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9th Class Swordmaster: Blade of Truth RAW novel - Chapter (164)
9클래스 소드 마스터 : 검의 구도자 9클래스 소드 마스터 – 검의 구도자-164화(164/497)
129. 티누비엘 (1)
황궁(皇宮), 태양홀.
“그래, 크로멘은 좀 어떠한가.”
“며칠 밤을 지새우시다……. 어젯밤에 겨우 잠이 드셨습니다. 교단의 사제들이 안정을 취할 수 있으시도록 축복을 걸어 드리고는 있으나…….”
타이란 슈테안은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태양홀 안에 그의 거친 숨소리가 들릴 때마다 무릎을 꿇고 있는 대신은 소리를 죽이고 긴장된 얼굴로 마른 침을 삼켰다.
흰머리가 희끗희끗 보이는 노년의 남자 역시 제대로 잠을 자지 못한 듯 꼴이 말이 아니었다.
“며칠 밤을 지새우다, 라……. 그게 자네가 내게 할 얘기라 생각하는가.”
“소…… 송구하옵니다! 폐하!”
대신은 이마를 땅에 박듯이 무릎을 꿇고 허리를 숙이며 말했다.
“어째서 갈수록 상태가 악화되는 것인가!! 궁정치유사들은 도대체 뭘 하고 있느냔 말이야!!”
그의 옆에 있던 황후가 거들 듯 날카로운 목소리로 추궁했다.
황후의 사십 대라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로 탱탱한 피부와 광채가 나는 모습은 여전히 이십 대라고 해도 믿을 수 있을 만큼 아름다웠다.
하지만 그 미모를 유지하기 위해 얼마나 많은 것을 그녀가 행했는지는 굳이 설명할 필요가 없었다.
항간에 떠도는 소문으로는 흑 마법에까지 손을 댔다는 말도 있었지만 신하 된 도리로서 황가(皇家)를 조사하는 것은 말도 안 되는 불경죄.
그저 나날이 아름다워지는 황후의 모습을 감탄하는 자와 흘러가는 세월을 집요하게 붙잡는 그녀의 모습을 두려워하는 자로 나뉠 뿐이었다.
“화…… 황공하옵니다.”
대신은 황후의 얼굴을 제대로 보지 못한 채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됐다. 자네 실력을 모르는 것은 아니니.”
황제의 앞에 고개를 조아리고 있는 자는 오랫동안 자신의 건강뿐만 아니라 황자들의 건강까지 돌봤던 황궁 수석 치유사였다.
이미 수십 년을 봐왔던 자였으니 사람을 가리는 타이란 슈테안조차 이 노인만큼은 믿을 수 있었다.
“황자들이 남부에서 돌아온 지 얼마나 되었지?”
황제가 고개를 돌렸다.
“크로멘 황자님은 베스탈 후작령에서 올리번 황자님과 함께 황궁에 입궁하신 지 이제 일주일이 조금 넘었습니다. 루온 황자님께서는 아직 입궁하시지 않으셨습니다.”
낮고 굵은 중저음의 목소리가 옥좌 뒤에서 대답했다. 거칠어 보이지만 그 안에 청명한 맑음이 있어 그의 마력이 얼마나 깨끗한지 증명해 주고 있었다.
스으윽…….
어깨에 걸친 망토가 가볍게 흔들렸다.
“폐하.”
놀랍게도 그는 국경에 있어야 할 청기사단의 단장인 크웰 맥거번이었다.
황제는 카릴과의 거래 이후 그것을 이행하지 않고 황자들을 남부로 보냈다.
그 결과 결국 루온 황자와 트윈 아머가 격돌하게 됨으로써 이스트리아 삼국을 공격하지 말라는 카릴과의 계약은 무산되었다.
하지만 타이란 슈테안조차 예상하지 못한 일이 있었으니 루온이 트윈 아머에서 대패를 해버린 것이다.
“1황자란 녀석이 동생들이 모두 돌아왔는데 아직도 브레라도에 머물러 있다니……. 쯧.”
루온의 패전을 보고 받은 황제는 이후 크웰 맥거번을 다시 황궁으로 불러들였다.
이유는 제국 일곱 기사단의 총단장인 벨린 발렌티온의 노환으로 궁을 돌보기 힘들어 그 후임으로 크웰을 지목했다는 것이다.
“…….”
하지만 이미 카릴과의 일을 알고 있는 크웰은 내쳤던 자신을 다시 황궁으로 불러들인 이유가 그런 우스운 핑계 때문이 아니라는 걸 알았다.
볼모였다.
‘폐하께서는 어째서…….’
대륙제일검이라 불리는 자신이, 그것도 충성을 맹세한 자신의 나라의 볼모라니…….
우스운 꼴이 되었지만, 세상에는 검으로 해결할 수 없는 일도 많았다.
‘설마 카릴이 두려우신 것인가.’
하지만 크웰은 고개를 저으며 자신의 생각이 어리석은 것이라 생각했다.
말도 안 되는 일이었으니까.
“흐음…….”
“올리번은?”
“오늘도 크로멘 황자님의 침실에 계십니다. 3황자님께서 계속 찾으셔서……. 아무래도 남부에서 함께 보낸 시간이 있어서 그런 듯싶습니다.”
크웰의 말에 황후는 낮은 한숨을 내쉬었다.
“그래도 2황자가 있어서 다행이네요. 남부에서 그 어린아이가 얼마나 고생했겠어요. 그래도 2황자가 크로멘을 잘 보살펴 주었나 봅니다.”
어머니로서 하는 다정한 말처럼 들리지만, 사실 자신과 피가 섞이지 않은 올리번을 그녀가 좋아할 리 만무했다.
그녀가 그렇게 말하는 이유는 당분간 크로멘 때문에 올리번이 움직이지 못할 것을 확신하는 안도에서 오는 말이었다.
‘이대로라면 루온에게 다시 기회가 있다.’
황후는 황제에게 말했다.
트윈 아머에서 대패로 인해 황제의 눈 밖에 난 아들이 다시 당당하게 돌아올 수 있도록 그녀는 무엇이든 할 생각이었다.
“폐하. 하지만 이 모든 게 2황자 때문에 일어난 일입니다. 그 아이가 폐하께서 자리를 비운 사이에 실수만 하지 않았어도 크로멘이 저리될 이유도 없었습니다.”
그녀는 1, 3황자와 달리 단 한 번도 올리번을 이름으로 부르지 않았다.
“유년 시절엔 누구나 실수를 하는 법이오. 무릇 황제가 되려면 과감한 결단도 필요한 법.”
“하오나 이게 무슨 난리 옵니까. 미천한 야만족들을 상대로…….”
“그만. 황제란 명령을 내리는 자이지 명령을 수행하는 자가 아니오. 잘잘못을 따진다면 2황자의 명령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한 려기사단에게 있겠지.”
타이란 슈테안은 턱을 괸 채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애초에 이렇게 크게 벌일 일도 아니었소. 나라면 샘에 가기 전에 디곤부터 쓸어버렸을 테니까.”
“…….”
그의 말에 황후는 더 이상 아무런 말을 하지 않았다. 만인이 알고 있는 황제라면 충분히 그러고도 남을 위인이었으니까.
“역시……. 아직 어린아이들에겐 조금 어려웠던 일일지도 모르겠군.”
예상했다는 듯한 황제의 말에 황후는 살짝 불안한 듯 말했다.
“아직 루온이 있사옵니다. 폐하의 말씀대로 한 번의 실수는 누구에게나 있는 법. 아직 그 아이에게 남은 병력이 있지 않습니까.”
“그렇고. 황후의 말대로 루온에게 아직 병력이 남아 있지. 그 아이가 과연 제국의 황자로서 위엄을 보일지 아니면 가장 부끄러운 황자가 될지는 두고 볼 일이야.”
“…….”
“다만.”
타이란 슈테안은 황후와 크웰 맥거번 두 사람을 바라봤다.
아이러니하게도 한 명은 1황자를 다른 한 명은 2황자를 지지하는 이들이었다.
그는 경고하듯 말했다.
“이번 일을 통해 혹여 황자 중에 누구에게 변고가 생긴다면 이번 일에 대한 책임은 아비인 내가 친히 따져야겠지.”
어째서일까.
그의 말이 두 사람에게 자식을 걱정하는 아버지의 모습이 아닌 오히려 정당한 살해를 위한 빌미를 만들기 위해 기회를 엿보는 것 같이 들렸다.
* * *
“형님…….”
두꺼운 암막 커튼으로 빛 한 점 들어오지 못하게 막은 어두운 방에 낮은 목소리가 들렸다.
“아버님께서 실망하시겠지요? 고든 경이 떠난 것도 모자라 돌아오자마자 이렇게 누워 있으니 말이에요.”
크로멘은 고개를 돌렸다.
“지금까지 황궁 밖을 나서본 적이 없지 않느냐. 아무래도 남부의 생활이 네게 맞지 않았나 보다. 그저 물갈이를 하는 것뿐이니 금방 일어날 거야.”
따뜻한 올리번의 말에 막내의 눈시울이 붉어졌다.
남부에 돌아오자마자 급격하게 나빠진 3황자의 건강에 황궁은 지금 침울한 분위기였다.
“해야 할 일이 많으신데……. 제가 형님의 발목을 잡는 것 같습니다. 어서 가보세요.”
“형님께서 남부 토벌을 준비하시고 계시지 않느냐. 걱정 말거라.”
“하오나…….”
“형제끼리 경쟁을 해서 무엇하겠어. 나는 그러고 싶지 않다. 너는 그저 회복하는 것에만 집중해. 알겠느냐.”
“형님…….”
올리번은 크로멘의 손을 잡았다.
“빨리 낫거라. 자, 약을 먹을 시간이다.”
그는 손수 크로멘을 안아 침대에 앉히고는 협탁 위에 놓인 약을 건넸다.
“물도 많이 마시고.”
약을 털어 넣고 크로멘은 올리번이 건넨 컵을 받아 꿀꺽꿀꺽 마셨다.
“…….”
올리번은 잔을 모두 비운 것을 확인하고서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잘했다.”
“형님께서 계셔서 너무 다행입니다.”
다시 침대에 누운 크로멘이 진심으로 그에게 말했다.
“녀석…….”
울먹이는 그를 바라보며 올리번은 옅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마음 편히 가지렴. 내가 끝까지 너와 함께할 거니까.”
그의 말에 잡고 있던 작고 가녀린 손이 미세하게 떨렸다.
그 순간, 올리번은 조금 전 자신이 내뱉었던 말과 다른 의미로 침대에 누워 있는 동생의 끝을 곧 함께하리라 직감했다.
“편히 쉬거라. 내 동생아.”
그는 더욱 힘을 주어 크로멘의 손을 꽉 잡아 주었다.
탈칵-
침실의 문이 열리고 피로한 얼굴로 올리번이 나왔다.
“후우…….”
“감사합니다, 황자님. 덕분에 크로멘 황자님께서 심신의 많은 안정이 되는 듯싶습니다.”
복도에 서서 기다리던 케플란은 오랜 시간 미동도 하지 않고 흐트러진 기색 없이 그에게 말했다.
“늦었는데 아직 자지 않았나. 크로멘 때문에 오히려 자네의 건강이 걱정되는군.”
“송구하옵니다.”
“별말을. 형으로서 당연히 해야 할 일이야.”
올리번은 그런 노집사를 향해 편안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필요하신 것이 있으시면 말씀해 주시기 바랍니다. 바로 준비해드리겠습니다.”
“그래? 그렇다면 지금 당장 손을 씻을 물 좀 받아 주겠나?”
“예?”
복도에 서서 올리번은 여전히 웃는 얼굴로 말했다.
“지금 바로 씻고 싶어서 말일세.”
마치 더러운 것이라도 묻은 양 그는 손수건으로 손을 닦으면서도 찝찝한 듯 말했다.
그건,
크로멘을 잡았던 손이었다.
* * *
[헛소리…….]망령의 성에서 들리는 자르카 호치의 목소리엔 힘이 들어가지 않았다.
그의 허리에 박힌 검이 삐그덕 거리며 뼈가 갈리는 소리가 소름 돋게 들렸다.
“티누비엘가(家)라……. 과거 엘프국의 왕가의 핏줄이 그런 이름이었던 것 같은데. 자르카 호치. 몰락한 그들과 관련이 있는가?”
고든은 그림의 하단에 적혀 있는 이름을 보면서 말했다.
[인간 따위가 그분의 존함을 함부로 입에 올리지 마라.]자르카는 으르렁거리듯 말했다.
하지만 척추에 박힌 미스릴 소드는 마치 고문을 하듯 그가 말을 할 때마다 더 깊게 박혀 고통스럽게 만들 뿐이었다.
“웃긴 놈이군. 엘프가 사령술을 익힌 것도 솔직히 이상한 일이지만……. 네가 고작 미스릴 소드 하나에 그렇게 움직이지 못하는 건 더 말이 안 되는데? 어디서 약을 팔아?”
고든은 자르카가 펼쳤던 마력보호막의 강도가 자신의 공격에도 부서지지 않았다는 것을 상기하며 그가 뭔가 꿍꿍이가 있다고 생각했다.
[멍청한……. 이건……. 컥!!!]하지만 그가 뭔가를 말하려고 할 때 카릴이 덤덤하게 그에게 박힌 미스릴 소드에 힘을 주었다.
건틀렛에서 튀어나온 검이 분리되면서 이제는 검날 끝까지 자르카의 척추 안으로 박혀 들어갔다.
그의 몸을 구성하는 희뿌연 영체 안쪽으로 흉추와 요추 사이를 찌른 검이 빛났다.
[컥…… 커컥…….]자르카는 고통스러운 듯 낮은 탄성을 질렀다.
고든 파비안은 여전히 이해가 안 된다는 듯 그를 바라봤지만 미스릴 안에 담긴 힘이 사실은 마력이 아닌 라미느의 정령력이라는 것을 그가 알 리 없었다.
[네놈…….]사령술로 리치가 되었지만 자르카의 마력은 결국 생전의 엘프와 같은 것.
정령력을 기반으로 한 그의 마력은 라미느의 힘 앞에서는 속수무책이었다.
카릴은 그런 그를 바라보며 검지를 들어 자신의 입술에 가져가며 조용히 하라는 제스처를 취했다.
자르카는 못마땅한 표정을 지었지만 카릴의 명령을 결국 따를 수밖에 없었다.
다른 이들에게는 보이지 않지만 그의 눈에는 카릴의 주위에 타오를 듯 휘감고 있는 라미느의 형상이 선명하게 보였기 때문이다.
“뭔가 묘한 분위기네요.”
“그러네.”
카릴의 난입으로 죽일 듯 싸우던 종전의 상황이 순식간에 종결되고 성안에는 침묵이 흘렀다.
“천천히 이야기를 하자고, 자르카. 1천 년의 간극을 한 번에 좁히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니까. 안 그래? 엘프국이 어떻게 되었는지, 에리얼 우드를 습격한 인간이 누구인지 그리고 엘프인 네가 사령술은 익히게 된 계기까지……. 궁금한 게 너무 많거든.”
“그런 게 뭐가 중요해? 그 영혼샘의 정수인가 하는 게 어디에 있는 지나 말해. 먹고 올 테니까.”
“조금 전에 목숨에 연연하는 게 꼴사납다고 하지 않으셨어요?”
고든의 뺨이 살짝 꿈틀거렸다.
그런 그의 모습에 카릴은 피식 웃으면서 자르카에게 다가갔다. 자르카 호치는 자신도 모르게 흠칫 놀라며 몸을 떨었다.
“가만히 있어.”
하지만 그런 그를 지나쳐 카릴은 그의 척추에 박아 넣은 미스릴 소드를 뽑았다.
내색하지는 않았지만 자신을 조여 오던 고통이 사라지자 자르카의 옅은 얼굴에도 조금은 편안함이 깃들었다.
[조금 전에 한 말이 사실이더냐.]그러자 그가 드디어 참았던 물음을 꺼내었다.
“무슨?”
[엘프국을 재건할 수 있다는 말. 그 말은 살아 있는 엘프가 있다는 뜻으로 해석해도 되느냐. 아니…….]“티누비엘의 핏줄이 남아 있냐고?”
카릴의 말에 자르카 호치의 목이 살짝 떨렸다. 육체가 없어서 마른 침을 삼킬 리 없는데 1천 년이나 지난 지금도 그는 생전의 습관을 버리지 못한 듯싶었다.
하긴,
그렇게나 과거의 끈을 놓지 못한 자이니 이런 식으로 망령의 성을 만들어 살아온 것일지도 모른다.
“몰라.”
[……뭐? 지금 나랑 장난하자는 거냐?]카릴의 대답에 자르카 호치의 검은 마력이 스멀스멀 피어오르기 시작했다.
“내가 네게 박힌 검을 뽑아 준 은인이라는 걸 잊었나 보지?”
[큭……!]하지만 카릴이 그의 머리를 움켜쥐며 마력을 뿜어내자 자르카의 검은 마력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졌다.
“사실 검을 박은 것도 마스턴데 말이죠.”
그 모습을 보며 에이단이 밀리아나에게 속삭였다.
“저 인간은 저러고도 남지. 날 가차 없이 두들겨 팼는걸.”
“에이, 저하고 첫 만남에는 사람도 죽였는데요? 그것도 다섯이나.”
에이단이 다섯 손가락을 쫙 펴면서 말했다.
“와……. 장난 아니네.”
“거기 두 사람. 칭찬은 당사자가 없는 곳에서 하도록 해.”
“크흠.”
카릴의 한마디에 에이단과 밀리아나는 헛기침을 하며 딴청을 피웠다.
“엘프의 후예가 아직 살아 있는지는 나도 몰라. 하지만 알고 있는 자를 알지.”
[그게 누구지?]“그걸 도와주면 너도 날 돕겠나?”
[대답에 따라서 달라지겠지.]“자르카. 아직 이해가 안 가나 본데. 대답은 해주겠지만 네가 달라질 건 없어.”
“왜냐면 난 네 힘이 필요하거든. 그래서 무슨 수를 써서라도 얻을 생각이야.”
카릴의 짙은 화염의 기운이 자르카 호치의 전신을 휘감았다. 인두로 지지는 듯한 뜨거운 고통에 그는 소리쳤다.
[조…… 좋다. 일단 말해! 대답은 해주겠다고 했잖아?]“물론.”
카릴은 잡았던 손을 놓았다.
[헉…… 헉…….]자르카 호치는 그제야 참았던 숨을 토해냈다. 카릴은 그런 그를 내려다보며 담담한 목소리로 말했다.
“백금룡(白金龍), 나르 디 마우그.”
“……!!!”
“……!!!”
대륙 최강의 생명체라 할 수 있는 드래곤의 이름이 나오자 카릴의 말을 듣던 사람들이 긴장된 얼굴로 그를 주목했다.
“그가 엘프의 핏줄이 아직 살아 있는지 알고 있을 거다.”
[크…… 크큭…….]그 순간,
[나르 디 마우그? 그래, 그자라면 알지도 모르겠지.]어찌 된 영문인지 카릴의 말에 자르카 호치는 차가운 냉소를 지으며 비웃었다.
“그 반응은 뭐지?”
[너야말로 아무것도 모르는군. 에리얼 우드를 이 꼴로 만든 게 누군지 궁금하다고 했지? 누군 것 같아?]그는 카릴을 향해 날카롭게 말했다.
[방금 네가 말한 그 백금룡이 한 짓이다.]“……뭐?”
그 한마디에 담담했던 카릴의 얼굴에 처음으로 당혹감이 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