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9th Class Swordmaster: Blade of Truth RAW novel - Chapter (199)
9클래스 소드 마스터 : 검의 구도자 9클래스 소드 마스터 – 검의 구도자-199화(199/497)
156. 도전의 서 (2)
“웁…… 우웁……!!”
카릴의 손바닥 아래에 깔린 가녀린 여인은 숨이 막히는 듯 그의 손목을 부여잡고 바둥거렸다.
치이이익…….
거친 숨소리가 공간을 가득 채웠다.
모르는 사람이 본다면 여인의 목에 검을 꽂아 넣은 카릴의 행동에 비명을 질러도 모자랄 것 없는 잔혹한 광경이 아닐 수 없었다.
하지만 그는 그럼에도 분이 풀리지 않은 듯 바닥에 박힌 얼음 발톱을 비틀어 후벼 파듯 검을 쑤셔 넣었다.
“컥…… 커럭……!!”
뚫린 목으로 붉은 피가 흘러나왔다.
기침을 할 때마다 그녀의 입안에서 역시 피가 부글거리듯 터졌다.
“신도 피를 흘리는가? 본적이 없는데 모르지. 이 시험은 할 수 없는 도전이 아니라 원하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니까.”
“너…….”
율라는 뭔가를 말하려고 했다.
하지만 카릴은 그녀의 말 따위 듣고 싶지 않은 듯 있는 힘껏 검을 찍었다.
“신을 죽일 수 있는가. 그때의 나는 못했지만 지금은 달라.”
반쯤 너덜너덜해진 얼굴로 율라는 카릴을 바라보며 기묘한 웃음을 지었다.
“……네 삶에 후회를 하지 않는가?”
“어렵군.”
카릴은 검을 거두었다.
차가워진 얼굴로 그녀를 향해 말했다.
“도서관의 시험은 난해하기로 유명하지.”
시험이 나타내는 뜻도 난해하고 이름 역시 중의적이며 과거, 현재, 미래 중 어느 때를 가리키고 상징하는지 알 수 없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시험의 도전자의 삶에 분명한 영향력을 끼치고 확실하게 의미를 가진다는 점이다.
결국,
이렇게 앞에 나타난 율라는 언제고 만날 수밖에 없는 붉은 끈으로 연결되어 있는 것이라는 의미였다.
‘전생의 너와 지금의 네가 과연 다를까. 율라, 지금 내 앞에 있는 너는 내 삶에 어떤 부분에 영향을 주는 것인가.’
카릴은 뽑아낸 검의 날을 옆으로 세웠다.
“도전의 서가 사실은 인간이 만든 것이 아니라 신의 종족인 네피림이 만든 것이라는 말이 있지. 처음에는 그냥 내려오는 전설에 살이 덧붙여진 것이라 생각했는데…….”
카릴은 반쯤 얼굴이 뭉개지고 목이 관통된 채 천천히 몸을 세우며 자신을 바라보는 그녀의 멱살을 다시 잡아당겼다.
“컥…… 커컥.”
“어쩌면 정말 인간이 만든 것이 아닐 수도 있겠어. 내게 널 죽일 기회를 주니 말이야.”
퍽……!!!
촤아아악—!!!
그는 율라의 복부를 있는 힘껏 걷어찬 뒤 공중에 튕겨져 떠오른 그녀의 목을 그대로 얼음 발톱으로 내려쳤다.
“단지 네피림의 작품을 이렇게 검게 물들인 불멸회의 수완엔 감사해야겠지만.”
자르카 호치의 사령이 담겨져 차가운 죽음의 냉기 뿜어내는 검날이 닿는 순간 새하얀 서리와 함께 신의 목이 잘려 나갔다.
퉁…… 투퉁…….
절단면이 얼어붙어 피 한 방울 흘러내리지 않았다.
“이 시험을 다시 함에 오히려 감사해야겠지.”
바닥에 떨어진 목이 몇 번 튕기며 굴렀다.
“…….”
카릴은 후련한 표정으로 얼어붙은 율라의 머리를 있는 힘껏 밟았다. 유리가 깨지듯 산산조각이 나며 그녀의 파편들이 사방으로 번졌다.
그 순간,
주위를 잠식했던 어둠이 사라졌다.
자신을 바라보는 나인 다르혼의 시선이 느껴졌다.
도전의 서의 주인으로서 그리고 시험의 주최자로서 그는 카릴의 시험을 엿보았을 것이다.
“너…….”
완벽하지는 않지만 도전자에게 어째서 이런 시험이 주어지는지 어렴풋하게나마 알 수 있는 것이 책 주인의 특권이었기 때문이다.
“보기보다 더 미친놈이군?”
나인 다르혼은 굳은 얼굴로 카릴을 바라봤다.
“잘도 신의 머리를 짓밟더군.”
그는 카릴이 회귀를 했다는 것까지는 눈치채지 못한 듯싶었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카릴이 율라의 목을 벨 때 했던 말은 꼭 그의 회귀를 뜻하는 것은 아니었으니까.
하지만 오랜 세월을 살아온 그는 카릴의 말에서 뭔가 이질감을 느낀 듯싶었다.
“교단에 불만이라도 있는 건가.”
“불멸회도 마찬가지 아닌가? 여명회와 불멸회가 대립할 수밖에 없는 게 마법을 연구하는 목적이 다르기 때문이니까.”
“클클…….”
나인 다르혼은 카릴을 향해 말했다.
“이제 보니……. 너 신의 영역에 도전이라도 하고 싶은 거냐.”
“창조? 관심 없어. 그런 건 당신이나 해.”
카릴은 얼음 발톱을 한 번 크게 휘둘렀다.
검날에 묻은 것도 없는데 마치 피를 털어 내는 시늉을 하는 것 같았다.
“시체를 소환하고 영체를 불러내는 건 딱 한 번으로 족해.”
“뭐냐, 관심이 있긴 한가 보지?”
카릴의 말에 나인 다르혼은 피식 웃었다.
하지만 카릴은 여전히 담담한 표정으로 아직 바닥에 쓰러져 있는 두 사람을 훑어보더니 그에게 말했다.
“마침 조용하기도 하니……. 이야기를 좀 더 할 수 있겠군.”
“기다리던 바다. 내 예상대로 역시 네가 제일 먼저 시험을 통과할 줄 알았어.”
“공허의 티끌. 예전에 비슷한 것을 본 적이 있다. 태초에 신이 세계를 창조하고 공간이 확장되며 지금의 계(界)가 완성되었다.”
카릴은 얼음 발톱을 수평으로 들었다. 그다음 단계를 밟듯 위아래로 검을 움직였다.
“인간이 사는 인간계를 비롯해서 신의 종족인 네피림이 사는 천계, 가장 밑바닥의 악마계, 그 위의 마계. 이렇게 4개의 계가 창조되었다.”
“…….”
“엘프와 드워프도 창세기엔 따로 차원이 분리되었다고는 하지만……. 그건 확인된 이야기가 아니고.”
“내게 동화라도 읽어 줄 셈이냐? 그런 건 저기 밖의 아이들도 아는 내용이다.”
나인 다르혼은 카릴의 말에 옅은 하품을 하며 대답했다. 카릴은 그런 그의 반응에 입꼬리를 올렸다.
“이 계가 확장되는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균열이 만들어졌다. 그리고 그 균열에 쌓인 찌꺼기가 바로 타락이라 불리는 생명체.”
“…….”
조금 전 놀리는 듯한 모습은 사라지고 나인 다르혼은 굳은 표정으로 카릴을 바라봤다.
“신은 그것을 소멸시키려 했으나 소멸되지 아니하고 오히려 응축된 균열의 힘은 각계의 속성을 흡수하며 강대한 힘을 가지게 되었다.”
“……정령왕(精靈王).”
카릴은 그의 대답에 역시나 하는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네가 공허의 티끌을 잡기 위해 만든 마력 그물에 정령력을 포함 시킨 것도 그 때문이겠지. 티끌의 재료에 정령의 힘도 들어갔으니까. 안 그래?”
“…….”
“하지만 정령왕과 달리 애초에 타락이라 불리는 균열의 찌꺼기들이 가지고 있는 속성이 있다. 신에 반하는 힘. 율라는 그 힘이 두려워 봉인했지.”
카릴은 확인을 하듯 고개를 끄덕였다.
“암흑력(暗黑力).”
“네가…… 그런 걸 어떻게 알고 있지?”
카릴은 나인 다르혼의 말에 옅은 웃음을 지으며 자신의 관자놀이를 톡톡 두들겼다.
“7인의 원로회의 수장. 알른 자비우스. 그가 남긴 지식의 보고가 이곳에 있으니까.”
“……?!”
놀란 얼굴로 자신을 바라보는 그를 향해 카릴은 낮게 말했다.
“뭐, 믿든 안 믿든 그건 네 마음이야. 하지만 내 말이 틀리진 않을 거다. 이제는 소멸된 힘이라 여겨진 암흑력을 넌 그 힘을 정령에게서 찾았다는 것.”
“무슨 말을…….”
“정령계는 거의 소실되어 이제는 인간계와 연결되는 차원문이 존재하지 않지만 그렇다고 정령 자체가 사라진 것은 아니다.”
카릴은 한 걸음 더 가까이 다가갔다.
“우리가 알고 있는 불, 물, 바람, 번개 그리고 땅. 5대 속성이 아닌 균열 그 자체의 힘이 응축되어 탄생한 두 명의 정령왕이 있다. 그 힘이야말로 이 세계를 구성하고 구축하는 것이지.”
“…….”
“실로 신의 힘과 같으니 그것은 창조와 소멸의 기준점이 된다.”
저벅- 저벅- 저벅-
그는 이제 걸음을 옮겼다.
“균열은 결국 신의 뒷면 같은 존재. 그렇기에 세계는 2개의 힘이 공존할 수 있게 된다.”
어느새 손을 뻗으면 닿을 정도로 가까운 거리에 나인 다르혼이 있었다.
“빛과 어둠.”
“……무슨 말인지 모르겠군.”
나인 다르혼은 고개를 돌렸지만 카릴은 계속해서 나직하게 읊조렸다.
“빛은 소멸이오, 어둠은 창조다. 균열의 존재를 창조하기 위해서는 어둠의 힘이 필요하지. 그건 오직 신만이 가지고 있는 것. 하지만 신 이외에 어둠을 창조할 수 있는 존재가 있다.”
카릴은 얼음 발톱을 들어 그의 목에 겨누었다.
“어둠의 두아트.”
“…….”
차가운 냉기가 두 사람 사이에 흘렀다.
“나인 다르혼. 어떻게 네가 신이 봉인한 2대 광야(光夜)를 가지고 있는 거지?”
꿀꺽-
자신도 모르게 마른 침을 삼킨 나인 다르혼의 목젖이 움직이는 소리가 선명하게 들렸다.
“나도 그 힘이 필요해.”
카릴은 그 모습에 피식 웃으며 뽑았던 검을 다시 거두었다.
“공허의 티끌은 타락과 같은 균열의 존재. 그리고 정령 역시 마찬가지지. 네가 만든 마력 그물이 발동한 이유를 알려줄까.”
그는 나인 다르혼을 향해 천천히 입꼬리를 올리며 말했다.
“내가 가진 정령의 힘에 그물이 반응한 것이다. 내가 폭염왕의 힘을 가지고 있거든.”
카릴이 손등을 들어 그에게 보였다.
박혀 있는 아인 트리거의 붉은 보석이 홀 안에 번뜩였다.
그 순간,
굳어졌던 그의 얼굴이 경악으로 가득 찼다.
“……!!!”
“네 연구를 도와주겠다. 그리고 지금의 나라면 어둠을 다루는 방법도 찾을 수 있겠지. 그렇게 되면 네가 생각하는 궁극의 사령술도 완성 시킬 수 있을 것이다.”
나인 다르혼은 여전히 카릴의 손등에 박힌 폭염왕의 정수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하지만 너 혼자서는 불가능해. 오히려 그 힘에 짓눌려 안티훔을 폐허로 만들게 될 거다. 너도 그렇게 생각할걸? 돌아다니는 공허의 티끌조차 처리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니 말이야.”
나인 다르혼의 얼굴이 굳어진 채 아무런 대답도 하지 못했다.
카릴이 하는 한 마디 한 마디가 모두 맞기 때문이었다.
“…….”
안티훔 주변을 돌아다니는 공허의 티끌.
그건 나인 다르혼이 실수로 만들어 낸 미완의 타락이었다. 하지만 그것을 소멸시킬 방법을 찾지 못해 이런 상황까지 오고 말았다.
“내가 공허의 티끌을 파괴해 주겠다. 그 정도는 내게는 별로 어렵지 않은 일이야.”
“허…….”
나인 다르혼은 아무렇지 않게 얘기하는 그의 모습에서 자신도 모르게 헛웃음을 짓고 말았다.
하지만 그보다 더한 타락들도 수십, 수백, 아니, 셀 수도 없을 정도로 많이 베었던 카릴이었다.
그리고 앞으로 또 수많은 타락을 지겹도록 베고 또 베야 한다.
제대로 완성도 되지 않은 티끌 정도야 눈을 감고도 잡을 수 있었다.
“어때?”
하지만 모든 일에는 공짜는 없는 법.
나인 다르혼의 최고 골칫거리를 해결해 준다면 그에 합당한 대가를 받아 마땅하다.
“마광산에서 속성석을 채취하는 과정에서 버려지는 돌이 하나 있다. 조암석이라는 돌은 사용처를 몰라 다른 마광산에서도 모두 버려지지. 하지만 너는 알겠지. 그 검은 돌이 쓰레기가 아니라는 걸.”
“설마…….”
카릴은 그런 그의 마음을 안다는 듯 검을 거두고 가볍게 어깨를 두들기고는 허리를 숙였다.
“카디훔 마광산에 대한 얘기를 들었는지 모르겠군. 내 소유의 마광산이다. 아직은 아니지만 그곳에서 8각석까지 채취가 가능하다. 그 말은 8각 조암석 역시 존재한다는 말이지. 그것을 네게 제공해 주겠다. 네 연구에 필요한 암흑력을 보안할 수 있을 거야. 하지만…….”
낮은 목소리로 귓가에 속삭였다.
“어둠의 정령왕. 그건 네게 무리다.”
그는 입꼬리를 살며시 끌어 올리며 나인 다르혼을 향해 말했다.
“다룰 수 없으면 그냥 내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