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9th Class Swordmaster: Blade of Truth RAW novel - Chapter (185)
9클래스 소드 마스터 : 검의 구도자 9클래스 소드 마스터 – 검의 구도자-185화(185/497)
146. 재판 (1)
없는 죄를 만든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애초에 죄를 짓지 않았다면 벌을 받을 이유가 없으니까.
하지만 딱 한 곳.
너무나 쉽게 그 법칙이 반대로 만들어지는 곳이 있다.
그곳이 바로 황궁이다.
250년이란 제국의 역사 동안 이곳에서는 있는 죄가 사라지기도 하고 없던 죄는 더욱더 가중되기를 수없이 반복하였다.
카릴은 그런 황궁의 역사를 누구보다 잘 알았다.
개중에는 제국을 위한다는 이유로 없는 죄를 뒤집어쓰고 형장의 이슬로 사라진 자들도 숱했다.
그 역시 전생에서 올리번을 위해 그런 자들을 자신의 손으로 베었다.
카릴은 이 자리에 서 있는 대신들 중에도 자신이 죽인 자들이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그리고 그들이 죽은 죄목까지.’
천천히 고개를 들어 카릴은 재상 브린 이니크를 바라봤다.
“……?”
자신을 바라보는 카릴의 눈빛을 알아차린 그는 옅은 미소를 짓는 카릴이 의아한 듯 고개를 갸웃거렸다.
‘올리번이 황제에 즉위한 뒤 얼마 지나지 않아 티렌 맥거번이 재상에 오르게 된다.’
불세출의 천재이자 누구보다 빠르게 제국이 공국과 이스트리아 삼국을 통일하게 만든 장본인.
중요한 것은 티렌 맥거번이 뛰어나다는 것을 말하고자 하는 것이 아니었다.
재상이 교체되었다는 것.
그 말은 곧 브린 이니크가 올리번에 의해 제거되었다는 뜻이었다.
실권이 아닌 제거.
비록 루온파였으나 제국의 공작인 브린 이니크를 따르는 수하들은 올리번이 즉위한 후에도 여전히 많았다.
그런 그를 어떻게 제거할 수 있었을까.
방법은 간단하다.
죽일 수밖에 없는 이유를 만들면 된다.
공작이라는 최상위 계급으로도 어쩔 수 없는 극악 죄.
‘황자 살해.’
전생의 올리번은 브린 이니크를 크로멘을 죽인 범인으로 몰았다. 카릴이 재상을 바라보며 웃었던 이유가 바로 이 때문이었다.
그는 모를 것이다.
지금 자신이 하려는 방법이 바로 브린 이니크를 죽음으로 몰아세운 것과 똑같은 방법이라는 걸.
‘궁금하군. 이 사실을 알게 된다면 당신은 내게 고마워해할까 아니면 반대로 원망을 할까.’
“릴리아나, 당신께 묻겠다. 이것이 잔나비 부족이 쓰는 미명이 맞는가.”
카릴은 지체 없이 품 안에서 독을 꺼내어 그녀에게 보였다.
그녀는 자신의 이름을 어떻게 알고 있는지 의아해하면서 카릴을 바라보며 말했다.
“맞소.”
“당신네 부족이 이것을 루온 황자파와 거래를 했다고 알려 왔는데 그게 사실인가?”
서슴없이 루온과 올리번의 일파를 구분해서 부르는 카릴의 모습에 대신들은 경악을 금치 못했다.
1, 2황자를 지지하는 파벌은 분명 존재하지만 어찌 됐든 아직 황제가 살아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 파벌을 입에 담는 것은 크나큰 불경죄였다.
“말도 안 되는 소리!!!”
“증거는 있느냐!!”
“모두 조용히 하라. 재판이 진행 중이다.”
하지만 황제는 카릴의 말에 개의치 않는다는 듯 오히려 대신들의 입을 다물게 했다.
“북부 이민족들이 이따금 항구 도시인 피아스타를 통해 물건을 밀반입 시킨다는 것을 폐하께서는 아시고 계십니까.”
“흐음……. 그런 보고를 들은 적이 있다. 검문을 철저히 하라는 지시를 내렸으나 아직도 처리가 되지 않은 것이냐.”
황제는 턱을 괸 채로 고개를 돌렸다.
“그, 그럴 리가 있겠사옵니까. 황명을 받은 이후 경비를 강화하고 북부 해협의 검문검색을 더욱 철저히 하고 있습니다.”
황제의 물음에 즉각적인 대답이 들렸다.
모두가 뒤편으로 시선이 쏠렸다.
겨울임에도 불구하고 땀을 삐질삐질 흘리며 더운 숨을 토해 내는 남자가 있었다.
그는 대신들의 눈빛에 더욱 긴장을 한 듯 손수건으로 이마를 닦으며 말했다.
‘오랜만이군.’
카릴은 그를 바라보며 옅은 미소를 지었다.
피아스타의 관리자, 레이지 머틀.
뒤룩뒤룩 살이 찐 그의 모습에 카릴은 마치 옛날 일을 추억하듯 기억을 떠올렸다.
전생의 기억과 몇 년 전, 두 개의 기억.
피아스타의 언덕에 있는 레이지 남작의 저택에 숨겨진 비밀통로.
같은 통로였지만 전생에는 올리번의 명령으로 그의 비밀 장부를 찾기 위해 썼었고 현생에는 수안 하자르를 구출하기 위해 시용했었다.
이처럼 같은 통로도 상황에 따라 다르게 사용된 것처럼 그의 죗값 역시 전생과 현생이 다르게 이용될 것이다.
“자네는 증거도 없는 일로 피아스타를 욕보이게 하지 말게!”
카릴은 그를 바라보며 고개를 숙였다.
“레이지 남작이시군요.”
뛰어난 안목으로 평민에서 남작이라는 위치까지 오른 유일한 귀족 그리고 제1 황자를 후원한 것으로 올리번에 의해 척결 당한 남자.
‘나는 전생에 올리번의 명령으로 너의 부당 장부를 본 적이 있지.’
그리고 그 장부는 현생에도 그의 저택 지하실에 조용히 묻힌 상태로 존재하고 있을 것이다.
“라바트 길드를 아시겠지요.”
움찔-
남작의 눈썹이 씰룩였다.
“모르시지 않을 겁니다. 피아스타에서 한창 주가를 올리고 있는 길드니까요. 그들은 품목을 따지지 않고 많은 것을 거래합니다.”
“그 안에 이민족의 독도 있다는 말이냐.”
“독은 없습니다. 다만, 판매자가 몰래 독이 든 물건을 팔 수는 있겠지요.”
“거짓말……!! 피아스타 내에서 극독이 거래되었다? 말도 안 되는 소리다! 게다가 오히려 그 길드는 타투르와 연이 닿아 있잖느냐! 내가 그것을 모를 줄 아느냐!”
레이지 머틀은 카릴의 말에 소리쳤다.
“그래서 제가 알고 있는 겁니다. 타투르는 자유 도시. 그리 잘 아시니 지금껏 관리자가 하는 일을 서로 관여하지 않는 것이 관례라는 것도 아시겠군요.”
“……뭐?”
“타투르의 암시장에선 돈이 되는 것이라면 어떤 물건을 팔아도 상관없습니다. 그리고 라바트 길드 역시 그와 같은 맥락.”
“돈이 되면 다라는 말이더냐……!! 네 놈들은 윤리라는 것이 없느냐!”
누군가 외쳤다.
카릴은 그 목소리의 주인공의 멱살을 잡고 끌고 나오려다 그저 고개를 돌려 그를 바라보는 것으로 그쳤다.
“미명의 문제 이전에 맛보기로 암시장의 고객 명단부터 한번 보여드릴까요.”
조금 전 소리쳤던 귀족이 카릴의 말에 입을 다물었다.
“폐하께 진실을 밝히고자 저는 그 규율을 지금 깨고 있는 것입니다.”
카릴은 어깨를 으쓱 올리며 말했다.
그러고는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저었다.
“이 사실을 알리면 관리자들이 저를 가만히 두지 않을지도 모르겠군요. 목숨을 걸고 하는 일이라는 뜻입니다. 아시겠습니까, 대신 여러분들.”
마치 충의를 보이는 것처럼 카릴은 가슴에 손을 얹고는 황제를 향해 허리를 숙였다.
하시르는 그런 그의 모습에 웃음이 나올 것 같았지만 참았다.
대외적으로는 여전히 관리자들이 존재하고 있었지만 이미 타투르는 카릴에게 충성을 맹세했다.
‘어느 누가 저 괴물에게 대든단 말인가.’
이런 내막까지 자세히 알지 못하는 제국의 귀족들은 카릴의 말에 미심쩍지만 좀 더 들어 봐야겠다고 생각한 듯 이렇다 할 반발을 하지 않았다.
“일전에 미명의 재료를 말씀드렸던 것을 기억하실 겁니다.”
카릴은 릴리아나를 바라봤다.
“안개강아지풀과 잿가루잎, 말린 눈물이끼는 모두 북부에서만 구할 수 있는 것들이다. 내 말이 맞나?”
“그렇다.”
“그리고 그 재료들은 다루기도 어려워 너희 부족원이 아니면 취급 할 수도 없다고 하던데?”
릴리아나는 카릴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다면 대륙에 유입되는 세 종류의 잎들은 모두 잔나비 부족이 공급하는 것이겠군. 혹여 다른 이민족들이 관여했을 가능성은?”
“없다.”
“좋아. 그럼 너희는 이것을 피아스타에서 거래를 한 적이 있나?”
카릴의 물음에 그녀는 고개를 끄덕였다.
“최근에는 피아스타의 라바트 길드를 통해서 거래를 한 적이 있고 그 전에는 상인 연합이 지정하는 길드를 통했다.”
“얼마나 되었지?”
“지금의 제국이 세워졌을 무렵부터.”
웅성- 웅성-
“라바트 길드뿐만이 아니었군요. 상인 연합은 피아스타의 관리자인 레이지 남작의 소속이라고 알고 있는데……. 아닙니까?”
레이지는 카릴의 말에 사색이 되어 소리쳤다.
“모함입니다!! 폐하의 하해와 같은 은혜로 귀족의 직위를 내려 주신 이후 저는 상인 연합에 일절 손을 대지 않았습니다!!”
“증거는 있는가.”
황제는 남작의 외침을 무시하고 카릴을 바라봤다.
“네. 장부를 확인하시면 될 겁니다.”
“장부라……?”
카릴의 대답에 레이지는 할 말을 잃은 듯 입을 다물지 못했다.
“남작의 저택 지하 창고에 비밀 장부가 있을 겁니다. 그 안에 이 세 가지의 재료의 거래 내역이 있을 겁니다. 혹시 모르죠. 생각지도 못한 다른 것들도 적혀 있을지.”
“그, 무, 무슨……!!!”
레이지 남작은 당황해서 말을 더듬었다.
‘전생에 봤던 네 장부에 적힌 내역에서 이미 이번부터 네가 이민족들과 거래를 했다는 걸 알 수 있지.’
그는 잔나비들의 재료뿐만 아니라 다른 부족의 재료들도 손을 댔었다.
이단섬멸령을 내린 제국에서 이민족과 거래를 했다는 것이 밝혀지면 목이 달아나는 것으로도 부족한 일일 것이다.
‘전생의 올리번은 그 장부에 적힌 내역을 가지고 재상 브린 이니크까지 엮었었다.’
하나 이번에는 재상과는 비교도 할 수 없는 거물인 루온의 목이 걸린 상황이었다.
“…….”
카릴의 말은 충격적이었지만 어쩐 일인지 태양홀의 대신들은 입이라도 꿰맨 듯 조용했다.
누구 하나 레이지를 옹호할 법한데 오히려 그들은 창백한 얼굴로 말을 잇지 못했다.
카릴은 그 이유를 알고 있었다.
‘우습게도 이 재료들이 황도의 귀부인들에게 인기가 많거든.’
인기가 많은 정도가 아니었다.
없어서 못 팔 지경이었으니까.
아이러니하게도 극독인 미명의 재료들은 모두 귀족들이 사용하는 향료의 재료였다.
공공연한 비밀이지만 황궁의 귀족들 사이에서 거래되고 있는 북부의 것들은 비단 향료의 재료뿐만이 아니었다.
서리고원에서만 채광되는 최상급 보석인 ‘어스름 달’부터 고급 염료의 재료인 ‘눈망울 가루’, 피부를 맑게 해준다고 알려진 미안수의 재료인 ‘빙설수’까지.
귀부인들이 향료에 빠져 있다면 귀족의 젊은 영애들 사이에서는 얻기 어려운 물건일수록 인기가 높았다.
‘그리고 꿀 먹은 벙어리처럼 서 있는 저놈들은…….’
대부분 피아스타에서 이러한 재료들을 거래한 게 틀림없었다.
누군가는 자신의 부인, 혹은 딸을 위해 아니면 사모하는 여인의 환심을 사기 위해 말이다.
비단 이런 행위는 여인들에 국한된 것은 아니었다.
귀부인들에게 북부의 물건이 인기라면 남자들에겐 남부의 물품이 인기였다.
바로,
몬스터의 사체.
오래전부터 남부의 야만족들은 사냥을 통해 식량을 구했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부족하여 마굴에서 나오는 몬스터를 사냥해서 생계를 유지했다.
일전에 쌍두수리의 둥지를 공략하러 가는 도중에 미하일이 했던 말처럼 대초원의 4부족중의 하나인 라후 부족은 몬스터 사냥으로 유명했다.
특히, 그들은 사냥한 몬스터의 시체를 상하지 않고 온전히 박제 시키는 기술을 가지고 있었다.
더 강한 몬스터의 사체를 박제한 것을 가지고 있을수록 자신의 위세가 높아지는 일종의 놀이.
하지만 영지의 기사나 사병으로 직접 잡은 몬스터는 허용되지 않는다.
오직,
남부의 야만족들이 잡은 몬스터야만 했다.
그러니 이따금 타투르의 암시장에 물건이 들어오게 되면 귀족들은 그것을 사려고 눈에 불을 켰다.
누구는 재력으로 누구는 식량으로 각자가 저마다의 방식으로 더 강한 몬스터를 구했다.
이유는 없었다.
귀족들의 괴벽스러운 취미.
카릴은 그런 그들의 행위를 이렇게 생각했다.
‘배부른 돼지들의 놀음.’
어쩐지 홀 안에 잊고 있었던 썩은 내가 다시 진동하는 기분에 그는 인상을 찡그렸다.
“그 말이 사실이렷다.”
정적 속에서 황제의 목소리가 낮게 울려 퍼졌다.
“정말 레이지 남작의 비밀 장부가 있다면 이는 실로 중죄이다. 카릴, 넌 이 사실에 대해서 책임을 질 수 있느냔 말이다.”
“물론이옵니다, 폐하.”
그의 물음에 카릴은 한 치의 망설임 없이 대답했다.
웅성- 웅성-
단호한 그 모습에 대신들이 술렁이기 시작했다.
남녀 가릴 것 없이 홀 안에 있던 귀족들의 얼굴이 창백하게 변했다.
장부 안에는 오만 가지 내역이 적혀 있을 것이 분명했고 그 목록 하나하나가 바로 자신들의 목을 날릴 수 있는 죄목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비밀 장부라니……. 무슨 꿍꿍이였지?’
‘그렇게 당부를 했건만 감히 우리를 속이고 그런 짓을……!’
‘이래서 태생이 천박한 놈들은 거두면 안 되는 거였어.’
‘설마 그 안에 내 이름이 있는 건 아니겠지.’
귀족의 머릿속은 이미 자신들의 잘못은 생각지 않고 레이지를 원망하기 바빴다.
무슨 생각을 할지 이미 뻔히 보이는 그들을 바라보며 카릴은 코웃음을 쳤다.
이단섬멸령이 내려진 이후,
이민족과 야만족의 물건들은 구하기 어려워지고 그 결과 가격이 폭등하는 바람에 피아스타 내에서는 없어서 못 팔 지경에 이르렀다.
라바트 길드가 급부상 할 수 있었던 이유도 바로 이것 때문이었다.
북부와 남부의 물건을 유일하게 판매 할 수 있는 제공처였기 때문이다.
‘사려고 할 때는 혈안이 되어 있던 놈들이…….’
이제 와서는 남을 욕하고 있었다.
“난……!! 난 모르는 일이야!!!”
루온의 외침이 들렸다.
그 역시 상황이 안 좋게 흘러간다는 것쯤은 당연히 알고 있었으니까.
“폐하, 아뢰옵기 황공하오나 조금 전 언급된 재료들은 제국의 귀족들의 사치품에 들어가는 것들이옵니다.”
재상인 브린 이니크는 황급히 황제에게 얘기했다.
분위기를 바꾸려면 지금뿐이라는 것을 그는 잘 알았다.
“그래서?”
하지만 돌아오는 것은 황제의 차가운 물음뿐이었다.
“그 말은 경도 이민족들과 제국의 귀족들이 거래를 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는 뜻인가? 내가 이단섬멸령을 내렸음에도 불구하고?”
“그런 뜻이 아니옵고…… 그저…….”
카릴은 그 모습을 바라보며 확신했다.
‘끝났군.’
황제는 차가운 눈으로 레이지를 바라봤다.
미명의 출처를 알게 된 이후부터 황제는 크로멘의 죽음과는 별개로 안달이 나 있었다.
‘자신에게 먹인 미명까지 과연 레이지에 의해 나온 것인지 확인하고 싶은 거지.’
남작의 저택에서 비밀 장부까지 나오게 되면 미명의 여부를 떠나 그의 목이 떨어지는 것은 시간 문제였다.
“재판은 증거를 명확히 검증하고 난 뒤에 계속될 것이다. 브린, 피아스타에 가까이에 있는 기사단이 녹(綠)기사단이던가?”
사실 피아스타에서 가장 가까운 기사단은 청기사단 산하에 있는 기사단이었으나 황제는 일부러 아직 중립을 지키는 녹기사단에게 명령을 내렸다.
자신의 공명함을 보이기 위함처럼 보였지만 실상은 올리번에게 힘을 실어 주지 않으려는 뜻이었다.
카릴은 차갑게 웃었다.
‘황제는 올리번이 어떤 인간인지 파악한 거지. 녀석이면 루온에게 없는 죄목까지 뒤집어씌울 테니까.’
물론,
그런 황제도 결국 올리번에게 잡아먹혔으니 실로 무표정한 얼굴로 앉아 있는 2황자가 대단하지 않을 수 없었다.
“예……. 폐하.”
재상 브린 이니크는 떨리는 목소리로 대답했다.
자신이 지지하는 루온의 목을 죄는 명령을 내리게 된 상황이었으니까.
“지금 당장 레이지 남작을 구금하고 장부를 조사하라. 재판은 보고를 받은 이후에 진행하도록 하겠다. 또한, 이제부터는 혐의가 의심되는 바 1황자 역시 죄인의 신분으로서 감옥에 가두겠다.”
“아버지……!!!!!!”
루온 황자의 비참한 외침만이 태양홀에 울려 퍼졌다. 하지만 기사들에게 끌려가는 그에게 더 이상 눈길을 주지 않고 황제는 돌아섰다.
약해.
그때였다.
황제는 끌려가는 자신의 아들이 아닌 카릴을 바라보며 눈빛으로 말했다.
이걸론 약하다.
‘제법 쓸 만하다만……. 설마 이 정도로 루온을 엮을 수 있다고 생각한 것은 아니겠지.’
황제의 눈이 카릴에게 이렇게 말하는 것 같았다.
카릴은 입꼬리를 올렸다.
‘물론, 이게 끝일 리 없다.’
그런 그를 바라보며 생각했다.
‘루온 따위? 죽든 살든 내가 이득 될 게 하나도 없어. 내 진짜 목적은 따로 있다. 이런 귀찮은 짓을 하는 건 바로 피아스타를 내 것으로 만들기 위한 밑 작업일 뿐이다.’
그의 눈빛이 마치 황제에게 대답을 하는 것 같았다.
‘그리고 앞으로 놀랄 만한 걸 너희들로부터 가져갈 테니 기대해도 좋아.’
재판은 이제부터 시작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