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9th Class Swordmaster: Blade of Truth RAW novel - Chapter (161)
9클래스 소드 마스터 : 검의 구도자 9클래스 소드 마스터 – 검의 구도자-161화(161/497)
127. 에리얼 우드
[낭만을 모르는 자들이군.]옥좌에 앉아 있는 자르카 호치는 불경스러운 것을 본 것처럼 고든을 향해 혀를 찼다.
고개를 빳빳하게 들고서 카릴의 일행에게 관심을 주지 않는 듯 그는 손에 든 작은 액자를 감상하고 있었다.
툭-
그러고는 의자 옆에 있는 테이블에 그것을 조심스럽게 내려놓았다.
“낭만 같은 소리 하고 있네. 어디서 1천 년이나 썩은 녀석이. 고인 물도 이런 고인 물이 없군. 장벽 안쪽 독기보다 이곳이 더 악취가 난다.”
자르카 호치의 말에 고든은 콧방귀를 뀌면서 말했다.
“시끄럽고 내 약이나 내놔.”
[……뭐?]자르카는 고든의 말에 어이가 없다는 듯 고개를 갸웃거렸다.
“나도 모른다. 네놈이 가진 것 중에 약 같은 게 있을 것 아니냐. 마굴의 보스들이 남기는 보물처럼 말이야. 그나마 말이 통하는 마물이라서 다행이군.”
[오랜만에 찾아온 인간이 미치광이라니…….]고든의 말에 이번엔 자르카가 어이가 없다는 듯 말했다.
스으으윽…….
그가 자리에서 일어서자 음산한 기운이 연회장을 가득 채웠다.
밀리아나는 느껴지는 추위에 마력을 끌어올렸다.
[익숙한 기운이로군……. 그래, 용의 장벽을 뚫고 온 자들은 실로 오랜만인데 그럴 만한 능력은 있어 보이는군.]자르카는 그녀의 마력을 알아차렸는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몇 가지 물을 것이 있다, 자르카 호치.”
카릴이 먼저 말을 꺼냈다.
[무엇이지?]팽팽한 긴장감은 여전했지만 고든 덕분에 조금은 풀어진 분위기에 당장에 검을 뽑는 사태는 면한 듯싶었다.
‘흠, 다행이네.’
자신의 물음에 답하는 그를 보며 카릴은 생각했다.
‘녀석에게 검을 박아 넣기 전에 대화를 할 기회가 있어서 말이야.’
“이 휘장이 어째서 본 드래곤의 몸 안에 있는 거지?”
카릴은 그에게 조금 전 얻었던 휘장을 꺼내어 보였다. 휘장을 다시 꺼내자 옅은 녹빛이 휘장에서 그리고 그의 갑옷에서 한 번씩 빛났다.
하지만 어쩐지 성안의 흑마력 때문인지 밖에서와는 달리 그 빛이 옅었다.
그 모습에 자르카 호치의 눈빛이 살짝 떨렸다.
[그러는 너는 어째서 엘프도 아닌데 엘븐 메일을 입고 있는 것이지?]“이건 엘프가 만든 게 아냐. 노움이 만든 거지.”
[흥……. 세계수의 가지를 훔친 건가. 그 쥐새끼 같은 놈들. 하는 짓은 1천 년 전이나 지금이나 똑같군.]노움과 엘프의 사이가 드워프 못지않게 좋지 않다는 것은 옛날부터 알려진 일이었다.
하지만 직접 그 얘기를 확인하게 되니 마치 오래된 동화를 보는 것처럼 신기했다.
“으…….”
하지만 그런 기분도 잠시,
아름다운 미남자처럼 보이는 자르카 호치의 모습을 자세히 살피자 피부처럼 보이는 것은 옅은 영령(英靈)일 뿐이라 말을 할 때마다 그 안에 있는 해골이 움직였다.
눈이 좋은 에이단은 그 모습이 더 명확하게 보이는 듯 소름 끼친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저었다.
[뭐, 좋다. 하지만 내가 왜 그것에 대해서 알려줘야 하지? 남의 성에 침입한 자들에게.]“잘도 독을 먹이려고 했던 녀석이 할 말은 아닌 것 같은데. 서로 피차일반이니 편하게 가는 게 어때.”
카릴은 옆에 구르고 있던 그릇을 발로 툭 치면서 말했다.
[해줄 말은 없다. 신성한 땅에 들어온 너희가 할 일이라고는 숨을 거두는 일뿐이니까.]그 순간,
자르카 호치의 주위에 희뿌연 마력보호막이 만들어졌다.
“거 봐라. 예의 바르게 물으니까 뼈다귀가 성질을 내잖아. 미안하게 됐다. 저놈 말은 무시하고 그냥 내 약이나 어디 있는지 말해. 잘난 머리통을 날려 버리기 전에.”
“…….”
고든은 다시 한번 쯧- 하고 혀를 차면서 말했다.
하지만 조금 전 진짜로 연회장 남자의 머리통을 날려 버린 그가 말하는 미안하다는 말은 전혀 사과로 들리지 않았다.
[무례한 놈들……. 네놈들도 결국 영혼샘의 정수를 훔치러 온 도둑들이군.]“영혼샘의 정수……?”
“거 봐. 바로 말하잖아. 그게 내 약이냐?”
고든이 카릴을 향해 살짝 고개를 갸웃하며 말했다.
[헛소리……. 네놈들 주위의 시체들이 뭔지 아느냐. 이 성에 덤볐다가 죽은 자들이다. 저들과 마찬가지로 너희도 영원히 이곳에 갇혀 끝나지 않는 꿈을 꾸게 해주마!!]그 순간,
연회장 주위를 감싸는 마력 폭풍이 거세게 일기 시작했다.
파즉…… 파즈즈즉……!!
마치 불이 난 것처럼, 검은 마력이 연기처럼 카릴의 주위뿐만 아니라 성 전체를 덮었다.
“조심해!!”
평범한 마력이 아니라는 것을 알기에 카릴의 외침에 모두가 각자의 무기를 꺼내 마력을 집중했다.
[육신의 구속에서 벗어나 자유를…….] [주인님의 명을 따르라.]음산한 목소리가 여기저기에서 들리기 시작했다. 바닥에 너부러져 있던 시체들이 검은 마력이 닿자 새하얀 연기를 토해 내며 일어나기 시작했다.
“흡……!!”
그 순간,
본능적으로 고든이 튀어 나가면서 자르카 호치를 향해 있는 힘껏 모우터를 휘둘렀다.
콰아아아앙—!!
벽을 치는 단단한 울림이 터져 나왔다. 그의 몸을 보호하고 있는 마력보호막이 물결이 일렁거리듯 흔들렸지만 깨어지지 않고 반대로 고든의 해머를 튕겨냈다.
“……!!”
[크크크……. 고작 그 정도인가? 필멸자들이여. 두려움에 떨거라. 안개 같은 나의 마력을 너희의 조잡한 두 손으로 가릴 수 있겠느냐.]자르카 호치는 고든을 향해 낮은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사령술인가……. 귀찮게 되었군.”
일렁이는 마력보호막을 바라보며 카릴이 낮게 중얼거렸다.
“부수면 되지. 본 드래곤도 잡았잖아.”
그의 말에 밀리아나는 검기를 뿜어내며 말했다. 혈맥이 뚫리고 난 뒤에 아직 제대로 용마력을 써보지 못해 아쉬웠던 그녀였기에 오히려 강한 상대를 바라고 있었다.
“조심해. 밖에 있던 허접한 언데드들과는 다르다. 뼈만 있는 게 아니라 저 자르카란 놈처럼 영체로 된 피부가 위에 덧씌워져 있지? 사령술로 부활한 놈들은 생전의 능력을 그대로 쓸 수 있어.”
하지만 카릴의 경고에도 불구하고 밀리아나는 오히려 기대되는 듯 말했다.
“어차피 저 엘프에게 죽은 자들이잖아. 기껏해야…….”
콰아아앙—!!
그때였다.
엄청난 굉음과 함께 밀리아나는 말을 잇지 못한 채 충격으로 몸이 붕 떠올라 뒤로 튕겨 나갔다.
쾅! 콰가강……!!
바닥을 한 번 구르던 그녀가 검을 지면에 박아 넣었지만 기세는 줄지 않고 그대로 수십 미터를 밀려났다.
벽에 부딪히고서야 멈춘 그녀가 당장에라도 달려들 듯 벌떡 일어서더니 움찔거리며 멈춰섰다.
주르륵-
“어?”
밀리아나가 손등으로 코끝을 쓱 문질렀다.
붉은 핏덩이가 묻어났다.
“피…….”
본능적으로 검을 들어 막았음에도 불구하고 사령술로 부활한 검사의 일격에 시뻘게진 뺨과 함께 욱신거리는 코를 만지며 그녀가 으르렁거리듯 말했다.
“이 개……!!”
파앗!!
순간, 그녀의 몸이 사라지듯 잔상만을 남긴 채 엄청난 속도로 검사를 향해 달려들었다.
바닥을 밟고 뛰어오르면서 공중에서 세 바퀴 회전하며 녀석을 향해 검을 뻗었다.
채앵!!
오른손에 잡고 있는 아크가 검사의 검과 부딪혔다. 밀리아나는 여전히 공중에서 공격을 멈추지 않았다.
아크를 튕기듯 밀어내자 검사의 몸이 휘청거렸고 그녀는 그 상태에서 원을 그리며 반대쪽 게일을 횡으로 그었다.
콰강! 쾅!!
연이은 폭음과 함께 바닥에 내려오기 직전에 그녀는 몸을 꺾으며 그대로 위에서 아래로 검사의 머리를 발로 찍어 찼다.
츠즈즈즉…….
검사의 머리가 바닥에 처박히면서 바닥의 대리석이 부서져 박힌 머리를 중심으로 브이 자로 튀어나왔다.
“이 자식…….”
몰아치는 공격에도 불구하고 밀리아나는 쓰러진 검사를 바라보며 살짝 얼굴이 굳어졌다.
‘저 여자도 장난이 아니군…….’
에이단은 맹렬하게 쏟아지는 그녀의 검격을 보며 다시 한번 생각했다.
“애송아, 놀 때가 아니다. 죽지 않게 집중해. 저기 두 놈은 네 몫이니까.”
“……네?”
감상에 빠져 있던 그를 향해 고든이 말했다.
어느새 자르카 호치의 사령술에 의해 부활한 시체들이 자신들을 향해 다가오고 있었다.
“카릴, 보이느냐. 녀석들과 자르카의 보호막이 서로 연결되어 있다. 아무래도 저놈들을 다 잡아야 보호막이 사라지는 것 같군.”
단순한 흑마법은 시전자의 마력으로 인해 부활한 언데드들이었기에 신체가 부서지거나 핵을 파괴하게 되면 더 이상 움직이지 않는다.
콰아아앙!!!
조금 전 밀리아나의 공격에 쓰러졌던 검사가 벌떡 일어나며 검을 휘둘렀다.
“저게 사령술의 귀찮은 점이죠. 빛의 종족이라 불리는 엘프가 사령술이라니……. 어지간히 별일이 다 있네요.”
[크르르르…….]맹수처럼 으르렁거리며 주위의 시체들이 서서히 포위망을 좁혀 왔다.
부활한 언데드들은 자르카 호치의 보호막과 비슷한 것을 두르고 있었다.
사령술은 술자와 언데드 사이에 마력이 연결되어 보호막이라는 형태로 이어진다. 그리고 그 마력이 다 할 때까지 부서지지도 않고 설령 부서진다 하더라도 순식간에 재생한다.
“방법은?”
“기본적으로는 마력을 모두 소진할 때까지 공격해서 마력보호막을 벗겨내는 것이지만…….”
전생에 파렐이 나타나고 지상으로 뛰쳐나온 마족들이 이따금 사령술을 쓰는 자들이 있었다.
하지만 그때는 대규모 인원이 부딪히는 전쟁이었기에 마력을 소모 시키는 것이 가능했지만 지금은 달랐다.
“엘프면 가뜩이나 오래 사는 족속들인데 거기에 1천 년이나 더 살았으니……. 그 마력을 다 소진시키려면 도대체…….”
에이단이 질린다는 듯 말했다.
[캬악!!]드레스를 입고 있는 여자가 그를 향해 날카로운 비명을 지르며 검을 휘둘렀다.
“큭!!”
가냘파 보이는 여자의 공격이었지만 에이단은 두 팔이 욱신거리는 통증을 느꼈다.
“비켜!!”
고든 파비안이 해머를 있는 힘껏 휘둘렀다. 그러자 여자의 허리가 기역 자로 꺾이면서 그대로 갈비뼈가 산산이 부서졌다.
“…….”
후드득…… 후득……! 쩌그덕!!
[캬야약!!!]바닥에 튕겨 벽에 처박힌 시체가 반쯤 부서져 비틀거리자 사방으로 뿌려진 뼛조각들이 새로이 붙었다.
몸이 복구되자 여자는 미친 듯이 달려 이번엔 고든을 향해 달려들었다.
“빌어먹을!!”
고든 파비안은 덜그럭거리는 이빨로 자신의 목덜미를 깨물려는 여자의 면상에 주먹을 날렸다.
동시에 뒤에 달려드는 집사의 허리를 모우터로 찍어 버렸다.
바닥과 해머의 머리 사이에 낀 집사는 몸통과 다리가 분리되며 바둥거렸다.
원래대로라면 자르카 호치의 마력보호막이 유지되는 동안엔 언데드들이 부서지지 않아야 했다.
밀리아나를 상대하는 언데드들만 봐도 알 수 있었다.
하지만 그의 공격은 한 발 한 발이 언데드들에게 걸린 보호막을 상회하는 것들이었다.
“부수다 보면 끝난다는 거면 방법은 간단하네. 이봐, 엘프. 1천 년의 마력? 어디 얼마나 오래 가는지 한번 보지.”
고든은 부서진 상체와 하체가 합쳐지려는 해골 집사의 머리를 다시 한번 해머로 부숴버리면서 말했다.
“…….”
에이단은 이런 괴물들 사이에서 처음으로 수안 하자르가 그립다는 생각이 들었다.
“와라.”
고든 파비안이 손가락을 까닥이며 말했다.
[크르르르…….]연회장의 언데드들이 저마다 무기를 뽑아 들었다.
우득-
조금 전 산산조각이 났던 해골 집사가 가루가 된 머리를 다시 짜 맞추고는 목을 좌우로 한 번씩 꺾고는 고든을 향해 달려들었다.
콰앙……!! 쾅……! 쾅!! 쾅!!!!
수십 마리의 언데드가 고든과 엉겨 붙기 시작했다. 사방으로 터지는 뼛조각들이 연기처럼 연회장을 가득 덮기 시작했다.
“진짜 리치의 마력이 고갈될지도 모르겠는데요?”
에이단은 괴물 같은 고든의 모습에 낮은 탄성을 지르며 카릴에게 말했다.
‘이상한데…….’
하지만 오히려 카릴은 고든을 향해 달려드는 언데드들의 모습이 어쩐지 이질적이라는 것을 느꼈다.
“설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