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9th Class Swordmaster: Blade of Truth RAW novel - Chapter (198)
9클래스 소드 마스터 : 검의 구도자 9클래스 소드 마스터 – 검의 구도자-198화(198/497)
156. 도전의 서 (1)
“모두 자리를 비켜라.”
“네? 하오나…….”
“손님들께 머물 자리를 내어드리고 넌 나와 얘기를 좀 더 나누어야 할 듯싶구나.”
거친 대화의 공방 속에서 당장에라도 싸움이 일어나지 않을까 불안하게 보고 있던 미하일과 세리카와 달리 나인 다르혼의 반응은 호의적이었다.
“말씀 나누시기 바랍니다.”
꼽추 남자는 나인 다르혼의 명령이 떨어지자 황급히 계단을 내려갔다.
걸어가는 그를 보며 카릴은 어쩐지 그전부터 무척이나 친근한 사람을 대하듯 말했다.
“코트러산(産) 과실주가 있으면 조금 마시고 싶은데. 방에 가져다줄 수 있나?”
카릴의 말에 남자는 발걸음을 멈췄다.
“네? 코트러는 북부 지방의 이름 아닙니까. 안티훔에 그런 게 있을 리가…….”
“아쉽군. 없으면 어쩔 수 없지. 왠지 당신이라면 구할 수 있을 것 같아서.”
알 수 없는 묘한 대화를 주고받은 뒤 남자는 황급히 아래로 향하는 발걸음을 빨리했다.
“너희는 그냥 있어.”
“……?”
나인 다르혼은 카릴의 뒤에 서 있는 미하일과 세리카를 바라보며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카릴과 독대를 하기 위한 자리인데 두 사람을 내려보내지 않았으니 말이다.
“지금부터 할 얘기는 주요한 사안이다. 안티훔에서도 아는 사람이 없어.”
“그래서?”
“당연히 너희도…….”
나인 다르혼의 말을 끊으며 카릴이 대답했다.
“이 둘은 공허의 티끌을 잡는 데 필요하다. 안티훔 안에서야 기밀이지 우리에겐 어차피 남 일이야. 그게 싫다면 거래를 할 수 없지.”
“하여간 정말 건방진 놈이야. 네놈, 드래곤이라도 되는 거냐. 시종일관 고(高)자세로군.”
“드래곤은 아니지만 여길 떠나면 드래곤을 잡으러 갈 건데. 생각 있으면 그쪽도 함께 가도 좋다.”
“……하?”
카릴의 말에 나인 다르혼은 더욱더 어이가 없다는 표정으로 헛웃음을 지었다.
“드래곤? 수백 년 전에 사라진 용 사냥꾼이라도 다시 해보려는 게냐. 그래, 어느 드래곤을 잡을 거지? 골드 드래곤 에누마 엘라시? 아니면 그린 드래곤 크루아흐?”
“백금룡의 레어로 갈 거다.”
“드래곤들의 수장?”
나인 다르혼은 그의 대답에 낮은 한숨을 내쉬었다.
지금까지의 모습을 생각했을 땐 카릴을 비웃거나 무시할 것 같은데 의외로 그의 반응은 담담했다.
“쉽지 않을걸.”
“만나야 할 일이 있어서 말이야. 뭐, 그전에 이곳의 일부터 해결해야 하지만.”
“네가 거기서 뭘 해야 할지에 대해서 말한 것이 아니라 다른 의미지만……. 뭐, 좋아. 굳이 내가 알릴 필요는 없겠지.”
나인 다르혼은 미하일과 세리카를 가리키며 말했다.
“그럼 너희 둘도 도서관의 시험을 치를 생각이냐. 나와 대화를 나누고자 한다면 시험을 치러야 한다.”
우우우웅…….
그의 말이 끝남과 동시에 뒤편에 있는 책장이 양옆으로 갈라지며 밀려났다.
책장 안에는 또 다른 책장이 하나 있었는데 그 안에는 작은 책 한 권이 놓여 있었다.
“시험은 누구에게나 열려 있다. 하지만 서재를 열람할 자격이 없다면 대가를 치르게 될 거야.”
그의 말에 두 사람은 긴장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나인 다르혼은 신탁 전쟁이 치러지기 전 일련의 사건으로 목숨을 잃고 사라졌다. 내 추측이 맞는다면 지금 그가 하는 일과 관계가 있는 거겠지.’
공허의 티끌이란 미완의 타락이 폭발하는 것만으로도 수백이 살고 있는 안티훔의 마을이 날아갔다.
그가 어느 영역까지 도달한 것인지는 모르지만 알른 자비우스도 완성하지 못한 타락의 연성을 그가 실험하다 목숨을 잃은 것이라면,
‘지금 그와의 만남이 이번 생의 그를 살릴 수 있는 가능성을 제시해 줄 수도 있다.’
타락의 연구를 통한 알른 자비우스의 부활.
카이에 에시르의 두 번째 동료.
서재에 봉인되어 있는 정령왕 두아트.
그리고 마지막으로 나인 다르혼의 목숨까지.
“…….”
카릴은 잊지 않으려는 듯 손가락을 접으며 이곳에서 얻어 가야 하는 목록에 그를 더 추가했다.
“꼭 그 시험을 해야 하나? 어차피 널 도우려고 하는 사람에게?”
“안티훔의 결계에 들어오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다. 도서관 밖이야 평범한 마을에 불과하지만 대도서관의 진짜 모습을 보지 못하면 어차피 도움이 되지 않으니까.”
나인 다르혼의 말에 카릴은 아쉬운 듯 어깨를 으쓱하며 말했다.
“도서관의 주인도 불가능한 일인가 보군. 조금 편하게 가려고 했는데 어쩔 수 없지. 미하일, 세리카. 너희도 시험을 준비해라.”
“네? 저희도요?”
“그럼. 그렇지 않고서야 왜 내가 너희를 데리고 왔겠어.”
그의 말에 미하일은 잔뜩 긴장한 표정으로 서재의 뒤편을 바라봤다.
“할가드 창술이라면 별로 어렵지 않을 거다. 그리고 내가 준 마법봉 잃어버리지 않게 잘 챙기고.”
“주군, 저는…….”
걱정을 하는 건 미하일이었는데 카릴은 오히려 세리카를 더 챙겼다.
“시간이 있었다면 마법을 좀 가르쳐줬을 텐데. 어쩔 수 없지. 그래도 네 성격이면 별 무리 없겠지.”
“……내 성격이 뭐? 비꼬는 걸로 들리는데.”
카릴은 세리카의 머리를 헝클어뜨리듯 쓰윽 만지면서 피식 웃었다.
자신보다 나이가 어린 그임에도 불구하고 어쩐지 그의 손길은 마치 나이 차가 많이 나는 오빠 같은 기분에 세리카는 당황한 표정으로 그를 바라봤다.
“창술에 마력을 담아내는 것 정도는 할 수 있지? 네 아버지가 이론이나마 가르쳐줬을 텐데.”
“그걸 당신이 어떻게 알아?”
카릴은 그녀를 바라보며 씨익 웃었다.
“용병이라고 하기에 말이야. 말 많은 용병들이야 자기가 하진 못해도 이론은 빠삭하니까.”
“……흥.”
그의 말에 세리카는 낮은 코웃음을 쳤다.
전생의 그녀가 완성한 독문 창법인 프리징 스피어(Freezing Spear)를 쓸 때마다 아버지의 이야기를 입에 달고 있었던 건 지금의 본인도 모를 것이다.
‘세리카. 넌 다른 건 신경 쓰지 않아도 된다. 내가 너에게 시험을 치르게 하는 이유는 딱 하나니까. 삼류 창술인 할가드가 아니라 안티훔에서 창왕의 흑참(黑斬)을 익혀라.’
삼류 창술로 최고의 자리에 오른 그녀였다.
만약 그녀가 안티훔에서 암흑력을 익힐 수 있다면 창왕을 뛰어넘는 창술을 만들 수 있을 것이다.
‘공격력이 부족한 할가드 창술이었기에 그녀는 창술은 방어에 치중했다. 하지만 흑참이라면 공방위 모두 최상급 창술.’
전생의 자신을 뛰어넘을 전대미문의 창술을 만들 수 있을지 모른다.
“저…… 저는요?”
성큼성큼 걸어가는 두 사람을 바라보며 미하일이 다급한 목소리로 말했다.
“너는…….”
카릴은 살짝 고개를 돌려 그를 한동안 바라보더니 말했다.
“뭐, 어떻게든 되겠지.”
“……네?!”
묘한 웃음과 함께 카릴은 나인 다르혼에게 말했다.
“도서관의 시험을 치르겠다.”
그의 말에 나인 다르혼은 기다렸다는 듯 입꼬리를 살며시 끌어 올렸다.
쿠그그그그……!!
괴물이 포효하는 것 같은 소리와 함께 가려진 책장이 다시 한번 갈라졌다.
그 안에는 쇠사슬로 꽁꽁 묶여 있는 검은색의 책 한 권이 놓여 있었다.
‘저 뒤에 두아트의 봉인이 있겠군.’
비록 라미느는 잠들어 있지만 폭염왕과의 계약 이후 그 역시 정령의 기운을 느낄 수 있었다.
미약하지만 확실하게 느껴지는 정령왕의 냄새에 카릴은 이미 도서관의 시험 따윈 안중에도 없는 듯 오직 그 뒤에 있을 봉인에만 집중했다.
“도전(挑戰)의 서.”
나인 다르혼이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그러자 묶여 있던 쇠사슬이 풀리며 그의 손바닥 위로 작은 책 한 권이 공중에 뜬 채로 멈추었다.
[끼르륵…….]책 표지에 박혀 있는 살아 있는 것 같은 눈동자가 빙그르르 돌면서 카릴을 바라봤다.
나인 다르혼은 천천히 책의 표지를 넘기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창조자의 권한으로 열람을 허가한다.”
* * *
“흠…….”
카릴은 천천히 감았던 눈을 떴다.
도전의 서가 펼쳐짐과 동시에 방 전체는 눈부신 어둠으로 가득 차 눈을 뜰 수가 없었다.
눈부신 어둠이라는 말이 존재할 수 없는 말이라는 것을 알지만 그것 말고는 표현할 수 있는 방법이 없었다.
[용기, 대립, 장해]세 가지의 문구가 수면 위로 떠오르듯 어둠 속에서 천천히 나타났다.
대도서관의 시험은 간단했다.
어둠 속에 나타난 시험을 통과하면 된다.
이미 전생에 경험해 본 그였기에 특별히 놀라거나 할 일은 없었다.
단지 그때와 조금 다른 것이 있다면 그때와 달리 지금은 3가지의 선택지가 놓여 있는 것이다.
‘흐음, 함께 있었던 두 사람 때문인가?’
전생에 그가 도전했던 시험은 대립(對立)이었다. 나머지 용기와 장해는 아마도 미하일과 세리카 때문에 나타난 시험이 아닐까 싶었다.
“내가 다른 시험을 치를 수도 있다는 말인데…….”
그가 낮게 중얼거리는 순간 용기와 장해 두 개의 글자가 흐릿하게 사라졌다.
그 광경에 카릴은 역시나 하는 표정으로 낮은 숨을 토해냈다.
“두 사람 모두 시험을 결정했나 보군.”
어느 정도는 누가 어떤 시험을 골랐는지 예상이 가는 듯 그는 옅은 미소를 지었다.
카릴은 남아 있는 대립이란 단어에 손을 올렸다.
그러자 다시 한번 시야가 역전되듯 뒤집히면서 새로운 풍경이 그의 눈앞에 펼쳐졌다.
아무것도 없는 빈 공간.
이정표조차 없어서 어디로 가야 할지 모르지만 카릴은 성큼성큼 앞으로 걸어갔다.
‘생각해 보니 회귀한 이래로 처음인가. 전생과 같은 경험을 하는 것은.’
지금까지 모든 역사를 뒤집어 놓았던 그였기에 이미 현생의 역사는 전생과 완전히 달라져 있었다.
하지만 도서관의 시험만큼은 그 이전과 똑같았다.
마치,
이 시험은 바꿀 수 있는 역사가 아니라 앞으로 그가 겪어야 할 운명을 비춰주는 것이기 때문인 것 같았다.
카릴은 계속해서 걸어갔다.
제자리걸음을 하는 것이 아닌가 싶을 정도로 방향성을 잃어버린 지 오래.
“…….”
시간이 얼마나 흘렀는지도 알 수 없었다.
조금씩 목이 말라오고 전신에 힘이 빠지기 시작했지만 그는 계속해서 걸었다.
‘1초에 한 걸음. 60만보다 넘었으니 대충…… 일주일쯤 되어가는 건가. 전생에는 열흘이었는데. 과연 이번은 얼마나 걸릴지…….’
하지만 그의 앞에 기다릴 시험 때문에라도 포기할 수 없었다.
고된 시련을 대비하기 위한 것이 아니었다.
오히려 시련 앞에 기다릴 누군가를 떠올리며 카릴은 발걸음에 더욱 힘을 주었다.
‘그때는 죽을 만큼 힘들었는데……. 파렐을 오르는 것에 비하면 이건 우스울 정도야.’
카릴은 옅은 미소를 지었다.
“지금 생각해 보면 이건 시험도 시련도 아냐. 오히려 불멸회에 있어서 이거 하나만큼은 마음에 드는군.”
사령술이라는 마법으로 죽음을 거절하고 어둠을 창조하며 저주술로 지옥을 연구한다.
신의 절대 영역이라 할 수 있는 죽음과 창조는 상반되지만 분명 같은 맥락에 있다.
“불멸회가 양대 마법회임에도 불구하고 여명회와 달리 폐쇄적인 이유가 바로 교단의 억압을 받기 때문이지.”
반면 여명회는 오직 5대 속성의 마법을 연구하고 더 나아가 광휘력이라는 교단의 신성력에 한 갈래인 빛의 마법을 연구했다.
그 덕분에 교단에 전폭적인 지지를 받았으며 제국의 궁정 마법사에 카딘 루에르가 뽑힐 수 있었던 것도 이와 같은 맥락이었다.
“뭣 같은 신을 거절(拒絶)하는 자세 하나만으로도 불멸회가 세상에 남아야 할 이유는 충분하지.”
카릴은 누군가에게 말을 하는 것처럼 차가운 웃음을 지으며 중얼거렸다.
대립(對立).
처음에 이 시험의 이름을 들었을 때 카릴은 이렇게 해석했었다.
신탁을 수행하는 자신이 믿는 신에게 감히 검을 들 수 있느냐라고 묻는 잔혹한 시련이라고.
실제로 그랬으니까.
그는 신탁의 10인을 이끄는 선봉장으로서 이 시험에 검을 드는 것조차 어려웠으니까.
하지만…….
저벅- 저벅- 저벅-
그건 전생의 자신에 한한 것이다.
카릴은 준비를 하듯 뽑은 검을 가볍게 원을 그리며 꺾었다.
다시금 이 자리에 오자 이 시험의 이름이 말하고자 하는 진짜 뜻을 알 것 같았다.
얼마나 걸었을까.
파앗-!
콰아아아앙……!!!!
그가 기다렸다는 듯 있는 힘껏 지면을 박차고 달렸다. 흐릿한 잔상이 어둠에 침식되듯 사라짐과 동시에 강렬한 폭음이 터져 나왔다.
“드디어…….”
어둠 속에 저 멀리 자신을 기다리는 한 여인.
카릴은 지금까지 쌓인 짜증을 풀 듯 여인의 얼굴을 낚아채듯 있는 힘껏 밀었다.
카릴의 손에 의해 여인의 몸이 부웅- 하고 뜨면서 그대로 그녀의 머리가 바닥에 처박혔다.
콰아앙……!!
손가락 사이로 보이는 당혹스러운 눈빛.
“만났구나.”
여린 여인의 얼굴이 보였다.
그 모습은 놀랍게도 교단의 성지인 헤임의 광장 중앙에 세워진 거대한 석상의 모습과 닮았다.
“내게 이 시험을 준 것에 감사한다.”
푸욱-
카릴은 망설임 없이 바닥에 쓰러진 율라의 목에 검을 박아 넣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