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9th Class Swordmaster: Blade of Truth RAW novel - Chapter (166)
9클래스 소드 마스터 : 검의 구도자 9클래스 소드 마스터 – 검의 구도자-166화(166/497)
130. 엘프의 보고 (1)
“흠.”
연회장의 커다란 테이블을 들추니 그 아래에 나 있는 나선의 계단이 나타났다.
카릴은 익숙한 듯 그 안으로 내려 걸어갔다.
철컥-
오래된 이끼 냄새와 함께 여러 층 높이의 지하까지 내려오고 난 뒤, 망령의 성 지하에 먼지가 쌓인 벽 중 한 곳을 누르자 놀랍게도 벽 뒤에 숨겨진 기관이 나타났다.
콰드드드득…….
레버를 잡아당기자 톱니바퀴가 맞물려 돌아가며 벽 안쪽에서 쇠사슬들이 여기저기에서 팽팽하게 당겨지는 소리가 울렸다.
쿠그그…….
갈라진 벽 뒤로 단단한 철문이 나타났고 다시 한번 기관이 작동하자 문이 열리기 시작했다.
“와…….”
에이단은 서서히 열리는 지하 보고의 문틈을 바라보며 자신도 모르게 낮은 탄성을 질렀다.
어두운 지하에서 문 사이로 새하얀 빛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대륙에서 가장 희귀한 것들이 모여 있는 곳이라면 두말할 것 없이 모두가 타투르의 암시장을 꼽을 것이다.
지금은 구할 수 없는 마도 시대의 물건부터 누가 쓰다가 만 잡동사니까지 실로 별의별 것들이 모두 있었다.
“이거야 원……. 암시장은 저리 가라네요.”
모두가 그의 감상에 동의를 했다.
타투르의 암시장을 가보지 못한 밀리아나조차 지금 이 안에 있는 무구들이 범상치 않은 것들뿐이라는 것을 알았으니까.
‘과연…….’
카릴은 주위를 한번 쓱 훑고는 만족스러운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전생에서도 공략되지 못한 곳이었으니 이 안에 있는 물건들 모두 카릴도 처음 보는 것들이었다.
‘자르카.’
카릴이 그를 불렀다.
하지만 처음 성의 보고(寶庫)에 대해서 알려 준 이후로 그는 묵묵부답이었다.
[비전의 샘에서 담금질을 한 덕분에 얼음 발톱이 영체의 보관책은 될 수 있겠지만 네가 사령술을 익히지 않았으니 그를 완벽하게 다루는 것은 힘들 거다.]‘내 말을 거부할 수 있다는 말인가?’
[뿐만 아니라 얼음 발톱의 힘에 영향까지 줄 수도 있겠지. 뭐, 네게 봉인이 되기로 마음을 먹었으니 그렇게까지 삐뚤어지는 짓을 하진 않겠지만.]그 말에 카릴은 살짝 인상을 찡그렸다.
고든 파비안 때도 그러했지만, 강자와의 싸움은 찰나의 틈이 승패를 가른다.
대륙에는 아직 4명의 소드 마스터가 더 있었고 그와 비슷한 강자인 7클래스 반열에 오른 대마법사들도 건재했다.
게다가 앞으로 만나야 할 강자 중엔 소드 마스터를 뛰어넘는 드래곤이란 종족도 기다리고 있었으니 무구를 제대로 쓸 수 없다는 것은 큰 약점이 될 수도 있었다.
‘흠……. 라미느, 네 힘으로도 불가능한가? 생전에 엘프였는데 정령왕의 말은 따르겠지.’
[얘기한다면 몇 번은 가능하겠지. 하지만 엘프와 정령은 다른 차원에 존재하는 만큼 서로 공생하는 관계다. 나를 통해 명령을 내리는 것은 포기하는 게 좋아.]카릴은 그의 말에 입맛을 다셨다.
‘리치를 길들이는 일은 생각보다 손이 많이 가는 일이군. 이대로라면 오히려 약점이 될지도 모르겠어.’
[크큭, 뭐든지 쉽게 얻을 수 있는 건 아니니까. 조금은 너도 곤란이란 걸 겪어야 형평성에 맞잖아?]라미느의 말에 카릴은 쓴웃음을 지었다.
‘곤란이라……. 그런 걸 겪는 건 시간이 아까워. 나는 관광을 하러 대륙을 돌아다니는 게 아니니까.’
[여전히 욕심이 많은 녀석이군.]‘넌 모를 거다. 내 입장에선 그래야만 하는 이유가 있거든.’
[…….]‘사령술이라……. 불멸회의 도움이라도 받아야 하나.’
카릴은 눈앞의 펼쳐진 보고의 유물들을 얻을 즐거움 이전에 고민부터 생겼다.
7인의 원로회가 구축한 마법 체계는 확실히 여명회와 불멸회의 마법의 기반이 되었다.
그렇기 때문에 알른 자비우스가 카릴에게 남긴 마법 지식 속에도 분명 사령술에 관한 것이 존재하기는 했다.
‘하지만 아쉽게도 7인의 원로회 중에서 알른은 비전술에 대가이지 흑 마법에 정통한 자는 아냐.’
최초의 네크로맨서, 웰 바하르.
7인의 원로회 중 한 명이자 구스타브, 셀린 한과 함께 알른 자비우스를 죽인 배신자 중 한 명. 그는 마도 시대에 흑마법의 정점에 선 자였다.
알른이 회색 교장에서 카릴에게 자신의 기억을 보여줬던 때, 비록 그의 매직 애로우에 머리통이 날아가긴 했지만 어쩌면 네크로맨서인 그는 그 당시에 죽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할 일이 어째 자꾸 더 쌓이는 기분이군.’
카릴은 피식 웃었다.
현시점에서 웰 바하르의 유지를 이어받은 자들이라고 한다면 두말할 것 없이 불멸회의 마법사들이다.
대륙의 최북부에 있는 상아탑의 여명회와 함께 제국의 동북쪽에 있는 안티훔 대도서관을 거점으로 삼고 있는 불멸회는 명실공히 대륙의 양대 마법학파였다.
각 학파는 마법을 직시하는 견해가 완전히 달랐는데 여명회가 교단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는다면 불멸회는 그 반대였다.
‘생각해 보니 안티훔 대도서관이 마론 협곡 근처에 있는데, 우습군.’
아이러니하게도 불멸회의 거점이 교단의 성지인 헤임(Heim)의 위쪽에 위치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헤임 자체가 숨겨진 곳이긴 하지만 카릴은 이동 마법진을 이용했을 때의 기억을 떠올렸다.
‘예전과 달리 지금의 내 마력이라면 대도서관의 정문을 통과해서 안으로 들어갈 수 있다.’
저택을 나설 때만 하더라도 마력은 있었지만 혈맥이 뚫리지 않았었다.
하지만 지금은 비록 마법은 제대로 익히지 못했다 하더라도 뚫린 혈맥의 개수로는 이미 5클래스 중급 마법사와 동급이라 할 수 있다.
처음에 카릴이 마법회를 목표에 두지 않았던 이유는 여명회의 상아탑과 불멸회의 대도서관의 문은 오직 마법사의 반열에 오른 자에게만 열리기 때문이었다.
‘잘 됐어. 어차피 한 번은 대도서관에 가야 했기도 했으니까.’
카릴은 머릿속에 한 사람을 떠올렸다.
자신과 함께 싸웠던 신탁의 10인 중 한 명.
세르가와 함께 카이에 에시르의 재림이라 불렸던 두 명의 마법사 중 또 다른 마법사.
‘본인은 그 말을 지독하게 싫어했지만…….’
송곳의 이스라필.
세르가가 여명회 출신인 궁정마법사 카딘 루에르의 제자이자 제국의 아카데미에서 만들어진 엘리트라면, 세리카 로렌은 스승 없이 홀로 강해진 야생화 같은 마법사다.
그런 의미에서 이스라필의 내력은 특이하다.
엄청난 재능을 가졌음에도 불구하고 마법사의 반열에 오른 뒤, 불멸회에 입회하여 안티훔 대도서관의 사서로 평생을 살았기 때문이다.
‘신탁이 내려지지 않았더라면 평생 그의 존재를 몰랐겠지.’
카릴은 그렇기 때문에 그를 앞으로 자신이 권좌에 오르는 데에 있어서 사용할 카드로 생각지 않았다.
‘그는 신탁의 10인의 한 명으로 수많은 전투를 함께 했었다. 저주술을 쓰는 흑마법사라는 직업이 가지는 냉혹한 느낌과 달리 그는 전투와는 맞지 않는 사람이었어.’
타락이란 괴물을 죽이는 것에도 버거워했던 그가 사람을 죽인다는 것은 함께했던 카릴조차도 상상이 가지 않는 일이었으니까.
그 유약한 성격 때문에 마법사들의 전쟁을 세리카 로렌, 세르가 그리고 미하일 삼파전으로 예상했던 것이다.
‘뭐, 딱 한 번……. 그 전투가 있고 난 뒤에 완전히 달라졌지만.’
카릴은 씁쓸한 입맛을 다셨다.
별로 생각하고 싶지 않은 기억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덕분에 어울리지 않게 송곳이란 이명도 얻었고.’
카릴은 가능하면 아스라필이 그때의 일을 다시 겪게 하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그 역시 전생을 살아온 자의 오만일지 모른다.
‘뭐, 당장에 그를 얻을 순 없어도 얼굴도장은 찍어 두는 게 좋겠지. 사령술에 대한 조언도 받을 겸 말이야.’
어차피 고민을 해봐야 소용없는 일이었다.
그저 이후에 해야 할 일 중 한 가지가 더 명확해질 뿐이었다.
“무슨 생각을 그렇게 오래 해? 다른 사람들 모두 들어갔는데. 그러다 사람들한테 좋은 것들 다 빼앗길지 몰라?”
밀리아나가 생각에 빠졌던 카릴을 바라보며 물었다.
“그래. 들어가자.”
그는 평소의 자신답지 않게 너무 오랫동안 고민을 했다고 생각했다.
‘이스라필……. 당신을 얻어야 한다는 생각은 변함없지만, 그 시간이 다가오니 나도 모르게 감상적이 돼버린 모양이야.’
우습다.
카릴은 고개를 저었다.
탑을 오르며 그런 사치는 더 이상 부리지 않기로 결심했다는 것을 그는 다시 한번 떠올렸다.
“마스터!! 이, 이, 이거……!! 산문갑(山文甲)이에요!! 말도 안 돼. 동방국에서도 고위급이 아닌 이상 구할 수 없는 최상급 보구인데…….”
에이단은 눈을 반짝이며 카릴에게 소리쳤다.
그의 손에 들려 있는 갑옷은 세 가지 방향으로 튀어나와 있는 비늘이 사슬로 엮여 있는 갑옷이었다.
“이게 어떻게 엘프의 성에 있는 걸까요?”
“뭐, 동방의 주술도 1천 년이라는 원류를 거슬러 올라가면 엘프의 것도 포함되어 있을지 모르지. 둘 다 자연계통의 술법이잖아.”
“와…….”
카릴의 말에 에이단은 마치 어린아이처럼 눈을 빛냈다.
“가져. 보아하니 보존 마법 이외에도 몇 개의 마법이 걸려 있는 것 같은데 어쩌면 동방국의 주인이 쓰는 갑옷보다 더 좋은 걸지도 모르지.”
“지…… 진짜요?”
“물론. 난 이미 갑옷이 있고 저 사람은 갑옷 같은 게 필요 없는 사람이니까.”
카릴은 고든을 가리키며 말했다.
“감사합니다!! 와……. 이런 건 진짜 평생 처음이에요.”
에이단은 갑옷을 끌어안으며 어찌나 좋아하는지 울먹이는 목소리로 말했다.
“그런데 조심하는 게 좋아. 여기 있는데 모두가 진짜는 아니니까.”
“네?”
“엘프가 부를 좋아한다는 얘기를 들어 본 적이 있어? 광물을 사랑하는 드워프도 아니고 보석에 환장하는 노움도 아닌데 말이야. 함정도 몇 개 있네. 잘못 만졌다가는 팔이 잘려 나갈 수도 있어.”
“…….”
어느새 갑옷 옆 선반에 쌓여 있는 황금으로 된 검집에 손을 가져가려던 에이단은 카릴의 말에 살짝 입맛을 다시며 도로 손을 집어넣었다.
카릴은 그런 그를 보며 피식 웃었다.
확실히 망령의 성안에 있는 엘프의 보고의 물건들은 하나같이 뛰어난 아티펙트들이었다.
하지만 의외로 에이단을 제외하고 카릴과 고든 그리고 밀리아나는 크게 감흥이 없는 듯 그저 유물을 감상하듯 지나갈 뿐이었다.
이미 소드 마스터의 반열에 오른 그들에게는 무구보다 자신의 성장이 더 중요했기 때문이다.
카릴 역시 자르카 호치가 봉인된 얼음 발톱 때문에 고민을 했지만 이곳에서 그것을 대체 할 만큼 대단한 검을 찾긴 어려울 거란 걸 알았다.
‘흠……. 몇 가지는 그래도 챙겨야겠군. 베이칸과 키누 무카리 등에게 쓸 만한 것들이 있으니.’
카릴은 벽에 걸린 활 중 하나를 꺼내 살폈다.
푸른색의 대에 뱀의 이빨처럼 양 끝이 날카롭게 튀어나와 있는 특이한 활이었다.
‘이건 황궁에 보관되어 있는 바람독이라 불리던 활과 비슷하게 생겼군.’
카릴은 그것과 몇 개의 무구를 점찍어 두고는 나중에 야만족들을 불러 이곳의 무구들을 모두 가져가야겠다고 생각했다.
“카릴!!”
그때였다.
보고의 안쪽까지 들어간 고든이 뭔가를 발견했는지 우렁찬 목소리가 울렸다.
“아무래도 내 약을 찾은 것 같다.”
팔짱을 낀 채로 뿌듯한 얼굴로 고든이 카릴을 향해 고갯짓을 했다.
우우우우웅…….
보고 안쪽 벽면에 아름답게 세공이 되어 있는 분수대. 물은 이미 말라서 아무것도 없었다.
하지만 분수대의 위에 놓인 투명한 유리관 안에는 푸른색의 빛나는 작은 병 하나가 놓여 있었다.
“자르카가 말했던 영혼샘의 정수로군요.”
카릴은 천천히 다가가 그것을 살폈다.
마치 별 가루를 뿌린 것처럼 병 안에 있는 푸른 액체가 반짝거렸다.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모두가 이 보고 안에서 가장 희귀하고 귀중한 것이 바로 저것이라는 걸 알 수 있었다.
“꽤나 고생했지만, 이걸로 됐지. 보상을 받았으니.”
고든이 천천히 손을 가져갔다.
“잠깐. 고든, 당신 약은 저게 아니라 그 옆에 있는 건데요?”
카릴이 담담한 목소리로 그를 불렀다.
“뭐?”
그 순간,
모두의 시선이 분수대 옆에 자라난 거목 아래에 고여 있는 고약한 냄새가 나는 썩은 진액을 바라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