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9th Class Swordmaster: Blade of Truth RAW novel - Chapter (209)
9클래스 소드 마스터 : 검의 구도자 9클래스 소드 마스터 – 검의 구도자-209화(209/497)
162. 인형
“앞으로 너희가 있을 방이다.”
“……이게 방이라고?”
“물론. 잘 수 있고 쉴 수 있고 먹을 공간도 있으니까.”
두아트의 공간에서 돌아온 나인 다르혼은 망설임 없이 세리카와 미하일을 데리고 대도서관의 지하로 왔다.
지하는 끝이 없을 정도로 깊은 계단으로 수십 개의 층이 나누어져 있었으며 각 층에는 수많은 석문이 있었다.
그중에 하나를 열자 놀랍게도 그 안에는 두 사람이 겨우 들어갈 만큼 작은 방이 그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너희는 운이 좋아. 불멸회는 흑마법을 쓰는 마법회다. 흑마법이 아닌 다른 마법은 가르치지 않아. 물론 대도서관 안에는 다른 속성의 마법서들도 있다. 여명회의 상아탑을 제외하면 제국이나 공국 그 어떤 보고도 우리만큼 많은 마법서를 가진 곳은 없지만.”
나인 다르혼은 팔짱을 낀 채로 두 사람을 바라보며 말했다.
“들어가고 나면 좁다는 생각은 안 들 거야. 도전의 서 때와 마찬가지로 각각의 정신 안에서 수련하게 될 테니까. 물론, 휴식과 식사는 보장된다. 그 이외는 무조건 수련이야.”
“…….”
미하일은 그의 말에 긴장된 듯 마른침을 삼켰다.
“아, 같은 공간에 넣어 둔다고 쓸데없는 짓은 하지 말고. 정신 바짝 차려라.”
“무, 무슨……!!”
그런 긴장감도 잠시, 나인 다르혼의 말에 그는 화들짝 얼굴을 붉히면서 소리쳤다.
* * *
“클클클. 소란스러운 녀석들이라니까.”
지하에서 올라온 나인은 부서진 자신의 서재에 남아 있는 의자에 걸터앉으면서 말했다.
두아트와의 격전 이후 지붕이 완전히 날아간 도서관의 꼭대기는 완전히 폐허가 되어버렸다.
“네가 더 소란스럽다. 세간에 들리는 불멸회의 평판은 이보다 좀 더 진중하고 무거운데.”
나인 다르혼은 카릴의 말에 피식 웃었다.
“나보다 더 대단한 마도사가 계시고 내가 해결하지 못한 일을 해결해 버린 꼬마가 있는데 내가 굳이 무게를 잡을 필요가 있겠어.”
어쩐지 그는 조금 홀가분한 얼굴이었다.
그의 말대로 이 자리는 수장이 아닌 나인 다르혼이라는 한 사람으로 있을 수 있는 곳이기 때문이다.
휘이익…….
뚫린 천장과 벽에서 들어오는 차가운 바람마저 상쾌하게 느껴졌다.
[그럼. 애송이가 무게를 잡아 봐야 겉멋만 든 거지, 쓸데없지. 저 녀석은 일국의 군주라고 아주 콧대만 높아졌어. 너, 내가 시킨 마법 훈련 제대로 안 했지?]“오랜만의 재회인데 잔소리 좀 그만하지?”
[저 봐라, 저 봐.]알른 자비우스는 나인 다르혼을 바라보며 동의를 구하듯 카릴을 향해 손가락질했다.
[대륙을 정벌하기에 앞서 더 중요한 일이 있잖느냐. 네 말대로 부하와 동료가 필요한 것은 맞다. 너 혼자서 모든 것을 할 수 없으니까. 하지만 네가 약해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알고 있어.”
카릴은 그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어찌 잊을 수 있겠는가.
전생에 동료들의 죽음은 결국 자신이 약했기 때문이니까.
[카릴. 우리의 만남이 조금 특이하긴 했지만 나는 가능성 없는 녀석은 거들떠보지도 않아. 거기, 네놈도 마찬가지고 말이야.]조용히 알른 자비우스의 말을 듣고 있던 나인 다르혼이 자신도 모르게 꿀꺽하고 마른침을 삼켰다.
[수련은 그 꼬마들만 하는 게 아니라 너희 둘도 해야 할 게다.]“알른, 그전에 해야 할 일들이 있어. 공허의 티끌은 나중에 처리해도 문제가 되지 않지만 찾아야 할 사람이 또 한 명 있거든.”
알른은 카릴의 말에 조금은 심드렁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처음 회색교장에서 두 사람이 만났을 때 자신과 카이에 에시르가 비교당했던 일이 떠올랐기 때문이었다.
[거기, 애송이. 네가 그치들을 알고 있다고 했지? 시간 없으니까 당장 다 불어라.]“네? 아, 네……! 넵.”
나인 다르혼은 알른의 말에 마치 마법회의 신입처럼 굳은 채로 대답했다.
1천 년 전의 태초의 마법사라는 위용은 엄청난 것이지만 아마 그가 아닌 다른 대마법사들이었다면 알른을 대할 때 이 정도로 얼어붙진 않을 것이다.
이유는 속성의 차이였다.
태어날 때부터 가지는 본래의 속성과 달리 불멸회의 마법사들은 암흑력이라는 특수한 속성의 마법을 수련한다.
그것을 가리켜 속성 변환(屬性變換)이라 한다.
태생적으로 가진 속성 위에 새로운 속성을 덧씌우는 불멸회만의 특수한 방식.
확실히 전통적인 마법사들의 방식은 아니었다.
오히려 동방국이 사용하는 마력 변형처럼 일종의 편법 같은 느낌이 강했다.
에리얼 우드에서 본 드래곤의 시체에서 얻은 상자의 잠금쇠를 풀 때 에이단은 대륙의 흑마술이 동방국의 비술을 기반으로 만들어진 것일지 모른다는 말을 했었다.
그런 의미에서 고대의 흑마술을 마법으로 진화시킨 불멸회의 흑마법 역시 동방국의 기술이 잠재 되어 있을 가능성이 높았다.
[흐음.]그 정점에 선 것이 바로 어둠의 정령왕인 두아트였다.
알른 자비우스가 그의 힘을 가지고 있으니 나인 다르혼에게 있어서 알른은 신을 마주하고 있는 것과 비등한 느낌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다르혼가(家)의 피가 있다 하더라도 250년이나 사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고……. 네가 직접 본 적은 없겠군.]“아, 네……. 그렇습니다. 불멸회의 전 수장이시자 저의 아버지인 니케 다르혼에게 들은 이야기입니다.”
“잠깐, 아버지? 250년 전에 네 아버지가 살아 계셨단 말이야?”
카릴은 나인 다르혼의 말에 헛웃음을 지으며 되물었다.
“살아계셨지. 내 외모를 보면 알 수 있지 않아? 우리 가문의 피를 이어받은 직계는 오래 살지. 300년 가까이 사니까.”
확실히 그는 70대의 노인이지만 외모를 보면 카릴과 비슷해 보일 정도였다.
물론, 카릴이 용의 심장으로 인해 동년배에 비해서 성장된 모습이라는 점도 있었지만 그걸 떠나서도 나인 다르혼은 갓 성인이 된 외모였다.
“허……. 그럼 도대체 몇 살 때 널 낳으신 거야?”
“글쎄. 140살쯤이시려나.”
“……너희 가문이 오래 산다는 것은 이스라필에게 들어서 알고는 있었지만 그 정도일 줄이야.”
“이스라필……?”
나인 다르혼은 기억을 더듬는 듯 고개를 갸웃거렸지만 딱히 생각이 나지 않는 듯한 반응이었다.
“아마 모를 거야. 나중에 찾게 되면 알려줘. 대도서관 어딘가 구석에 박혀 책이나 보고 있는 허여멀건 사람 한 명 있을 거야.”
“으흠…….”
“아마 필요 없을 테니 나중에 내가 데리고 가겠어.”
그는 어째서 카릴이 불멸회의 수장인 자신도 기억 못 하는 사람을 알고 있는지 의아했지만 이제 그 정도의 궁금증은 사소한 것이 되어버렸다.
[네 아비가 카릴이 찾는 사령술사더냐.]알른이 기다리다가 다시 한번 나인 다르혼에게 물었다.
“아닙니다. 다만 아버지께서 카이에 에시르가 염룡을 사냥하러 가기 전 이곳을 들렸다는 전언을 하신 적이 있어서 기억할 뿐입니다.”
‘그때로군.’
카릴은 염룡의 심장을 먹었을 때 봤던 리세리아의 기억을 떠올렸다.
‘하지만 그 기억 속엔 다른 동료는 없었는데……?’
분명 카이에 에시르가 염룡을 사냥할 때는 혼자였다.
“그 둘은 용 사냥이 아닌 다른 목적을 가지고 있었다. 한 가지 마법을 찾고자 했다.”
나인 다르혼은 카릴의 의문을 마치 알고 있다는 듯 대답했다.
“그게 뭔데?”
“위대한 마법(Great Magic).”
“…….”
카릴은 그 이름을 들은 적이 있다.
염룡의 레어에서 라미느를 처음 만났을 때 그가 했던 얘기였다.
‘과거에 딱 한 명. 나와 같이 용마력을 지니고 정령의 힘을 쓰던 자가 도달한 힘을 가리켜 그리 불렀다 했었다.’
라미느는 분명 그리 말했다.
‘그 마법이야말로 신조차 죽일 수 있는 마법이다.’
카릴은 기억을 떠올리며 낮게 한숨을 내쉬었다.
신탁의 10인으로서 그는 누구보다도 상식 밖의 일들을 많이 겪었다 여겼다.
하지만 알면 알수록 과거의 선구자들이 걸어온 길이 자신이 걷고 있는 길보다 더한 가시밭이었다는 걸 느꼈다.
자신이 그토록 열망하는 것.
신을 죽이고자 하는 행위가 이미 250년 전에도 행해지고 있었다는 것은 여러 가지로 의미를 가졌다.
[하지만 애송아. 네가 찾으려고 하는 것은 그 카이에 에시르인가 뭔가 하는 녀석의 동료잖느냐.]“그렇지.”
[그놈이 과연 7인의 원로회의 웰 바하르보다 뛰어난 사령술사인가? 굳이 아니라면 찾을 필요가 있을까?]알른은 살짝 자부심이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
그럴 수밖에.
7인의 원로회 모두가 각 분야에 정점에 섰던 자들이었으니까.
“웨…… 웰 바하르?!”
나인 다르혼은 그 이름을 외쳤다.
어찌 놀라지 않을 수 없겠는가.
알른이 태초의 마법사라면 웰 바하르 역시 태초의 사령술사였으니 말이다.
비록 불멸회가 사령술보다는 저주술과 흑마법에 중점을 두고는 있으나 웰 바하르라는 이름은 그들에게 있어 우러러보기도 벅찬 존재였다.
“글쎄. 그건 나도 모르지. 하지만 내가 원하는 건 그자의 뛰어남이 아니라 그자가 남겨 놓은 보물이거든. 카이에 에시르가 남긴 유언을 보면 분명 그 둘도 뭔가를 숨겨 놨을 가능성이 높아.”
[흐음.]전생에 교단에서 많은 유적을 발굴했지만 카이에 에시르의 동료와 관련된 물품들은 없었다.
애초에 아인헤리에 대한 것도 몰랐으니 그 셋은 정말로 평범하지 않은 자들이 아닐 수 없다.
“스승님, 사실 저도 많은 것을 알지는 못합니다. 다만 카릴의 말대로 카이에 에시르의 동료 중 한 명이 사령술사 인 것. 그리고 다른 한 명은 검을 쓰는 자라는 것입니다.”
능청스럽게 알른을 스승이라 부르는 나인 다르혼이었다.
“……검?”
카릴은 그를 바라봤다.
“그래. 하지만 그 검사에 대한 정보는 아무것도 없어. 아버지께서 카이에 에시르의 동료인 사령술사를 기억하는 이유도 그저 우리와 같은 계통이기 때문이니까.”
“흐음……. 단서가 될 만한 건?”
“아버지의 말로는 그가 독특한 사령술을 쓰는 자라고 했었다.”
“독특한 사령술?”
“대륙에는 없다. 아니, 없다기보다는 이제 사라진 술법이라고 해야지. 부활시킨 영혼을 골렘 안으로 집어넣는 인형술(人形術)이라 불리는 술법이다.”
그건 카릴 역시 처음 들어 보는 것이었다.
[허허, 그걸 쓰는 자가 250년 전에도 있었나? 마도 시대에도 거의 사라진 술법인데.]알른은 살짝 놀란 듯 중얼거렸다.
“그래?”
[일단 귀찮으니까. 사령의 가장 큰 장점은 부서져도 마력이 있으면 바로 복구가 가능하다는 점인데 인형은 그렇지 않거든. 게다가 관절마다 특수한 줄을 달아 술사가 직접 조종을 해야 하기도 하고 말이야.]“기억하기론 그 사령술사의 인형들은 자신의 의지를 가졌다고 합니다.”
나인 다르혼의 말에 알른은 흥미로운 듯 되물었다.
[그래? 그 정도의 경지에 오른 인형술사가 그때도 있다니……. 이거, 나도 궁금해지는걸.]“보통의 언데드들도 고위급 마법으로 부활시키면 의지를 가지고 있잖아?”
카릴은 자신의 얼음 발톱에 잠들어 있는 자르카 호치를 떠올렸다.
[그렇긴 하지만 명백히 다르다. 인형술의 가장 큰 장점이지. 인형과 술사를 이어주는 특수한 줄을 명운(命運)이라 칭하는데 술사의 능력에 따라 인형 안에 있는 영체는 생전의 힘을 온전하게 모두 발현할 수 있거든.]대부분 사령술로 부활한 리치나 레이스(Wraith)의 경우 생전 능력의 절반도 발휘하기 어려웠다.
그런 의미에서 자르카 호치는 대단한 마력을 가진 엘프였다.
[또한 명운이 끊어지기 전까지는 무조건적으로 술사의 명령에 복종한다. 뭐, 대신 보통의 사령술보다 계약을 하는 과정이 까다롭긴 하지만 말이야.]“신기하군. 그런 술법이 있었다니.”
카릴은 나인 다르혼을 바라보며 물었다.
“그게 누군지 알고 있어?”
안타깝게도 그는 고개를 저었다.
“하지만 가문은 안다.”
[그래, 생각해 보니 마도 시대에도 인형술로 이름을 날렸던 가문이 하나 있긴 하지.]그 순간,
놀랍게도 두 사람의 목소리가 겹쳤다.
[로스차일드 가문이었지 아마?]“로스차일드가(家)이다.”
말이 끝나자마자 나인 다르혼과 알른 자비우스는 서로를 바라봤다.
[설마 그 가문이 아직도 있는 게냐? 일천 년이나 지났는데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니.]먼저 말을 꺼냈던 알른이 오히려 더 놀란 듯 그를 향해 물었다.
“있어.”
대답은 카릴에게서 들려왔다.
“세상 오래 살고 볼 일이군. 로스차일드 가문이 그런 능력을 가지고 있다니 말이야.”
고작 열넷밖에 되지 않은 카릴이 그런 말을 하자 나인 다르혼은 어이가 없었지만 이미 그에겐 나이는 중요한 게 아니었다.
“아는 게 있나?”
“응. 내 기억이 맞다면 제국이 아니라 공국에 있다는 게 문제지만.”
“확실해? 공국에 그런 가문이 있다면 내가 모를 리가 없을 텐데.”
“확실하다. 모르는 게 당연하기도 하고. 로스차일드 가문은 지금으로써는 멸문했으니까.”
“지금으로써는……?”
나인 다르혼은 눈치 빠르게 카릴의 말에 뭔가 이상함을 느꼈다.
‘케이 로스차일드.’
하지만 그런 그의 의문은 상관하지 않는 듯 카릴은 추억 속의 이름을 떠올렸다.
‘우연인지 운명인지 모르겠군. 신탁의 10인 중 한 명인 그녀가 인형술과 관련 있다, 라…….’
지금은 사라진 가문이다.
신탁이 있기 전에는 아무도 알지 못한 그녀의 존재.
제국이 대륙을 통일한 이후였기에 카릴은 신탁이 내려지고 10인을 찾는 과정에서 그녀가 몰락 귀족이라는 것을 알았다.
황제였던 올리번은 신탁을 완수하고 나면 그녀에게 로스차일드 가문을 다시 일으켜 주겠다 했다.
물론,
그 모든 게 거짓말이었지만.
‘특이한 여자였지. 하지만 딱히 인형술을 쓰는 걸 본 적은 없는데……. 술법이 이어지지 않은 건가.’
알 수 없는 일이었다.
분명한 건 그녀를 만나봐야 알 수 있다는 것뿐.
“상관없어. 어차피 제국의 일이 끝나면 공국으로 갈 생각이었으니까. 그저 그곳에 가야 할 이유가 하나 더 생겼을 뿐이야.”
“설마……. 인형술이라도 배울 생각은 아니지?”
“가능하다면. 하지만 그보다는 그 술법을 쓸 수 있는 사령술사를 찾을 수 있다면 좋겠지.”
“생각해 둔 사람이라도 있는 거냐.”
“아직은. 하지만 나보다 그 가문의 피를 물려받은 사람이 뭐라도 더 낫지 않겠어?”
“꼭 번거롭게 찾아야 할까? 사령술이라면 불멸회에서도 배울 수 있는데.”
카릴은 자신의 얼음 발톱을 들어 보이면서 말했다.
“있지.”
[아아……. 아직 잠들어 있는 그 녀석인가.]알른은 그런 그의 모습을 바라보며 피식 웃었다.
다만 영문을 알지 못하는 나인 다르혼만이 그저 물끄러미 그를 바라볼 뿐이었다.
‘확실히 사령술로도 부활시킬 순 있다. 하지만 그렇게 되면 생전의 능력을 모두 쓸 수 없다.’
온전한 능력을 모두 쓰지 못함에도 불구하고 망령의 성을 구축한 리치.
과연 모든 능력을 발휘할 수 있다면 어떤 결과가 일어날까. 카릴은 상상을 하는 것만으로도 흥분되는 것 같았다.
‘인형술로 자르카 호치를 부활시킨다.’
그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