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9th Class Swordmaster: Blade of Truth RAW novel - Chapter (165)
9클래스 소드 마스터 : 검의 구도자 9클래스 소드 마스터 – 검의 구도자-165화(165/497)
129. 티누비엘 (2)
푸스스슥…… 푸슥…….
푸스슥…….
커다란 성벽이 무너지면서 마치 잿가루가 휘날리는 것처럼 검은 먼지가 사방을 뒤덮었다.
“어떻게…… 된 거죠?”
“리치 놈이 저 녀석을 마음에 들어 한 건가 보지. 아니면 말도 안 되는 말에 혹했던지.”
“윽……!!”
에이단은 자신의 머리 위에 팔을 얹으며 말하는 고든의 무게에 눌려 움찔거렸다.
“정말 리치까지 제 수족으로 만들 줄이야. 말도 안 되는 녀석이 나타났어.”
“아직은 아닙니다. 자르카 호치가 제 말을 들을지 아니면 영원히 모르쇠 하며 눈을 돌릴지는 모르는 일이죠.”
카릴은 바닥에 쓰러져 있는 얼음 발톱을 쥐었다.
“뭐가 되었든 네가 고스트 캐슬의 주인을 봉인한 것은 사실이지.”
부서진 장벽 사이로 독기가 빠져나간 땅은 여전히 죽음의 땅이었지만 위용을 자랑하던 성이 사라지자 가득했던 언데드들이 모두 사라지고 그저 평범한 불모의 땅으로 변했다.
[에테랄이 이 사실을 알면 난리가 나겠군. 얼음 발톱에 사령을 집어넣다니 말이야.]카릴의 얼음 발톱은 종전의 푸른 빛이 서린 날이 아닌 조금 더 새하얗게 변해 있었다.
폭염왕 라미느는 자르카 호치의 영향으로 색이 변한 그 검을 바라보며 말했다.
‘에테랄? 다른 정령왕도 너처럼 살아 있는 자가 있어? 비전의 샘에서 얻은 빛과 어둠 말고도?’
그의 말에 카릴이 되물었다.
[살아 있다, 라……. 정령이란 존재 자체가 영체(靈體)이기 때문에 살아 있다고 표현을 하는 게 맞는지 모르겠지만, 소멸이란 기준에서 봤을 땐 너의 표현대로 살아 있다는 것이 맞겠지.]라미느는 말을 이었다.
[전에도 얘기했을 텐데. 정령계가 비록 약해졌다고는 하지만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야. 나처럼 인간계를 택한 자가 있듯이 정령계를 택한 자들도 있다.]그의 말에 카릴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정령계를 열 정도의 정령력이 없다면 전에 내가 얻은 2대 광야(光夜)의 진짜 힘도 이끌어낼 수 없고. 일단은 걱정하지 않아도 되지 않을까. 해일의 여왕은 정령계에 있을 테니까.’
[난 그녀가 정령계에 잠들어 있다고 한 적 없는데.]라미느의 말에 카릴이 인상을 구겼다.
그의 표정이 변하자 망령의 성에 있던 사람들은 의아한 얼굴로 그를 바라봤다.
‘……물의 정령왕이 인간계에 있단 말이야? 그런 중요한 얘기를 어째서 하지 않은 거야?’
[말해도 얻을 수 없는 곳에 있으니까. 말할 필요가 없었지.]‘거기가 어딘데?’
[나도 모른다.]너무나도 당당한 그의 대답에 카릴은 어이가 없다는 듯 헛웃음을 지었다.
‘……지금 날 놀리는 거야?’
[하지만 에테랄을 봉인한 사람은 알지. 그가 에테랄을 봉인하면서 얼음 발톱과 함께 상자 하나를 남겼다.]“……!!!”
그 순간 카릴은 회색 교장에서 알른 자비우스가 얼음 발톱이 있었던 관 안쪽에 보관되어 있던 상자를 그에게 꺼내줬던 것을 떠올렸다.
카릴은 알른이 그 상자를 주면서 자신에게 했던 말을 기억했다.
-전생에 나르 디 마우그가 가져간 것이다. 이번엔 네가 선수를 치게 되겠지. 너와 회색 교장에 왔을 때 녀석이 이걸 가져간 게 틀림없다.
‘그래. 확실히 그런 일이 있었지.’
하지만 꽤 오래전의 일이기도 했고 상자를 얻고 난 뒤에도 열 수 있는 방법을 찾지 못해 카릴은 그 상자를 타투르에 그냥 보관해 두고는 그조차도 잊고 있었던 일이었다.
‘설마……. 그 상자 안에 에테랄이 봉인되어 있다는 건가?’
[그건 아닐 거다. 예전의 그 남자는 에테랄과 얼음 발톱을 따로 떼어 놓을 거라고 했거든. 하지만 그 상자 안에 단서가 있을 수도 있지.]알른 자비우스는 용마력이 있으면 상자를 열 수 있다고 했었다.
하지만 용마력을 습득한 지금도 상자를 열 수는 없었다. 알른 자비우스는 분명 그 상자 안에 다른 안배가 되어 있는 것을 알고 있을 테지만 이제는 그 비밀을 물어볼 사람이 존재하지 않았다.
‘알른의 말이 맞다면 전생에 그 상자를 숨긴 것도 나르 디 마우그였다.’
카릴은 오랜만에 그의 얼굴을 떠올렸다.
신탁이 내려지고 나르 디 마우그가 인간의 모습으로 인류에 나타났을 때,
이 세계에는 존재하지 않을 것 같은 은빛과 백색 그 경계의 색과 같은 그의 머리칼만큼이나 그는 차분하고 속을 알 수 없는 모습이었다.
‘그 자식……. 도대체 무슨 짓을 하고 다녔던 거지?’
카릴은 그를 전생에서 죽음의 위기 앞에 끝까지 자신의 곁에 남아 준 유일한 동료라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회귀를 하고 난 뒤부터 들려오는 그에 대한 이야기들은 계속해서 카릴에게 의문과 의혹만을 남겨 줄 뿐이었다.
“…….”
카릴은 잠시 눈을 감고서 조금 전 자르카 호치와의 대화를 떠올렸다.
-그게 정말이야? 확실히 백금룡이 그런 짓을 했어? 드래곤이 어째서 엘프의 숲을 불태웠지? 그럴 이유가 뭐가 있다고.
[흥, 그렇다면 내가 이 상황에서 네게 거짓말을 할 이유는 뭐지? 나르 디 마우그를 옹호하기 위함도 아니고 그의 실체를 밝히는 것에 있어서?]-하지만……. 어째서 백금룡이 엘프의 땅을 이렇게 만들어 버린 거야.
[모르지. 드래곤이란 족속들은 모두 그런 놈들이니까. 녀석들의 눈엔 모든 것이 장난감으로 보일 테니까. 이유가 없지.]자르카는 이곳에 없는 백금룡을 향해 말하는 듯 으르렁거렸다.
[내가 리치가 되고 난 뒤 수백 년이 흐르고 인간에게 염룡이 죽었다던데. 꼴좋다. 이왕이면 이 세계에 남은 드래곤들을 모두 죽여 버렸으면 좋았을 것을.]-염룡과 백금룡은 다르지. 염룡은 인간 세계를 공포로 몰아넣었던 악룡이다.
카릴의 말에 자르카는 코웃음을 쳤다.
[그럼 엘프를 죽인 드래곤은? 악룡이 아니라 신룡이라도 된단 말이더냐.]-그건…….
[모두 똑같은 족속들이다. 결국 녀석들은 신의 족속들이니까. 신이 명령한 것을 이행하는 것이겠지.]-그게 무슨 뜻이야? 신의 명령이라니.
자르카의 말에 카릴의 얼굴이 굳어졌다. 그러고는 얼음 발톱을 그에게 겨누며 차갑게 말했다.
-똑바로 말해. 애매한 말로 선동하려고 든다면 가만두지 않겠어.
[선동? 크…… 크큭. 내가 말하지 않아도 알아서 너도 이상함을 느꼈나 보군.]-……너희 엘프야말로 신의 종족이 아닌가? 너희들은 스스로 빛의 종족이라 칭했잖아.
카릴은 굳은 얼굴로 자르카를 향해 말했다.
[웃기는 소리. 어떤 자가 그런 소릴 하지? 보아하니 인간의 역사는 이미 율라(Yula)가 원하는 대로 덧씌워졌나 보군.]-덧씌워졌다니?
[엘프가 따르는 빛은 너희와 다르다. 우리가 따르는 빛은 라시스의 빛이니까. 태초의 빛은 둘. 율라와 라시스. 하지만 그 어디에도 그 빛을 구분 짓지 않겠지. 안 그래? 율라가 그 증거를 모두 없앴을 테니.]-2대 광야(光夜)…….
[그래. 그리고 빛이 있으면 어둠이 있듯이 그 때문에 다크 엘프들이 숭배하는 빛은 두아트의 빛. 어둠이라 불리는 빛이다.]빛의 라시스와 어둠의 두아트.
5대 정령왕과 달리 신이 직접 봉인한 정령왕들.
-…….
카릴은 자르카의 말에 자신도 모르게 등골이 오싹한 기분이었다.
과거 알른 자비우스가 그에게 얘기했다.
마법의 체계가 구축되는 과정에서 5대 속성이 세상을 구성하는 모든 속성이라 명명되었다.
하지만 그는 빛과 어둠의 존재에 대해서 카릴에게 말했으며 그 둘이 사라진 이유 역시 알렸다.
‘그 힘이 신과 같기 때문에…….’
카릴은 문뜩 손바닥을 펼쳐 바라보았다.
만약 자르카 호치의 말대로 드래곤이 신의 명령을 이행하는 종족이라면 신이 봉인한 빛과 어둠의 속성을 가진 비전력을 쓸 수 있는 알른 자비우스의 죽음이 정말 나르 디 마우그와 관련 있을 수 있을지 모른다.
‘하지만…….’
수많은 의혹과 함께 머릿속이 복잡해졌다.
카릴은 자르카 호치의 말에서 한가지 이상함을 느꼈다.
-드래곤 역시 본질적으로 정령계에 속하는 존재가 아닌가? 용마력 역시 정령력에 기대어 있다고 알고 있는데?
[그걸 알고 있나? 마도 시대의 마법사들이나 알고 있을 이야기인데. 정말 너란 인간은 보면 볼수록 특이하군.]카릴은 알른 자비우스가 자신에게 했던 이야기를 기억하며 말했다.
자르카는 그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네 말이 맞다. 하지만 힘의 원류가 정령력이라 하더라도 그 힘을 쓰는 족속이 신에게 굴복하는 건 비일비재 한 일이니까.]-드래곤이 신의 명령을 받아 움직였다, 라…….
어쩌면 인류의 신탁이 있기 이 전,
1천 년 마도 시대 때 엘프의 숲을 멸망시키고 7인의 원로회를 죽인 그때부터…….
‘드래곤에게 따로 신탁이 내려진 건 아닐까.’
그런 생각이 들자 카릴은 자신도 모르게 등골이 오싹한 전율을 느꼈다.
억지일 수도 있지만 만약 그렇게 된다면 지금까지의 일들이 충분히 납득 될 수 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그렇게 앞선 의문들의 해답을 찾는다면 그로 인해 더 큰 의문이 생기기도 했다.
‘전생의 나르 디 마우그는 내가 어떤 생각으로 회귀를 하려는지 알고 있었다. 신의 종족이란 자가 신을 해하려는 나를 그냥 두었을까?’
꿀꺽-
카릴은 마른침을 삼켰다.
어디까지 알고 있는 것이며 어디까지 모르는 것인지 이제는 가늠을 할 수 없었다.
-백금룡이 엘프의 숲을 파괴하는 것 말고 다른 이상한 점은 없었나?
[글쎄. 다만……. 나르 디 마우그는 무언가를 찾는 것 같았다. 뭔지는 모르겠지만 1천 년이나 지난 일이라 이미 찾았을 수도 있겠지.]그의 대답에 카릴은 낮은 한숨을 내쉬었다.
-넌? 어째서 사령술을 익히게 되었지?
자르카 호치는 그의 물음에 고개를 저었다.
[나도 모른다. 나 역시 그때 죽은 사자(死者)에 불과하니까. 다만……. 다시 눈을 뜨게 되었고 그 이후 내가 리치가 된 것을 알았다.]-널 부활시킨 자가 누군지 모른다, 라…….
아조르의 회색교장에서부터 남부를 가로질러 도착한 대륙의 끝인 망령의 성에서까지.
긴 여정 끝에 무언가 답을 찾을 수 있을 것 같으면서도 결국 명쾌하게 알 수 있는 것은 없었다.
-역시…… 녀석을 만나러 갈 수밖에 없나.
카릴은 그가 저택을 나서면서 생각했던 계획 중 하나인 나르 디 마우그를 만날 시기가 가까워졌음을 깨달았다.
-그래서 네 결정은 뭐지?
그의 물음에 자르카 호치는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따르겠다.]* * *
“이제 어떻게 해야 하지?”
밀리아나가 그에게 다가와 물었다.
카릴은 쯧- 하고 혀를 차고는 자르카와의 기억을 끝내고 천천히 주위를 살폈다.
“녀석이 사라지기 전에 내게 말한 게 있어.”
그는 자르카 호치를 봉인한 얼음 발톱을 쥐고서 부서진 성안 쪽을 가리켰다.
“얻을 건 얻고 가야지. 뭐, 조금 찝찝한 기분이지만……. 지금부터가 가장 즐거운 순간이니 말이야. 안 그래? 자르카.”
그의 말이 끝나자 얼음 발톱의 날이 새하얗게 김이 서리기 시작했다.
마치 그의 말에 대답이라도 하는 것처럼 단순히 차가운 냉기만이 아닌 죽음의 기운이 검날에서 느껴졌다.
“알지? 엘프의 손재주는 드워프나 노움에 비해 떨어지지만, 그들 중에도 5대 무구를 만든 블레이더의 일원이 있었다는 거.”
카릴은 입꼬리를 살며시 올리며 말했다.
“1천 년 동안이나 발길이 닿지 않았던 곳이야. 그동안 꼭꼭 숨겨 놓은 것들이 뭐가 있는지……. 창고 좀 털어 봐야지. 안 그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