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9th Class Swordmaster: Blade of Truth RAW novel - Chapter (190)
9클래스 소드 마스터 : 검의 구도자 9클래스 소드 마스터 – 검의 구도자-190화(190/497)
149. 비올라와의 재회
“……많이 변한 거 같군.”
비올라는 카릴을 보고 짐짓 놀란 표정으로 말했다.
“그렇습니까?”
“겉모습만 보면 이제 성인이라고 해도 믿을 것 같은걸.”
비올라의 말에 카릴은 자신의 턱을 쓱 문질렀다.
“생각해 보니 제대로 거울을 본 적이 없는 것 같네요.”
카릴 본인은 제대로 체감하지 못했지만, 용의 심장을 삼킨 뒤 그의 체형은 확실히 또래들보다 월등한 성장을 보였다.
이제 한 달 남은 올해가 지나면 15살이 되지만 그는 이미 전생 때 자신의 검을 완성했던 18살 때의 덩치와 비슷했다.
육체의 성장이 이미 과거를 뛰어넘을 준비를 하고 있는 것이었다.
“하긴, 처음 만났을 때도 당신은 겉모습만 어렸지 속을 알 수 없는 사람이었으니까.”
카릴은 비올라의 말에 피식 웃었다.
그녀의 말처럼 육체야 이제 막 성인의 모습을 갖추었다고 하지만 내면은 셀 수 없을 정도로 오랜 세월을 살아왔으니까.
“내가 그렇게 애늙은이처럼 보였습니까?”
“아니, 그것과는 달라. 말로 표현하기 힘든데……. 어른스럽다가도 거침없는 행동은 상상을 뛰어넘으니까.”
“그러는 왕녀님도 그때와 많이 달라지신 것 같습니다.”
“……늙어 보여?”
카릴은 그녀의 물음에 옅은 미소를 지었다.
“전혀요.”
아직은 외모에 신경을 쓸 어린 나이였다.
하지만 두샬라의 보고대로 펜리아 왕국은 비올라에 의해서 술렁이고 있었다.
그녀는 어깨에 너무나도 무거운 짐을 짊어지고 있어 겉모습에 신경을 쓸 겨를도 없었다.
우습지만 이제 와서 그녀는 카릴의 말에 자신을 돌아볼 생각을 했다.
“오히려 그 전보다 훨씬 더 여왕다워 보입니다.”
빈말이 아니었다.
처음 타투르에서 그녀를 만났을 때만 하더라도 아름다웠지만 세상 물정 모르는 꼬마에 불과했다.
하지만 카릴과의 만남 이후 그녀의 얼굴엔 온실 속 화초가 아닌 자신감이 서려 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품위에 어울릴 만한 미모 역시 더욱더 꽃을 피우고 있었다.
이제는 어엿한 여인의 향기가 느껴졌으니까.
“다행이군.”
그녀는 어느새 자신보다 키가 큰 카릴을 보며 살짝 얼굴을 붉혔다.
그런 비올라의 모습에 두샬라는 살짝 눈을 흘기며 카릴을 바라봤다.
“자네도.”
두 여인의 시선을 받으면서 카릴은 능청스럽게 비올라의 뒤에 서 있는 그레이스에게 말했다.
‘마력이 꽤나 갈무리 되어 있는걸 보니 확실히 성장했군.’
미남자의 곱상한 얼굴이었던 그는 몇 개월 사이에 제법 각이 잡힌 얼굴이 되어 있었다.
“오랜만입니다.”
그레이스는 경계를 늦추지 않은 채 나지막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뭐, 전생에도 소드 마스터까지 올라가는 재능이었으니까. 그때에 비해 좀 더 빨리 그 경지에 도달하겠어. 이번에는 이름을 역사에 남길 수 있을 것 같군.’
그런 그의 모습을 보며 카릴은 만족스러운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대는 나와 헤어지기 전에 했던 말을 결국 이뤄냈더군. 정말로 남부를 통일한 것도 모자라 정말로 나라를 세웠으니 말이야. 그것도 제국의 인정마저 받고 말이지.”
“주군께서는 일국의 왕이십니다. 왕녀님께서는 언행에 주의를 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비올라의 말이 끝남과 동시에 기다렸다는 듯 두샬라가 그녀에게 말했다.
베일로 얼굴을 가리고 있었기에 표정이 보이지는 않았지만 두샬라가 비올라를 째려보고 있다는 건 응대실에 있는 사람들이라면 모를 수가 없었다.
“큼, 크흠.”
비올라는 그녀의 말에 아차 싶은 표정으로 입을 가렸다.
“제가 타투르의 왕께 실례를 범했군요.”
“아닙니다. 편하게 하세요.”
“그래도…….”
“괜찮습니다.”
카릴의 말에 두샬라는 못마땅한 듯 입술을 씰룩였지만 안타깝게도 그것 역시 베일에 가려 보이지 않았다.
“폐하의 배려에 그럼……. 감사히 생각하겠습니다.”
비올라는 살짝 상기된 얼굴로 카릴에게 말했다.
“전에 당신이 내게 했던 이스트리아 삼국을 가지겠다고 말한 것이 이젠 현실로 와닿는군. 타투르 자유국이라……. 이제 정말 한 나라의 수장이니 말이야.”
“뭐, 나름 여러 가지로 저도 고생을 좀 했습니다.”
“그대가 부럽군. 아니, 존경스럽다고 해야 할까. 자신이 한 말에 책임을 지었으니까.”
그녀의 말에 카릴은 어깨를 가볍게 으쓱하며 낮게 웃었다.
“아무리 부러워도 그런 말도 안 되는 결정을 내리시면 어쩌십니까. 설마 저를 따라 한 건 아니시겠죠?”
놀리듯 말하는 그의 말투에 비올라는 헛웃음을 지었다.
“공작령 말이냐. 기껏해야 1천도 안 되는 병력을 가진 작은 변방의 땅이야. 아무리 멍청한 왕이더라도 펜리아 왕국의 전력은 족히 10만이야.”
그레이스는 그녀의 말에 살짝 안색이 굳어졌다.
“……죄송합니다.”
“그대를 탓하려고 한 게 아니야. 판피넬 가(家)가 나를 지지해 준 것만으로도 나는 평생을 걸쳐 갚아야 할 빚을 그대에게 진 거니까.”
비올라의 대답에 다시 한번 고개를 숙인 뒤 그레이스는 다시 뒤로 물러섰다.
“왕족이 공작의 직위에 오르는 건 이상한 일이 아니지만……. 이번 일은 펜리아 왕도 가만있지 않을 겁니다.”
“가만히 있지 않으면 어쩌겠어. 내 말 듣지 않고 속성석을 사 모으다 지금 국고가 휘청거리고 있는데.”
“그건 아니죠. 저번에도 말씀드렸다시피 저희는 추후에 있을 제국과의 전쟁에 대비해서 무상으로 드린다고 했습니다. 국고에 문제가 있는 건 아닐 테고…….”
카릴은 눈빛을 빛냈다.
“왕국이 휘청거리는 건 이스탄과 트바넬의 영지전에 펜리아도 가세를 하려고 해서 그런 것 아닙니까?”
“…….”
“그리고 그걸 막기 위해 왕녀님께서 공작령을 세우신 것이고요. 하지만 설마 진짜로 아버님과 전쟁이라도 치르실 생각은 아니시죠?”
차근차근 그녀를 가르치듯 말하자 카릴의 말을 듣던 비올라는 결국 한숨을 토해냈다.
“당신은 모르는 게 없군. 타투르로 돌아왔다는 소식을 듣자마자 온 건데…….”
“그러게요. 정말 기다렸다는 듯 오셨더군요.”
그의 말에 비올라의 얼굴이 다시 한번 붉어졌다. 카릴은 그런 그녀를 보며 말했다.
“조금만 생각해도 쉽게 예상 가능한 일이니까요. 외람되지만 왕녀님의 부친의 머리는 단순하잖습니까.”
비올라는 쓴웃음을 지었다.
“하지만 제가 속성석을 제공한 이유는 제국과의 전쟁에 있어 저희의 깃발 아래 싸우기 위함이지 그걸 가지고 자기네들끼리 치고받으라는 의미가 아니었습니다.”
“나 역시 한심하다고 생각한다.”
“아마 왕녀님께서 절 찾아오신 이유가 바로 그 한심에서 비롯된 것이라 생각이 되는데…….”
더 이상 뜸 들일 필요가 없었다.
“원하시는 게 무엇입니까?”
“내게 병사를 빌려다오.”
“……!!!”
파격적인 그녀의 말에 카릴을 제외한 응대실에 있는 다른 사람들은 모두 놀란 표정을 지었다.
“어째서입니까?”
“펜리아 왕국의 여왕이 되기 위해서. 그리고 이스트리아 삼국을 통일하겠어.”
카릴은 그녀를 바라봤다.
‘보통은 아닐 거라고 생각했는데……. 생각보다 더 과감한 선택을 했는걸.’
확실히 트윈 아머 이후 그녀와 헤어지던 날, 카릴은 그녀에게 펜리아 왕국의 수장이 되라 말했었다.
‘그동안 꽤나 고생을 했나 본데…….’
하지만 현실적으로 왕위를 물려받을 가능성이 없는 3왕녀의 위치에서 그녀가 펜리아의 여왕이 되는 것은 어려운 일이었다.
‘이 정도라면 좋은 쪽으로 성장했다고 봐야 하나?’
아니, 기대 이상이었다.
외모뿐만 아니라 정말로 내면까지 그 안에 여왕으로서의 기품이 느껴지는 것 같았으니까.
“자유도시에선 언제나 그에 상응하는 대가를 지불하면 무엇이든지 살 수 있습니다. 제 병력을 빌려 가는 대신 왕녀님께선 무엇을 지불하시겠습니까?”
그 순간,
비올라의 눈빛이 결의에 찬 듯 빛났다.
“내가 직접 왕이 되어 이스트리아 삼국을 당신에게 넘기겠어.”
“……!!”
그녀의 말에 그 안에 있던 사람들이 모두 깜짝 놀란 듯 그녀를 바라봤다.
“와, 왕녀님?!”
심지어 함께 온 그레이스조차 그녀의 발언을 예상하지 못한 듯 보였다.
“왕녀님께선 지금 나고 자란 자신의 왕국을 그냥 넘기시겠다는 말입니까.”
“막으려고 한다고 과연 우리가 당신의 자유군을 막을 수 있을까?”
자조적인 말이었지만 그녀의 말에 누구도 반박을 하지 못했다.
하지만 카릴은 그녀의 말에 굳은 얼굴로 되물었다.
“어째서죠?”
“그게 삼국의 백성들을 가장 많이 살리는 길이니까.”
비올라는 카릴을 향해 옅은 미소를 지었다.
“나라를 팔아먹을 불명예를 지겠다는 것이 아냐. 그대 말대로 내가 나고 자란 이 나라가 이대로 간다면 스스로 자멸의 길을 걷게 될 것을 아니까. 내가 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 생각한 거야.”
“차라리 제국에게 힘을 빌려달라고 할 수도 있을 텐데요. 아직은 그들이 우세합니다.”
“아직은 이겠지. 당신이 이스트리아 삼국을 무력으로 치지 않고 지금껏 두었던 이유는 삼국의 힘이 합쳐지면 충분히 제국과의 전쟁에서 승산이 있다 여겼기 때문이 아닐까?”
그녀의 말에 카릴은 입꼬리를 올렸다.
“참 영악한 사람이야.”
호흡을 가다듬고 그녀가 말을 이어갔다.
“이스탄과 트바넬의 젊은 귀족 중 나의 생각에 동의를 하는 자들도 있어. 이대로 간다면 스스로 자멸하게 될 것임을 아는 거지. 어리석은 왕 밑에 모두가 바보는 아냐.”
“제국과의 전쟁이라……. 정말 결심하신 겁니까?”
“조금 전 제국을 선택하지 않느냐고 물었지? 그 이유는 그대가 더 잘 알 텐데. 제국에게 삼국을 주는 건 자멸하는 것보다 못한 짓이야.”
“두샬라.”
카릴의 부름에 기다렸다는 듯 두샬라는 무릎을 꿇으며 말했다.
“네. 주군.”
“왕녀님께 자유군을 내어드려라.”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말하는 카릴의 모습에 모두가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혹여 비올라가 실패할 경우 타투르의 군사력마저 감소되어 제국이 침공할 기회를 주게 될지 모르는 일이었기 때문이었다.
“얼마나…… 지원을 해드리면 될까요?”
천하의 두샬라마저 조금은 긴장한 듯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
“여기서 안티훔 대도서관까지 갔다 오는 데 얼마나 걸리지?”
병력의 수를 물었는데 어째서 불멸회의 거점을 물어보는지 모두가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네? 아, 아마……. 강을 따라 이동한다 하더라도 넉 달은 걸리지 않을까 싶습니다. 왜 그러시죠?”
“두 달. 그 안에 나는 그곳에 다녀올 거다. 숫자는 상관없다. 다만 내가 돌아왔을 때 삼국이 정리되었다는 보고를 올리도록 해라.”
순간,
거침없는 그의 말에 그 안에 있던 사람들은 자신도 모르게 어깨가 떨렸다.
오랜 세월이 흘러도 통일되지 못한 삼국을 고작 두 달 만에 공략하라는 말이었다.
“재밌겠네요.”
어안이 벙벙한 다른 사람들과 달리 두샬라는 자신도 모르게 붉은 입술을 핥으며 대답했다.
“그럼……. 그대는 타투르에 없는 건가?”
비올라는 은근히 기대했던 눈치로 물었다.
“전 따로 해야 할 일이 있습니다.”
왕녀가 삼국 통일을 위해 자신에게 병력을 빌리러 온 순간 카릴은 확신했다. 어쩌면 비올라가 오늘 자신을 찾아온 것은 천운일지 모른다.
‘신탁이 이제 1년밖에 남지 않았다.’
그 전에 꼭 가야 할 곳이 있었다.
바로,
백금룡의 레어.
‘하지만 혼자 가진 않아.’
카릴은 옅은 미소를 지었다.
“예전에 약속한 게 있어서 말입니다.”
그는 망령의 성에서 쿼니테를 만나 사령술사의 이야기를 들을 이후 한 가지 가능성을 찾았다.
‘알른 자비우스…….’
카릴은 마치 다짐하듯 마지막 한마디를 되뇌었다.
‘백금룡을 만날 땐 당신과 함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