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9th Class Swordmaster: Blade of Truth RAW novel - Chapter (206)
9클래스 소드 마스터 : 검의 구도자 9클래스 소드 마스터 – 검의 구도자-206화(206/497)
160. 어둠의 두아트 (2)
“미쳤군!! 정말 어둠의 정령왕을 제압하다니……! 이게 다 내가 틈을 만들어 준 덕분이라는 걸 알지? 안 그랬으면…….”
“조용.”
나인 다르혼은 들뜬 목소리로 소리치며 달려왔지만 카릴이 손을 들어 그의 말을 막았다.
승리의 기쁨도 잠시 화끈거리는 기분에 나인 다르혼은 입술을 씰룩였다.
“뭐, 뭐야?”
“라미느. 내 안에 있는 너라면 들을 수 있지 않았을까? 조금 전 두아트와의 일전에서 네 목소리 말고 다른 자의 목소리가 들린 거…… 맞아?”
카릴은 쓰러진 두아트보다 그것에 더 신경을 쓰는 듯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
[맞다. 비전력에 대해서 얘기한 것은 내가 아니다.]“알른……!!!”
나인 다르혼은 그의 이름을 부르며 벌떡 일어난 카릴을 바라보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하지만 주위에는 아무도 없었다.
“바보 같긴…….”
그저 환청에 불과한 것일 수도 있다.
이내 현실로 돌아온 듯 카릴은 평정심을 잃은 조금 전 자신의 행동을 후회했다.
그는 바닥을 쿵-!! 하고 밟으며 입술을 깨물었다.
‘알른……? 설마 알른 자비우스?’
나인 다르혼은 자신의 서재에서 그가 7인의 원로회를 언급했던 것을 기억했다.
‘설마 정말로 그들과 연관이 있나?’
용마력도 놀라운 판국에 어둠의 정령왕을 제압하는 데 사용한 힘은 비전력이었다.
문헌으로만 전해지는 알른 자비우스의 독문 마법.
하지만 아무도 성공한 사람이 없어서 그저 전설로만 전해지는 것이라고 생각했었다.
‘아냐, 말도 안 돼. 천 년 전 대마법사와 어떻게……. 카릴 맥거번……. 도대체 네놈의 정체가 뭐야?’
나인 다르혼은 자신도 모르게 몸을 부르르 떨었다.
깊이를 알 수 없는 그의 정체는 알면 알수록 놀라움의 연속이었으니까.
‘두아트를 이길 정도니……. 공허의 티끌이 쉽다는 건 허풍이 아니었군.’
그는 점차 어둠이 사라짐을 느꼈다.
악몽의 서의 봉인이 깨지고 난 뒤에 가득 채웠던 두아트의 기운이 서서히 옅어지고 있는 것이었다.
[네가 어째서…….]전신을 감싸고 있던 붕대가 풀어지자 두아트의 형체는 마치 진흙 인형마냥 흐물거렸다.
“나락 바위에 봉인되어 있던 네 힘 덕분에 나는 비전력을 쓸 수 있게 되었다. 그 말은 너의 반은 이미 내게 있다는 뜻이지.”
[그 봉인을 네가 깨뜨렸나?]두아트의 물음에 카릴은 어깨를 으쓱했다.
“나 혼자서는 불가능한 일이었다. 뭐……. 지금은 혼자지만.”
카릴은 알른 자비우스와 비전 골렘에 대한 이야기를 굳이 두아트에게 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했다.
[그런가…….]어쩐 일인지 두아트는 카릴의 애매모호한 대답에 더 이상 질문을 던지지 않았다.
[그렇게 된 거였어.]대신 자신의 영체를 두 팔로 감싸듯 끌어안으며 나지막한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촤아아악……!!!
그 순간,
두아트의 영체가 여러 갈래로 나뉘면서 카릴의 몸 안으로 흡수되듯 사라졌다.
“……!?”
갑작스러운 그의 변화에 카릴조차도 놀란 듯 자신의 가슴을 어루만졌다.
“지금……. 두아트가 네 몸 안으로 들어간 것 맞지? 설마 당신과 계약을 한 건가?”
“글쎄. 나도 놀랄 일이야. 조금 더 대화가 필요할 거라고 생각했는데. 죽일 듯이 치고받고 싸운 것 치고는 너무 쉽게 허락을 한 것 같은데…….”
“허…….”
나인 다르혼 역시 지금 상황에 놀란 얼굴로 입을 뻐끔거리며 카릴을 바라봤다.
“뭐, 정령이란 존재는 워낙 변덕스러우니까. 패배를 인정한 것일지 모르지. 이제 네 차례로군. 약속 지키도록 해. 돌아가면 그 둘을 가르치기로.”
“그 정도는 어려운 일이 아니지. 그런데……. 정말 네가 비전력까지 가지고 있을 줄이야.”
카릴은 나인 다르혼의 말에 옅은 미소를 지었다.
“나는 그동안 착각하고 있었다. 빛과 어둠이란 태초의 힘이 균열에서 만들어졌다는 것을 알기에 오직 신과 정령의 소유물이라고 말이야.”
“그런데?
“네가 쓴 낙뢰에서 깨달았지. 그 힘의 원류는 비록 신일지 몰라도 인간 역시 마법이라는 자신만의 방법으로 그 힘을 창조했다는 걸.”
파즉…… 파즈즉……!!
카릴이 손바닥을 펼쳐 마력을 응축시키자 비전력이 둥근 구체의 형태로 만들어졌다.
두 가지의 속성이 합쳐지면서 보랏빛의 광채를 내뿜는 마력을 바라보며 그는 생각했다.
‘지금까지 비전력을 그 하나의 개체로 단정 짓고 있었어. 빛과 어둠의 힘을 합쳐야 비전력의 완성이라고 생각했지 그 안에서 두 속성을 분리해 낼 생각은 못 했다.’
카릴은 일순간 들렸던 알른 자비우스의 목소리를 떠올리며 나지막하게 한숨을 내쉬었다.
‘그를 만나게 되면 또 한 소리 듣겠군. 나도 아직 멀었군…….’
검술에는 천재적인 재능을 가진 그였지만 생전 처음 써보는 마법에 관해서는 아무래도 약할 수밖에 없었다.
알른 자비우스의 방대한 지식이 머릿속에 있으나 그 역시 완전하게 개방된 것이 아니었고 거의 대부분의 지식은 원론적이었으니 그것을 검술에 접목시키는 것은 자신의 몫이었다.
[마법의 가장 중요한 것은 발상이다. 비전력 역시 그로 인해서 태어난 것이니까. 그런 편협한 머리로 뭘 하겠느냐?]마치 알른의 꾸짖음이 들리는 것 같았다.
[검술 하나에도 수십, 수백 가지의 유파가 있고 마법에도 속성에 따라 수천 가지의 마법이 나온다. 그런데 너는 그 둘을 함께 쓸 수 있지. 그럼 도대체 얼마나 많은 일을 해낼 수 있겠느냐?]카릴은 자신도 모르게 피식 웃으면서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
그 순간,
그의 얼굴이 굳어졌다.
[그랜드 마스터? 아서라 이놈아. 네 녀석은 아직 자기 자신의 힘도 제대로 발휘하지 못하고 있으니.]“……알른?”
카릴은 자신의 귀를 의심했다.
[내 지식을 물려받고도 아직도 5클래스? 게다가 그 방대한 마력을 가지고도 쓰는 것은 고작 보조 마법이 전부에다 기껏 생각해 낸 발상이라곤 아케인 블레이드라니…….]그리고 이제는 자신의 눈을 의심했다.
[정신 똑바로 안 차릴 거냐.]“……아, 알른 자비우스!!”
[귀청 떨어지겠다, 이놈아. 사자(死者)라 할지라도 똑같이 듣고 똑같이 말한다고.]카릴은 일그러진 얼굴로 눈앞에 남자를 바라봤다.
“어, 어떻게……?”
[네놈이 날 명계에서 불러오기 위해 안티훔에 찾아온 것 아니냐. 그런 녀석이 지금 내게 묻는 게냐.]“그렇긴 하지만…….”
영혼 계약을 통해 자신의 몸에 기생해서 살아갔던 그때와 달리 그는 온전한 육체를 가지고 지금 카릴의 앞에 서 있었다.
[나도 이런 식은 생각 못 했다. 기껏해야 또 네 몸에 기생을 한 영혼으로 부활할 줄 알았는데 말이야.]“당신의 얼굴을 현실에서 마주할 줄이야…….”
[클클클, 상상이나 했겠나.]알른은 카릴의 대답에 웃었다.
하지만 온전한 육체는 아니었다.
그는 사령술과 같은 시체도 사자의 영혼도 아닌, 말로 설명하기 어려웠지만, 영(靈)과 육(肉)의 중간에 걸친 상태처럼 보였다.
처음과는 달리 그의 얼굴에는 알 수 없는 고대어가 각인되어 있는 붕대가 감겨 있었다.
[다행히 명계에 있지도 않았고 소멸되기 직전에 영체 그 자체로 네 몸 안에 봉인이 되어 있었지. 네가 용마력을 가졌다는 게 내게도 천운이었다. 나의 비전력을 받아들여 그 힘을 양분으로 내 영혼이 사라지지 않을 수 있었거든.]“하……. 그렇다면 가기 전에 똑바로 설명했어야지!”
카릴은 마치 어리광을 피우듯 소리쳤다.
어쩌면 그에게 있어서 처음으로 마음을 열었던 존재가 바로 알른이었으니까.
이 세계에서 유일하게 자신의 회귀를 알고서도 그를 믿어 준 자이지 않던가.
카릴이 그에게 느끼는 감정은 남다를 수밖에 없었다.
[다시 보자고 하지 않았더냐. 그리고 이만큼 해줬으면 됐지. 이 이상은 네가 알아서 해야지. 이놈아.]“그런데 어떻게 갑자기……?”
[두아트의 힘이다.]알른은 얼굴을 비롯해서 자신의 육신을 감싸고 있는 붕대가 거추장스러운 듯 만지작거리며 말했다.
[그의 힘에 의해서 다시 형체를 유지 할 수 있게 되었지. 게다가 이제는 네 몸 안이 아니라 이렇게 밖에도 있을 수 있지. 물론, 네 정령력이 필요하지만.]“아……!!”
카릴은 조금 전 자신의 몸 안으로 두아트의 힘이 흡수되었던 것을 떠올렸다.
[암흑력이 가진 어둠은 이름과 달리 창조의 힘이니까. 죽음이란 균열에 가장 가까운 것이니 그와 나의 상성이 아주 잘 맞지.]“내게 흡수되었던 그것이군.”
[맞아.]“그럼 이제 내 비전력이 한층 더 강해졌다는 건가? 당신을 부활시킬 정도라면 정령왕이 가진 암흑력은 확실히 어마어마하군.”
[무슨 소리냐. 두아트의 힘은 너는 못써.]“……그게 무슨 말이야?”
알른 자비우스는 마치 카릴을 놀리듯 얄밉게 웃으며 말했다.
[그는 나와 계약을 했다. 내 육신을 구축해 주는 대신 나는 그의 힘을 세상 밖으로 내보이게 되겠지. 아서라. 네가 두아트의 힘을 쓰기엔 일러.]“비전력의 속성은 결국 빛과 어둠이잖아. 당신의 말처럼 강해질 수 있는 가장 확실한 방법인데?”
[일단 대마법사의 반열에나 오르고 얘기해라. 혈맥도 제대로 뚫지 못한 주제에 무슨……. 그리고 말 잘했네. 비전력은 네 말대로 빛과 어둠의 힘. 두 힘이 균형을 이뤄야 비전(Arcane)이 완성되는데 어둠만 강해져서 어떻게 할 건데?]“…….”
[오히려 한쪽만 강대해진 힘에 균형을 잃게 되면 비전력이 폭발할 수도 있다. 가뜩이나 엄청난 마력을 가진 네가 문제라도 일으키면……. 저 애송이가 한 짓과는 비교도 안 될걸.]알른 자비우스는 옆에 서 있던 나인 다르혼을 가리키며 말했다.
그는 카릴의 몸 안에 봉인되어 있었지만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기에 그가 지금까지 해왔던 일을 모두 알고 있었다.
[그래도 이 세계에도 머리가 굴러가는 놈이 있긴 하군. 나와 같은 타락을 연구했다니 말이야. 그런데 고작 실패작에다가 공허의 티끌이라는 거창한 이름이나 붙이고 있고. 웃긴 놈일세.]카릴이 그의 말에 뒤에 서 있는 나인 다르혼을 바라봤다.
“어쨌든 그가 해온 연구를 바탕으로 두아트의 힘으로 당신을 부활시키려고 했는데……. 굳이 귀찮은 일을 하지 않아도 되었으니 좋은 일이야.”
[흥, 내 지식을 물려받고도 아직 5클래스에 머물고 있는 네놈이나 타락의 찌꺼기도 제대로 다루지 못해 네놈에게 부탁을 하는 애송이가 나를?]알른은 두 사람을 가리키며 껄껄 웃었다.
나인 다르혼은 그 모습에 어안이 벙벙한 표정을 감출 수 없었다.
자신과 카릴을 이런 식으로 대할 수 있는 사람이 과연 대륙에 누가 있을까.
하지만 더 놀라운 건 애송이란 말을 들으면서도 아무렇지 않아 하는 카릴의 반응이었다.
[그러니 내가 직접 알아서 나오는 게 낫지. 두아트가 먼저 내게 제안을 하더군. 나로서는 환영이었지.]“그랬군…….”
카릴은 그제야 사라지기 직전 두아트가 했던 말을 이해할 수 있었다.
계약자란 말은 자신이 아닌 알른을 가리키는 것이었다.
[어쨌든 당분간 암흑의 정수는 내게 머물러 있을 것이다. 네겐 이미 화염의 정수가 있기도 하고 말이야.]“그러지.”
[하지만 비전력을 쓰는 데엔 문제없을 게다. 오히려 나을걸. 나락 바위의 반쪽까지 모두 합쳐져 두아트는 이제 온전하게 되었으니 오히려 더 순정의 힘을 네게 줄 수 있으니 말이야.]카릴은 조금 전 비전력을 만들어 냈을 때 확실히 편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그리고 이제부터 너는 비전력을 쓸 때 빛의 힘에 집중해라. 어둠의 힘은 내가 알아서 네게 맞출 테니까.]비전력을 쓰기 위해서는 두 가지의 일을 동시에 하는 것과 같았다.
그런데 이제 그 일 중 하나를 알른이 맡아서 해주게 되었으니 비록 비전력 자체가 강해진 것은 아니지만 전보다 훨씬 더 그 힘을 운용하는 데 집중할 수 있게 되었다.
카릴에게 맞춰 암흑력을 운용한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으나 알른 자비우스는 1천 년 전 이미 대마법사라는 칭호를 뛰어넘은 태초의 마법사였으니 그가 얼마나 대단한지는 일반적인 잣대로 평가할 수 없는 일이었다.
[이봐, 애송이. 망토 좀 빌리자.]“네? 아, 네……!”
나인 다르혼은 알른 자비우스의 말에 황급히 자신이 입고 있던 망토를 벗었다.
[제법 소질이 있는 놈이군. 다르혼가(家)의 핏줄은 대대로 흑마법에 뛰어났으니 말이야. 잘하면 내 제자로 받아 줄 수도 있으니 열심히 해봐.]나인 다르혼은 지금 자신의 눈을 믿을 수가 없었다.
‘이게 꿈이야 생시야…….’
1천 년 전 대마법사, 아니, 대마법사라는 수식어로는 부족할 태초의 마법사인 알른 자비우스가 지금 자신에게 말을 걸고 있었으니 말이다.
[어쨌든 애송아.]건네준 검은색의 로브를 걸치고 얼굴을 가리자 이제야 정말로 1천 년 전 위대한 마법사가 돌아옴을 실감 할 수 있었다.
스윽-
알른이 카릴을 향해 손을 내밀었다.
붕대가 둘둘 감겨 있고 그 안에 보이는 육체는 비록 인간의 것도 영혼의 것도 아닌 검은색에 가까운 자줏빛이었지만 그런 건 아무런 상관이 없었다.
그는 나지막하게 말했다.
[다시 만나 반갑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