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9th Class Swordmaster: Blade of Truth RAW novel - Chapter (175)
9클래스 소드 마스터 : 검의 구도자 9클래스 소드 마스터 – 검의 구도자-175화(175/497)
138. 절대간극
“더 가까이 오라.”
황제의 첫마디가 태양홀 전체에 울렸다.
“……!!!”
“……!!!”
단 한마디에 불과했지만 그의 말에 대신들은 경악을 금치 못했다.
황제와의 거리는 150미터.
홀의 정 가운데에서 있던 카릴은 황제의 말에 가면 속에서 옅은 미소를 띠고는 천천히 발걸음을 떼었다.
저벅- 저벅- 저벅-
카릴의 발걸음 소리가 가까워졌고 그가 다가올수록 황제의 옆에 서 있던 두 기사는 천천히 허리에 차고 있던 검의 손잡이에 손을 얹었다.
그러나 황제는 오히려 두 사람을 향해 손을 들어 막았다.
“하오나…….”
벨린 발렌티온이 조심스럽게 말했다.
“검을 내려놓게.”
황제는 담담한 얼굴로 카릴을 바라봤다.
이제,
두 사람의 거리는 이제 100미터가 되었다.
카릴은 허리에 손을 가져갔다.
“네놈……!!”
그 광경에 벨린 발렌티온이 낮게 소리쳤다. 하지만 카릴의 허리에는 아무것도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에게서 뿜어져 나오는 날카로운 예기는 이곳에 있는 사람들 모두 검을 뽑는 것 같은 착각을 불러일으켰다.
촤아악……!!
그런 그들의 두려움을 비웃기라도 하는 듯 카릴은 그대로 한쪽 무릎을 꿇고 허리에 두었던 팔을 그 위에 얹으며 앉았다.
“폐하를 뵈옵니다.”
카릴이 무릎을 꿇고 고개를 내리자 황제 역시 보란 듯 두 기사와 주위의 대신들을 향해 말했다.
‘누구지?’
‘도대체 폐하와 어떤 관계기에…….’
‘그 어떤 신하도 절대간극을 깨고서 저렇게 가까이 간 적은 없다.’
그의 등장에 태양홀은 궁금증으로 가득했다.
제국 전역에 있는 대신들이 모두 모여 있는 자리임에도 불구하고 가면을 쓴 이 소년의 정체를 아는 사람이 없었으니 말이다.
“클클클…….”
그런 신하들의 생각을 읽은 것일까.
타이란 슈테안은 낮은 목소리로 카릴을 가리키며 말했다.
“다들 무엇을 걱정한단 말이오. 저 아이는 크웰 맥거번의 아들인데 말이야.”
웅성- 웅성-
그의 말에 대신들은 황제가 스스로 절대간극을 깬 것보다 더 큰 놀라움에 할 말을 잃고 말았다.
“아, 아들이 아니라 심복이던가.”
마치 카릴을 놀리듯 타리안 슈테안은 이마를 가볍게 두들기며 기억을 떠올리는 듯 말했다.
“그게 뭐가 중요하겠느냐. 그의 양자이든 그의 심복이든……. 중요한 것은 제국의 사람이라는 것 아니겠느냐.”
처음 헤임에서 카릴에게 했던 말을 똑같이.
놀랍게도 그는 카릴과의 첫 만남에서 1년 전 고블린 사건을 기억했던 것처럼 그로부터 또다시 1년이 지난 지금 헤임에서 자신했던 말을 토씨 하나 틀리지 않고 기억하고 있었다.
“건강은 어떠시옵니까? 폐하.”
“덕분에 좋아졌다. 아주 가벼워. 이대로라면 수십 년은 더 이 자리에서 비키지 않아도 될 것 같구나.”
황제는 웃으며 팔걸이를 가볍게 두들겼다. 그 모습에 대신들의 표정이 미묘하게 엇갈렸다.
“제국의 복이옵니다.”
“나의 건강을 기꺼워하는 자는 자네뿐인 것 같지만 말이야.”
타이란 슈테안의 건강이 악화되고 자연스럽게 제국은 황위 다툼의 시대로 넘어간다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헤임으로 갔던 그가 완쾌가 되어 돌아오면서부터 모든 혼란이 시작되었다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저자는 내 생명의 은인이다. 제국의 내로라하는 치유사들조차 내 병명조차 알지 못했는데 우연히 헤임에서 그를 만났다.”
황제는 카릴을 대신들에게 소개했다.
“그가 내게 건강을 돌려주었으니 아직은 이 자리에 더 앉아 있으라는 것이겠지. 이 또한 신의 뜻이지 않겠는가.”
“서, 성은이 망극하나이다.”
대신들은 그의 말에 모두 허리를 숙이며 말했다.
‘저 녀석인가…….’
‘도대체 무슨 일을 했기에.’
‘우리도 찾지 못한 폐하의 병을 낫게 한 사람이…….’
정체를 알 수 없는 소년의 등장이었지만 이미 그 자체로도 그들에게는 눈엣가시일 수밖에 없었다.
‘게다가 크웰 맥거번과 관련이 있다고?’
‘설마 저자가 또…….’
‘쓸데없는 짓을.’
대신들의 눈은 이제 카릴에게서 황제의 뒤에 서 있는 크웰에게로 옮겨갔다.
그가 양자들을 입양한다는 것은 이미 제국 내에서도 유명한 일이었으니 이상한 것은 아니었다.
마르트, 티렌, 란돌…….
그의 자식들은 모두가 뛰어난 재능을 가졌고 그것을 증명하듯 황궁 내에서도 이미 주목을 받는 아이들이었다.
‘하지만…….’
‘이해를 할 수 없다.’
‘굳이 왜…….’
신하 된 도리로서 황제의 건강이 호전된 것을 기뻐해야 했으나 태양홀에 있는 대신들은 그렇지 못했다.
크웰 맥거번이 올리번을 지지하고 있다는 것은 공공연하게 모두가 아는 사실.
그런 상황에서 황제를 그가 도왔다는 것은 사실 이해가 가지 않았다.
그들이 아는 크웰은 충성심 가득한 반듯한 기사였지만 기사이기 이전에 더 백성들을 위하는 자였다.
정복왕(征服王) 타이란 슈테안.
그의 이명처럼 형제들 간의 황권 다툼에서 태자가 아닌 둘째임에도 불구하고 황위에 올랐으며 이후 수많은 전쟁과 영토 확장으로 제국의 부국강병을 이뤘다.
결과만 놓고 본다면 제국의 역사에서 손에 꼽힐 업적을 이뤄낸 영웅일 것이다.
하지만 신하들의 눈에 그는 정복왕이 아닌 다른 의미로 각인되어 있었다.
바로,
폭군(暴君).
그렇기에 누구보다도 황위가 교체되기를 바라고 있었다.
‘멍청한 짓을……. 크웰의 아들이 황제를 도왔다? 아비의 발목을 잡는 짓을 벌였어.’
‘본분 없는 자들을 그렇게 들이더니…….’
‘쯧쯧…….’
카릴을 바라보는 대신들의 표정만큼 지금 홀에 서 있는 크웰의 낯빛도 어두웠다.
‘네가 어째서…….’
홀의 문이 열리고 가면을 쓴 카릴이 나타났을 때 크웰은 숨이 멎는 기분이었다.
때아닌 소란.
크로멘의 장례식이란 것을 떠나 황도 근처에서 활을 쏘아 올렸다는 사실은 당장 목이 날아가도 이상한 일이 아니었다.
그런데 그 소란을 피운 장본인이 지금 당당하게 홀 안으로 걸어 들어 온 것도 모자라 황제와 인사를 나누고 있었다.
파앗-!!
크웰은 카릴의 눈과 마주치자마자 자신도 모르게 미약하게 어깨가 떨림을 느꼈다.
동시에 검을 잡지 못하는 대신 주먹을 꽉 쥐었다.
겁을 먹거나 그런 것이 아니다.
아이러니하게도 그의 떨림은 재회에서 오는 반가움에서부터 온 것이었고 주먹을 쥔 것은 카릴의 성장을 그 찰나에 느꼈기 때문이었다.
‘풍기는 기운이 다르다. 고작 1년도 안 되는 사이에……. 도무지 끝을 알 수가 없구나.’
크웰은 카릴이 카펫을 걸어오는 짧은 순간에 상상을 했다.
기세를 감추고 있어 완벽하게 알 수는 없지만 걸음걸이, 자세, 보폭 등으로 카릴을 살핀 그는 소드 마스터로서의 본능적 감각으로 상상 속에서 카릴과 검을 섞었다.
카릴이 한 걸음 한 걸음을 뗄 때마다 크웰의 머릿속엔 이미 수십 합, 수 백합을 나눈 상태였다.
그는 고개를 저었다.
재능이 뛰어난 아이들을 양자로 둔 크웰이었지만 소름이 돋을 정도로 뛰어난 재능은 실로 처음이었다.
물론,
카릴 역시 그의 양자였으니 뿌듯해야 할 일이었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자식 중에 정계의 한복판에서 모든 이의 이목을 받고 있는 사람이 카릴이라는 것에서 크웰은 오히려 근심만 커질 뿐이었다.
그가 원하는 카릴의 삶은 정계는커녕 황도에도 발을 들여놓지 않고 그저 한평생을 영지에서 조용히 지내기를 바랐기 때문이다.
“그 화살. 네가 한 짓이렷다.”
“송구하오나 크로멘 황자님에 대한 병사들의 마음이라 여겨주시기 바랍니다.”
“어째서 세 발의 화살을 쏘았지?”
“장례가 거행되는 3일째가 되는 밤. 화살을 쏘아 그 영혼이 신의 땅으로 가는 길을 헤매지 않게 하는 것.”
카릴은 황제의 물음에 마치 기다렸다는 듯 대답했다.
“제국의 오랜 전통이지 않습니까. 미흡하나 운이 닿아 그 마음을 담아 하늘에 불을 놓았습니다.”
틀린 말은 아니었다.
확실히 제국에는 그런 풍습이 있었으니까.
하지만 그것이 평범한 사람의 죽음이었다면 누구도 의심하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죽은 사람은 다름 아닌 황자다.
게다가 그 풍습은 기껏해야 그것은 한 발의 화살을 날리는 것이 다일 뿐이다.
도합 세 발의 화살이 하늘에 쏘아졌다.
‘우연일까……. 설마 아니겠지. 저 아이가 황실의 비밀까지 알 리가 없어.’
크웰은 카릴을 바라보며 생각했다.
차라리 우연이길 기도했다.
그렇다면 이번 일은 비록 문책을 받긴 하겠지만 지금 그들이 걱정하는 것에 비하면 가벼운 일이 될 테니까.
‘황제의 당황하는 모습을 기대했는데 정작 그 표정을 찾을 수 있는 건 아버지에게로군.’
카릴은 쓴웃음을 지었다.
크웰이 생각하고 있는 두려움이 무엇인지 충분히 알고 있으니까.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아버지가 걱정하시는 일은 일어나지 않을 테니.’
크로멘의 죽음 그리고 독살.
그것을 알리는 화살.
크웰의 우려대로 모든 진실을 알고 그가 벌인 일이지만 대신들이 모여 있는 이 자리에서 그것을 스스로 말하는 것만큼 어리석은 짓도 없을 것이다.
그것이야말로 범인이 그라는 것을 밝히는 꼴이니까.
이곳이 어디던가.
수많은 암투와 모략으로 가득 차 있는 제국의 황궁이었다.
행동은 신중하게.
천천히 움직이되 상대의 목은 확실히 조여야 한다.
“쏘아 올린 화살의 수가 몇 개더냐.”
황제가 물었다.
“4만입니다.”
웅성…… 웅성…….
짐작은 하고 있었지만 그 정도의 숫자가 황도 근처에 어떻게 잠입을 할 수 있었는지 사람들은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클클클……. 모두 들었는가. 역시 대륙제일검이라 불리는 크웰가의 아이다. 그 행동 하나도 결코 평범하지 않구나.”
콰아앙—!!!
그때였다.
“네놈……!!!”
태양홀의 문이 활짝 열리며 외침이 들렸다.
“분명 네놈이렸다!! 트윈 아머에서 나를 방해했던 놈이!!”
악에 받친 얼굴로 카릴을 가리키며 소리치는 사람은 다름 아닌 루온 슈테안이었다.
모두의 시선이 그에게 쏠렸다.
“오랜만에 황궁으로 돌아온 1황자는 어째 아비보다 저 이방인이 더 반가운가 보구나.”
붉으락푸르락해진 얼굴로 거칠게 소리치는 루온의 외침에 비해 황제는 마치 이 상황을 즐기는 듯 차분히 말했다.
카릴은 그런 그를 바라보며 가면 뒤에서 옅은 미소를 지었다. 사방이 적이라는 말이 바로 이런 것을 두고 하는 말이 아닐까.
“아버님, 저자이옵니다. 저자가……!”
“크로멘의 장례 날이다. 너는 지금 자신의 무능함을 알리기 위해 이곳에 온 것이냐. 그게 아니라면 적어도 네 동생에게 먼저 예를 올리는 게 맞지 않느냐.”
“소…… 송구하옵니다.”
루온은 차가운 그의 말에 떨리는 목소리로 대답했다.
“너는 크로멘을 위해 화살을 올렸느냐.”
“……예?”
“네가 욕하는 저자는 3황자를 위해 4만의 불꽃을 하늘에 올렸다. 넌 그 아이를 위해 무엇을 가지고 왔지?”
“폐하!! 그 병사들은……!!”
루온은 억울한 듯 소리쳤다.
하지만 그의 말은 끝까지 이어지지 못했다. 그저 분노를 담은 눈빛으로 카릴을 노려볼 뿐이었다.
‘이제야 알겠군. 황제가 어째서 크로멘의 장례에 있어 애도의 기간을 이토록 길게 잡았는지.’
빌미로 삼기 위해서.
그가 크로멘의 장례에 신경을 쓰면 쓸수록 그런 동생을 보필하지 못하고 돌아온 두 형의 무능함은 더 크게 보일 테니까.
이참에 그는 두 황자에게 책임을 물을 것이다.
‘애초에 황제는 남부 토벌에 성공했다 하더라도 둘 중의 한 명을 노렸을 것이다. 하지만 이번에 모두가 실패하고 크로멘까지 죽었으니 황제로서는 두 사람을 몰아세우기에 아주 좋은 기회 일터.’
카릴은 자신이 만든 판에서조차 목적을 달성하려는 황제의 모습에 확실히 쉬운 상대가 아니라는 것을 다시 한번 느꼈다.
“안다. 트윈 아머에서 네가 버리고 돌아온 병사들이라는 것은 이미 짐작했다. 그리고 너는 그동안 아무것도 못 했지만, 그는 저 4만의 목숨을 다시 고향으로 데려왔다.”
“아닙니다!! 저자가……. 아니, 저놈이 트윈 아머에서 제국군을 습격하였습니다. 그뿐만이 아닙니다!”
“보고는 이미 충분히 받았다. 마굴이 생성되고 튀어나온 몬스터들에 병사들을 버리지 않았느냐. 게다가 포로로 삼았던 국경지대에 살던 이들까지 모조리 생지옥에 놔두고 말이지.”
“그…… 그건…….”
“입 다물거라! 네 패배를 내가 안 지가 몇 달이 되었는데도 너는 황도로 돌아오지도 그렇다고 포로들을 협상하지도 않고 나 몰라라 했다! 그러고도 무엇이 당당해서 네 동생의 죽음을 애도하는 자리에서 언성을 높이느냐!!”
“…….”
루온은 황제의 일갈에 이를 바득 갈았다.
“하나, 진실은 밝혀야 하는 법.”
모두의 귀추가 주목되었다.
“카릴, 방금 한 루온의 말이 맞느냐. 네가 트윈 아머에서 제국군을 습격하였느냐.”
‘드디어 화살이 내게 왔군.’
황자를 문책할 때보다 더 숨이 막힐 듯한 긴장감이 태양홀에 가득했다.
“맞습니다.”
카릴은 기다렸다는 듯 대답했다.
“……!!!”
“……!!!”
너무나 당당히 말하는 그의 모습에서 대신들은 할 말을 잃은 듯 그를 바라봤다.
“하나 이 모든 것은 1황자를 살리기 위함이었습니다.”
“뭐?! 무슨 그딴 개소리를!!!”
루온은 카릴의 말에 화를 참지 못하고 소리쳤다. 황태자로서의 모습이라 할 수 없는 가벼운 언행에 대신들의 낮은 탄성이 터져 나왔다.
“카릴.”
“예, 폐하.”
“대답에 따라서 나는 네게 상을 내릴 수도 벌을 내릴 수도 있다. 무엇이 되었든 그 대가가 클 것이니 황자의 목숨을 구한 것이 사실이라면 그 상으로 마땅히 네가 원하는 것을 들어 줄 것이며 그 반대라면 네 목을 치겠다.”
“지당하신 말씀이옵니다.”
카릴의 대답에 황제의 눈빛에 이채가 서렸다.
“그러나 네 미천한 목숨보다 지금은 크로멘의 장례가 더 중요한 법. 상벌은 그 이후에 논할 것이다. 지금은 모두 다 3황자에게 예를 올리거라.”
“……!!!”
태양홀에 있는 모든 사람은 그저 카릴을 물끄러미 바라볼 뿐이었다.
‘저 녀석까지?’
‘어째서……?’
대신들은 갑작스럽게 나타난 카릴을 당장에 감옥에 가두어도 시원찮을 판에 오히려 장례식에 참석하라는 황제의 명령에 이해할 수 없다는 얼굴이었다.
“…….”
모두가 놀라기는 마찬가지였지만 그들 중에서도 크웰은 다른 의미로 어쩔 줄을 몰라 긴장한 듯 식은땀을 흘렸다.
“그러니…….”
황제는 기다렸다는 듯 카릴을 향해 나지막한 목소리로 말했다.
“가면을 벗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