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9th Class Swordmaster: Blade of Truth RAW novel - Chapter (200)
9클래스 소드 마스터 : 검의 구도자 9클래스 소드 마스터 – 검의 구도자-200화(200/497)
157. 안티훔에서
“이씨……! $^%*@……!!!”
차마 입에 담을 수 없는 욕지거리와 함께 있는 힘껏 창을 휘두르던 세리카가 ‘헉-!!’ 하는 외침과 동시에 눈을 떴다.
“이제 끝났나?”
“그놈들 어딨어?”
“물어보기 전에 이 창부터 좀 치우지?”
세리카는 그제야 카릴이 팔을 들어 그의 목을 겨누고 있는 자신의 창날을 손가락으로 잡고 있다는 걸 깨달았다.
“아……! 미, 미안.”
“무슨 환영을 봤기에 이 난리야?”
“그냥. 그다지 보고 싶지 않은 놈들이었어.”
그녀는 입이 쓴 듯 입맛을 다셨다.
“그렇군.”
카릴은 그녀의 도전의 서에 나왔던 자들이 누군지 단번에 예상할 수 있었다.
과거 신탁의 10인으로서 그녀와 함께했을 때 술을 마시면 항상 했던 아버지의 얘기를 카릴은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후우…….”
그녀는 이마에 맺힌 땀을 닦아냈다.
기껏해야 열 살도 안 되었던 어린 시절에 참혹하게 죽은 아버지였다.
퇴역 용병이었던 그녀의 아버지는 과거에 있었던 생활에서 적을 두었던 자들이 많았는지 일선에 물러나 여생을 보내기 위해 찾았던 작은 마을에서 살해당했다.
아버지가 죽는 광경을 두 눈으로 목격했던 그녀였으니 정신적인 충격은 실로 말할 수 없을 정도일 것이다.
“만남 김에 죽지 않을 만큼 괴롭히고 있었는데. 왜 갑자기 깨어난 거지. 그 새끼……. 죽어버린 건가.”
“……뭐?”
“팔다리부터 꿰뚫어버린 다음에 쇄골에서부터 갈비뼈 하나하나 창날로 부수고 마지막으로 창을 목에 꽂아서 떠들어대던 입을 날려 버리려고 했는데.”
세리카는 입맛을 다시면서 말했다.
“갑자기 깨버렸네.”
“…….”
카릴은 조금 전 자신의 목을 노렸던 그녀의 창을 떠올리며 말했다.
“역시 네 성격이면 가볍게 통과할 거라 생각했어.”
“뭐지? 칭찬으로 안 들리는데.”
“칭찬이야.”
그녀는 어쩐지 찝찝하다는 표정으로 입술을 씰룩였다.
“저치는 제법 고생하는 것 같은데.”
아직 바닥에 쓰러져 끙끙 앓고 있는 미하일을 보며 세리카가 말했다.
“시험을 중단할까? 도전의 서에서 시작되는 시험은 솔직히 정신이 붕괴되지 않고 버티는 것만으로도 안티훔의 자격을 얻기엔 충분하다.”
“얼마나 흘렀지?”
“한나절.”
세리카는 나인 다르혼의 말에 ‘그것밖에? 조금 더 괴롭힐 수 있는데…….’라고 들리지 않을 작은 목소리로 아쉬운 듯 중얼거렸다.
그런 그녀를 보며 어이가 없다는 듯 카릴은 헛웃음을 치면서 말했다.
“내버려 둬. 도전의 서도 통과하지 못한다면 아무리 재능이 있다 하더라도 정신적으로 강해지지 못해. 경지에 오르기 위해서는 냉철해질 필요가 있어.”
시험의 결과에서도 알 수 있듯이 전생 영웅이었던 세리카 로렌은 확실히 달랐다.
그뿐만 아니라 대마도사인 세르가 역시 비범하긴 마찬가지였다.
반면, 이명과 달리 정신적으로 유약한 송곳의 이스라필은 같은 신탁의 10인임에도 다른 두 사람에 비해 두각을 나타내지 못했다.
‘물론 그 역시 그 사건 이후에 결국 네크로맨서의 길을 걷긴 했지만…….’
끔찍한 경험이든 두려운 경험이든 정신적인 고통을 이겨 낼 수 있을 만큼의 강인함이 있어야 한다.
세리카의 강함을 알기에 이 시험을 카릴이 그다지 걱정하지 않았던 이유기도 했다.
‘하지만 미하일은 다르다. 재능이 있다 하더라도 전생에는 오히려 그 재능을 쓰지 못하고 썩힌 경우니까. 정신적으로의 성장을 아직 확인하지 못했어.’
카릴이 그를 이곳에 데리고 온 이유는 단순히 그가 마법사이기 때문만이 아니었다.
‘이 시험을 통과하는 것만으로도 그는 성장할 수 있는 발판을 만드는 거니까.’
“얼마가 걸려도 그의 시험을 해제하지 마.”
“그러다 정신 붕괴가 와도 난 모른다?”
“고작 이런 허접한 시험에 져 버린다면 애초에 나와 함께할 수 없지.”
카릴은 세리카를 가리키며 나인 다르혼에게 말했다.
“열다섯 여자애도 통과한 시험인데.”
“누가 할 소릴.”
그녀는 카릴의 말에 어이가 없다는 듯 콧방귀를 꼈다.
“당신도 이런 면에서는 꽤나 냉정하네. 확실히 썩 유쾌한 경험은 아니었는데.”
“실패할 거라고 생각 안 하니까. 미하일이라면 시간이 걸리더라도 분명 통과한다. 그리고 끝나고 나면 너도 조심하는 게 좋을 거야. 단번에 네 성장을 뛰어넘을 테니까.”
“하……. 저 인간이?”
“착해빠져 보여도 할 때는 하는 놈이야. 널 포격에서 구해줬잖아.”
카릴의 말에 세리카는 살짝 인상을 찡그렸다.
“겨우 그 한 번 가지고…….”
“그 한 번이 없었다면 여기에 넌 없었겠지. 창으로 날아오는 포탄을 막을 순 없으니까.”
그는 살짝 어깨를 으쓱했다.
“뭐, 난 다르지만.”
재수 없다는 세리카의 시선이 확연하게 느껴졌지만 카릴은 오히려 그것을 즐기듯 말했다.
오히려 독려하는 것보다 승부욕을 자극하는 것이 그녀를 움직이게 하는 방법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는 카릴이었기에 미하일을 대하는 태도와 그녀를 대하는 태도가 완전히 달랐다.
미하일과 그는 군신관계가 명확하지만 세리카는 오히려 놀리듯 친구를 대하는 것처럼 행동했다.
“기다려. 내가 곧 둘 다 뛰어넘어 줄 테니까.”
그의 생각대로 세리카는 의욕을 불태우며 카릴에게 말했다.
“뭐, 좋다. 저자는 그렇다 쳐도……. 이제 어떻게 할 생각이지?”
나인 다르혼은 기다리기 지쳤다는 듯 카릴의 대답을 기다렸다.
‘아주 제 방인 양 떠들어 대는군. 이 일을 정말 해결할 수 없다면…… 네놈부터 가만두지 않겠다.’
그에게 있어서 공허의 티끌을 정리하는 것이 가장 큰 급선무이거니와 그 일이 해결되는 순간 더 이상 저들을 볼 이유가 없었다.
“그전에 보여줘야지. 사람을 부리기 전에 말이야.”
“뭘?”
“왜 이래? 거래를 하려면 확실하게 해야지. 실물을 보여주는 게 기본 아냐? 두아트의 봉인을 먼저 꺼내봐.”
“…….”
그런 그의 생각을 이미 알고 있다는 듯 카릴은 콧방귀를 뀌었다.
탁-
살짝 입술을 깨물며 뭐라 말을 하려던 나인 다르혼이 결국 낮은 한숨을 내쉬며 손가락을 튕겼다.
드르르르르…….
그러자 서재의 한쪽이 열리면서 그 안에 작은 상자 하나가 나타났다.
상자를 열자 그 안에도 작은 책 한 권이 있었다.
“악몽(惡夢)의 서라고 한다.”
나인 다르혼은 목소리를 내리깔며 말했다.
“흠.”
카릴은 ‘도전의 서’ 때와는 달리 피처럼 붉은 인장이 찍혀 봉인되어 있는 책을 살펴보며 나지막한 목소리로 말했다.
“열지 마라. 뭐, 어차피 열지도 못하겠지만.”
“왜?”
“7클래스의 최상급 봉인 마법을 걸어 놨으니까. 게다가 이 방 자체가 마력을 흡수하고 있어서 대마법사의 반열에 오른 놈들이 와도 그건 못 열지.”
나인 다르혼은 턱을 괴면서 말했다.
“게다가 만에 하나 봉인이 풀린다면 걷잡을 수 없는 일이 벌어질 거다. 순간적으로 이 일대가 어둠에 집어 삼켜질 테니.”
“천하의 불멸회 수장도 어둠이 두렵나 보지?”
“흥……. 겪어보지 못한 네놈은 모를 거다. 그건 단순한 어둠이 아니야.”
그의 말에서 두려움이 느껴졌다.
카릴은 피식 웃었다.
지금 누구보다 어둠을 질리도록 경험했던 사람 앞에서 고작 한 번, 그것도 제대된 어둠도 아닌데 그런 말을 하니 우스울 수밖에 없었다.
“자, 이제 공허의 티끌을 사냥하는 방법에 대해서 의논을 할 때로군. 안 그래? 자신만만하게 얘기했으니 바로 처리를 할 수 있겠지?”
나인 다르혼은 기대에 찬 눈빛으로 카릴에게 말했다.
“그럼. 뭐, 어려운 일도 아니니까. 그런데 바로는 아니야. 티끌의 처리는 내가 아니라 저 둘이 할 거다.”
“……지금 이게 뭔 개소리지?”
카릴의 대답에 나인 다르혼은 어이가 없다는 듯 그를 바라봤다.
“기껏해야 이제 막 마법사의 반열에 오른 애송이 둘로 뭘 할 수 있겠느냔 말이야!!”
세리카는 나인 다르혼의 외침에 손가락으로 자신을 가리키며 어이가 없다는 듯 눈빛을 보냈다.
“게다가 한 놈은 아직도 도전에서 벗어나지 못해 끙끙 앓고 있는데! 공허의 티끌이 저런 애송이들이 사냥할 수 있는 녀석이었으면 진즉에 내가 처리했을 거다.”
“아니. 넌 못해.”
“……뭐?”
카릴의 단호한 대답에 나인 다르혼의 얼굴이 구겨졌다.
“너나 저 둘이나 똑같아. 내 도움이 있어야 한다는 전제가 깔리지 않으면 말이야.”
그때였다.
카릴이 악몽의 서에 찍혀 있는 인장을 잡아떼려는 듯 손을 가져갔다.
“무슨 짓을……!!”
나인 다르혼은 도리어 어처구니없다는 표정으로 해볼 테면 해보라는 듯 카릴을 바라봤다.
차르륵…….
카릴은 천천히 손목에 잠겨 있는 팔찌를 풀었다.
“……!!!”
나인 다르혼의 그 표정은 고작 몇 초를 가지 못했다. 거만한 얼굴은 경악에 찬 표정으로 바뀌었고 이제는 오히려 그가 짓눌릴 듯한 마력의 압박에 고개가 숙여질 정도였기 때문이다.
화르르륵……!!
[네가 용마력을 가지고 있다는 걸 내가 깜빡했군.]순간, 탐욕의 팔찌를 풀자 카릴의 팔을 따라 붉은 화염이 나선을 그리며 솟구쳐 올랐다.
불꽃은 서서히 모양을 갖추기 시작했다.
라미느의 형상이었다.
[건물 내부의 봉인식을 해제한 게 아니라 아예 마력의 양으로 밀어붙여 버리다니……. 이런 무식한 방법이 통할 줄이야. 자칫 잘못했으면 오히려 마력 역류가 일어 즉사였다.]“알아. 하지만 나름의 계산 하에 나온 거야. 혈맥이 아직 뚫리지 않아 높은 마법을 쓸 수는 없지만 적어도 계산법은 머릿속에 있으니까.”
카릴은 라미느의 말에 피식 웃었다.
알른 자비우스가 그에게 남겨 놓은 원로회의 방대한 지식은 사실 안티훔 대도서관에 있는 마법서들에 비할 바가 아니었다.
하지만 그건 카릴만이 알고 있는 것.
뿐만 아니라 알른 자비우스가 사령술사가 아니었기에 흑마법에 관련된 지식이 부족하다는 것과 일일이 그가 사람들을 가르치는 것엔 한계가 있기에 마법회의 힘이 필요해 이곳을 찾은 것이다.
“하지만 이 봉인을 풀기 위해선 라미느, 네 도움이 필요할 듯싶군. 나로서는 역부족이야.”
[네 녀석이 역부족이라는 말을 하니 이보다 어울리지 않을 수 없구나.]“…….”
폭염왕의 모습을 두 눈으로 목격하자 나인 다르혼은 이제 어안이 벙벙한 모습으로 둘을 번갈아 보느라 정신이 없었다.
“이곳에 두아트가 봉인되어 있다고 하는군. 인장의 봉인 마법이야 저치가 한 거라서 직접 풀면 된다지만 책을 열면 있는 진짜 봉인인 어둠을 소멸시키려면 네 힘이 필요하다.”
[알겠다. 이렇게 용마력을 계속해서 유지하는 것도 네게는 무리가 될 테니……. 필요할 때에 나를 불러라.]“얘기가 통하는군.”
라미느는 바깥 공기를 마시듯 크게 방을 한 바퀴 휘젓듯 날고서 다시 카릴의 아인 트리거 안으로 흡수되듯 사라졌다.
“후우…….”
그가 사라짐과 동시에 카릴은 탐욕의 팔찌를 다시 손목에 채웠다.
“공허의 티끌 같은 건 별로 어려운 일도 아냐. 너와 난 그것보다 더 중요한 일이 있잖아.”
카릴은 악몽의 서를 가볍게 들어 올리며 나인 다르혼에게 말했다.
“설마……. 정말로 그 책의 봉인을 풀 생각인가?”
“그럼 그쪽이 할래?”
“…….”
나인 다르혼은 그렇게 말하면서도 자신의 물음이 바보 같다는 걸 느꼈다.
눈앞에 있는 소년이 가진 마력.
다른 것도 아닌 용마력이었다. 대마법사의 반열에 오른 자신들도 이루지 못할 엄청나게 방대한 마력.
카릴이 아니라면 대륙에서 저 책의 봉인은 누구도 풀 수 없을 것이다.
“피라미를 잡는데 수장들이 직접 움직여야 쓰겠나. 못 미더울 수 있겠지만 조금만 키우면 저 둘로도 문제없을 거야.”
“키우다니……?”
나인 다르혼을 바라보며 카릴이 씨익 웃었다.
“당연히 마력이지. 지금도 가능하지만 기술적인 측면이 부족해. 특히 저 녀석. 5대 속성 중에서도 찾기 어려운 풍계열의 마법사임에도 불구하고 1클래스의 생활 마법인 온풍 마법도 쓸 줄 모른다니까.”
카릴이 아직도 끙끙대고 있는 미하일을 가리켰다.
그의 말에 나인 다르혼은 지금 무슨 소리를 하는 건지 이해가 안 간다는 듯 그를 바라봤다.
“내 지식은 방대하지만 검술이 아닌 마법에 관해서는 나 역시 좋은 스승은 되지 못해. 하지만 여기에 수백 명의 마법사를 배출한 아주 좋은 스승이 있잖아?”
“하……. 너.”
카릴의 말에 나인 다르혼은 이해한 듯 헛웃음을 지었다.
“책장에 꽂혀 있는 마법서들을 그냥 쌓아만 두면 뭐해? 먼지나 쌓일 뿐이지.”
마치 맛있는 음식을 보며 입맛을 다시면서,
“그러니까 쟤들한테 좀 풀라는 말이야.”
카릴은 웃으며 손가락으로 아래층을 가리키며 말했다.
“대도서관의 지식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