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9th Class Swordmaster: Blade of Truth RAW novel - Chapter (174)
9클래스 소드 마스터 : 검의 구도자 9클래스 소드 마스터 – 검의 구도자-174화(174/497)
137. 입성하다
하늘로 쏘아진 세 발의 화살.
밤하늘을 수놓았던 수만 발의 화살은 마치 지엄한 불꽃의 장벽이 세워지는 것 같았고 황도에 있던 사람들은 모두 그 광경을 지켜봤다.
“허허, 저게 뭐람?”
“장관이로군.”
“황자님의 넋이 하늘로 올라가시는구나.”
“편히 쉬시길…….”
영문을 알 수 없기에 더욱 의문이 들 뿐이었다. 그러나 대부분의 시민은 그저 크로멘의 장례식을 기리는 의식이라 생각할 뿐이었다.
거리로 나온 사람들은 쏘아 올라가는 불화살을 바라보며 성스러운 듯 저마다 무릎을 꿇고 곳곳에서 기도를 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황궁의 사람들은 달랐다.
“다들 보셨습니까?”
가장 먼저 운을 띄운 것은 재상(宰相), 브린 이니크였다.
성 밖의 어수선한 분위기와는 대조되게 늦은 밤인데도 불구하고 홀 안은 차가운 침묵이 흘렀다.
그들은 잠조차 잊은 듯 하나같이 근심 어린 얼굴이었다.
“황도에서 떨어진 곳이라고는 하나 도대체 그 불화살의 숫자는 뭐라고 설명하시겠습니까. 제국의 위엄이 어디로 갔는지……. 방위군들은 무엇을 하셨소.”
재상의 말에 궁정마법사인 카딘 루에르가 총기사단장인 벨린 발렌티온을 바라보며 나무라는 듯 말했다.
금기사단의 단장이자 황실 친위대를 이끄는 그는 낮은 탄식을 뱉어냈다.
“북쪽 산맥은 겨울이 되면 통행이 금지되는 곳이외다. 설령 저곳에서 화살을 쏜다 한들 황도까지 닿지도 않소.”
“통행이 금지된 곳에 저 정도의 사람이 잠입하는 동안 몰랐다는 것이 말이 됩니까.”
“……황궁의 사정이 번잡했다는 것은 재상도 아시지 않습니까. 미처 놓친 듯하오.”
브린은 정작 이 자리에 황도방위사령관으로 임명되어 있는 흑기사단의 단장인 카이신이 없다는 것을 상기하며 쯧- 하고 혀를 쳤다.
금(金), 적(赤), 흑(黑).
세 개의 기사단이 황도의 수호를 맡고 있지만 자신의 금기사단은 황실친위대로 사실상 수도 방위를 맡은 기사단은 특임대인 흑기사단이기 때문이다.
“저 정도의 수가 황궁을 습격했다면 어쩌려고 하셨습니까?”
“절대 그런 일은 없습니다. 게다가 지금 같은 상황에서 어떤 간 큰 작자들이 습격을 하겠습니까.”
자존심이 상하는 일이었지만 벨린 발렌티온은 카딘 루에르의 말에 인상을 구겼다.
크로멘의 장례에 참석하기 위해 이미 각지의 제후들이 모여 있는 상태.
크웰 멕거번을 비롯하여 각 기사단의 단장이 모두 황궁에 집결하고 있었다. 아이러니하게도 여느 때보다 가장 많은 기사가 모여 있으니 지금이야말로 가장 안전한 상황이라 할 수 있었다.
“게다가……. 그렇게 잘 아셨다면 궁정 마법사단은 뭘 하고 있었소? 그대들도 수도 방위의 임무를 가지는 건 매한가지 아니오.”
잘못을 서로에게 떠넘기기 바빴다.
그도 그럴 것이 제국의 4공작 중 소문만 무성할 뿐 정계에 얼굴을 보인 적이 없는 닐 블랑 공작을 제외하고 나머지 3명은 이미 지지하는 황자를 골랐기 때문이었다.
재상은 애초에 1황자를 지지함을 전면에 내세웠으나 나머지 둘을 달랐다.
중립을 표명했었지만 금기사단의 부단장인 아지프가 루온을 지지함에 있어서 벨린 발렌티온의 입김이 전혀 없을 리가 없었다.
반면,
카딘 루에르는 여전히 스스로 중립이라 말하고 있으나 소문에 의하면 아카데미의 마법사들을 올리번을 위해 암암리에 준비하고 있다는 얘기가 있었다.
귀족들은 그 증거로 2황자를 지지하는 크웰 맥거번의 차남인 티렌이 그의 제자로 들어간 것이라 얘기했다.
기사와 마법사.
태생적으로 맞지 않는 자들이었기 때문에 서로의 입장 차이는 극명했다.
“지금은 그게 중요한 것이 아닙니다.”
가만히 지켜보고 있던 재상 브린 이니크가 낮은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하필이면 모든 대신이 모여 있는 날입니다. 현 황제께서 즉위하신 날 이후 이보다 많은 귀족이 모인 날은 없습니다.”
“당연한 것 아니오. 3황자님의…….”
벨린 발렌티온은 차마 장례란 단어를 입에 담을 수 없다는 듯 고개를 저었다.
“모인 이유가 중요한 게 아닙니다. 저 많은 사람이 지금 보았다는 것이 문제입니다.”
브린 이니크는 고개를 저었다.
“세 발의 화살이 가지는 의미.”
그의 한마디에 두 사람은 침묵했다.
“황궁에 있는 귀족 중에 저 의미를 모르는 자가 과연 몇이나 있겠습니까.”
세 개의 불꽃.
첫발은 하늘로 곧장 솟아오르고, 두 번째는 사선으로 그리고 마지막은 호를 그리며 쏘아 올려지는 화염.
원래는 황제의 서거를 알리는 불꽃이었지만 지금은 그 불꽃이 누구를 위한 것인지 모두가 알고 있다.
‘도대체 누구지? 어떤 놈이 이런 발칙한 짓을…….’
250년 전 카이에 에시르가 만들었다는 황궁에 있는 포격대는 대륙 전역으로 그 불꽃이 보일 정도로 엄청난 위력이라고 하니 그것에 비할 바는 아니었지만 수만 개의 화살은 황도 안의 시민들과 귀족들의 눈을 사로잡기 충분했다.
《3황자 크로멘, 암살되다.》
이제 크로멘의 죽음은 정정되어 황궁 안에 이렇게 다시 퍼질 것이다.
“재상은 지금 저걸 믿는단 말입니까? 농간이오. 가뜩이나 어수선한 상황에서 혼란을 야기시키기 위한 짓거리가 틀림없소.”
“그러십니까?”
성을 내는 카딘 루에르를 보며 브린 이니크는 비소를 지었다.
‘당신네야말로 가장 의심되는 작자들이야.’
크로멘의 죽음은 여러 가지로 석연찮은 부분들이 있었다.
하지만 대부분은 그 원망의 화살을 남부의 야만족으로 돌렸다.
디곤 일족을 찾아간 그에게 야만족들이 독을 쓴 것이 틀림없다는 것이 정론.
자신의 하나뿐인 동생을 잃은 올리번 슈테안은 비통한 마음을 참고 더 이상 화친이 아닌 스스로 야만족 토벌에 선두에 서겠다고 말했다.
‘애초에 남부 토벌은 1황자님께서 주도한 일이다.’
하지만 루온이 실패하고 돌아온 상황에서 다음 기회는 올리번에게 주어질 가능성이 컸다.
하지만 려기사단이 전멸된 상황에서 올리번을 지지하는 기사 중 쉽사리 병력을 뺄 수 있는 자들은 얼마 되지 않는다.
지금 상황에서 병력을 운용할 수 있는 황자는 루온이었다.
결국,
올리번은 루온에게 손을 빌릴 수밖에 없는 상황.
지금 상황에서 트윈 아머에서 패배를 한 루온이 다시 실권을 잡기 위해서는 두 사람이 함께 남부 토벌을 수행하는 것뿐이었다.
지금이 무척이나 중요한 상황이었다.
‘크로멘 황자의 죽음 따위는 그저 조용히 넘어갔어야 할 사안이다. 양측 모두 다음을 준비할 시간이 필요했으니까.’
1황자파인 재상은 인상을 구겼다.
장례식을 통해 모인 루온파와 올리번파의 암묵적인 휴전을 깨뜨리는 어처구니없는 사태가 벌어지고 말았으니 말이다.
“범인이 누가 되었든……. 그 대가는 톡톡히 치러야 할 것입니다.”
콰아아앙……!!!
그때였다.
갑작스럽게 홀의 문이 세차게 젖혔다.
“소…… 송구하옵니다!”
세 사람의 시선이 밖의 병사에게 쏠렸다.
“말하게.”
재상은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
이유 따위는 필요 없었다.
제국의 대제후들이 모여 있는 장소라는 것을 알면서도 문을 열었다는 것은 목숨을 걸 만큼 위급한 상황이라거나 중대한 사안일 테니까.
만약,
그럴 가치가 없는 일이라면 그 자리에서 목을 베어버리면 그만이었다.
“지금 황궁으로…… 4만의 병력이 집결하고 있습니다.”
“……뭐?”
“무슨 소린가! 그 많은 병력이 어디서……!”
“분명 북쪽 산맥을 확인하기 위해 기사들이 출진했을 터. 그들은 다 어디 가고!”
“그게…….”
병사는 세 사람의 호통에 잠시 당황스러운 듯 말을 머뭇거렸다.
하지만 그들이 두려워서 그런 것이 아니었다.
보고를 해야 하는 그조차 이 상황을 어떻게 말을 해야 할지 몰라 난감했던 것이다.
“정찰을 나갔던 흑기사단이 그들과 함께 궁을 향하고 있다는 보고입니다.”
“말도 안 되는…….”
“누구의 병력이라는 말이더냐. 그만한 병력을 이끌고 올 수 있는 왕국이 지금 없을 텐데…….”
병사는 벨린의 외침에 고개를 숙이며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그게…… 모두가 제국의 병사들입니다.”
* * *
태양홀.
언제나 불이 꺼지지 않는 이곳이었지만 이런 밤에 이 정도의 사람들이 모이는 일은 극히 드물었다.
수많은 눈이 있었지만 그저 서로 눈빛을 교환할 뿐 갑작스러운 불청객에 의해 의문과 의혹으로 홀 안은 무거운 침묵으로 짓눌리고 있었다.
저벅- 저벅- 저벅-
‘홀의 정문에서 황제가 있는 옥좌까지 300미터. 50미터 간격으로 천장엔 궁수들이 배치되어 있다.’
첫걸음을 뗀 순간,
카릴은 쓰고 있던 가면을 고쳐 쓰고서 앞을 바라봤다.
‘100미터 간격으로는 마법 함정이 설치되어 있으며 옥좌에 있는 기관을 누르면 발동한다.’
저벅- 저벅- 저벅-
다시 걸음을 떼고 걸어가던 카릴은 정확히 황금색 카펫 중앙에 멈추었다.
‘허락된 자가 아니면 이 이상 가까이 갈 수 없다.’
그러고는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황제와의 거리는 150미터.
구제국 시대부터 내려온 태양홀의 규율.
사람들은 그 거리를 가리켜 절대간극(絶對間隙)이라 불렀다.
결코 넘어 설 수 없는 황제만의 영역.
하지만 소드 마스터의 경지에 오른 강자라면 그 정도의 거리는 찰나에 불과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껏 제국의 역사상 그 간극이 깨진 적이 없었다.
그리고 지금 현 황제인 타이란 슈테안 역시 그 역사가 계속 이어지리라 확신했다.
“…….”
카릴은 수백 미터 앞에서도 느낄 수 있는 날카로운 살기에 옅은 미소를 지었다.
그 이유는,
황제의 옆에 서 있는 두 사람 때문이었다.
대륙제일검 크웰 맥거번 그리고 제국 기사단장인 벨린 발렌티온.
현존 최강의 소드 마스터와 소드 마스터는 아니지만 그에 준하는 연륜의 노기사라면 카릴조차도 단칼에 황제의 목을 베는 것은 어려운 일이었다.
게다가 그들뿐만이 아니었다.
적(赤)기사단의 단장인 자르반트와 려(綟)기사단의 단장인 캄 그레이 경까지.
무려 다섯 기사단의 단장이 한 곳에 모여 있었다.
‘캄 그레이. 기사단이 전멸하고 난 뒤에 꽤나 마음고생이 심했나 보군. 창백한 피부가 더 하얗게 질렸어.’
눈이 푹 꺼지고 새하얀 얼굴을 가진 연녹색의 갑옷을 입은 기사를 보며 카릴은 생각했다.
제국에 내로라하는 무인들이 모두 자신을 바라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는 어쩐지 큰 감흥이 없어 보였다.
‘정문에서 포박이라도 당할 것이라 생각했는데……. 이렇게 무혈입성할 줄이야. 타이란 슈테안. 역시나 뱀 같은 작자로군.’
황제는 예상을 했던 모양이었다.
그 정도의 화살을 날릴 수 있는 병력을 움직일 수 있는 사람이 카릴 뿐이라는 것을.
그리고 누구보다 그가 날린 화살의 의미를 잘 알고 있는 사람 중 한 명이었다.
‘조금 아쉬운걸. 그래도 꽤나 공을 들여 준비한 이벤트인데. 조금은 저 인간의 당황해하는 모습을 볼 수 있지 않을까 싶었는데.’
암살(暗殺).
수없이 많은 전쟁과 사건이 있었던 대륙에서 그것은 크게 놀라운 일은 아닐지 모른다.
하지만 그 단어가 의미를 가지는 장소가 어디냐에 따라 무게는 달라진다.
크로멘.
열 살도 되지 않은 어린 소년의 죽음이 참으로 많은 영향을 끼쳤다.
황제는 그의 증상이 과거 자신의 것과 닮았다는 것을 알았으며 루온은 황궁으로 돌아올 핑계를 얻었고 올리번은 다시금 남부 정벌을 위한 계기를 마련했다.
과연…….
이 안에 있는 자 중에 과연 그의 죽음을 슬퍼하는 자가 있을까.
“…….”
카릴은 천천히 주위를 둘러보았다.
황제를 비롯해서 수많은 대신의 얼굴은 아이러니하게도 너무나 낯익어 지금 이 자리에 있는 자신이 자연스럽게 느껴질 정도였다.
그 얼굴들 속에 가장 그리운 자가 자신을 바라보고 있었다.
바로, 올리번 슈테안.
“후우…….”
카릴은 감회가 새롭다는 듯 천천히 숨을 들이마셨다.
‘참으로 오랜만이구나. 이 공기, 이 기운.’
여전히 욕망으로 엉킨 지독한 썩은 내가 진동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