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9th Class Swordmaster: Blade of Truth RAW novel - Chapter (201)
9클래스 소드 마스터 : 검의 구도자 9클래스 소드 마스터 – 검의 구도자-201화(201/497)
158. 가문을 위하여
“아버님.”
티렌은 영지로 떠날 준비를 하는 크웰을 찾았다.
“왔느냐.”
며칠 사이에 수척해진 얼굴.
크웰의 안색을 살피며 티렌은 낮은 한숨을 내쉬었다.
“고심이 많으시겠습니다. 카릴, 그 아이가 그런 식으로 돌아올 줄은 정말 몰랐습니다. 게다가 그런 난리를 피울 줄이야…….”
“믿기지 않은 일이지.”
“네, 정령왕의 힘도 그렇지만 무엇보다 트윈 아머에서의 패퇴가 카릴 때문이라니요. 도대체 무슨 생각으로 그런……. 자칫 잘못했으면 맥거번가의 존속이 위태로워졌을지 모릅니다.”
티렌은 혀를 찼다.
“그 아이는 폐하와 연이 닿아 있었으니까. 어쩌면 이것도 폐하의 명일지 모르지.”
“그러기엔 두 사람의 대화가 썩 호의적으로 보이진 않았습니다.”
크웰은 그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제국은 이제 황제, 1황자와 2황자파로 극명하게 갈렸다고 할 수 있다.
대외적으로는 지금 모두가 황제를 따르지만 틈이 생긴다면 언제나 황좌는 바뀔 수 있는 법.
세 명의 팽팽한 줄다리기 상황에서 카릴의 등장은 모두에게 경종을 울리는 일이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는 도움이 되었습니다. 당분간 루온 황자님 쪽은 다시 세력을 안정시키느라 바쁠 테니.”
“말을 조심하거라. 이곳은 황궁이야.”
크웰의 말에 티렌은 조심스럽게 고개를 끄덕였다.
“형님은요?”
“타투르에 간다 하였다.”
“네?”
생각지 못한 크웰의 대답에 티렌은 자신도 모르게 놀란 듯 소리쳤다.
“이런 때에 카릴을 다시 만나는 건…….”
“썩 좋은 결정은 아니지. 하지만 무슨 일인지 지금이 아니면 안 된다고 고집을 피우더라.”
“그런 분이 아니신데…….”
“스스로 결정을 할 나이지. 때로는 그게 실수가 될 수 있어도 말이야.”
누구보다 귀족 사회에 대해서 잘 알고 있는 마르트였다. 크웰은 그가 처음으로 자신의 의견을 제대로 피력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폐하께서 아버지를 부른 일과 관련이 있는 것입니까?”
티렌의 물음에 크웰은 고개를 저었다.
“아니. 마르트의 독단이다. 그보다 제이크의 건강이 좋지 않다는 얘기가 들려 걱정이로구나.”
맥거번가의 다섯째.
카릴과 1살 차이인 그는 다른 형제들에 비해 무척이나 유약한 아이였다.
수도원에 버려졌던 그를 크웰이 데리고 온 지 수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말수가 적고 몸도 약해 주로 방에서 지냈다.
그렇기 때문에 저택을 소란스럽게 만들었던 카릴이 왔던 그 이후에도 제이크와 카릴이 얼굴을 마주한 적은 몇 번 되지 않았다.
“다섯째의 건강이 걱정되는 것은 당연하나……. 아버지께서 저택으로 돌아가시는 게 폐하와 관련이 있는 것은 아닌지요.”
크웰은 조금 전 마르트에 대한 질문은 바로 대답을 했지만 이번 물음에서는 쉽사리 말문을 열지 못했다.
“폐하께서 맥거번가(家)의 일은 가문 안에서 해결을 하라고 하시더군.”
“카릴을……. 끊어 내라는 말씀이십니까.”
티렌은 이해가 가지 않았다.
비록 카릴이 그를 도발하긴 했으나 타투르가 독립 국가가 된 지금 맥거번가인 그를 이용하면 3강 체제를 무너뜨릴 수 있는 열쇠를 제국이 거머쥘 수 있는 절호의 기회였기 때문이다.
“폐하께서는 내게 카릴에 관련하여 아무런 요구도 하지 않았다. 다만……. 제이크를 황궁으로 불러들이라 하셨다.”
“네?!”
“그 아이의 건강이 우려되니 내게 직접 아이를 데리고 오라고 하셨다.”
“제이크를 황궁으로 불러들이시겠다는 말씀이십니까?”
크웰은 티렌의 말에 무겁게 고개를 저었다.
“헤임으로 간다.”
“……그건 억지입니다!!”
티렌의 외침에 크웰은 나지막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억지지. 그런데 어쩌겠느냐. 제이크의 건강이 좋지 않다는 것은 이미 귀족들이라면 모두가 알고 있는 사실……. 폐하께서 직접 하신 말씀이시니 따르지 않을 수가 없구나.”
“헤임은 교단의 성지지 않습니까. 허락된 자가 아니면 들어가지도 못합니다. 어떤 의미에선 황궁보다 더 외부와 단절된 곳입니다.”
치료가 아니라 인질로 잡아 두겠다는 황제의 의도를 모를 리가 없었다.
자신의 감정을 잘 표출하지 않는 티렌이었지만 이번 언성을 높였다.
황제의 요구는 너무나도 가혹했다.
‘고블린 섬멸 이후 나와 란돌을 수도에 둔 이유도 아버지를 견제하기 위함이란 걸 안다.’
하지만 올리번의 수완 덕분에 두 사람은 모두 2황자파의 사람인 궁정 마법사와 려기사단에 소속될 수 있었다.
그때와 같은 불찰을 겪지 않겠다는 듯 황제는 이번에는 대놓고 제이크를 요구한 것이다.
‘교단은……. 오직 폐하에게만 힘을 실어 준다. 제이크가 헤임으로 가게 되면 되찾을 방도는…….’
황제의 명을 따르든지 아니면 올리번이 황위에 오르든지 하는 두 가지 방법뿐.
후자의 방법이 가장 이상적이겠지만 자칫 잘못하면 그전에 제이크의 목숨이 위험할지 모른다.
‘지금껏 제국의 황위 계승은 정상적으로 이뤄진 적이 없으니까.’
현 황제 역시 자신의 자리를 내어주기보다는 빼앗기지 않기 위해 이토록 고군분투하고 있으니 말이다.
황좌(皇座)의 저주.
결국 피를 보지 않는 한 그 자리를 얻을 수 없었다.
‘황제는 아버지를 통해 카릴과 올리번 황자님 그리고 우리 맥거번가(家)까지 동시에 견제할 생각이야.’
손뼉을 칠 만큼 비상한 생각이 아닐 수 없었다.
하지만 그 계략의 목표가 된다면 결코 달가운 일이 아니었다.
“발단은 아마……. 카릴이 가지고 있었던 병 때문이겠지. 그게 무엇인지부터 알아야 할 거야.”
티렌은 크웰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태양홀에서 카릴이 모든 대신이 있는 가운데 타투르의 독립을 알렸다.
‘노예와 이민족들의 땅.’
아직은 제국 안에서 비밀을 지키려 했으나 소문은 날개보다 빨라 이미 각지의 노예들이 타투르를 향해 탈주하는 일들이 빈번히 일어나고 있는 상황이었다.
‘폐하라면 그날 태양홀에서 카릴의 목을 베어도 시원찮을 일이었다.’
하지만 그러지 못했다.
천하의 정복왕이 가신들이 모두 있는 곳에서 유유히 카릴을 돌아가게 그냥 두었다.
약점.
그곳에 있던 모든 사람은 단번에 알아차렸다.
《카릴 맥거번이 황제의 약점을 쥐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당장에라도 카릴의 목을 취하고 싶은 황제는 이렇다 할 명령을 내리지 못했고 반대로 신하들은 높은 벽으로만 느껴졌던 황제를 황좌에서 끌어내리기 위해 카릴이 필요했기에 타투르를 치지 못했다.
‘어찌 보면 폐하보다 카릴 그 녀석이 더 대단하군.’
황제는 최악의 상황 속에서 크웰을 이용하는 최선의 방책을 생각해 낸 것이라면 카릴은 제국의 모든 이의 발목을 잡음과 동시에 피해 하나 없이 타투르를, 아니, 수천…… 수만의 이민족의 목숨을 지켜냈으니 말이다.
그 누구도 하지 못한 일이었다.
어쩌면 위업이라 부를 수 있을 만큼 대단한 일.
‘그래, 카릴. 넌 대단하다.’
꽈악-
하지만 티렌은 자신도 모르게 주먹을 쥐었다.
‘아주 대단한 적이야.’
그 지켜낸 수만의 사람 중 맥거번 가는 단 한 명도 없었으니까.
‘가문을 버리고 더 많은 사람을 살린다? 난 그런 위인(偉人)이 될 수 없다. 내겐 버려진 나를 거둬 준 가문이 더 소중하니까.’
티렌은 고개를 들어 크엘을 바라봤다.
‘그렇다면 나는 가문을 지키겠다.’
그는 다짐을 한 듯 자신의 아버지에게 나지막하게 말했다.
“아버지. 카딘 루에르 경의 배려로 3황자님의 장례식 때 저도 태양홀에 참석할 수 있었습니다.”
“그랬지.”
“그때 기억하십니까? 태양홀에서 루온 황자님이 카릴이 가면을 벗었을 때 했던 말.”
“으음…….”
크웰은 티렌의 말에 기억을 더듬는 듯 턱을 쓸어내렸다. 하지만 워낙에 정신없었던 상황이라 하나하나 모두 기억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었다.
“눈동자의 색이 갈색이 아니다, 라고 했습니다.”
하지만 놀랍게도 티렌은 그 모든 것을 잊지 않고 기억하고 있었다.
모두가 대수롭지 않게 넘어갔던 그 한 마디를 티렌은 놓치지 않았던 것이다.
“제국인이라 생각했기에 그런 말을 했던 것이 아니겠느냐.”
“그럴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루온 황자님의 반응엔 이질감이 있었습니다. 게다가 그분은 트윈 아머에서 카릴을 만났을 터.”
티렌은 조심스럽게 말했다.
“어쩌면 카릴이 그때는 가면을 쓰지 않았던 것일지도 모릅니다. 아시지 않습니까. 이민족은 눈동자를 바꿀 수 없다는 것. 붉은색 눈동자는 라미느의 힘이라 할지라도 다른 색은 불가하죠. 하나…….”
크웰이 그를 바라봤다.
“마법으로는 가능한 일입니다.”
“설마……. 네 말은 카릴이 마력을 가졌다는 말이냐.”
티렌의 말에 크웰은 걱정 어린 목소리로 물었다.
“모르겠습니다. 스승님도 확인하지 못한 일이니 솔직히 불가능에 가깝겠죠.”
7클래스의 대마법사인 카딘 루에르도 카릴이 마력을 가졌다고 말하지 않았다.
그가 불가능하면 그 누구도 확인할 수 없는 일이었다.
“티렌, 너는 아직도 아조르의 마법 경연 일을 마음속에 염두에 두고 있는 게냐.”
크웰의 말에 티렌은 살짝 어깨를 으쓱하며 말했다.
이제는 모두가 잊어버린 일이었기 때문이다.
“루온 황자님께 직접 물어보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나……. 지금 상황에서는 불가능한 일. 아지프 경도 마찬가지고요.”
“…….”
“폭염왕의 힘을 얻은 아이입니다. 언제나 저희의 상상을 뛰어넘는 녀석이죠. 물론, 제 억측일 수도 있습니다. 아무래도 저도 고집을 피울 나이인가 봅니다.”
그는 크웰이 조금 전 했던 말을 인용하며 쓴웃음을 지었다.
“하지만 녀석이 정말 마력을 얻었다면……. 어쩌면 그게 독이 될지도 모릅니다.”
“그게 무슨 말이냐.”
“어떻게 마력을 얻었는지는 알 수 없으나 카릴이 폐하의 약점을 쥐었듯 저희가 그 녀석의 약점을 쥘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티렌은 잠시 숨을 토해냈다.
“그 녀석이 왜 가면을 쓰고 다녔겠습니까. 제국인인 척하기 위함입니다. 왜? 놈은 타투르만으로 만족할 위인이 아니까요. 언젠가……. 삼국을 먹고 그 이빨을 제국에 드리울 겁니다.”
“…….”
“아버지, 제게 생각이 있습니다.”
크웰이 그를 바라봤다.
“녀석에게 삼국에 놈의 실체를 알리겠다 말하십시오. 그리고 그리되지 않길 바란다면 헤임에서 제이크를 구하라 하는 겁니다. 제국인인 척하는 이민족. 그건 녀석에게 치명적인 일이 될 겁니다.”
티렌은 차갑게 말했다.
“어차피 놈은 제국에 척을 둔 상황. 삼국의 힘이 필요한 이 시기에 자신의 정체를 숨기기 위해서라도 제이크를 구할 것입니다.”
“……그다음은?”
“녀석이 헤임에 온다는 걸 폐하께 미리 보고하는 겁니다. 놈의 목을 취할 수 있도록. 제아무리 날고 긴다 하더라도 교단의 힘과 제국의 힘이라면 가능…….”
짝—!!
그때였다.
티렌은 뺨에서 느껴지는 아찔한 통증과 함께 자신의 시야가 획 하고 젖혀진 것을 뒤늦게 깨달았다.
“…….”
어안이 벙벙한 얼굴로 그가 크웰을 바라봤다.
뺨이 후끈거렸다.
“그만.”
크웰은 그런 그를 바라보며 고개를 저었다.
“티렌, 넌 지금 폐하와 똑같은 행동을 하려고 하고 있다. 카릴은 네 동생이야. 그 아이를 협박하려 하는 거냐! 놈이라니, 목을 취한다느니. 그게 할 말이더냐! 맥거번가의 여섯째를 어찌 그런 식으로 부르느냐. 너야말로 인의가 있는 게야!”
하지만 그의 말에 오히려 티렌은 인상을 찡그렸다.
“어째서 아버지께선 카릴을 편애하시는 겁니까. 피는 이어지지 않았으나 모두가 똑같다. 항상 아버지께서 하시던 말씀이지 않습니까.”
입가에 맺힌 핏물을 닦으며 그는 매섭게 말했다.
“그놈이 하는 짓이 정말 평등한 형제로서 할 일입니까? 아니요. 오히려 그놈이야말로 가문을 멸문시키는 것이겠죠!!”
“그건…….”
“아니면 북부에서 무슨 일이라도 있으신 겁니까. 북부원정 때 교도 용병단을 만났다는 얘기를 들었습니다. 그 이후부터 아버지의 안색이 좋지 않습니다.”
티렌은 걱정스러운 듯 물었지만 오히려 그 말에 크웰의 안색이 더 좋지 않아졌다.
다급한 목소리로 크웰이 티렌의 어깨를 잡으며 되물었다.
“그 얘기를 누가 더 알고 있느냐. 청기사단들은 입단속을 시켰는데.”
“……네?”
예상치 못하게 놀라는 크웰의 모습에 오히려 티렌이 당황스러운 얼굴로 되물었다.
“그게……. 비밀이었습니까? 큭!!”
크웰의 물음에 티렌은 그가 잡은 어깨에 통증을 느끼며 인상을 찡그렸다.
“고, 고든 파비안에게 들었습니다. 남부로 향할 때 비공정에서 그가 얘기해 줬습니다만……. 벼, 별로 중요한 일은 아닌 듯 스치듯 얘기해서.”
그의 얼굴을 본 크웰이 황급히 잡은 손을 풀었다.
“……아, 아니다. 그 말대로야. 별일 아니야.”
“…….”
‘뭐지? 거짓말을 하실 분이 아닌데 왜……. 아버지께서 가신들을 입단속 시킬 정도면 뭔가 일이 있었다는 게 분명해. 내가 모르는 북부에 감춰진 일이…….’
그는 아무 말 하지 않았지만 이미 크웰의 상태를 예리하게 알아차렸다.
단 한 번 붙잡혔을 뿐인데 크웰의 손자국이 선명하게 찍혀 있었다.
“이 일은 은밀하게 해야 합니다. 저희가 카릴과 접촉한다는 건 폐하도 몰라야 하니까요.”
“이럴 줄 알았으면 마르트가 타투르에 갈 때 그 애에게 얘기를 할 걸 그랬구나.”
티렌은 크웰의 말에 고개를 저었다.
“형님의 행보는 이미 폐하의 귀에 보고되었을 겁니다. 차라리 마르트 형님이 영지로 돌아오면 제이크의 호송을 형님께 맡겨 함께 헤임으로 가게 하십시오. 타투르에 다녀온 형님은 황제의 의심을 받게 될 테니 차라리 헤임으로 가는 게 의심을 피하는 길입니다. 또한 제이크를 돌볼 수도 있고요.”
“그럼 타투르는 어찌할 생각이냐.”
“남부에 폐하의 눈을 피해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는 사람이 한 명 있지 않습니까.”
“설마…….”
티렌은 눈치챈 듯 아차 싶은 표정을 짓는 크웰을 바라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넷째.”
그는 목소리에 힘을 주어 말했다.
“란돌을 쓰는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