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9th Class Swordmaster: Blade of Truth RAW novel - Chapter (2)
9클래스 소드 마스터 : 검의 구도자 9클래스 소드 마스터 – 검의 구도자-2화(2/497)
2. 검(劍)으로
“루벤이라고 합니다.”
카릴은 자신을 향해 꾸벅 인사를 하는 소년을 바라봤다.
갈색 머리에 뺨에 주근깨가 아직 있는 앳된 아이였다. 그의 눈엔 한없이 어린아이로 보였지만 자신 역시 그와 같은 또래라는 걸 카릴은 다시 한번 떠올렸다.
“나이는 어리지만 저택에서 오래 지내온 아입니다. 똘똘한 아이니 불편한 게 있다면 이 아이에게 말씀하시면 됩니다.”
그의 옆에 서 있는 노년의 남자.
오랫동안 맥거번가의 살림을 도맡아왔던 시종장 테일러였다.
‘다시 보니 좋군, 테일러’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카릴은 그 대신 고개를 끄덕이는 것으로 재회의 인사를 대신했다.
“네.”
테일러는 담담한 얼굴의 그를 보며 신기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옷이 날개라더니.’
처음 저택에 왔을 때의 꾀죄죄했던 모습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고 그의 눈앞엔 귀족의 자제라고 해도 손색이 없을 아이가 서 있었다.
‘저 당당함…….’
하지만 테일러가 놀란 것은 단순히 그의 모습 때문만이 아니었다.
‘마치 황도(皇都)의 지체 높은 귀족들을 보는 느낌이야. 신기하군……. 분명 이민족의 아이라고 했는데 말이야.’
꼿꼿하게 서 있는 모습부터 알게 모르게 풍겨 오는 기운까지.
이곳에 오래 지낸 다른 형제들보다 더 귀족다운 모습이었다.
‘이민족도 분명 계급사회라고 하긴 했었지. 흐음……. 제국에 비해 문화가 뒤떨어지지만, 야만인들만 있는 건 아닐 테니까.’
카릴의 모습을 살피며 테일러는 생각했다.
‘그래, 적어도 족장의 아들 정도 되는 아이겠지. 주인님께서 평범한 아이를 데려오시진 않으셨을 테니까.’
테일러는 그다지 의문을 품지 않았다.
익숙한 듯 자연스러운 느낌.
그도 그럴 것이 카릴뿐만 아니라 먼저 맥거번가(家)에 들어온 네 형제도 모두 특이한 이력이 있었으니 말이다.
‘뭐…… 부디 이걸로 마지막이었으면 좋을 텐데.’
벌써, 여섯 번째 양자(養子).
처음의 한두 번이야 그렇다 쳐도 한 손으로 셀 수 없을 정도의 숫자가 되니 그로서도 신경 쓰이지 않을 수 없었다.
‘마님의 심기가 당분간 또 불편하시겠어.’
테일러는 낮은 한숨을 쉬고는 가볍게 허리를 숙여 인사를 하며 말했다.
“그럼 이만. 루벤, 도련님을 잘 모시거라.”
“네, 시종장님.”
긴장된 얼굴로 아이가 대답했다.
능숙한 시종장과는 달리 주변에 있던 다른 시녀들은 카릴의 시선이 닿기만 해도 깜짝깜짝 놀라며 고개를 숙였다.
‘뭐, 이해는 된다. 이민족을 본 건 처음일 테니까.’
카릴은 쓴웃음을 지으며 생각했다.
이런 대접은 이미 이골이 났으니까. 앞으로도 꽤 오랫동안 이어질 것이다.
“앉아.”
카릴은 익숙하게 주전자에 찻잎을 넣었다.
“아, 그건 제가…….”
“됐어.”
그 모습에 화들짝 놀라며 루벤이 다시 일어섰지만 카릴은 손을 저었다.
‘다른 건 잘하는 녀석이었지만 차를 우리는 것만큼은 정말 못했잖아. 시간이 지나도 어차피 나아지질 않을 일이지.’
그는 기억을 떠올리며 쓴웃음을 지었다.
“같이 마실래?”
“네? 아…… 네, 네.”
잔뜩 긴장된 얼굴로 루벤은 카릴이 건넨 찻잔을 받아 들었다.
“어?”
한 모금 마시자마자 그는 동그랗게 놀란 눈으로 카릴을 바라봤다.
“맛있어요. 이렇게 맛있는 차는 처음이에요.”
“칭찬이 과해.”
“아니에요. 정말이에요.”
루벤은 조금 전의 긴장으로 목이 탄 듯 카릴이 준 차를 홀짝 잘도 받아 마셨다.
‘너 하곤 참 오래 있었지.’
전생의 카릴은 오랫동안 맥거번가에 어울리지 못했다. 덩달아 루벤과도 마찬가지였다.
당연한 일이었다.
자신의 부족을 멸망시킨 장본인의 가문.
닥치는 대로 부수고 엉망으로 만들기 일쑤였다.
그는 항상 날을 세우고 있었고 그런 자신의 뒤를 루벤은 그저 겁에 질린 얼굴로 따를 뿐이었다.
‘하지만 생각해 보면 너만 한 사람도 없었다. 모두가 쉬쉬했지만 저택에서 이민족이라고 날 피하지 않은 몇 안 되는 사람 중 하나였으니까.’
저택에서 처음 만난 사람.
‘많은 일이 있었지.’
그 세월 동안 끝까지 자신을 믿어 준 사람.
‘그걸 네가 죽은 다음에야 알게 되었던 게 내 후회 중의 하나였다.’
카릴은 루벤을 바라봤다.
“저……. 도련님은 이제 이곳에서 생활하시는 거죠?”
“그렇겠지.”
어색한 공기를 깨기 위함일까.
루벤은 용기를 내서 카릴에게 먼저 말을 걸었다.
“중앙은 처음이시죠? 북부에 계셨으니……. 혹시 궁금하신 거라도 있으세요? 아니면 저택에서 가보고 싶은 곳은요? 제가 안내해 드리겠습니다.”
자신 있게 말하는 그의 모습에 카릴은 피식 웃었다.
‘궁금한 게 있을 리가. 아마도 너보다 내가 더 이 저택에 대해서 더 잘 알고 있을 거다. 심지어 네가 죽은 이후의 가문의 모습까지 말이야.’
그걸 알 리 없는 루벤은 초롱초롱한 눈빛을 빛내며 카릴의 대답을 기다렸다.
“한 곳 있긴 한데.”
카릴은 나지막하게 말하며 창밖을 바라봤다.
어스름이 깔리기 시작하는 저녁.
저 멀리, 한 곳을 주시했다.
‘빠르다면 빠를지 모르지만……. 전생(前生)과 같이 쓸데없이 시간을 허비하지 않을 거다.’
바로 잡기 위한 첫 단추.
다들 그곳에 모여 있을 거다.
아마도 지금쯤 자신에 관한 얘기로 소란스럽겠지.
하지만 그 정도 소란은 앞으로 자신이 하려는 일에 비한다면 시작한 것도 아니다.
꽈악-
손아귀에 힘이 들어간다.
손목을 푸는 그의 동작에서 설렘이 느껴졌다.
“그게 어디신데요?”
루벤이 물었다.
카릴은 그리운 이름을 내뱉었다.
“맥거번가(家)의 연무장(硏武場).”
* * *
“어떤 것 같아?”
“그 눈동자 봤지? 더 이상 무슨 설명이 필요하겠어.”
캉-!! 카앙-!!
검이 부딪히는 소리가 요란했다.
“형님, 이민족이라니……. 도대체 아버지께선 무슨 생각이신 거지? 죽여야 할 녀석을 데려오다니요. 황명을 거역한 것과 다를 바 없잖습니까?”
“말을 가려서 해라.”
“…….”
마르트 맥거번은 셋째인 엘리엇을 향해 말했다.
“하지만 형님…….”
“검에 집중해. 목숨을 걸고 싸우는 상황에서도 불만을 먼저 할 거냐. 아니면.”
그의 검이 궤도를 바꾸며 엘리엇의 가슴을 노렸다.
“나와의 대련이 싱겁다고 생각하는 거냐.”
카가각-!!
아슬아슬하게 엘리엇은 그의 검을 막았지만 오히려 검날을 타고 마르트의 공격이 더 거세게 이어졌다.
한 호흡에 세 번의 찌르기가 엘리엇의 어깨를 노렸다.
캉!! 카강!!! 캉!!
두 번의 공격을 막았지만 결국 마지막을 버티지 못하고 엘리엇이 검을 떨어뜨리고 말았다.
“……설마 제가 형님과의 대련에서 딴생각을 품을 여유가 있겠습니까.”
어깨를 으쓱하며 엘리엇이 한숨을 내쉬었다.
유일하게 크웰의 피를 이어받은 사람.
검술 실력부터 품성까지.
부족함이 없이 모두가 인정하는 후계자였다.
“너희들 역시 같은 처지다. 아버지께서 데려온 이상 우리의 막내가 되는 거야. 알겠느냐.”
여유로운 모습.
마르트는 그런 대우가 익숙한 듯 말했다.
태생이 다르다.
그는 누가 뭐라 해도 귀족이니까.
하지만 두 사람의 대련을 지켜보고 있던 둘째, 티렌은 그의 말에 동의하지 못하겠다는 듯 인상을 구겼다.
“진심이십니까?”
“…….”
“정말 저희를 받으실 때와 똑같은 마음이시냔 말입니다.”
그들에게 있어 갑작스럽게 형제가 생기는 건 그다지 놀라운 일은 아니었다.
제각각의 눈동자.
제각각의 피부.
제각각의 모습까지.
닮은 구석이라곤 없다.
몰락한 귀족에서부터 상인의 아들, 수도원에 버려진 아이까지…….
모두의 과거도 달랐지만 한 가지 공통점은 있었다.
재능(才能).
어린 나이임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모두 한 방면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아이들이었다.
“형님은 두말할 것 없고 아버지께서 녀석에게 무엇을 보신 건진 모르지만 아무리 그래도 이민족은 아니지 않습니까.”
“네가 이민족을 싫어하는 이유는 우리가 다 알고 있으니 열을 낼 필요 없다.”
“……앞으로 어떻게 될 것 같습니까.”
티렌은 입술을 깨물며 물었다.
“지켜봐야겠지. 아버지께서 그 아이에게 찾은 게 황명보다 더 가치가 있는 것인지.”
“설마 아버지께서 녀석마저 승계 후보에 올리시진 않으시겠죠.”
척-
마르트는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 바닥에 떨어진 엘리엇의 검을 던졌다.
“시답잖은 소리.”
하지만 그 순간.
그의 얼굴은 차갑게 굳어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