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9th Class Swordmaster: Blade of Truth RAW novel - Chapter (207)
9클래스 소드 마스터 : 검의 구도자 9클래스 소드 마스터 – 검의 구도자-207화(207/497)
161. 블레이더 (1)
카앙-!!
캉……! 캉……!!
차가운 사막의 밤공기 사이로 검이 부딪히는 소리가 들렸다.
“하압!!”
란돌의 외침과 함께 그의 해방된 불꽃이 뜨거운 열기를 내뿜었다.
“오호…….”
“전보다 마력이 더 늘었는데.”
“제국인은 싫지만 확실히 가르치는 보람이 있는 녀석이야.”
불꽃이 잔상을 남기며 화려한 검격이 연달아 이어지자 그것을 보는 세 명의 여인들이 낮은 감탄사를 연발했다.
여인들이 두른 망토 사이로 보이는 탄탄한 몸은 그녀들이 뛰어난 전사라는 것을 증명해 주고 있었다.
특이한 것이라면 세 사람 모두 철로 된 가면을 쓰고 있어 얼굴을 알아볼 수 없다는 점이었다.
여왕의 검이라 불리는 디곤의 세 자매.
그동안 밀리아나가 자리를 비운 대신 란돌의 수련을 맡았던 스승들이었다.
콰드드득—!!
란돌이 밀리아나의 세검을 피하며 검을 밀어 넣었다. 어느새 그의 몸엔 야만족 특유의 리듬이 배어 처음 이곳에 왔을 때와는 완전히 다른 모습이었다.
“흡……!”
밀리아나가 반대쪽 검으로 란돌의 손등을 내려쳤다.
“큭!”
순간 마비가 되는 것 같은 기분에 란돌이 비틀거리며 그만 검을 놓고 말았다.
창그랑……!
해방된 불꽃이 바닥에 떨어지자 검날을 감싸던 화염도 사라져 버렸다.
“실력이 많이 늘었네.”
그녀는 가볍게 숨을 토해내며 소감을 말했다.
“멀었습니다.”
“아냐. 네가 쓴 검술이 디곤의 검술이기 때문에 내가 쉽게 파악할 수 있었던 거지. 간간이 제국 검술이 보이던데 그건 습관을 버리지 못한 게 아니라 네가 일부러 넣은 거지?”
“디곤의 검술만으로는 힘들 거라고 생각해서요. 뭐……. 결과는 이렇지만.”
란돌은 아쉬운 듯 어깨를 으쓱하며 바닥에 떨어진 검을 주웠다.
“근데……. 한 가지 물어볼 게 있는데.”
“말씀하십시오.”
“만약 이렇게 수련을 했는데도 절대로 이기지 못할 상대라면 어떻게 할 거야?”
밀리아나는 조심스레 란돌에게 물었다.
그녀의 물음에 란돌은 섣불리 대답을 하지 못했다.
“역시……. 무리겠죠?”
“어?”
“여제께서 제 복수의 대상이 누군지 알고 있다는 건 예전부터 눈치챘었습니다.”
그의 말에 밀리아나는 땀이 난 이마를 쓸어넘기며 쓴웃음을 지었다.
“뭐, 나도 처음에 널 건졌을 때는 정말 알지 못했었다. 이런저런 일이 있었고 말이야.”
그런 그가 지금 제국을 발칵 뒤집어 놨지만 남부에만 있었던 란돌이 그런 소식을 알 리가 없었다.
“카릴…… 입니까?”
그 순간,
놀랍게도 그의 입에서 카릴의 이름이 나왔다.
밀리아나는 생각지 못한 그 말에 표정을 감추는 데 실패하고 말았다.
“어떻게 알았지?”
“저희 형제 중에 비상한 머리를 가진 한 분이 계십니다. 그분께서 의심했었습니다. 뭐,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여겼지만…….”
“티렌이 말했나 보군.”
그녀는 란돌의 말에 얼굴을 붉혔다.
“아뇨. 확신은 없었습니다. 설마 했는데 맞나 보네요.”
“……바보 같은 실수를 저질러 버린 거군.”
밀리아나는 그의 대답에 낮은 한숨을 내쉬었다.
카릴이라는 이름만으로도 자신도 모르게 반응을 하고 만 것이다.
물어본 란돌조차도 확신을 가지고 한 것이 아닌데 말이다.
“뭐, 조금은 예상하고 있었으니까요. 그리고 안다 한들 지금의 제가 어찌해 볼 수도 없겠고……. 이미 카릴은 여제를 이기지 않았습니까.”
“맞아.”
란돌은 그녀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둘째 형님은 귀족 출신이시지만 저는 평민 출신입니다. 사실 전 핏줄의 품격에 대해 크게 상관하지 않습니다. 형님도 여섯째도 모두 제겐 가족입니다.”
“그래서?”
밀리아나는 아크와 게일을 거두어 검집에 넣으면서 물었다.
“가족이 복수의 대상이 되어버렸는데 어쩔 거야.”
그녀는 차갑게 말했다.
“대답을 잘해야 할 거다. 여하에 따라서 다시 검을 뽑았을 때 네 목을 노릴 수도 있어.”
으름장을 놓는 그녀의 모습에 란돌은 피식 웃었다.
“하실 수 있겠습니까.”
“이 녀석 보게? 소드 마스터 앞에서 건방지게 못 하는 말이 없네.”
“실력이야 당연히 제가 여제를 막을 수 있겠습니까. 다만 아직까지도 절 수련 시켜주시는 걸 봐서는 카릴의 말이 있었던 게 아닐까 싶어서요.”
밀리아나는 그의 말에 어깨를 으쓱했다.
“게다가 저 역시 살아남은 것이 아니라 그가 절 살려 준 것이니까요. 왜 그랬을까요. 모르긴 몰라도 제가 이용가치가 있어서 아닐까요.”
“맞아. 네 형이 왔을 때 널 돌려보낼까 싶었는데 카릴이 얘기하더군. 네가 하고자 하는 대로 놔두라고.”
“대단하네요. 여제가 부탁을 들어줄 정도로 긴밀한 사이라니요.”
“맞아. 여러 가지로 대단하지.”
“근데 아시죠? 걔 아직 성인이 아닙니다.”
“……무, 무슨 소릴 하는 거야?”
너스레를 떠는 란돌의 모습에 오히려 밀리아나가 얼굴을 붉혔다.
“카릴의 이름을 듣는 것만으로도 이렇게 티가 나는데. 안 들키는 게 더 이상하죠.”
“……현실에는 이상한 일이 많이 일어나.”
밀리아나는 쩝- 하고 입맛을 다시면서 낮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크큭.”
그런 그녀의 반응에 란돌은 놀리듯 웃음을 터뜨렸다.
형제들이 보면 놀랄 일이었다.
저택에서는 입을 다물고 검 수련만 하던 그가 이런 농담을 할 수 있는 사람인 줄은 아무도 모를 것이다.
어쩌면 그 역시 출신이 평민이라 저택의 갑갑한 귀족의 삶보다 이런 자유로운 삶이 은연중에 편안하게 느끼는 것일지 모른다.
“황궁에서 지내면서 느꼈습니다. 귀족들의 모습을 보며 그들은 절대로 변할 수 없다는 걸. 아버지께서 2황자를 선택한 이유를 알겠더군요.”
“…….”
“평민으로 태어난 저는 귀족의 삶은 관심 없습니다. 다만……. 저 역시 아버지와 마찬가집니다. 절 거두어주신 아버지와 제국을 위해서라도 기사가 되어야 한다고 말이죠.”
그는 검을 쥐었다.
“그런데 나락 바위에서 느꼈던 압도적인 위압. 지금도 기억합니다. 그리고 압니다. 제가 카릴의 발밑에도 도달하지 못했다는 걸.”
“너도 제법 강해.”
“하지만 평생을 가도 따라잡을 수 없겠죠.”
“아마도. 그 녀석은 괴물이니까.”
멋쩍은 듯 말하는 밀리아나의 모습에 란돌은 옅은 웃음을 지었다.
“그런데도 왜 저는 제국으로 돌아가지 않고 여기에 있을까요. 폐하의 명까지 어기고 말이죠.”
“……내게 질문을 하는 거야?”
란돌은 자조적인 웃음을 지었다.
“저도 모르겠습니다. 부단장님과 동료들의 죽음을 위해서라도 이길 수 없는 적이랑 싸워야 하니까.”
그의 대답에 밀리아나는 한숨을 내쉬었다.
“이제야 조금은 알겠군. 카릴이 왜 네가 하고 싶은 대로 그냥 두라고 했는지 말이야.”
“그게 무슨…….”
“누구를 위해 산다라는 말 말고 다른 말은 할 수 없어?”
“……네?”
“거두어준 아버지를 위해, 죽은 려 동료를 위해 그런 것 말고 널 위한 길이 뭔지를 생각해.”
“…….”
밀리아나의 말에 란돌은 마치 망치로 머리를 한 대 맞은 듯한 표정으로 아무런 대답을 하지 못했다.
지금껏 그의 삶은 오로지 타인에 의해 완성되었던 것이니까.
“만약 그 녀석이 너를 납득 시킬 만한 답을 준다면 어때?”
“네?”
“어차피 돌아가지 못한다면 차라리 새로운 왕을 모시는 건 어때?”
“그게 무슨 말씀인지…….”
“남부에만 있어서 넌 모르겠지만 타투르에 새로운 왕이 탄생했거든.”
란돌은 밀리아나의 말에 살짝 인상을 찡그리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우리는 그곳을 자유국이라 부르지.”
“타투르가……. 국가가 되었다는 말씀이십니까?”
“맞아.”
그녀는 살짝 입술을 훔치며 기대에 찬 눈빛으로 말했다.
“자유…….”
란돌은 그녀의 말을 곱씹었다.
자신은 운이 좋았다.
전쟁고아에서 살아갈 방도를 잃었을 때 크웰을 만나게 되었으니까.
하지만 언제나 그를 얽매는 단어가 바로 그것이 아닐 수 없었다.
삶의 족쇄에서 간신히 구원받았으나 저택에 와서는 귀족이란 계급의 족쇄가 그를 억눌렀다.
단 하루도 자유롭게 산 적이 없던 것인지 모른다.
그 족쇄를 타파하기 위해 그가 생각해 낸 것이 어쩌면 타인을 위한 삶일지 모른다.
“카릴, 그자는 거침없고 무례해 보일지언정 누구보다 자신의 의지대로 사는 사람이니까.”
란돌은 그녀의 말에 부정할 수 없었다.
그를 마지막으로 본 것은 몇 년 전 고블린 습격 이후가 끝이지만 저택에 있었던 그의 모습은 여전히 강렬하게 뇌리에 남아 있었기 때문이다.
“그가 네게 남겼던 말이 있었지. 자신을 만나고 싶다면 타투르로 오라고 말이야. 이런 상황이 될 것을 알고 그런 말을 한 것인지 모르겠지만……. 이따금 그의 선견지명에 놀라지 않을 수 없어.”
“설마…….”
“그래, 네가 만나고자 하는 카릴은.”
밀리아나는 란돌을 바라보며 기다렸던 말을 꺼내었다.
“타투르의 왕이다.”
* * *
[클클……. 좋구나. 좋아! 잊고 지냈던 술맛을 느낄 수 있다니. 이거야말로 영생(永生)이로군. 나머지 여섯 놈이 날 부러워하겠어.]알른 자비우스는 부서진 도서관의 석벽 위에 걸터앉아서는 술을 병째로 들이켰다.
어두운 밤.
그의 육신 역시 검붉어 마치 유령처럼 보였지만 느껴지는 차가운 밤공기와 이승의 향기는 그에게 지금의 상태를 잊게 만들기 충분했다.
“기분 좋은가 보군.”
[그럼. 네 녀석은 탑 안에서 괴물이라도 썰었겠지만 나는 아무도 없는 곳에서 홀로 있었으니 말이야. 게다가 밖으로 나와도 네 몸 안에서 벗어날 수 없었었고.]알른은 카릴을 바라보며 껄껄 웃었다.
[천 년을 지내오면 뭐하나. 나도 아직 멀었어. 육체를 가진다는 것만으로 이토록 들뜨다니 말이지.]“당연한 일이지. 아무리 자율의지(自律意志)가 있다 하더라도 그것을 행할 육신이 없다면 무슨 소용이겠어. 나 역시 당신이 내게서 떨어져 나간 게 좋고. 이 순간을 즐기라고. 굳이 고상한 척할 필요 있겠어.”
[크크크……. 그래, 네 말이 맞군.]전생의 기억만큼이나 마을이 엉망이 되어버렸지만, 다행히 인명피해는 거의 없었다.
결과적으로는 불멸회의 마법사들뿐만 아니라 안티훔에 사는 주민들까지 구할 수 있었다.
“알른, 한 가지 물어볼 게 있다.”
두아트와의 결전에서 들었던 한 가지 의문.
싸움은 끝났지만 카릴의 머릿속에 아직 남아 있었다.
“당신이라면 정령과 신의 전쟁을 알고 있겠지? 두아트가 그러더군. 그 전쟁의 패배가 인간 때문이라고.”
꿀꺽- 꿀꺽-
카릴의 물음에 알른은 뭔가 다급한 듯 남아 있던 병을 단숨에 비웠다.
[그게 언제 적인데. 나도 잘 모른다. 역사에도 남아 있지 않은 마도 시대보다도 더 이전의 일인걸.]말 그대로 신화시대(神話時代).
이따금 유적에서 발굴되는 보물들조차 대부분이 마도 시대의 물건이었다.
그보다 더 오래전의 세상을 상상하는 건 비록 억겁의 세월을 탑 속에서 지냈던 카릴조차도 선뜻 가늠이 되지 않는 일이었다.
“아는 것만 말해. 라미느에게 물었지만 대답을 하지 않더군. 그때의 일이 정령계가 소실된 이유라는 건 알겠어.”
카릴은 알른을 바라봤다.
“혹시……. 인간이 정령을 배반하기라도 했나?”
[…….]거절을 해도 어떻게든 들으려고 하는 카릴을 알기에 알른은 결국 낮은 한숨을 내쉬며 말을 시작했다.
[신령전쟁에 대한 것은 모른다. 하지만 그 전쟁에 참가했던 인간들에 대해서는 조금 안다.]“그게 뭔데?”
알른은 낮은 목소리로 이야기를 시작했다.
[어디서부터 말을 해야 할지……. 그래, 굳이 말하자면 블레이더를 창설한 이유부터 시작해야 할지 모르겠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