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9th Class Swordmaster: Blade of Truth RAW novel - Chapter (173)
9클래스 소드 마스터 : 검의 구도자 9클래스 소드 마스터 – 검의 구도자-173화(173/497)
136. 쏘아 올린 화살의 의미
“그런가…….”
카릴은 두샬라의 보고에 고개를 끄덕였다.
“교단에서 최상급 사제가 파견되어 이틀 동안 정화 기도를 끝낸 다음 3일 간 국장(國葬)을 치른다고 하네요.”
그녀는 목이 타는지 탁자에 놓인 물을 마시고서 말을 이었다.
“마스터의 말씀대로네요. 아직 어린데 결국 정치의 희생양이 되어버렸으니까요. 안타깝네요.”
“천하의 두샬라가 죽음에 대해 안타까워하는 건가?”
“설마요. 단지……. 막사에서 남자들이 했던 말이 떠올라서요.”
“흠?”
카릴이 의아한 눈으로 그녀를 바라보자 두샬라는 그저 어깨를 으쓱할 뿐이었다.
굳이 중요한 것이 아닌지라 카릴도 더 이상 신경을 쓰지 않고 고개를 돌렸다.
‘크로멘.’
조금은 입맛이 썼다.
그의 죽음에 자신이 직접적으로 관여를 한 것은 아니지만 예견된 죽음을 알면서도 막지 않았으니까.
“그의 마지막은?”
“극비로 처리되어 정확히는 알지 못합니다만, 보초병들을 구워삶아 보니 끔찍했답니다. 숨을 거두기 직전 눈과 귀, 코, 입 할 것 없이 뭐, 몸의 구멍이란 구멍에서 피가 흘러나왔다네요.”
두샬라는 고개를 가볍게 저었다.
“그런 지독한 독은 저도 처음 봅니다. 황후는 그 모습에 그대로 쓰러져 버리고……. 그 자리에 있던 2황자가 시체를 수습했다고 하더군요.”
“크큭…….”
두샬라는 자신의 보고에 웃긴 것은 없었는데 어깨를 떨 정도로 웃음을 터뜨리는 카릴을 의아한 눈빛으로 바라봤다.
“동생의 안위는 나 몰라라 했던 1황자와 달리 올리번의 주가가 더 오르겠어.”
“그럼요. 가뜩이나 백성들에게 인기가 좋으니까요. 타이란 슈테안부터 루온까지. 제국 황가가 가지는 이미지는 냉혹 그 자체인데 올리번만은 다르니까요.”
그녀는 쓴웃음을 지었다.
“다른 건 몰라도 크로멘을 안고 울던 모습만큼은 황도(皇都)의 시장 구석구석까지 소문이 파다한걸요.”
“맞아. 확실히 다르지?”
“네. 정말 지독한 인간이네요. 무법천지인 타투르에서도 보기 힘들 정도로 말입니다.”
두샬라는 낮은 한숨을 내쉬었다.
“자기가 죽인 동생을 위해 그렇게 울 수 있는 연기를 하다니 말이에요.”
그 죽음이 올리번의 계획이라는 것을 알고 있는 두 사람의 평가는 황도의 백성들과는 극명히 달랐다.
“얼마나 걸렸지?”
“저희가 남부로 온 뒤로부터 한 달이 조금 넘었네요. 마스터께서 예상했던 보름보다 더 걸렸습니다. 뭐, 덕분에 저희도 시간이 있었구요.”
카릴은 그녀의 말에 차갑게 말했다.
“어린 나이여도 신중함은 다르지 않나 보군. 내 예상보다 항상 좀 더 걸린단 말이지.”
“……그거 칭찬인가요?”
그의 말에 두샬라는 눈썹을 찡그리며 말했다.
“글쎄. 그보다 포로들은?”
“이미 준비는 끝났습니다. 마스터께서 남부에서 이미 명령을 내리신 덕분이죠. 베이칸과 키누가 황도(皇都)의 북부 산맥에 포로들을 배치했습니다. 인원이 많아서 꽤나 어려웠지만, 다행히 하시르를 통해 이민족들만 아는 비밀 통로를 이용했습니다.”
“고생했어.”
“그럼요. 한 달 내내 걸린 작업이니까요.”
“맞아. 네가 아니었으면 불가능한 일이었을 거야. 항상 믿고 있어.”
“뭐, 뭐예요. 낯 뜨겁게…….”
카릴의 칭찬에 두샬라는 살짝 얼굴을 붉혔다. 그녀는 벗어 둔 베일을 황급히 썼다.
“루온 쪽은?”
“음음, 보고에 의하면 브레라도에서 다시 출병 준비를 끝냈다고 합니다.”
“출병은 무슨…….”
차가운 그의 말에 두샬라도 피식 웃었다.
“네. 기다렸다는 듯 황도로 올라가겠죠.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었으니까요.”
“맞아. 그 녀석의 입장에선 오히려 두 팔 벌려 반길 일일 테니까. 남은 병력으로 트윈 아머를 다시 치는 것도 불가능한 일이었으니까.”
“에이, 설마 그렇게 깨지고 또 같은 곳을 갈까요. 우회하긴 하지만 다른 길도 있잖아요?”
카릴은 옅게 웃었다.
“우습지만 그게 제국 황족의 자존심이란 거거든. 소국에게 겁을 먹어 우회한다? 그건 일을 완수하고 돌아와도 황제에게 책잡힐 일이니까.”
“참 피곤하게들 사네요.”
“동생의 죽음조차 이용하는 인간들이야. 크로멘의 장례식장에서 과연 진심으로 슬퍼하는 자가 몇이나 될까?”
두샬라는 이해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면서도 여전히 못마땅한 표정이었다.
“가족이란 말이 무의미하지. 그저 서로 적일 뿐이니까. 올리번도 루온도 편치 않을 거야. 작은 빈틈이라도 보이면 그대로 물고 늘어질 테니까.”
카릴은 그렇게 말하면서 피 한 방울 섞이지 않은 맥거번가의 형제들을 떠올렸다.
적어도 그들은 서로를 형제라 불렀다.
어찌 보면 크웰 맥거번이란 남자는 그런 의미에서 제국의 황제보다 더 대단한 사람일지 모른다.
비록 자신은 함께하지 못했지만…….
‘쓸데없는 감상이야.’
꽈악-
카릴은 얼음 발톱의 손잡이를 잡은 손에 힘을 주었다.
“두샬라, 제국으로 갈 시간이다. 수안에게 말해. 포로들에게 지급할 활을 모두 챙겨. 화살은 세 발씩이면 충분해.”
그의 말에 두샬라는 그녀답지 않게 긴장된 표정으로 말했다.
“괜찮을까요? 포로라고는 하지만 4만이나 됩니다. 그런 자들에게 활을 준다는 건…….”
“걱정 마. 병사 중에 귀족이나 기사는 없다. 모두 평민들이야.”
“그게 무슨 상관인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 얼굴로 그녀가 되물었다.
“황궁에 있는 놈들보다 그들이 더 인간답다는 뜻이지.”
“……네?”
“곧 알게 될 거야.”
카릴은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크로멘의 죽음에 대해 우리는 우리 나름대로 조의를 표해야 할 의무가 있으니까.”
* * *
《3황자 크로멘, 죽다.》
황도를 떠들썩하게 했던 남부 원정의 패배에 대한 소문이 언제 있었냐는 듯 거리 곳곳에 울리는 비보에 도시의 분위기는 착 가라앉았다.
“대신들은?”
“아마 대부분의 제후가 집결했을 겁니다. 정화 의식이 끝났으니……. 오늘 밤 자정(子正)이 되어 3일째가 되면 바로 본식이 시작될 것입니다.”
“흠…….”
마차 안에 있던 루온 황자는 아지프의 보고에 낮은 한숨을 내쉬었다.
“거리에 사람 하나 없는 걸 보니 진짜로군. 보고를 받고 솔직히 믿기지 않았는데……. 고맙구나, 크로멘. 네가 마지막으로 내게 도움을 주었어.”
지금껏 황궁으로 돌아올 핑곗거리를 찾지 못해 브레라도에 머물러 있던 루온은 이를 바득 갈며 낮게 말했다.
‘모든 게 그놈 때문이다.’
자신에게 절망적인 패배를 안겨준 카릴을 떠올리면 지금도 분을 삭일 수가 없었다.
당장에라도 황궁으로 돌아오고 싶었던 그였지만 수만 명의 포로를 트윈 아머에 두고 온다는 것은 스스로 족쇄를 차는 것과 다름없는 일이었다.
‘하나 올리번 역시 실패했고 유일하게 남부에 갔던 크로멘은 죽어버렸다.’
제국의 황자들로서는 꼴사나운 결과였지만 어쨌든 모두가 실패한 상황에서 루온은 이제야 돌아올 구실을 만들 수 있었던 것이다.
“…….”
아지프는 그런 그를 물끄러미 바라봤다.
‘루온 황자는 황궁의 생태를 누구보다 잘 안다. 당연히 3황자의 죽음이 석연치 않다는 걸 직감한 거겠지만…….’
크로멘의 부고 소식을 받은 것은 이미 수일 전이었다.
자신의 영지인 브레라도엔 이동 마법진도 있어 바로 황궁으로 올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루온은 마차를 타고 크로멘의 장례가 진행되는 도중에 황도에 도착했다.
‘내가 사람을 잘못 본 것은 아닐까. 그저 위험을 피하기 급급한 것처럼 보이니…….’
그는 트윈 아머에서 뒤도 돌아보지 않고 도망치던 루온의 모습을 떠올렸다.
하지만 이내 곧 그런 불충을 잊으려는 듯 고개를 젓고는 말했다.
“폐하께서 당분간 전쟁을 금하실 것으로 보입니다. 크로멘 황자의 애도의 기간을 두 달로 명하셨다는 보고입니다.”
“두 달? 황위와는 상관없는 고작 3황자일 뿐인 녀석인데?”
“그것도 전시(戰時)이기 때문에 석 달로 명하시려던 것을 줄인 거라고 합니다.”
“나 참, 언제부터 크로멘을 챙기셨다고…….”
루온은 고개를 저었다.
애도의 기간.
황가의 핏줄이나 혹은 큰 공을 세운 위대한 자의 죽음에 대해 만인이 슬퍼하는 기간.
정화 의식과 함께 5일 동안 거행되는 장례 의식은 어찌 보면 짧게 느껴질 수 있었다.
하지만 실제로는 이 애도의 기간까지 장례식으로 포함을 해야 했다.
왜냐면 이 기간 동안에는 음악과 노래가 일절 금해지며 심지어 전쟁까지도 멈추기 때문이다.
“아무리 국장(國葬)이라 하더라도 이런 시기에 두 달이나 손을 놓고 있으라니……. 정복왕이라 불리던 아버지까지 망령이 나신 게 틀림없군.”
“…….”
기간이 길면 길수록 큰 업적을 세운 자라고 할 수 있는 애도의 기간.
아무리 황자라 할지라도 그 어떤 공도 없으며 오히려 남부에서 수치를 받아 돌아온 크로멘에게 두 달의 시간은 길었다.
제국의 전(前) 황제가 승하하였을 때 애도의 기간 고작 한 달이었다는 것에서 확실히 황제의 결정엔 이질감이 있었다.
‘자신의 아비마저 밟고 황좌에 오르신 분이다. 아비의 죽음보다 자신의 위엄을 알리고자 애도의 기간마저 줄였던 아버지께서…….’
루온은 냉소를 지었다.
타이란 슈테안이 자애로운 아버지로서 크로멘의 죽음이 슬퍼 그토록 긴 애도의 기간을 정했을 리가 없다고 확신했기 때문이다.
‘두 달 동안 뭔가를 준비하시려는 게 틀림없다.’
루온은 그렇게 생각하면서 자신도 모르게 그의 목을 한번 쓰윽 만졌다.
‘설마……. 아버지께서 크로멘을 죽이신 건 아니겠지.’
황궁으로 돌아가는 길을 바라보며 그는 생각했다. 집으로 돌아가는 그 길이 집이 아닌 저승이 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빌어먹을…….”
루온은 생각하면 할수록 트윈 아머에서 자신에게 패배를 안겨준 카릴이 머릿속에 가시지 않았다.
‘잘못하면 나도 죽는다.’
크로멘은 유약했지만 병약한 아이는 아니다.
황궁에서의 죽음에 이유가 없을 리 없다. 하지만 살아남은 자들은 그 이유를 찾지 않는다.
‘이미 죽은 자를 기려봤자 의미 없으니까. 그 시간에 내가 살 방법을 찾는 게 낫지.’
사방이 적이다.
루온은 낮은 한숨을 내쉬며 먹구름이 가득 낀 하늘 아래 가까워지는 황궁을 바라봤다.
슈우우우우웅—!!
그때였다.
저 멀리 황궁 뒤편 산맥에서 하늘을 향해 쏘아 올려지는 불화살 한 발이 있었다.
“……?”
촤아아악—!!!
그 순간,
의아한 루온의 표정은 경악으로 바뀌었다.
“……!!!!!”
신호탄을 따라 마치 화염의 장벽이 솟구치는 것처럼 수만 발의 불화살이 일제히 하늘을 향해 날아가는 것이 보였기 때문이다.
* * *
“모두 위치로!!”
“당장 확인하라!!!”
“예비 병력까지 모두 집결하라!!”
다다다닥……!! 다다닥……!!
창밖으로 보이는 수만 개의 화살에 황도에 있던 방위병들과 기사들이 소란스럽게 움직였다.
이런 상황에서 적의 습격이라도 받는 것인가 하는 불안과 제국을 공격하는 자가 누구인가에 대한 분노까지.
하지만 이상하게도 화살은 제국을 향한 것이 아닌 그저 하늘을 향해 쏘아질 뿐이었다.
챙그랑……!!!
찻잔이 바닥에 떨어지면서 요란하게 깨졌다.
“괘, 괜찮으십니까?”
뒤에 있던 하녀가 황급히 달려와 깨진 그릇 조각들을 치웠다.
“미안, 미안하네.”
정화 예식이 거행되던 이틀 내내 한숨도 자지 않고 자리를 지켰던 올리번이 비틀거렸다.
“그동안 너무 무리하셨습니다.”
피곤한 기색의 그를 바라보며 황궁의 시종은 걱정스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올리번이 얼마나 비통히 울었던가.
모두가 그가 당장에 쓰러져도 이상하지 않은 일이라 여겼다.
빠드득……!!!!
하지만 그가 비틀거린 것은 피곤함도 슬픔도 아니었다.
솨아아아아앙—!!!
요란한 소리와 함께 세 번째 화살이 다시 한번 상공을 향해 쏘아 올려졌다.
그 순간,
창밖을 바라보던 올리번의 얼굴이 구겨졌다.
호를 그리며 양옆으로 퍼지듯 날아가는 수만 개의 불화살이 마치 그를 향해 비웃는 것 같았다.
“어떤…… 개새끼가.”
그 광경을 지켜보던 올리번은 자신도 모르게 욕지거리를 내뱉었다.
* * *
“마스터, 말씀하신 세 발의 화살을 모두 쐈습니다. 그런데……. 이게 무슨 의미가 있을까요?”
밤하늘을 수놓은 장엄한 화살들이 사라지는 것을 기억하기라도 하려는 듯 카릴은 정상 아래에서 천천히 눈을 감았다가 떴다.
-카릴, 잘 들어. 앞으로 우리는 끔찍한 전쟁을 수도 없이 치러야 한다. 황궁이라 하더라도 영원히 안전하다 볼 수 없어.’
신탁이 내려진 지 1년이 지났을 때,
황궁의 성벽 위에서 올리번은 카릴에게 말했다.
-타락이 이곳을 공격할 수 있을 가능성은 언제나 있다. 그 말은 나 역시 언제든 죽을지 모른다는 의미이기도 하지.
-그런 소리 마라.
검을 쥔 채 같은 하늘을 바라보던 카릴은 나지막하지만, 단호히 말했다.
-황가의 핏줄이라면 알고 있는 것이 있다. 저기 끝에 보이는 세 개의 깃대가 보이지? 다들 그저 제국을 상징하는 장식이라고 생각하지만 사실 아냐. 오래된 마법이 걸려 있다. 황궁에 비보가 있을 때 쏘아 올리는 포격대지.
‘…….’
카릴은 올리번이 가리킨 곳을 바라봤다.
-쏘아지는 탄 역시 마법으로 만들어진 불꽃이야. 대륙 전역에서도 이 불꽃을 볼 수 있을 거다.
-그래서?
-만약 저 불꽃이 하늘에 솟아오른다면 네가 이곳으로 돌아와 나 대신 제국을 수호해 다오. 내가 죽었다는 의미이니까.
-쓸데없는 소릴…….
고개를 저었지만 확실히 그의 말대로 그곳엔 높게 하늘을 향해 세워진 세 개의 깃대가 있었다.
-첫 번째 불꽃이 하늘 위로 솟구친다면 그건 황제의 병사(病死)를 뜻한다.
올리번은 천천히 입을 열었다.
-두 번째 불꽃까지 쏘아진다면 그건 황제의 전사(戰死)를 뜻한다.
-그걸 왜 내게 알려주는 거지?
올리번은 천천히 고개를 돌려 카릴을 바라봤다.
-친우(親友)니까.
그는 옅은 미소를 지으며 말을 이었다.
-만약, 세 번째 불꽃까지 모두 하늘에 솟아오른다면…….
스으으으으……!!!
카릴은 저 멀리 보이는 황궁을 바라보며 전생의 기억을 떠올렸다.
‘비밀을 안다는 것은 참으로 잔혹한 일이야. 올리번. 너라면 내가 보낸 화살의 의미를 알겠지. 아니, 너뿐만 아니라 황궁에 있는 모두가.’
그는 천천히 입꼬리를 올리며 냉소를 지었다. 그러고는 나지막한 목소리로 말했다.
마치,
누군가에게 속삭이듯이.
“그건 암살(暗殺)을 뜻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