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9th Class Swordmaster: Blade of Truth RAW novel - Chapter (20)
9클래스 소드 마스터 : 검의 구도자 9클래스 소드 마스터 – 검의 구도자-20화(20/497)
18. 세상에 공짜는 없다
처음 생각했던 공을 쌓아 하루라도 빨리 황궁으로 가겠다는 목표는 단순히 황궁에 입성할 수 있는 기회를 얻는 것을 뜻하는 게 아니었으니까.
‘이건 첫 단추에 불과하다.’
그가 계획한 명예의 독식이란 겨우 이 정도가 아니었으니까.
‘나의 태생조차 뛰어넘을 공을 세우는 것. 그래서 황궁의 귀족들이 나를 인정하지 않을 수 없도록 만들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 이 정도는 너무 작다.
‘더 큰 것을 위한 준비 역시 끝냈으니까.’
크웰은 카릴의 말에 낮은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끄덕였다.
“이해해 준다니 고맙구나. 대신 원하는 것이 있다면 얘기하거라. 최대한 도와주마.”
카릴은 기다렸다는 듯 대답했다.
“통행 허가서를 얻고 싶습니다. 제국 내에서 신분을 확인하지 않아도 되는.”
“그 말은 저택을 나가고 싶다는 의미인 게냐.”
끄덕-
‘어차피 저택에서 원하는 것은 얻었다.’
처음부터 그가 회귀의 시간을 이때로 정한 이유도 용의 심장을 얻기 위함이었으니까.
몸을 만들 시간도, 란돌을 구하고 루레인 공국의 첩자인 아르딘을 처단하는 일도.
‘아직 가다듬어야 할 부분이야 수두룩하지만 더 이상 시간을 허비할 필요가 없다.’
카릴은 아르딘과의 전투에서 자신의 수준을 충분히 가늠할 수 있었다.
마력을 사용하는 기사를 상대로 12살의 몸으로도 그는 충분히 압도했으니까.
“이곳 생활이 마음에 들지 않느냐. 아니면 이번 일로 실망을 한 거냐.”
“아닙니다. 단지 좀 더 넓은 세상을 보고 싶을 뿐입니다.”
“으흠…….”
‘물론, 앞으로 일어날 커다란 사건들에 내가 관여하기 위함이기도 하고.’
그러기에 저택은 너무 좁았다.
크웰은 카릴의 말에 잠시 고민을 하듯 눈을 감았다.
“백작가의 증표까지는 필요 없습니다. 오히려 눈에 띄어 더 번거로울 테니까.”
그의 고민을 알아챈 듯 카릴이 먼저 선수를 쳤다.
“백작의 수행자만이 쓸 수 있는 인증이 있다고 알고 있습니다. 그것으로 충분합니다.”
“허허……. 네가 그런 것도 알고 있느냐.”
“주워들었을 뿐입니다.”
물론.
전생에서 귀족의 증표 정도는 숱하게 봐왔던 것이지만.
“알겠다. 그렇게 하도록 하지.”
크웰은 고개를 끄덕였다.
카릴은 그의 대답에 나지막하게 입꼬리를 올렸다.
‘됐다. 아르딘을 잡은 것에 대한 보상으로는 작지만 이 정도면 괜찮다. 제국을 돌아다니기 위해서 내게 가장 필요한 것은 신분이었으니까.’
물론.
관문을 지키는 병사들의 눈이야 쉽게 속일 수 있다.
하지만 그가 원하는 것은 공을 쌓는 것.
그러기 위해서는 밝힐 수 있는 신분이 필요했다.
탈칵-
크웰은 품 안에서 문언가를 꺼냈다.
손가락 한 마디보다 작은 청보석이 박힌 장신구였다.
“기사단에 허가된 제국 내의 검문을 통과할 수 있는 인장이다. 내 임무를 수행하는 자에게만 주어지는 것이니 네 신분이 알려질 일은 없을 게다.”
‘좋아.’
카릴은 그것을 바라봤다.
‘게다가 나르 디 마우그의 레어도 동쪽 끝에 있다. 그곳에 가기 위해서는 무조건 황도를 거쳐야 하고 그전에도 많은 관문을 통과해야 하지.’
아직 잠들어 있을 백금룡(白金龍).
지금 당장 갈 수 없지만 언젠가 신탁이 내려지기 전에 먼저 그를 찾아가리라 생각했다.
‘얻을 수 있는 것은 모두 취했다.’
“감사합니다.”
카릴이 장신구를 받아들며 고개를 끄덕였다.
“미안하구나.”
그런 그를 바라보며 크웰은 나지막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때였다.
“백작님—!!!!!”
복도가 소란스러웠다.
집무실의 문이 열리며 부관이 당혹스러운 얼굴로 숨을 헐떡이며 나타났다.
“무슨 일이냐.”
“그…… 그게…….”
그는 무슨 말을 하려다가 머뭇거리며 카릴을 바라봤다.
“어서 말하게.”
부관은 입술을 깨물며 고개를 숙였다.
“포로가…… 자살했습니다.”
그 순간.
카릴은 마치 그 죽음을 기다렸다는 듯.
소란스러운 저택의 외침들을 들으며 천천히 복도를 걸었다.
‘티렌, 나는 네가 평생 했던 후회를 막아주었고 란돌의 생명을 구해줬다. 이 정도면 너희들도 충분한 보상을 받은 거겠지.’
스스로의 힘으로 쟁취하라.
수많은 전장에서 살아남으며 그가 깨달은 진리.
카릴의 눈동자가 빛났다.
‘나는 아무리 작은 공이라도 남에게 거저 줄 생각 없다.’
* * *
“그게 무슨 말이야!!!”
“저희도 영문을 모르겠습니다. 보초가 교대하러 왔을 때까지만 해도 괜찮았는데…….”
“비켜!!”
크웰은 신경질적으로 소리치며 지하 감옥을 향해 복도를 달리기 시작했다.
“…….”
복도에서 달려가는 그를 바라보며 카릴은 담담한 얼굴로 생각했다.
‘베이커 녀석, 아주 적절한 시기에 썼군. 끝까지 말을 잘 듣는 놈이라 다행이야.’
괜히 자신이 찾아간 뒤에 바로 죽거나 했으면 조금 곤란할 뻔했다.
‘뭐, 그렇다 하더라도 의심을 받진 않겠지만.’
그때는 그때에 맞춰 준비한 변명거리들이 충분히 있었으니까. 카릴은 옅은 미소를 띠며 만족스러운 듯 방을 나섰다.
‘티렌, 란돌. 너무 아쉬워하지 마라.’
그는 팔짱을 낀 채 생각했다.
‘어차피 전생(前生)에서도 밝혀지지 못했던 일이다. 풀지 못했던 첩자의 일을 내가 해결할 수 있다면 제국에도 도움이 되는 일일 테니까.’
* * *
“서리뱀 풀입니다.”
“…….”
거품을 물고 쓰러진 술사를 바라보며 부관의 보고에 크웰은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
“치명상을 입을 독초는 아니지만……. 이 정도 부상자라면 충분히 심장이 멎을 수도 있을 겁니다.”
“샅샅이 몸을 수색한 게 맞느냐.”
“제가 직접 몇 번이나 했습니다만……. 죄송합니다.”
폴헨드는 크웰의 말에 고개를 숙이면서 말했다.
“고개를 들게.”
청기사단의 전(前) 부단장이었던 그의 실력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크웰이었기에 더 이상의 질책은 하지 않았다.
“알고 있으니. 자네가 허투루 할 리는 없다는 거.”
“첩자들이 비상용으로 가지고 있었다면 충분히 놓칠 수도 있습니다. 게다가 길에서도 흔하게 나는 풀입니다. 압송하는 과정에서 구했을 수도 있고……. 가능성은 여러 가지입니다.”
부관도 그를 두둔했다.
“그걸 지금 말이라고 하는가? 길에 난 잡풀이라 하더라도 압송당하는 포로가 그딴 짓을 할 수 있다는 게?”
“죄송합니다…….”
크웰의 말에 부관이 고개를 숙였다.
“다만……. 난감하게 되었습니다. 이런 식으로 포로가 죽을 줄은……. 황도에서 곧 사람이 올 텐데 말입니다.”
“게다가 도련님들의 첫 공적인데…….”
“그건 중요한 게 아니네.”
어차피 받아야 할 사람이 받지 못하는 상황이었으니까. 처음부터 찝찝했던 일이었기에 크웰은 차라리 홀가분한 얼굴이었다.
“오히려 포로를 제대로 관리하지 못한 것에 대한 질책을 받겠지.”
‘특히 제1황자파에서 이 일을 가지고 물고 늘어질 가능성이 높다.’
크웰은 가볍게 입술을 깨물었다.
* * *
‘그럼, 루온 황자가 가만히 있지 않겠지.’
카릴은 창밖을 바라보며 분주하게 움직이는 병사들을 바라보며 생각했다.
‘그는 뱀 같은 남자니까. 당연히 이 일을 가지고 아버지를 문책하려 할 거야.’
카릴은 나지막하게 중얼거렸다.
“하지만 지금 당장은 아냐.”
크웰이 쌓은 공을 생각했을 때 황제가 그를 벌 하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게다가 그는 황명을 수행 중이었다.
이번 일은 어찌 본다면 저택에서 일어난 일이니 이단섬멸을 수행하기 위해 출정한 그를 다시 불러들이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었다.
‘그리고 아버지는 대륙에 다섯뿐인 소드 마스터 중의 한 명. 제국의 상징과도 같은 사람이니까.’
하지만 황자는 황제가 아니다.
아무리 크웰이 제국에 중요한 사람이라 할지라도 자신을 반대하는 사람이라면 입장이 달라진다.
어떻게든 피해를 주려고 할 터.
‘내 기억이 맞다면 아버지는 이번 출정에서 북남부에 있는 메켄 부족과 수르마 부족을 토벌할 것이다.’
크웰이 다시 돌아오기까지는 약 1년.
‘어쩌면 다행이다.’
북부의 이민족 중에서도 제법 규모가 큰 그들이었기 때문에 토벌이 쉽지 않아 예상보다 시간이 길어졌기 때문이다.
다시 생각하면.
‘그 기간에 아버지는 안전하다는 말이지.’
그리고 또다시 말하자면.
‘내가 루레인 공국의 첩자를 찾아내어 반론의 증거를 준비 해야 하는 시간이기도 하고.’
카릴의 눈빛이 빛났다.
‘이제 이곳을 정말 떠나야 하겠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