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9th Class Swordmaster: Blade of Truth RAW novel - Chapter (163)
9클래스 소드 마스터 : 검의 구도자 9클래스 소드 마스터 – 검의 구도자-163화(163/497)
128. 언데드 (2)
[케에에에엑……!!!]토룡의 거목들이 카릴의 화염에 고통스러운 듯 비명을 지르기 시작했다.
분명히 마법으로 만들어진 그것들이 실제로 살아 있는 생명체처럼 행동을 보이자 에이단은 조금 이질적인 기분이 들었다.
“저거…….”
“사령술은 결국 존재했던 것을 어떤 형태로든 간에 다시 불러들이는 것이니까. 저 거목도 진짜 과거의 나무일 수도 있겠지만 아닐 수도 있지.”
“아닐 수도 있다는 말은…….”
“모르지. 이곳에서 죽은 엘프들의 영령을 모은 것일지도.”
“…….”
고든의 말에 에이단은 어쩐 일인지 입안이 쓴 기분이 들었다.
“그건 그렇고 잘도 알아차렸군. 엘프 특유의 리듬이라니. 그런 건 엘프를 알지 못하면 모르는 것이잖아. 네 마스터는 엘프까지 본 적이라도 있는 거냐?”
“그, 글쎄요. 저도 잘…….”
카릴의 강함에 매료되었던 자신이었지만 에이단은 고든의 물음에 이따금 카릴이 멀게 느껴지는 기분이었다.
“뭐……. 승패는 났군. 자르카 호치의 마력으로도 끌 수 없는 불꽃이라니. 저 정도의 마력이라면 제국의 마법사들조차 혀를 내두르겠어.”
고든은 카릴이 용마력을 가졌다는 것을 첫 일전에서 알아차렸다. 하지만 지금의 모습은 그의 예상을 벗어나는 것이었다.
소드 마스터의 기준은 마나 블레이드에 4클래스급의 마력을 응축할 수 있는가이다.
물론, 재능이 있다면 검술의 정점에 선 자가 그 이상의 마력을 가질 수도 있을 것이다.
‘저 불꽃……. 절대 평범한 게 아냐. 용마력이기 때문에 가능한 건가?’
대륙의 5대 소드 마스터 중에 크웰 맥거번이 4클래스를 넘어 5클래스에 가까운 마력을 가졌다고 알려져 있으니까.
하지만 카릴이 보여주는 마력은 단순히 크웰 맥거번처럼 마나 블레이드에 국한되어 있는 것이 아니었다.
검에 기대지 않은 순수한 마법(魔法).
‘아냐. 후대 중 그나마 가장 짙은 용마력을 물려받았다던 디곤의 전(前) 수장이었던 뮤리아나조차 저렇게 마력을 운용하진 못했다.’
고든은 밀리아나의 생모를 떠올리며 생각했다.
‘진짜 용이 아니고서야…….’
그는 말도 안 되는 상상에 피식 웃었다.
용마력이 속성의 경계를 뛰어넘어 각각의 속성을 모두 쓸 수 있다는 것은 안다.
하지만 아무리 다양한 속성을 쓸 수 있다 하더라도 결국 자신이 가진 마력 양의 한계를 넘을 순 없는 법.
‘결국 저 녀석. 가지고 있는 패를 내게 끝까지 보이지 않았었군.’
고든 역시 카릴이 자신과 싸울 때 전력을 다한 것이 아님을 깨달았다.
아이러니하게도 두 사람은 제삼자와의 싸움에서 서로의 실력을 체감하고 있었다.
“괘씸한 놈. 쓸데없이 고생시키게 하는군.”
투덜거리듯 말하지만 어쩐지 고든은 싫지만은 않은 눈치였다.
[네놈……!!]자르카 호치는 당혹스러운 표정으로 말했다.
“쉿. 조용히. 너라면 알겠지. 이 마력 속에 담긴 힘이. 설령 죽었다 하더라도 엘프라면 말이야.”
[어떻게…….]엘프는 그 어떤 종족보다 가장 정령과 밀접한 종족이었으니까. 자르카 호치는 화염 속에서 폭염왕의 기운을 분명하게 느꼈을 것이다.
놀랍게도 고든의 매서운 공격에도 멀쩡했던, 난공불락으로만 보였던 그의 마력보호막이 정령력에 반응하며 허물어졌다.
파아앗……!!!
보호막이 깨지자 자르카 호치는 비틀거리며 뒤로 물러섰다.
“엘프는 엘프야. 너희들이 마력이 정령력으로부터 기반 되어 구축되어 있단 말이 맞나 보군. 상위의 존재의 힘에 이렇게 흐트러지는 걸 보니.”
게다가 숲의 기운이 강한 엘프에게 라미느의 화염은 상성 상으로도 극악이었다.
“리치가 되어서도 마력의 근본은 그대로라니……. 네가 쓰는 사령술처럼 너 역시 죽어서도 생전의 끈을 놓지 못한 건가. 하긴, 그러니 이런 웃긴 짓거리를 하고 있겠지.”
카릴은 진득하게 흘러내리는 보호막의 잔해를 털어 내며 그에게 말했다.
[저리 꺼져!!!!]그의 주위로 마력이 흔들렸다.
비록 보호막은 깨졌지만 1천 년의 마력은 여전히 그에게 남아 있었다.
[크아아아아……!!!]검은 마력이 날카로운 창이 되어 카릴을 향해 쏟아졌다. 공기가 오염되는 느낌.
창날에서 흘러나오는 독기가 그의 코를 찔렀다.
그것은 엘프의 마력이 아닌 리치(Lich)의 사령술이었다.
“조, 조심……!”
에이단이 그 광경을 보며 소리쳤다.
하지만 자신을 향해 날아오는 열일곱 개의 검은 창날을 바라보며 카릴은 고개를 내저었다.
“이번엔 검은 마력? 사자(死者)가 되든지 엘프로 남을 것인지 둘 중에 하나만 해. 자르카 호치.”
쿵! 쿠쿵! 쿵-!!
여덟 개의 검은 창이 바닥에 박혔을 때 카릴은 더 이상 그 자리에 있지 않았다.
어느새 자르카 호치의 뒤로 돌아간 그가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위력은 강하지만 너무 느려.”
[……!!!]“널 지키던 엘프의 보호막은 사라졌다. 네가 사자(死者)로서 내게 맞선다면 나 역시 그렇게 해주지.”
파지지직…… 파지직……!!
카릴의 아그넬이 빛을 뿜어냈다.
지금까지는 보지 못한 보랏빛의 전격을 가진 검기.
빛과 어둠.
양면의 힘을 동시에 가지고 있는 비전력, 아케인(Arcane)의 힘이 자르카 호치를 꿰뚫었다.
[크아아아아!!!]아찔한 통증이 그의 몸을 휘저었다.
이미 살아 있는 육체가 아닌 리치임에도 불구하고 그는 고통을 느끼는 듯했다.
[비전력……?! 네가 어떻게 알른의 힘을…….]자르카 호치는 카릴을 바라보며 말했다. 그가 들고 있는 스태프가 가볍게 떨렸다.
공중에 떠 있는 검은 창의 창극이 심하게 요동쳤다.
“그를 아나?”
[……냉정하고 이기적인 놈이지.]자르카의 말에 카릴은 비소를 지었다.
“정확하네. 부정하진 않겠어. 그런데 죽은 녀석에게 내가 선물할 건 비전력이 아냐. 단지 네가 블레이더의 일원인지 확인하고자 이 힘을 쓴 거니까.”
[……뭐?]“역시 넌 소멸시키기엔 아깝다.”
푸욱-
카릴이 반대쪽 주먹을 자르카 호치의 옆구리에 박아 넣었다.
[……!!]그 순간 자르카 호치는 당혹스러운 표정으로 소리쳤다.
“맞아. 미스릴이야. 현존하는 광물 중에 마(魔)를 퇴치하는 데 가장 강한 힘을 가졌지. 빛의 종족이라 불리는 너희 엘프가 사랑하는 금속이잖아?”
어둠 속에서 카릴의 입꼬리가 올라가는 것이 선명하게 보였다.
“우습지? 엘프의 갑옷과 엘프의 검 가진 자가 인간이라니.”
서컹-!!
카릴이 자르카의 옆구리에 찔러 넣은 주먹에 힘을 주었다. 그러자 그의 건틀렛에서 날카로운 날이 튀어나와 박혔다.
[컥…… 커커컥……!!]자르카가 고통스러운 호흡을 토해냈다.
검이 박힌 허리에서 타들어 가는 검은 연기가 솟구쳐 올랐다.
츠즈즉…… 츠즉……!!
썩은 악취와 함께 자르카 호치의 몸이 부들부들 떨렸다. 카릴이 그런 그의 모습을 바라보며 박아 넣은 검에 다시 한번 힘을 주었다.
[아아아악!!!]비명이 터져 나오면서 고통에 그의 마력이 옅어지자 망령의 성 자체가 흔들렸다.
[네…… 네놈!!]자르카 호치가 의식을 잃지 않고 굳은 얼굴로 힘겹게 카릴의 어깨를 부여잡았다.
빠득-
해골에 붙어 있는 몇 안 되는 이빨이 부딪히면서 소리를 냈다.
그 순간 카릴은 망설임 없이 건틀렛 소드를 뽑았다.
그러자 피처럼 끈적끈적한 검은 액체가 뚫린 상처 밖으로 흘러내렸다.
[헉…… 허억…….]검을 뽑자 그제야 자르카는 숨을 토해냈다.
“엘프와 노움이 사이가 안 좋은 건 알지만 이제 더 싫어지겠어. 사실 이 검을 준 것도 노움이거든.”
[빌어먹을…….]밀리아나와 에이단은 카릴의 모습을 바라보며 마치 자신이 검에 찔린 것처럼 시큰한 기분에 몸을 떨었다.
“자르카 호치. 네 어쭙잖은 놀이에 내가 맞춰주고 있잖아. 네가 엘프의 시체에 인간의 탈을 씌웠으니 인간인 내가 엘프의 탈을 써서 마를 물리쳐야지.”
카릴의 말에 모두가 바닥에 너부러져 있는 시체들을 바라봤다.
“죽은 자들이다. 1천 년이나 지난 그들을 붙잡고 있는 너야말로 꿈을 꾸고 있는 거지.”
[가…… 감히……!]자르카 호치는 토해내듯 소리쳤다.
하지만 카릴은 여전히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
“넌 이런 게 재밌나?”
서걱-!!
카릴이 다시 한번 미스릴로 된 건틀렛 소드를 자르카 호치의 척추에 박아 넣었다.
[……컥!!]단말마의 비명과 함께 그의 몸이 바닥에 쓰러졌다.
그가 몸을 움직이려 할 때마다 허리에 박힌 검이 삐그덕 거리는 소리를 내며 울었다.
저벅- 저벅- 저벅-
카릴이 바둥거리는 그를 지나쳐 조금 전 그가 앉아 있었던 옥좌 위로 걸어갔다.
“한 가지 신경 쓰이는 게 있는데. 이건 누구지?”
다시 한번 모두의 시선이 그에게로 쏠렸다. 옥좌 옆에 세워져 있는 작은 액자 하나가 있었다.
조금 전 자르카가 보고 있던 그것이다.
낡은 액자 속에는 드레스를 입은 아리따운 엘프의 모습이 그려져 있는 그림이 있었다.
카릴은 잠시 그것을 바라봤다.
환영이 풀린 뒤 다른 것들은 모두 세월의 힘에 낡고 부서졌음에도 불구하고 이 그림만큼은 마법의 힘이 남아 있는 듯 깨끗하게 머물러 있었다.
<퓌렐(Fürrel). 티누비엘가(家)의 꽃.>
액자 틀에는 그림의 주인공인 듯한 여성의 이름이 적혀 있었다.
자르카 호치는 비틀거리며 기다시피 걸음을 떼며 카릴을 향해 다가갔다.
그때였다.
파직……!!
카릴이 가차 없이 액자를 밟았다.
액자의 유리가 깨지는 소리가 자르카 호치의 귀에 선명하게 들렸다.
[크아아아……!!!!]비록 사자(死者)일지라도 그가 가진 추억은 있는 법.
“…….”
에이단은 너무 과한 것이 아닌가 하고 만류를 하려 했다. 하지만 난생처음 보는 차가운 카릴의 모습에 끝내 아무런 말도 하지 못하고 그저 지켜볼 뿐이었다.
“엘프국은 사라졌다. 이제 어린애 같은 꿈에서 깨라. 자르카 호치.”
[네…… 네 녀석이……!! 그게 무엇인지 아느냐!!]“몰라. 알고 싶지도 않고.”
카릴은 표정 하나 변하지 않고 대답했다.
카앙……!!
그러고는 얼음 발톱을 거꾸로 세워 바닥에 꽂았다.
“누구나 잃은 것이 있다.”
전생을 살았고 억겁의 시간을 탑 속에 갇혀 시간을 거슬렀던 카릴은 그 말의 의미를 누구보다 잘 알았다.
[너희가 내게서 빼앗은 것들을……. 이제는 죽어서까지 빼앗으려 하는 것이냐.]자르카 호치는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그의 낮은 중얼거림에서 액자 속 존재를 가늠할 수 있었다.
연인? 가족?
하지만 무엇이든 중요치 않았다.
소중했다는 사실만은 명확히 알 수 있으니까.
“인간이 엘프의 땅을 더럽혔다는 것을 인정한다. 인간이 원망스러운가? 원망스럽겠지. 하지만 그들을 대신해서 내가 사과할 생각은 없어.”
얼음 발톱에서 흘러나오는 차가운 한기가 망령의 성의 사기(死氣)를 몰아내듯 뿜어져 나왔다.
“1천 년 전의 인간들을 내가 막을 순 없으니까. 네게서 인간들이 빼앗은 것이 뭔지 난 모른다. 하지만 죽은 엘프의 시체에 인간의 탈을 씌워서 우리를 공격해 봐야 우린 아무런 감흥도 없어.”
카릴은 쓴웃음을 지었다.
“동족을 죽이는 데 인간만큼 익숙한 족속도 없으니까. 그런 것에 고통받는 건 너처럼 깨끗한 엘프에게나 통하는 일이지.”
[…….]냉기는 이제 자르카 호치의 뺨을 어루만지는 것처럼 그의 주위를 감쌌다.
“나는 너에 대해서 아는 것은 없지만 적어도 이것 하나만큼은 안다.”
카릴은 천천히 일어나 바닥에 꽂았던 얼음 발톱을 뽑아 자르카 호치를 향해 겨누었다.
언뜻 보기에는 목을 베는 것처럼 보였지만 검날은 천천히 움직여 그의 어깨에 닿았다.
“이 말은 사실 다른 녀석에게 하려고 했던 건데……. 천하의 리치(Lich) 자르카 호치가 1천 년 전 엘프일 줄이야.”
스으으으윽…….
차가운 냉기가 자르카 호치의 몸 안에 스며들며 갈비뼈 안쪽에 심장처럼 빛나는 녹색의 구체가 푸르게 변하며 얼기 시작했다.
“이 검이 널 인도할 것이다. 날 따라라. 그럼 이런 소꿉장난이 아닌…….”
그의 말에 자르카 호치가 고개를 들었다.
“멸망한 엘프국을 다시 세울 수 있도록 해줄 테니까.”
카릴의 목소리가 냉기를 타고 망령의 성안에 울려 퍼졌다.
“그게 네가 해야 할 과거의 인간들에 대한 진짜 복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