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9th Class Swordmaster: Blade of Truth RAW novel - Chapter (205)
9클래스 소드 마스터 : 검의 구도자 9클래스 소드 마스터 – 검의 구도자-205화(205/497)
160. 어둠의 두아트 (1)
“신령전쟁에 인간이 가담했다니. 라미느, 넌 그런 말 하지 않았잖아.”
[애초에 신과 정령이 전쟁을 벌였다는 것조차 너희는 모르고 있을 텐데.]카릴은 라미느의 말에 살짝 어깨를 으쓱했다.
“뭐, 인간의 역사에서 정령의 기록이 남아 있는 것 얼마 안 되니까. 그래도 2대 광야를 비롯해서 5대 정령왕이 신에 의해 봉인 당했다는 것에서 설마 너희가 호락호락 당하고만 있을 거라곤 생각 안 했어.”
[어차피 지나간 과거다.]“하지만 그 패배에 있어서 인간이 관여한 줄은 몰랐지. 아무래도 내가 모르는 게 많은 것 같은데…….”
우드득-
카릴은 좌우로 목을 꺾었다.
조금 전 두아트에 의해 부서졌던 쇄골에는 여전히 붉은 피가 맺혀 있었다.
“퉷!”
핏덩이를 뱉어내고는 그가 입술을 닦으면서 말했다.
“그냥 지나간 과거가 아니지. 과거의 인간이라 할지라도 인간이 행한 일이니까. 그 패배가 정령계가 소실 된 이유인 건가.”
[아니라고는 말 못 하겠군.]“왜 그런 중요한 얘기를 하지 않은 거야?”
[해서 바뀌는 게 뭐가 있는데?]라미느의 불꽃이 일렁거렸다.
그 흔들리는 불꽃이 마치 그의 마음을 대변해 주는 것 같았다.
“있지.”
카릴은 회복 마법을 걸어 조금 전 두아트에게 당한 상처를 치유하려고 했다.
하지만 그의 손에서 흘러나오는 회복의 빛은 공기처럼 내려앉아 있는 어둠에 가려 제힘을 내지 못했다.
“그건 중요한 일이야. 패배의 이유가 어째서 인간인지는 모르겠지만 그 인간들과 난 다르거든.”
아무래도 두아트의 암흑력이 카릴의 마력을 발산하는 것을 억누르고 있는 듯싶었다.
“쯧.”
몇 번을 더 시도하다가 카릴은 결국 포기한 듯 손을 저었다.
“내 밑에 있다면 이번엔 성공한다.”
[무슨 헛소리를 지껄이는 것인지 모르겠군. 정령왕이 인간의 밑으로? 미치겠군. 라미느, 너는 인간의 세 치 혀에 결국 놀아 난 것이냐.]두아트는 카릴을 노려봤다.
조금 전 얼음 발톱에 의해 얼굴을 감싼 붕대가 잘려 나간 덕분에 그의 표정이 조금 전보다 선명하게 보였다.
[내가? 아닌데.]라미느는 그의 말에 어깨를 으쓱했다.
기분 탓인지 모르지만 조금 전보다 화염 거인의 형상이 더 또렷해진 것 같았다.
[수천 년을 봐왔으면서 너는 내가 인간의 말에 현혹될 거라고 생각하나?] […….] [난 인간이 나불대는 말이 아니라 저 녀석의 힘에 굴복한 거다.]콰아아앙—!!
콰가강–!!
그때였다.
두아트의 몸이 조금 전 카릴이 튕겨 나간 것보다 훨씬 더 멀리 밀려 났다.
양손을 11자로 들어 올려 간신히 막은 공격.
가까스로 얼음 발톱을 막은 자마다르가 부들부들 떨렸다. 하지만 그럼에도 카릴의 공격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이건…….]어둠이 가득 찬 공간을 찢어발기듯 카릴의 전신에서 흘러나오는 기운이 점차 두아트의 암흑력을 걷어내기 시작했다.
피어올랐던 영체의 검은 불꽃이 카릴이 만들어 낸 라미느의 화염에 삼켜졌다.
라미느는 카릴의 심장에서 흘러나오는 뜨거운 마력을 느끼며 기분 좋은 듯 말했다.
[이제야 기억나? 그것도 널 막았던 염룡의 마력이다.]화르르륵……!!!
카릴은 쥐고 있던 아그넬에 힘을 주었다.
그러고는 그 안으로 라미느의 화염을 집중시키자 단검의 주위로 생성된 화염 칼날이 얼음 발톱의 길이만큼이나 길어졌다.
마력으로 만들어진 검날은 점차 단단하게 변해 마치 아그넬을 처음부터 붉은 검신으로 만들어진 장검처럼 보이게 했다.
파캉-!!!
두 검날을 교차하며 서로를 베자 날카로운 소리가 울렸다.
[…….]하지만 그런 카릴의 모습을 보면서도 두아트는 손등을 위로 자마다르의 날을 돌렸다.
털컥-!!
그가 손을 뻗자 바닥에 박혀 있던 자마다르가 다시 날아와 그의 빈손에 장착되었다.
쐐애액……!
양팔에 달린 날에서 검은 기운이 뿜어져 나오며 길어졌던 그의 검날의 양쪽에 가시돌기처럼 날카로운 송곳이 돋아났다.
[조심해라. 그의 검에 닿은 상처는 회복 마법으로는 낫지 않으니까.]“……빨리도 말해주네.”
카릴은 욱신거리는 쇄골을 만지면서 라미느에게 핀잔을 주었다.
콰아아아아앙—!!!
누가 먼저라 할 것 없이 두아트와 카릴이 있는 힘껏 서로를 향해 튕겨져 나갔다.
두 사람 사이에 있던 거대한 압박이 격돌과 함께 유리 조각처럼 깨어지는 느낌이었다.
“……!!”
그저 소리에 불과했지만 아슬락은 두 손으로 귀를 틀어막고는 마치 폭탄이라도 맞은 것처럼 웅크렸다.
일 격, 이 격, 삼 격…….
카릴은 공격을 멈추지 않고 지면을 박차고 튀어 올라 두아트의 뒤로 돌아 검을 쇄도했다.
호흡조차 멈춘 채 한 수 한 수의 검을 내뱉을 때마다 카릴의 검이 춤을 추듯 바람을 갈랐다.
[큭……!!]두아트는 지금 자신이 인간에게 밀리고 있다는 것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카릴의 검에 부딪힐 때마다 그의 팔이 힘없이 튕겨 나갔다.
염룡의 마력은 엄청났지만 실로 그 하나만으로 자신을 이렇게 몰아붙일 수 있다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그 검…….]두아트는 아그넬을 바라보며 빠득-! 하고 이를 갈았다. 붕대에 가려 입술이 보이지 않았지만 이가 갈리는 소리만큼은 선명하게 들렸다.
부우웅……!!
카릴의 검이 허공을 갈랐다.
검날에 닿는 공기 자체가 폭죽이 터지듯 산화되며 검이 움직일 때마다 시커먼 연기가 펑-! 펑-! 하는 굉음과 함께 터졌다.
4번째 여울 자세 (Riffle Posture).
억겁의 시간 동안 공을 들여 만든 검의 다섯 자세 중 그 네 번째.
카릴의 육체가 완성되어 갈수록 그의 검술 역시 서서히 정상에 도달해 갔다.
여울에 흐르는 물은 굽이치고 빠르게 흐른다.
그 물살처럼 카릴의 검격은 쉴 틈을 주지 않고 두아트를 노렸다.
[포기해. 너도 기억할 텐데. 신령전쟁 때 네 암흑력을 유일하게 뜯어 먹어버렸던 리세리아다. 비록 인간이라 할지라도 염룡의 의지를 가지고 있는 자야. 상성이 좋지 않아.] [그건 염룡이기에 가능한 것이지. 인간이 내뿜는 화염? 그건 내게 아무것도 아냐!]두아트는 소리치며 검을 베었다.
‘부족해.’
놀랍게도 이런 엄청난 공방 속에서도 카릴은 자신의 검이 제대로 두아트에게 꽂히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분명 자신이 그를 몰아세우고 있었지만 종이 한 장 차이로 아슬아슬하게 두아트는 카릴의 공격을 회피하고 있었다.
[고집불통이군.] [네놈……! 신의 편에 선 드래곤에게 빌붙어 숨은 주제에……. 주둥이는 살아 있구나! 라미느!!]두아트는 그의 말에 포효를 하듯 내질렀다.
쾅! 쾅! 콰앙-!! 콰가강—!!!
그의 어깨 위로 수십 개의 검은 구체들이 튀어나오더니 일제히 폭발했다.
그 여파로 주위의 공기가 일순간 사라지며 빨려들어 갈 듯 카릴을 잡아당겼다.
[신과 인간……!! 나는 잊지 않는다!!]쇠를 긁는 듯한 거친 그의 목소리가 귀를 찢을 듯 들렸다.
새카만 연기 속에서 양 갈래로 자줏빛의 붉은 광선이 카릴을 향해 쏟아졌다.
쿵……!!
쿠우웅……!!
공중에서 광선을 피하며 몸을 꺾은 카릴이 미끄러지듯 지면 위로 떨어졌다.
“하아, 하아…….”
충격을 흡수하려는 듯 두 자루의 검을 바닥에 꽂아 넣자 검신을 따라 두아트의 암흑력이 사방으로 퍼졌다.
[크아악……!!]그때였다.
공중으로 뛰어오른 두아트가 양팔을 있는 힘껏 벌리자 그의 등 뒤로 거대한 4쌍의 검은 날개가 튀어나왔다.
“……와, 갈수록 더하네? 라미느, 너 때와는 다르잖아.”
입가에 붉은 핏물이 주르륵 흘렀다.
카릴은 손등으로 그것을 닦으며 두아트를 보며 헛웃음을 지었다.
[나는 리세리아의 레어에 봉인되어 있었으니까. 봉인의 대가로 인해 그 순간 네가 가진 염룡의 힘이 나보다 상위에 있었으니 말이야.]라미느는 투덜대듯 말했다.
[네가 가진 정령력만 강했다면 나도 저 정도는 할 수 있다.]“나한테 진 게 염룡의 마력 때문만이야?”
카릴은 얼음 발톱을 어깨에 얹으면서 물었다.
[……말을 말지.]라미느의 대답에 그는 피식 웃었다.
[잊지 마라. 시간이 없다는 거. 용마력과 나의 힘을 동시에 쓰는 것은 아무리 너라도 부담이 될 수밖에 없는 일.]수아아아악—!!!
초승달처럼 암흑 속에서 유선형의 궤도로 자마다르가 번뜩였다.
공중에 떠 있던 두아트가 눈 깜빡할 사이에 카릴의 앞에 나타나 그의 목을 향해 검을 그었다.
“……!!”
차가운 죽음의 기운이 그를 엄습했다.
평범한 사람이었다면 그 순간 몸을 뒤로 뺐을 것이다. 하지만 억겁의 시간 동안 수많은 괴물을 사냥하고 파렐을 오르면서 그는 살아남기보다는 이기기 위한 방법에 더 집중했다.
그리고 만들어 낸 결론이 바로 이것이다.
카릴은 자신의 목을 노리는 자마다르의 검격 안으로 오히려 한 발자국 더 빠르게 들어갔다.
푸욱-
아그넬이 두아트의 옆구리에 박혔다.
화르르륵……!!
그와 동시에 검날에서 뿜어져 나오는 화염이 그를 덮쳤다.
“제길……!!”
하지만 두아트의 옆구리를 찌른 아그넬의 화염은 붕대 사이로 흘러내리는 그의 암흑력에 서서히 사그라지기 시작했다.
“쿨럭.”
카릴이 있는 힘껏 마력을 집중시키자 그의 심장이 미친 듯이 요동쳤다.
마력혈의 마력은 뜨겁게 달궈졌지만, 아직 완벽하게 뚫리지 않은 혈맥으로 무리하게 용마력을 끌어올리자 그 힘을 육체가 버티지 못한 것이었다.
[괴물? 약하고 추악한 인간일 뿐이지.]두아트는 자신의 몸에 박힌 카릴의 검을 바라보며 한없이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
“인간을 왜 그렇게 싫어하냐? 네놈도 신에게 대적했다면서. 인간이 너희에게 한 잘못이 뭔지부터 좀 들어보자.”
카릴은 그런 그를 향해 쓴웃음을 지었다.
[언제나 이런 식이지. 너희들은 막무가내고 질서가 없으며 자신이 원하는 대로 요구할 뿐.]두아트는 천천히 검을 들었다.
우득-!!
그가 있는 힘껏 팔꿈치로 팔목을 찍어 누르자 뼈가 꺾이는 둔탁한 소리가 들렸다.
“큭?!”
카릴이 고통에 얼굴을 구겼다.
그 틈을 놓치지 않고 두아트의 자마다르가 그의 급소를 노렸다.
[조심해!!]라미느의 외침이 들렸지만 카릴은 공격을 피하기엔 늦었다.
펑!! 퍼엉!! 펑! 펑!!
그때였다.
카릴을 노리던 자마다르가 튕겨져 나가며 두아트의 몸이 비틀거렸다.
나인 다르혼에게서 낙뢰가 쏟아지자 그는 조금 전과는 달리 황급히 몸을 피했다.
“빛……?”
일순간 새하얗게 변해버린 시야에 카릴이 나지막하게 중얼거렸다.
[애송아, 검만 쥐다 보니 머리가 굳은 거냐. 왜 비전력을 쓰지 않는 거지?]“……!!!”
환청일까?
[폭염왕의 힘이 네가 가진 가장 강한 힘이라는 것은 맞으나 때로는 가장 강한 힘만이 답은 아니다.]카릴은 자신의 귀를 의심했다.
황급히 주위를 둘러봤지만 아무것도 없었다.
[주어진 시간이 별로 없다. 기억해라. 내가 네게 가르쳐준 비전력의 성질이 무엇인지.]믿을 수 없었다.
어둠 속에서 들린 목소리는 다름 아닌 알른 자비우스였으니까.
[드래곤의 힘도 정령의 힘도 위대하지만 때로는 인간이 만든 힘이 그 모든 것을 뒤엎을 수도 있는 법이다.]“빛과 어둠…….”
카릴은 마치 대답하듯 무의식적으로 중얼거렸다.
나인 다르혼이 쏟아 낸 낙뢰가 그 해답이었다.
어째서 어둠을 이기기 위한 빛을 만들기 위해 자신은 라미느의 불꽃을 썼을까.
그 자신이 순수한 빛의 힘을 가지고 있는데.
비전력 안에는 어둠만이 있는 것이 아니었으니까.
파즉…… 파즈즉……!
그 순간 아그넬을 감쌌던 화염이 사라지면서 우윳빛의 오러 블레이드가 생성되었다.
치지직……!
그 순간,
화염을 삼켰던 두아트의 어둠 위로 타들어 가는 듯한 시커먼 연기가 솟구치기 시작했다.
[크아아아아아……!!!]두아트의 비명 소리가 안티훔에 울렸다.
카릴은 더욱더 검에 힘을 주어 그의 옆구리에 검날을 박아 넣었다.
“인간이 막무가내라는 건 인정해. 그러니 네게 막무가내로 한 번만 더 날 믿어 보라고 말하는 거야. 어때?”
[네놈……!! 용마력도 모자라 어떻게 이 힘을……?!]경악스러운 두아트의 외침에 카릴은 힘겹게 웃었다.
“말했잖아. 나는 과거의 그들과 다르다.”
카릴은 그의 어깨를 감쌌다.
아그넬을 쥔 손을 비틀며 그가 박힌 검을 휘저었다.
“난 오히려 반가운데. 솔직히 우리의 만남을 기뻐해야 할 일 아냐?”
상대방에게 검을 꽂고 할 말은 아니었지만 이 정도가 아니면 그와 대화를 나눌 수 없을 것 같았다.
“율라(Yula).”
카릴은 검을 더욱 밀어 넣으며 그에게 말했다.
“결국은 너나 나나 신을 뭣 같이 생각하는 건 똑같다는 거잖아?”
두아트는 그 순간 고통도 잊어버린 듯 카릴을 바라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