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9th Class Swordmaster: Blade of Truth RAW novel - Chapter (181)
9클래스 소드 마스터 : 검의 구도자 9클래스 소드 마스터 – 검의 구도자-181화(181/497)
144. 대어(大魚)와 추어(?魚)
“…….”
카릴은 벽에 걸린 시계를 바라봤다.
밤 11시 55분.
이제 크로멘의 장례식 끝나는 마지막 날이 고작 5분밖에 남지 않았다.
그리고 동이 트기까지는 앞으로 4시간.
과연,
이 4시간 동안 얼마나 많은 사건이 동시다발적으로 일어날지 카릴은 흥미로운 눈빛으로 밖을 바라봤다.
그중에서도 자신과 가장 연관성이 있으며 지금 누구보다 안달이 나 있을 한 사람이 있었다.
‘올 때가 되었는데…….’
지금이 아니면 더 이상의 기회는 없다.
유일하게 그를 자유롭게 볼 수 있는 시간이 바로 이 동이 트기 전 4시간이었으니까.
똑…… 똑…….
문을 두들기는 소리는 아주 작게 울렸다. 그리고는 천천히 문손잡이가 돌아갔다.
일부러 문을 잠그지 않았던 카릴은 열리는 문을 바라보며 자신이 기대했던 사람이라는 것을 확인하고는 조용히 입꼬리를 올렸다.
“카릴.”
자신을 향해 굳은 얼굴로 서 있는 남자.
바로,
크웰 맥거번이었다.
* * *
“드세요.”
카릴은 크웰에게 찻잔을 건넸다.
차를 한 모금 마시고는 크웰은 살짝 놀란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네게 이런 재주가 있는지 몰랐구나. 네 엄마보다 훨씬 낫겠어.”
“제 어머니는 찻잎을 다루는 법도 모르십니다. 독초를 구분하는 것이라면 모르겠지만.”
크웰의 말에 카릴은 차갑게 대답했다.
자신을 거둬 준 양아버지인 크웰은 인정하지만, 이사벨 에시르는 다르다.
전생에서도 다른 자식들과 달리 그에게만큼은 거리를 두었었고 이번 생에는 더더욱 그녀와 연이 없었으니까.
‘하지만 그녀가 카이에 에시르의 핏줄이라는 것에는 감사해야겠지.’
덕분에 아인헤리에서 용의 심장을 얻을 수 있었으니까.
그에 대한 보답이라고 한다면 우습겠지만 카릴은 그녀에 대해 가진 감정이 부정도 긍정도 아니었다.
카이에 에시르가 뛰어난 것이지 이사벨 에시르가 대단한 것은 아니니까.
“그렇겠구나. 카릴, 넌 북부가 그리운 것이냐?”
“딱히 그렇진 않습니다. 하지만 언젠가 북부와 함께하는 날이 올 거라 생각합니다. 제가 살아왔던 것과 앞으로 살아감에 있어서.”
카릴은 크웰의 말에 여러 가지 의미를 담아 대답했다. 자신이 북부의 힘을 얻고자 한다는 것과 언젠가 그곳으로 돌아가겠다는 의미.
혹은…….
자신이 이곳에 있다면 그들의 삶이 차디찬 북부가 아닌 이곳 중앙으로 옮겨질 수 있다는 뜻이었다.
“아이러니하게도 넌 차디찬 북부의 겨울과는 다른 힘을 얻었다. 어쩌면 네 미래는 제국에서 찾을 수 있을지 모르겠구나. 이렇게 얘기한다면 우습게 들릴지 모르나……. 네가 구한 힘이 맥거번가의 화염과 같은 것은 어쩌면 운명일지 모른다.”
카릴은 크웰의 말에 차분히 대답했다.
“불꽃은 언제나 존재합니다. 태초부터 인간을 이롭게 하기 위해서. 물론, 모든 불꽃이 그 사명을 다 하는 것은 아니겠지만요.”
그리고는 천천히 창밖의 태양홀이 있는 곳을 가리키며 말했다.
“슈테안의 상징 역시 맹렬하게 타오르는 업화(業火)이지 않습니다. 불꽃이 너무 강렬하면 때론 사람을 잡아먹기도 합니다.”
그의 말에 크웰의 얼굴이 순간 굳어졌다.
“한 가지 여쭤 봐도 괜찮겠습니까.”
말을 잇지 못하는 크웰에게 카릴이 먼저 선수를 쳤다.
“말하거라.”
“저를 찾아오신 이유가 올리번 황자님의 명령입니까. 아니면 아버지의 결단이십니까.”
“무엇이 차이가 있지?”
“너무나 큰 차이가 있지요. 전자라면 저는 거절을 할 것이고 후자라면 반대로 요구를 할 것이니까요.”
크웰은 카릴을 바라보며 기가 막힌다는 표정을 지었다.
“기가 막히는군. 감히 네가 아버지께 요구를 한다고? 죽음에서 건져 준 은인에게 배은망덕한 놈……. 이래서 이…….”
“그만.”
뒤에서 들려오는 목소리에 크웰이 나지막하게 말했다. 이 이상 말해서는 안 될 단어가 있었으니까.
카릴 역시 위를 올려다봤다.
날카로운 눈으로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남자. 크웰과 함께 온 둘째 티렌 맥거번이었다.
‘디곤에 있을 때도 직접 보지는 못했으니…… 실제로 보는 건 2년 만인가. 이제 제법 내 기억 속의 얼굴이 되었군.’
어느새 티렌의 나이도 열아홉이었다.
그를 처음 만났을 때만 해도 갓 성년식을 치렀던 열일곱이어서 아직 소년티가 났었지만 이제는 확연히 어른의 태가 났다.
“네가 폐하와 연이 닿아 있다는 것은 그전부터 알고 있었다. 그리고 우리가 하지 못한 명령을 완수하기도 하였고.”
“원망스러우십니까. 폐하의 건강을 되찾게 도와드린 것이?”
차마 입에 담지 못할 말이었기에 크웰은 쓴웃음을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폐하는 제국의 기둥이시다. 나와는 비교할 수 없는 많은 업적을 이루어 내신 분이시니까. 그분의 건강을 바라는 거야 신하 된 도리로서 당연한 일.”
그의 말에는 위선이 느껴지지 않았다.
카릴 역시 그것이 진심이라는 것을 알기에 아무 말 하지 않고 그를 바라봤다.
“다만……. 폐하께서 황위를 물려주시는 시기가 조금은 빨리 오기를 바랐던 것은 사실이다.”
크웰은 생각을 굳힌 듯 카릴에게 말했다.
“이단섬멸령의 사령관인 내가 이런 말을 하는 것이 네게 이중적으로 보일 수 있겠지만……. 내가 올리번 황자님을 모시는 가장 큰 이유가 바로 이단섬멸령을 철회할 수 있는 사람이 오직 그분이시기 때문이다.”
“……아버지.”
티렌이 크웰의 말에 살짝 인상을 찡그렸다.
“그리고 그 생각은 지금도 다르지 않다. 현 황제이신 타이란 폐하는 물론이거니와 그분의 성향을 가장 닮은 루온 황자님도 마찬가지다.”
“…….”
카릴은 그를 바라보며 옅은 웃음을 지었다.
‘당신의 신념이 올곧다는 것은 누구보다 내가 잘 알고 있습니다.’
기사 중의 기사.
크웰 맥거번은 죽기 전까지 모든 백성의 존경을 받은 사람이었다.
‘하지만 신념의 대상이 잘못되었어.’
분명,
그의 믿음대로 이단섬멸령은 올리번이 황위에 오르고 나서 철회된다.
‘하지만 그보다 더 잔혹한 짓을 녀석이 했지.’
올리번은 ‘이단섬멸령에서 살아남은 이민족들을 제국인들과 똑같이 대우하겠다.’고 공표했다.
카릴의 얼굴이 차갑게 굳어졌다.
‘그래, 같은 대우였지. 병사라는 이름으로 소속되었으니까. 녀석은 이민족의 뛰어난 신체 능력을 높이 산다는 말로 이민족들로만 구성된 검병부대 야뢰(野雷)를 창설했었다.’
처음으로 가져본 선왕에 대한 신념으로 이민족은 제국이 대륙을 통일하는데 항상 최전방에서 싸웠다.
그게…….
그저 제국군의 손실을 막기 위한 방패막이에 불과하단 걸 깨달았을 땐 너무 늦어버린 뒤였다.
“아버지.”
카릴이 크웰을 그렇게 부르자 티렌은 못마땅한 눈빛으로 그를 노려봤다.
“그래. 말하거라.”
“아버지께서 절 살려주신 이유가 저의 친부인 칼리악과의 관계 때문이라는 건 알고 있습니다. 어떤 사이인지는 모르나……. 아버지께서 이민족을 적대하지 않음을 압니다.”
그의 말에 크웰의 낯빛이 어두워졌다.
“또한 제국의 기사로서 폐하의 명을 수행해야 한다는 것 역시 납득하는 바입니다.”
‘뭐지, 저택에서 봤을 때만 해도 날카롭게 날이 세워져 있던 녀석이…….’
티렌은 차분하게 말하는 카릴의 모습이 의아한 듯 바라봤다. 2년이란 세월은 충분히 사람을 바뀌게 만들 수도 있는 시간이다.
하지만 그가 평가한 카릴은 이렇게 유하게 변할 사람이 아니었기 때문이었다.
“그 말을 칼리악이 듣는다면 기뻐할 것이다.”
그런 티렌의 걱정과 달리 크웰은 카릴의 말에 반색을 하며 말했다.
“저 역시 아버지의 생각과 같습니다. 현 황제이신 타이란 폐하께서 집권을 하신다면 이단섬멸령은 끝나지 않을 것이라는 걸. 루온 황자 역시 마찬가지겠죠.”
“그 말은…….”
크웰이 기쁜 듯 카릴을 바라봤다.
두 사람이 아니라면 남은 선택지는 하나였기 때문이었다.
“해서 만약 조금 전 제 물음에 대한 아버지의 대답이 후자라면 드릴 청이 있습니다.”
“그게 무어냐.”
카릴은 차갑게 웃었다.
“마르트 형님을 내일 저의 재판이 있을 태양홀에 참석하게 해주십시오.”
그리고는 마지막으로 준비한 말을 꺼냈다.
* * *
크로멘의 장례가 끝나고 바로 다음 날.
카릴의 트윈 아머 재판 건으로 인해 태양홀은 분주하기 시작했다.
아침부터 모여든 대신들은 어쩐지 3황자의 장례식 때보다 더 많은 수가 참석한 것 같았다.
두 패로 갈려진 무리는 이미 누가 누구를 지지하는 것인지 단번에 알 수 있었다.
“트윈 아머에서 루온 황자님을 방해한 게 크웰 맥거번의 양자라니……. 그럼 말 다한 거 아냐?”
“이미 2황자파에서 손을 썼던 거지.”
수군거리는 말들이 많았지만 크웰은 상관하지 않는 듯 태양홀의 문 앞에 서 있는 카릴에게 말했다.
“트윈 아머의 일은 이미 포로들의 증언을 모았다. 마굴이 생성되었다는 정황도 확인했고 네가 그것을 공략했다는 것도 알았으니 별일 없을 거다.”
크웰은 카릴을 안도시키기 위해 말했지만 애초에 카릴의 얼굴에는 불안감이란 없었다.
오히려 그는 당당하게 홀 안으로 걸어갔다.
‘이 순간이야말로 지금까지 내가 복잡하게 준비해 놓은 계획의 마지막이니까.’
비록 자신의 재판이라고는 하지만 카릴은 반대로 기쁠 따름이었다.
쿠그그그그…….
홀의 문이 열리고 기다리고 있던 길게 늘어선 대신들의 시선이 카릴을 향했다.
황좌에는 타이란 슈테안이 앉아 있었으며 그의 양옆으로는 루온과 올리번이 있었다.
“폐하를 뵈옵니다.”
카릴은 정확히 홀의 중간에 서서 무릎을 꿇고 예를 올렸다.
이로써 두 번째 방문이었지만 처음과는 완전히 다른 분위기였다.
“고개를 들어라. 사안이 사안인 만큼 거두절미하고 바로 시작하라.”
황제의 말이 끝남과 동시에 대신들이 발언을 하기 시작했다.
“폐하, 저자는 트윈 아머에서 이스트리아 삼국의 편에 서 제국군을 막아섰고 수많은 사상자를 냈습니다.”
“무슨 소리! 오히려 마굴의 위험에서 제국군을 구한 사람이오!”
“그의 방해가 없었다면 빠르게 트윈 아머를 뚫고 남부로 향했을 것이오!”
“전장을 경험하지 못한 티를 내시는구려. 트윈 아머가 하루 이틀에 무너뜨릴 수 있는 곳이라 생각하십니까?”
“무어라……?! 지금 그 말은 제국군의 힘이 고작 이스트리아 삼국의 요새 하나 무너뜨리지 못한다는 말이오!”
양쪽으로 세워진 대신들은 기다렸다는 듯 서로를 향해 말을 쏟아내기 시작했다.
대부분은 카릴의 기억에도 없는 자들이었다.
그 말은 곧 하급 귀족에 불과한 자들일 테고 자신을 몰아세우는 쪽은 모두 재상이 손을 쓴 게 틀림없었다.
‘어차피 분위기를 몰아가려는 것뿐.’
그런 자들에게는 관심이 없다는 듯 카릴은 재판이 한창임에도 불구하고 주변을 한번 훑으며 생각했다.
‘고든은 오지 않은 건가.’
교도 용병단의 단장인 그는 망령의 성에서 헤어질 때 다시 만날 것을 약속했었다.
하지만 장례식이 끝난 어제까지고 결국 고든은 참석하지 않고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내 마음대로 해보라는 뜻인가.’
카릴은 고든의 의중을 파악하고는 피식 웃었다.
웅성- 웅성-
그런 그의 모습에 홀 안의 사람들이 술렁이기 시작했다. 카릴은 태양홀에 있는 신하들을 천천히 훑었다.
‘있군.’
그리고 그들 중에 한 사람을 찾아내자 카릴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어차피 이 재판의 결과는 뻔하다. 하지만 그 뻔한 재판을 뒤집어 버리는 게 지금 내가 원하는 것이지.’
불안한 얼굴로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남자는 다름 아닌 마르트 맥거번이었다.
‘자, 과연 내가 낚은 게 날뛰는 대어가 될지…….’
카릴 역시 굳은 얼굴을 하고 있는 맥거번가의 첫째를 마주했다.
‘아니면 끝내 웅크린 미꾸라지가 될지는 이제부터 지켜봐야겠지.’
그리고는 눈을 돌리며 담담한 표정으로 황제를 바라봤다.
“폐하.”
그 순간,
그의 목소리가 홀 안에 울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