엄두를 내지 못했다.
카앙!!
아르딘이 창을 쥔 손에 힘을 주자 창대가 아치 형태로 크게 휘면서 고블린 치프의 박도를 쳐올렸다.
자세가 무너졌다.
훤하게 보이는 녀석의 목덜미.
츠아악—!!
바람을 가르며 그가 고블린 치프의 목을 향해 창을 찔렀다.
[취르륵……! 취륵!!]하지만 그 순간.
그의 공격이 아슬아슬하게 빗겨 나가면서 창날은 고블린 치프의 목을 스쳐지나 어깨에 박혔다.
[크륵……!]녀석이 고통에 찬 소리를 내며 비틀거렸다.
“크아아아!!!”
아르딘은 다시 한번 반대쪽 손에 들고 있는 창을 들어 올렸다.
콰아앙—!!!
고블린 치프의 목에 창극이 닿기 바로 직전 녀석의 어깨에 박혔던 창이 흔들리며 빈틈이 생겼다.
그 틈을 놓치지 않고 녀석이 몸을 틀어 아르딘의 공격을 피했다.
“제길!!”
창이 깊숙하게 땅에 박혔다.
그때였다.
카릴의 눈빛이 날카롭게 변했다.
조금 전 혼신의 힘을 다한 듯 보이는 일격(一擊)이 있기 바로 직전.
‘빗겼다.’
아르딘은 어깨에 박은 창에 힘을 뺐다.
완벽한 고의였다.
아무도 눈치채지 못했을 것이다.
‘나를 제외하고.’
[취륵……!! 취륵……!!]어깨에 상처를 입은 고블린 치프가 괴상한 소리를 내자 공격하던 고블린들이 일제히 도망치기 시작했다.
아르딘은 그것을 놓치지 않고 소리쳤다.
“전 병력 도망치는 고블린을 쫓아라!!! 절대로 녀석을 살려두지 마라!!”
와아아아아—!!
와아아–!!
그의 외침에 기다렸다는 듯 병사들이 고블린을 쫓아 달리기 시작했다.
그 순간.
본능적으로 느꼈다.
‘이거였군.’
전선을 이탈할 수 있는 명분(名分).
‘습격은 이걸로 끝이 아닐 것이다.’
고블린 치프가 있다는 것은 적어도 아직 2천 이상의 고블린이 존재한다는 걸 의미하니까.
카릴의 시선이 숲의 반대편을 향했다.
‘매복하고 있을 가능성이 있는 곳은 아마도 저쪽이겠지. 고블린 치프가 도망친 반대편.’
분명.
아르딘의 병력이 빠지고 나면 녀석들이 기다렸다는 듯 나타날 것이다.
그것이 진짜 내막(內幕)이었다.
‘신호가 있을 것이다.’
히이이이잉—!!!
카릴이 있는 힘껏 말의 고삐를 당겼다.
‘그전에.’
움직여야 한다.
티렌이 그 모습을 보며 소리쳤다.
“카릴! 자리를 지켜!! 구태여 우리 병력까지 소모하면서까지 몬스터들을 쫓을 필요 없다. 남은 녀석들은 아르딘 경에게 맡겨라.”
“그 반대다.”
“……뭐?”
“내가 쫓는 건 저 녀석이니까.”
그 순간.
카릴의 입꼬리가 살며시 올라갔다.
당연히 아르딘의 뒤를 쫓는다.
물론, 고블린 치프 역시 그냥 둘 생각도 없다.
‘고민할 필요가 없는 일이었다.’
첫 번째 선택지도, 두 번째 선택지도.
모두 하면 되니까.
“이럇!! 이럇–!!”
협곡을 달리며 아르딘은 뒤를 힐끔 바라봤다.
‘이 정도면 되겠지.’
열심히 자신의 뒤를 쫓아오는 병사들을 향해 그가 소리쳤다.
“지금부터 나는 고블린 치프를 쫓겠다. 너희들은 양쪽으로 갈라져 남은 잔당들을 처리해.”
“혼자서 말입니까? 괜찮으시겠습니까?”
그의 말에 부관이 되물었다.
“날 못 믿나?”
“죄, 죄송합니다!! 그런 뜻이 아니라…….”
다급한 부관의 대답에 아르딘은 피식 웃으면서 말했다.
“나머지는 있어 봐야 거추장스러울 뿐이야. 고블린 치프가 있다는 게 뭘 의미하는지 자네도 알 텐데? 어딘가 아직 나타나지 않은 주술사가 있을 거다. 그놈들을 처리해야 해.”
아르딘의 말에 부관의 얼굴이 딱딱하게 굳었다.
“병력을 둘로 나눠서 조금 전 우리가 돌아왔던 곳까지 수색한다. 알겠나?”
“네!!”
부관은 그의 용맹함에 다시 한번 감탄을 한 듯 고양된 목소리로 외쳤다.
그 모습에 아르딘은 가볍게 입꼬리를 올렸다.
“이럇—!!”
그가 더더욱 말에 박차를 가했다.
* * *
“히이이이잉……!!”
달리던 말이 앞다리를 들며 황급히 멈췄다.
[취륵…… 취륵…….]아르딘의 앞에는 상처를 입은 고블린 치프가 거친 숨을 내쉬며 그를 바라봤다.
바스락거리는 풀숲의 소리와 함께 치프의 뒤로 수십 마리의 고블린이 나타났다.
그중에서도 선두에 지팡이를 들고 구부정한 모습으로 나타나는 두 마리의 고블린이 눈에 띄었다.
“오셨습니까.”
무리 사이에서 들려오는 인간어(人間語).
“맥거번가(家)의 애송이들이 제법 잘 싸우더군. 그래서 연기를 하느라 애를 먹었다. 그러니 날 보고 씩씩거리는 저 녀석 좀 치워주겠나?”
“하하…….”
붕대로 칭칭 얼굴을 감고 로브를 덮은 남자는 음침한 목소리로 웃었다.
쇠를 긁는 듯한 소리였다.
그는 아무렇지 않게 고블린 치프의 머리를 애완견을 다루듯 푹푹 두들겼다.
[취륵…… 취륵…….]어찌 된 영문일까.
수천 마리의 고블린을 이끄는 우두머리가 그의 손길이 닿자마자 좋은 듯 히죽히죽 웃었다.
그 바람에 괴상한 얼굴이 되어 침을 흘리는 모습이 어딘가 정상적으로 보이지 않았다.
“녀석들은 지금 숲길에 그대로 있다.”
아르딘은 그 모습을 떨떠름한 얼굴로 바라보다 말했다.
붕대로 얼굴을 가린 남자는 고블린 치프와 똑같이 히죽거리며 웃고는 대답했다.
“준비하겠습니다.”
그때였다.
“접선 장소가 여기였나.”
“……!!!”
아르딘은 뒤에서 들려오는 목소리에 황급히 창을 겨누며 고개를 돌렸다.
하지만 이내 곧 그의 눈동자가 커지면서 숲 안쪽에서 나타난 사람을 주시했다.
“……넌.”
“괜한 고생을 했군. 뿌리도 문제로군. 적어도 제대로 된 내용을 통보해 줬어야지.”
카릴은 자신의 경계에도 불구하고 아무렇지 않게 옷에 붙은 풀잎을 털어내며 낮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우든 클라우드(Wooden Cloud).”
“……!!”
아르딘은 그 말에 다시 한번 놀랐다.
“뭐지? 네 녀석. 동류(同流)인가.”
하지만 여전히 경계를 풀지 않고 아르딘은 카릴을 향해 말했다.
‘그런 얘기를 듣진 못했는데…….’
생각을 읽은 듯.
카릴은 아르딘을 향해 말했다.
“그런 표정 지을 필요 없다. 어찌 된 영문인지 나 역시 보고를 받지 못해서 확인하기 위해 온 거니까. 꽤 곤란했다고, 빠져나오느라 말이야. 안 그랬으면 그쪽을 따라올 이유도 없었다.”
“…….”
“못 믿겠으면 어쩔 수 없지만. 나도 맥거번가(家)에서 할 일이 있으니까, 아르딘 챈들러.”
그 순간.
경계로 가득했던 그의 시선이 약간 누그러지는 느낌이었다.
‘내 이름을 정확히 알고 있잖아. 정말 클라우드의 사람인 건가.’
우든 클라우드(Wooden Cloud).
루레인 공국의 비밀 조직.
가장 밑바닥이자 조직을 통솔하는 뿌리, 각 조직원에게 명령을 전달하는 줄기, 그리고 그 명령을 수행하는 가지로 구성되어 있다.
이들은 서로의 존재를 모르며 특수한 쪽지를 주고받는 것으로 명령을 전달받을 뿐이었다.
‘하긴……. 생각해 보면 이상한 점이 한둘이 아니다. 백작가에 양자로 들어간 자가 얼굴을 가린 채로 가면을 쓰고 있는 것부터 어린애답지 않은 저 분위기까지…….’
조금 전 습격에서도 아르딘은 카릴의 전투를 봤다.
베테랑 같은 냉정함.
그건 훈련을 받지 않고는 결코 얻을 수 없는 것이었으니까.
“고블린을 조종할 수 있는 술사가 있다고 얘기는 들었는데 직접 보니 놀라운데. 다른 녀석도 아니라 치프를 조종하다니. 뿌리에서 꽤 돈을 쓴 모양이야.”
“…….”
“어딘가 그럼 주술사들도 있겠군. 매복인가?”
아르딘과 마찬가지로 고블린 술사는 카릴의 날카로운 눈빛에 짐짓 긴장한 표정이었다.
“내가 질문이 과했군. 클라우드끼리는 서로 비밀을 지켜야 하는 게 룰인데 말이야. 이해해 줘. 지금은 특수한 상황이니까.”
카릴은 어깨를 으쓱하며 아무렇지 않게 말했다.
“나도 내 임무가 있어서 말이야. 뭐, 겨우 우리 같은 가지는 시키는 대로만 하면 되지만. 어차피 뿌리 쪽으로 내려보낼 보고는 줄기가 할 테니. 안 그래?”
‘정말이군…….’
아르딘은 카릴을 바라보며 생각했다.
공국의 비밀 조직인 클라우드의 이름뿐만 아니라 조직원이 아니면 알 수 없는 뿌리까지 언급했다.
‘정말이지. 다 네가 알려준 것이니까.’
“계획은?”
넌지시 묻는 그의 말에 아르딘은 고개를 꺾으며 고블린 술사를 가리키며 말했다.
“반대쪽에 고블린들이 매복되어 있다.”
그의 말에 술사가 품 안에서 작은 피리 같은 것을 꺼냈다.
“파장이 달라 몬스터에게만 들리는 특수한 소리다. 부는 즉시 맥거버 가(家)의 병사들이 있는 곳으로 고블린들이 습격할 거다.”
“그래? 신호도 술사가 보내는 거였군. 따로 사람이 있는 줄 알았는데. 하아, 이거 정말 다행인걸.”
“……뭐가 다행이란 말이지?”
“번거로운 일을 두 번 하지 않아도 돼서.”
서걱-
그때였다.
표정 하나 변하지 않고 아무렇지 않게 카릴이 검을 그었다.
“……!!”
아무도 반응하지 못했다.
철푸덕-
조금 전까지만 하더라도 작은 피리를 들고 있던 술사의 두 팔이 바닥에 떨어지며 굴렀다.
잘린 손목에서 피가 뿜어져 나오며 바닥을 적셨다.
“으…… 으…… 으아아악!!!!”
보고서도 믿을 수 없다는 듯 뒤늦게야 잘린 두 팔을 바라보며 술사는 비명을 질렀다.
그가 고통에 실성한 듯 몸을 부들부들 떨며 바닥을 기기 시작했다.
“무, 무슨 짓이야!!”
“시간은 벌었고.”
아르딘의 외침에도 불구하고 카릴은 아무렇지 않은 듯 그와 고블린 술사를 바라봤다.
[취륵…… 취르르륵……!!]고블린 치프가 경계를 하듯 박도를 들어 그를 향해 으르렁거렸다.
카릴은 담담한 목소리로 그들을 훑으며 말했다.
“이제 하나씩 챙겨 볼까?”
* * *
“이…… 미친놈!!!”
아르딘은 술사의 앞을 막아서며 카릴을 향해 창을 겨누었다.
“어디서 온 놈이냐.”
“…….”
그의 외침에도 불구하고 카릴은 천천히 검을 뽑았다.
‘딱 좋은 상대군.’
저택 내에서 마르트 덕분에 마나 블레이드를 사용하는 적과의 전투를 연습할 순 있었지만, 마력을 얻었다는 걸 숨겨야 했기에 제대로 오러 블레이드를 펼쳐 보지 못했었다.
게다가 그의 검술은 이미 완벽했지만 12살의 몸을 그것에 맞게 가다듬어야 했다.
온전하게 마력을 뿜어낼 수 있는 상대.
카릴은 만족스러운 듯 입꼬리를 올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