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9th Class Swordmaster: Blade of Truth RAW novel - Chapter (176)
9클래스 소드 마스터 : 검의 구도자 9클래스 소드 마스터 – 검의 구도자-176화(176/497)
139. 가면을 벗다
두근- 두근- 두근……!!!!
“자네.”
“……!!!”
“왜 그러나. 몸이라도 안 좋은겐가.”
“아, 아닙니다.”
황제의 뒤에 서 있던 벨린 발렌티온의 말에 크웰 맥거번이 고개를 저었다.
“폐하의 앞이네. 주의하게.”
“죄송합니다.”
“무슨 관계인지는 모르겠지만 별난 놈을 데리고 있었군.”
벨린은 못마땅한 표정으로 말했다.
하지만 애초에 루온파인 그의 감상 따위는 중요한 것이 아니었다.
오히려 카릴이 나타난 덕분에 루온의 입장이 더욱 곤란해진 것이 사실이었으니까.
그러나 지금 중요한 것은 그에 아니었다.
꿀꺽-
크웰은 이 짧은 순간 오만가지 생각을 했다.
뛰쳐나가 그를 막아야 하는 걸까.
그런 짓을 했다가 오히려 올리번 황자에게 폐를 끼치는 결과를 초래해 가뜩이나 지지 세력 중 하나인 려기사단이 사라진 상황에서 상황을 악화시키게 되는 것은 아닐까 불안했다.
자신의 양자와 자신이 따르는 황자 사이에서.
그는 결정을 내리지 못했다.
“뭐 하고 있느냐!! 폐하께서 명하시지 않느냐!!”
“무례하다!!”
대신 중 몇몇이 소리쳤다.
“가면을 벗는 것은 상관없습니다. 하나 제 얼굴을 보고 놀라시지 않을까 심려스럽습니다.”
“너는 나를 무엇으로 보느냐. 짐은 대신들이 말했듯 제국의 황제다. 이 자리가 그리 쉽게 보이느냐.”
“그럴 리가 있겠사옵니까.”
철컥-
카릴은 쓰고 있던 가면의 버클을 풀었다.
모두가 숨을 죽이고 그의 행동 하나하나에 주목했다.
가면 속에 가려졌던 얼굴이 서서히 드러났다.
“……!!!”
그의 얼굴을 본 순간,
그 안에 있던 모든 사람이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눈동자의 색이…….”
“네 눈…….”
모두가 넋을 잃은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며 한결같은 말을 내뱉었다.
하지만 그중에서도 카릴의 얼굴을 보고 경악을 한 사람은 두 명이었다.
한 명은 그의 아버지인 크웰 맥거번이었고 또 다른 사람은 바로 1황자 루온 슈테안이었다.
모두가 카릴의 눈을 보고 할 말을 잃었지만 그 둘은 나머지 사람들과는 전혀 다른 의미로 놀라고 있었기 때문이다.
‘……검은색이 아니다?!’
“갈색이 아니잖아?!”
한 명은 그 물음을 입 밖으로 내지 못했고 다른 한 명은 놀란 목소리로 소리쳤다.
타오를 것 같은 붉은색.
마치 잿빛을 머금고 용암이 들끓는 것처럼 검은빛을 띠는 눈 안에 영롱한 붉은빛을 뿜어내는 눈동자가 두 사람을 바라보고 있었다.
“저런 눈동자는 처음 보는군…….”
“허허…….”
“도대체 무슨…….”
대신들은 카릴의 눈동자에 놀란 듯 혼잣말을 중얼거렸다. 그런 자들의 쓸모없는 말들은 차치하고서 카릴은 방금 소리쳤던 루온을 바라보며 그 말을 기다렸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폐하, 기억하십니까. 폐하의 명령으로 제가 염룡(炎龍) 리세리아의 레어인 화룡의 거처에 갔던 것을.”
“물론이다. 내가 내린 명령인데 잊어버릴 리가 있겠는가. 클클……. 그 정도 노망이 들었다면 이 자리에 앉아 있으면 안 되지.”
“사실 그곳에서 폐하의 약과 함께 한 가지 힘을 얻게 되었습니다.”
“흐음?”
“다만, 송구스럽게도 그 힘을 제대로 통제하지 못하여 일전에 미리 고하지 못했음을 용서하옵소서.”
“힘이라……. 그게 네 눈과 관련이 있다는 얘기겠지.”
“맞습니다.”
“그 힘이 무엇이지?”
화륵……!!
화르르륵……!!!
그때였다.
카릴의 주위로 마치 붉은 화염 줄기가 나선을 그리며 솟구쳐 올랐다.
갑작스러운 불꽃에 기사들이 검을 뽑고 신하들이 화들짝 뒤로 물러났다.
“네놈……!!”
“지금 무엇 하느냐!!”
기사들의 외침에 카릴은 담담한 목소리로 말했다.
“무례를 용서하시옵소서. 단지 말로 설명을 드리는 것보다 눈으로 보여드리는 것이 나을 듯싶어서 그런 것입니다.”
“흐음.”
놀란 대신들과는 달리 황제는 그 이름에 걸맞게 카릴의 불꽃을 보고서도 놀란 기색이 없었다.
“나는 마법을 잘 모른다. 하지만 그 정도의 불꽃이라면 상당한 마력이 소모될 터. 그런데 어째서 네게 마력이 느껴지지 않지?”
황제의 물음에 크웰은 떨리는 눈으로 카릴을 바라봤다. 경악스러운 이 자리에서 놀랍게도 황제와 카릴 두 사람만은 마치 정원에서 대화를 나누는 것처럼 여유로운 표정이었다.
“역시 현안(賢眼)이시옵니다. 폐하. 제국인이라면 당연히 마력을 감지해야 하는 법. 하나, 이 힘에서 마력이 느껴지지 않는 것은 이것이 마법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마법이 아니다? 그럼 그게 무엇이더냐.”
“정령.”
카릴의 말에 다시 한번 홀이 술렁였다.
“5대 정령왕 중 하나인 폭염왕(暴炎王) 라미느의 힘이옵니다.”
“……!!”
그의 말에 신하들은 경악을 금치 못했다.
갑작스럽게 나타난 어린 소년이 하는 말은 그 한 마디 한 마디가 실로 놀라움의 연속이었다.
“저…… 정령왕?”
“그게 가능한 일이야?”
“정령은 이제 거의 사라졌다고 알려져 있지 않아?”
대신들은 황제의 앞이라는 사실조차 잊은 듯 카릴의 충격적인 말에 술렁이기 시작했다.
아이러니하게도 카릴의 힘이 밝혀짐과 동시에 걸림돌이라 생각했던 그를 바라보는 시선이 순식간에 바뀌었다.
‘그냥 정령이 아니라 그것도 정령왕이라니……. 이거야말로 전대미문의 일이지 않은가.’
‘대륙에 유일무이한 사람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필 크웰의 자식이라니…….’
‘가능성은 있다. 폐하를 돕고 있지 않은가. 어쩌면 다른 길을 걸을 수도 있어.’
‘무슨 수를 써서라도…… 우리 쪽으로…….’
그들의 눈빛의 의미를 황제도 카릴도 예상할 수 있다는 듯 두 사람은 차가운 비소를 지었다.
“카딘 경, 공작의 고견을 듣고 싶네만.”
황제의 말에 모두가 궁정 마법사인 카딘 루에르를 바라봤다.
“확실히……. 그에게서 마력이 아닌 다른 이질적인 힘이 느껴집니다. 그 힘이 무척이나 강맹하고 강대하여 마력이 가리어진 듯싶습니다.”
“흐음, 그래? 그럼 카릴의 마력을 확인할 수 없다는 뜻인가.”
“송구하옵니다. 마력 측정기로 마력의 양은 측정할 수 있으나 강한 화염의 기운 때문에 그의 속성이 무엇인지는 확인하기 어려울 듯싶습니다.”
“그래. 경의 말이 그렇다면 그러한 것이겠지.”
마법에 대하여 제국의 대마법사인 카딘의 의견을 반박할 수 있는 자는 없었다.
하지만 아직은 조금 부족했다.
결정적 쐐기.
“폐하, 거짓을 고하는 것이 아니라는 건…….”
카릴이 고개를 돌렸다.
그러고는 누군가를 바라보며 씨익 웃었다.
“…….”
하지만 그의 시선이 닿은 사람은 마치 사신의 미소를 본 것처럼 얼굴이 창백해졌다.
“저자가 증인이 되어 줄 것입니다.”
“나…… 난…….”
“안 그렇습니까? 유린 휴가르 경.”
카릴의 말에 모든 사람이 동시에 그를 바라봤다.
“그렇지. 유린 경이 특별히 나를 위해 너와 함께 화룡의 거처에 가주었지.”
황제는 그의 말에 호기심 어린 눈으로 유린을 바라봤다. 교단 출신인 그는 아직 제국 소속이 아니었기에 대신들이 있는 앞에서 유일하게 황제가 존대를 하는 자이기도 했다.
“율라를 모시는 교단의 사제는 절대 거짓 없이 진실만을 고할 것일 테니.”
유린 휴가르는 두려운 눈빛으로 카릴을 바라봤다.
사실,
염룡의 레어에서 그가 라미느의 힘을 얻었다는 것은 어찌 보면 중요한 일이 아니었다.
그보다 더 큰 일이 있었으니까.
자신 있게 수왕과 해왕을 처리했다고 황제에게 보고했는데 그것이 거짓으로 들통나는 것도 모자라 그 일이 카릴과 관련되어 있다는 것을 황제가 알게 된다면 이거야말로 큰일이 아닐 수 없었다.
두 괴수 때문에 1황자가 트윈 아머에서 대패를 하게 되었으니 말이다.
“……!!!”
그 순간,
유린은 자신을 향해 카릴의 입이 살짝 움직이는 것을 깨달았다.
소리를 내지 않았지만 입 모양만으로도 충분히 그가 자신에게 무엇을 말하는지 알았다.
단 한 글자, 왕(王).
‘제길……. 저놈……!! 다 알고 있었어!!’
마치 자신의 생각을 읽은 듯 카릴은 수왕과 해왕에 대한 이야기는 함구하겠다는 듯 손가락을 들어 자신의 입술에 갖다 댔다.
“그…… 그의 말이 사실이옵니다. 폐하. 일전에 알 수 없는 화염의 힘을 얻었으나 그것을 제어하지 못해 함께 제국으로 오지 못하고 저희가 먼저 보고를 위해 귀환하였습니다.”
유린은 입술을 깨물며 말했다.
“그때 생긴 사고로 카릴…… 경의 눈동자의 색이 변한 것으로 아뢰옵니다. 다만, 그 눈동자의 색이 제국인의 것과는 이질적이라 가면을 쓴 것은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일이라 생각됩니다.”
확실히 눈치가 빠른 그는 카릴이 말하지 않은 부분까지 살을 붙여 황제에게 고했다.
기대했던 대로의 모습이라 카릴은 만족스러운 듯 고개를 끄덕였다.
“크웰 경.”
“……예. 폐하.”
“맥거번 가문의 가전 속성이 화염이지 않은가.”
“그러하옵니다.”
황제는 카릴의 불꽃을 바라보며 크웰에게 말했다.
“이것 참……. 오늘 같은 날과는 어울리지 않지만 자네에게 좋은 일이로군. 불꽃 중의 불꽃이라 할 수 있는 폭염왕의 힘을 받은 아이라…….”
황제는 말을 이었다.
“크웰, 자네 식솔들이 모두 뛰어난데 그중에서도 저 아이가 단연 으뜸이로구나. 이것은 핏줄을 떠나 율라가 자네의 가문을 가호하는 것이 틀림없다.”
“황공하옵니다, 폐하.”
그러고는 다시 카릴을 바라봤다.
“하나. 아직 네게 물어야 할 것은 많다. 그 힘과는 별개로 크로멘의 장례가 끝나는 즉시 트윈 아머에서의 일에 대한 조사를 치를 것이다.”
“명심하겠습니다.”
“그 이전까지 너는 자중하며 대기하라.”
“예. 폐하.”
크로멘의 죽음은 황궁을 술렁이게 만들었다.
하나 카릴의 등장은 그의 죽음에 비할 바가 못 될 정도로 실로 더 큰 파문을 일으키는 것이었다.
“…….”
카릴은 황궁에 들어왔던 것처럼 다시 한번 크게 숨을 들이마셨다.
그의 눈빛이 빛났다.
물결이 파도가 되어 그들을 휩쓸 때까지 끝난 것이 아니었으니까.
* * *
[용케도 성공했구나.]카릴은 피곤한 듯 침대에 누웠다.
감옥이 아닌 황궁의 별실에 자리를 내어 준 것만으로도 그는 만족스러운 듯 웃었다.
‘조심하는 게 좋아. 이곳은 대마법사의 반열에 오른 자가 있는 곳이니까. 지금도 우릴 감시하고 있을 거야.’
라미느의 목소리에 카릴은 대답했다.
수십, 수백 명이 있는 황궁 내에서 유일하게 마음 편히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존재가 사람이 아닌 정령이라는 것이 우스울 따름이었다.
[흥……. 아무리 뛰어난 마법사라 하더라도 정령력이 없으면 나의 목소리를 들을 수 없다. 아니, 정령력이 있다 한들 정령왕인 내가 허락하지 않은 자는 알지 못하지.]라미느는 흥미로운 듯 이어서 말했다.
[이민족의 증거라는 검은 눈동자. 외부의 마법으로는 변화시킬 수 없지만, 용의 심장을 먹어 마력이 생긴 너는 바꿀 수 있지. 지금까지는 변환마법으로 눈과 머리카락의 색을 바꿨지만…….]황궁 안에는 궁정 마법사인 7클래스의 대마법사 카딘 루에르가 있다.
아직 5클래스에 불과한 카릴의 마법을 그라면 단번에 알아차릴 수 있을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생각해낸 방법이 바로 라미느의 힘을 빌리는 것이었다.
[그리고 내 정령력으로 네 마력혈을 감싸 마력을 숨긴다.]‘맞아. 게다가 다행이지. 지금 내 마력의 근간인 비전력이 흔한 5대 속성의 마법이 아닌 빛과 어둠의 힘으로 이뤄지는 것이라서 말이야.’
제아무리 카딘 루에르라 할지라도 라미느의 냄새가 짙게 깔린 그 안에서 카릴의 마력을 감지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게다가 5대 속성이 아닌 지금은 존재하지 않은 마력이니 더더욱 어려운 일이었다.
뿐만 아니라 카릴의 용마력 자체가 속성이 없기 때문에 라미느의 화염에도 이질감 없이 오히려 두 힘이 쉽사리 융합될 수 있었다.
[제아무리 뛰어난 인간 마법사라도 네가 용마력을 가졌다는 건 알지 못할 거다. 지금 네 마력을 알아볼 수 있는 사람은 대륙에서 단 한 종족밖에 없겠지.]카릴은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그러고는 창가에 다가가 가려진 커튼을 치웠다.
성 밖에서는 크로멘의 장례 준비로 불야성을 이루고 있었다.
‘그게 누군데?’
카릴이 나지막하게 물었다.
그의 물음에 라미느는 속삭이듯 대답했다.
[드래곤(Drag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