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9th Class Swordmaster: Blade of Truth RAW novel - Chapter (193)
9클래스 소드 마스터 : 검의 구도자 9클래스 소드 마스터 – 검의 구도자-193화(193/497)
152. 도서관 가는 길 (1)
“거의 다 왔다.”
“그…… 그러네요.”
북부로 향하는 도중에 미하일은 쏜살처럼 지나가는 풍경에 살짝 긴장된 표정으로 말했다.
샌드 서펀트를 타고 가면 빠르겠지만 하늘을 나는 녀석의 거대한 덩치는 눈에 띌 수밖에 없는 일이었다.
게다가 가뜩이나 제국이 주시하고 있는 상황이라 대륙의 주요한 거점에 있는 이동마법진 역시 이용하기는 어려울 터.
결국 대안이 마차뿐인데 어떻게 시간을 단축할지 궁금해하는 사람들의 예상과 달리 카릴은 다른 대안을 내놓았다.
“어차피 포나인이 대륙을 가로지르잖아. 하늘이 안 되면 강을 따라가면 되지.”
그의 말에 모두가 수안을 바라봤지만 그전에 이미 막대한 임무를 부여한 그 대신, 카릴은 적어도 포나인에서만큼은 마도 범선보다 더 빠른 이동 수단을 꺼냈다.
[크르르르르…….]마치 거칠게 몰아치던 물살마저 겁을 먹은 듯 날카로운 송곳니를 보일 때마다 날뛰던 포나인의 강물이 잠잠해졌다.
카릴은 만족스러운 듯 수왕(水王)의 머리를 가볍게 툭툭 쳤다.
“주군. 안티훔 대도서관은 어떤 곳인가요? 이름은 많이 들어봤지만 북부 쪽은 가본 적이 없어서요.”
날아갈 듯한 바람에 미하일은 자신의 로브를 좀 더 여미면서 물었다.
그는 이미 4클래스라는 마법사의 반열에 올랐지만 사실상 그가 마법을 제대로 배운 것은 기껏해야 2년이 채 되지 않았다.
게다가 마법도 정식으로 훈련받은 것이 아닌 알른 자비우스의 지식을 통해 카릴에게 배운 게 전부였다.
“재밌는 곳이지.”
미하일의 물음에 카릴은 뭔가 추억을 떠올리는 듯 그리운 목소리로 말했다.
* * *
안티훔 대도서관.
대륙의 양대 마법회 중 하나인 불멸회의 거점.
하지만 도서관의 주인이자 수장인 나인 다르혼이 세상의 모든 마법서를 수집하겠다는 목표를 가지고 세운 건축물.
하지만 도서관이라는 이름으로 설명하기에 그 건축물의 크기는 너무 거대해 내부에는 마치 마을 하나가 통째로 들어가 있는 것 같은 구조였다.
재밌게도 불멸회의 도서관이 그 크기로 위용을 자랑한다면 대륙 마법회의 또 다른 축인 여명회는 반대로 높이로 그 존재감을 뿜어냈다.
대륙에서 가장 높은 탑이자 여명회의 거점인 상아탑이 바로 그 결과물이었다.
“성향이 완전히 다르네요.”
“그렇지. 게다가 여명회는 대륙 곳곳에 자유롭게 돌아다니는 반면에 불멸회의 마법사들은 모두 안티훔에 살면서 나오질 않거든.”
“으흠…….”
“현 제국의 궁정마법사인 카딘 루에르가 상아탑 출신이라 가뜩이나 폐쇄적인 그들이 더더욱 안티훔의 문을 걸어 잠그고 안으로 들어가 버리는 결과를 낳았지.”
미하일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여명회의 마법사가 궁정마법사가 되었다고 안티훔이 문을 걸어 잠글 이유가 되나요?”
“응. 왜냐면 대륙 4대 마법사 중 가장 어린 공국의 데릴 하리안을 제외하고 궁정마법사, 양대 마법회의 수장까지 총 3명은 친구거든.”
카릴의 말에 미하일은 당황스럽다는 표정으로 입꼬리를 씰룩이며 말했다.
“설마……. 여명회 출신이 궁정마법사가 돼서 나인 다르혼이 질투라도 한다는 말이에요?”
“맞아. 제국이야 두 마법회에게 중립적인 태도를 취하겠다고 했지만 어디 그게 쉽나.”
“궁정마법사 나이가 일흔을 바라보고 있다고 했었으니…….”
“남자들은 나이를 먹어도 어린애니까. 백날 마법서 보고 자기 입으로 현자라고 하면 뭐해. 유치하긴…….”
두 사람의 대화를 듣던 세리카 로렌이 헛웃음을 지으며 낮게 말했다.
그녀는 공국에서 타투르로 넘어올 때 유일하게 가져온 낡은 창을 팔짱을 낀 팔 사이에 넣은 채 앉아 있었다.
“무기. 다음에 스태프로 바꾸는 게 좋겠다.”
카릴이 그녀의 창을 가리키며 말했다.
“스태프? 됐어. 난 창술을 쓰는데?”
“나중에 써보고 결정해. 일단 디자인은 생각해 둔 게 있으니까.”
그의 말에 세리카는 피식 웃었다.
“이왕 줄 거면 저기 황궁에 있는 스태프라도 주든가.”
“응, 안돼.”
고민도 없이 대답하는 카릴의 말에 세리카는 오히려 어처구니없다는 표정으로 말했다.
“아니, 능력이 안 된다는 말을 무슨 그렇게 당당하게…….”
하지만 그녀의 핀잔은 끝까지 이어지지 못했다.
“넌 수(水)속성이잖아. 황궁 보고에 있는 최고위 마도구는 블레이더가 만든 5대 무구 중 하나인 무한의 숨결이겠지.”
“…….”
“그건 바람의 힘이 담긴 지팡이인걸. 너도 알지? 다른 속성에 비해 풍술사를 찾는 게 어려운 일이라는 거. 이왕이면 무구 안의 힘을 가장 끌어 올릴 수 있는 사람에게 줘야지.”
카릴의 말에 그녀는 자신도 모르게 옆에 있는 미하일을 바라봤다.
“네?”
정작 본인은 그의 말뜻을 알아차리지 못한 듯 멀뚱히 있을 뿐이었다.
“나참……. 저 말이 더 어이없네. 황궁의 보고에 있는 물건을 마치 자기 것처럼 얘기하긴. 됐어. 당신하고 말하고 있으면 뭔가 지금껏 내가 알고 지낸 기준들이 무너지는 것 같아.”
세리카는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대신에 5대 무구에는 못 미치지만 일단 이걸 써. 엘프가 만든 지팡이니 쓸 만할 거다.”
카릴은 주머니에서 얇은 마법봉 하나를 꺼냈다.
대부터 위에 박힌 보석까지 전부 새하얀 색으로 되어 있는 이색적인 무구였다.
“엘프의 보고에서 가져온 거야. 싸락눈(Graupel)이란 마법봉이지. 속성으로만 따진다면 얼음 발톱이 네게 어울리겠지만 이 안에 좀 다루기 힘든 녀석이 살고 있어서 말이야.”
그는 허리에 차고 있는 검을 슬쩍 들어 보였다.
검날이 움직일 때마다 단순한 냉기가 아닌 을씨년스러운 차가운 김이 서렸다가 사라졌다.
하지만 싸락눈을 받아 든 세리카는 마치 선물을 받은 어린아이마냥 신기한 듯 마법봉을 이리저리 살폈다.
“아쉽게도 스태프가 아니라서 길이가 안 맞아. 일단 보조 무기로 창도 함께 쓰는 게 좋을 거야. 이번 일이 끝나면 네게 맞는 무구를 제작할 거야. 그때까지만 참아.”
“고…… 고마워.”
카릴은 대수로운 게 아니라고 말했지만 마도구 자체를 처음 만져보는 세리카로서는 눈이 휘둥그레질 일이 아닐 수 없었다.
“‘고맙습니다’라고 해야지.”
“……난 당신을 주군으로 생각하지 않거든?”
그의 세리카나 살짝 인상을 찡그리며 되물었다.
“윗사람에게 뭔가를 받을 때도 존댓말을 쓰는 법이야.”
“당신 몇 살인데?”
그녀의 물음에 카릴은 아차 싶다는 표정으로 피식 웃고는 말했다.
“열넷.”
너무나 오랜 시간을 살아와서 이따금 자신의 나이를 까먹을 때가 있었다.
파렐에서의 보낸 나날을 제하더라도 그는 전생에서도 이십 대의 생활을 했었으니 말이다.
“…….”
세리카는 말을 말자는 표정으로 입술을 씰룩이고는 고개를 돌렸다.
“저기 보인다.”
카릴이 머쓱한 얼굴로 자리에서 일어섰다.
쿠으으으으…….
저 멀리 거대한 성과 같은 안티훔 대도서관의 모습이 시야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그의 말에 두 사람 역시 일대를 덮고 있는 검은 석조건물을 바라봤다.
세리카 로렌은 이제 곧 내릴 때가 되었다는 생각에 카릴에게서 받은 싸락눈을 품 안에 넣으려 했다.
“그냥 들고 있는 게 좋을걸.”
“응?”
“미하일, 실드 마법 쓸 수 있지? 마력을 아끼지 말고 세리카와 네 주위에 만들어둬. 어차피 부서지겠지만.”
“네?”
“이제부턴 알아서 피해.”
두 사람은 영문을 모르겠다는 듯 고개를 갸웃거렸다.
콰아앙……!! 쾅!! 쾅!!!
그 순간,
카릴의 대답 대신 저 멀리 안티훔에서 검은 연기가 솟구치더니 아직 수 킬로미터가 떨어져 있음에도 불구하고 맹렬한 굉음이 바로 귓가에 울리듯 들렸다.
“으익……?!”
미하일은 자신을 향해 날아오는 붉은 화염구를 보며 지체없이 방어막을 펼쳤다.
“녀석들 인사가 좀 거칠거든.”
안티훔의 환영 인사로 세 사람에게 날린 건 수십 발의 마법구였다.
* * *
“이 정도면……. 거의 왕국의 수도 수준 아닌가요?”
날아오는 마법포격을 아슬아슬하게 피하면서 미하일은 어처구니가 없다는 듯 소리쳤다.
“그보다 더하지. 제국의 황도에도 이렇게는 불가능할걸. 그러니 여명회와 불멸회가 수백 년간 으르렁거려도 어느 나라도 뭐라 한마디 못하지.”
펑……!! 퍼펑!!!
퍼퍼펑……!!
강물에 떨어진 화염구들이 부글부글거리면서 끓어오르자 마치 포나인 곳곳이 유황처럼 시커먼 연기가 피어올랐다.
“저기 바위 보이지? 저기서부터는 수왕에서 내려 직접 간다. 타깃이 너무 커서 녀석들이 더 신나게 쏴대는 것 같으니까.”
카릴은 날아오는 붉은 화염구를 얼음발톱으로 갈랐다.
치이이익……!!
차가운 검날에 화염구가 닿자 새하얀 증기가 마치 안개처럼 주위에 생겨났다.
‘역시 마법회로군. 마법으로 포탄을 장거리로 날리는 포격기를 쓴 게 아냐. 전부 다 순수한 마법이다. 이건 제국도 못할 짓이지.’
수 킬로미터의 거리에 이만한 화염구를 날리려면 엄청난 마력이 소모된다.
황도에 있는 아카데미의 마법사들 중 수련생들까지 전부 투입한다면 가능할까.
하지만 그래 봐야 십 수 발에 불과할 것이다.
마치 화살비처럼 한 번에 수십 다발의 화염구가 검은 연기의 꼬리를 그리며 쏘아지는 장면은 안티훔이 아니면 볼 수 없는 멋진 장관이 아닐 수 없었다.
물론,
그 화염구들이 자신을 향하지 않는 상황이라면 말이다.
“지금……!!”
카릴의 외침과 동시에 수왕의 머리 위에서 뛰어내리려는 찰나,
[크아아아아—!!!]갑자기 수왕의 머리가 뒤로 확! 하고 젖혀졌다.
“……!!!”
그 바람에 뛰어내리던 두 사람은 중심을 잃고 그대로 강물 바닥으로 떨어지고 말았다.
“푸핫……!!”
“차, 차가워!!”
한겨울의 강물은 얼음장보다 더 차가워 물에 빠진 두 사람은 온몸을 엄습하는 냉기에 몸을 부르르 떨며 가까스로 바위에 올라왔다.
“마력 그물……?”
수왕의 머리를 딛고 공중에서 몸을 틀어 바위에 안착한 카릴은 머리가 꺾여 바둥거리는 수왕을 보며 낮게 중얼거렸다.
푸른 전격을 띠는 거대한 그물이 마치 기다렸다는 듯 서펀트의 머리를 감싸 짓누르고 있었다.
“…….”
카릴은 당장 검을 뽑았다.
마력을 집중시키자 얼음 발톱의 검신에서 우윳빛의 오러 블레이드가 생겨났다.
그는 여정이 시작되기도 전에 이런 난리가 나자 조금은 짜증이 난 듯 평상시보다 더 많은 마력을 검에 집중시켰다.
우우우웅…….
그러자 우윳빛으로 빛나던 오러 블레이드가 보랏빛을 띠며 전격을 뿜어내기 시작했다.
비전력의 힘이 집중되자 얼음 발톱을 감싸고 있던 검신이 폭발적으로 성장했다.
거대한 대검처럼 양손으로 손잡이를 쥐고서 그는 있는 힘껏 내려쳤다.
콰가가가강—!!!
아케인 블레이드가 폭발을 하듯 수왕을 잡아당기는 마력 그물을 갈랐다.
수십 가닥의 마력끈들은 카릴의 검격을 버티지 못하고 맥없이 뜯겨 나갔다.
검격의 기세는 거기서 그치지 않고 포나인의 강물마저 베어버려 마치 선을 긋듯 수왕의 앞에 강의 바닥이 보일 정도로 깊게 파였다.
“이제 돌아가.”
카릴이 수왕을 향해 말했다.
그 말을 기다렸다는 듯 씨 서펀트는 고개를 조아리며 황급히 몸을 돌렸다.
돌아선 수왕의 목덜미부터 머리까지 덮여 있는 단단한 비늘이 불에 지진 듯 그물 모양으로 시커멓게 그을려 있었다.
심지어 몇 개의 비늘은 그새 떨어져 나가 그 안에 진물이 고여 있었다.
“녀석……. 아팠겠다.”
카릴은 그 모습을 보며 쓴 입맛을 다셨다.
그나마 수왕이었기에 망정이지 다른 생명체였다면 그대로 목이 잘려 나가버렸을 것이다.
“하……. 이거.”
잠시 고개를 젓던 카릴은 낮은 한숨을 내쉬었다.
지직…… 지지직……!!
그의 눈썹이 씰룩이자 어쩐지 조금 전 그물을 갈랐을 때보다 더 짙은 마력이 검날에서 뿜어져 나오는 것 같았다.
“반겨준 답례는 해야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