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9th Class Swordmaster: Blade of Truth RAW novel - Chapter (210)
9클래스 소드 마스터 : 검의 구도자 9클래스 소드 마스터 – 검의 구도자-210화(210/497)
163. 타락
[집중해라! 암흑력을 제대로 쓰기 위해선 일단 네 혈맥부터 뚫어야 해.]쾅……!! 콰쾅……!!!
폭음이 터져 나왔다.
어둠의 정령왕을 다시 봉인하느라 난리를 친 것이 엊그제 같은데 요란하게 울려 퍼지는 소리에 대도서관은 연일 시끄러웠다.
카앙-!
카릴이 검을 들어 아래에서 위로 올려쳤다.
자신을 향해 날아오는 수십 발의 자줏빛 화살들이 끊임없이 쏟아졌다.
알른 자비우스의 특기인 무영창 매직 애로우였다.
2클래스의 공격 마법에 불과하지만 비전술사인 그가 사용하면 그것은 화살 한 발 한 발이 5클래스, 아니, 6클래스의 마법이 가지는 살상력에 버금갈 정도였다.
과거,
7인의 원로회의 사령술사인 웰 바하르의 머리통을 그대로 날려 버린 것이 바로 저 매직 애로우였지 않던가.
“크윽!”
매직 애로우를 튕겨내며 카릴은 검을 쥔 손이 아리는 느낌을 받았다.
중갑 기사의 육중한 해머를 올려친 것 같은 기분이었다.
꽈아악……!!
그때였다.
일정한 마력 이상을 끌어올리려고 하자 그의 손목에 채워진 탐욕의 팔찌가 마치 뼈를 부러뜨리려는 것처럼 강하게 조여졌다.
퍼엉!! 펑……! 펑! 펑!
약간의 흔들림.
그 찰나의 멈춤에 알른 자비우스의 마법 화살들이 카릴의 몸에 적중했다.
츠즈즈즉…….
시커먼 연기가 카릴을 덮었다.
엉망이 된 몰골로 서 있던 그였지만 무수한 마법 다발 속에서도 치명상은 피한 듯 검을 움켜잡았다.
[드디어 팔찌의 제약에 반항을 할 수 있게 된 모양이로구나.]알른은 자신의 공격에도 서 있는 그를 바라보며 만족스러운 듯 말했다.
“흐아압!!”
카릴이 연기를 뚫고 알른을 향해 뛰었다.
퍼어엉……!!
[하지만 아직 한참 멀었어.]공중에서 직격한 알른의 마법구들이 카릴의 옆구리에서 폭발했다.
그는 충격과 동시에 벽을 향해 튕겨져 나갔다.
“후우. 새삼 당신이 강하다는 걸 느끼는군…….”
부서진 벽에 기대어 카릴이 말했다.
지친 듯 그이 몸이 서서히 바닥으로 내려갔다. 들고 있던 얼음 발톱마저 옆으로 던져 버리고서 그는 차가운 바닥의 냉기가 좋은 듯 몸을 뉘었다.
[클클……. 네 녀석이 탐욕의 팔찌를 차고 있었기 때문이지. 강한 마력을 쓸수록 팔찌가 더 많은 마력을 흡수하려고 하니까.]“이걸 차고도 이 정도까지 밀린 적은 없었어.”
언젠가 나르 디 마우그가 농담처럼 자신에게 7인의 원로회가 드래곤이었을지도 모른다는 얘기를 했었다.
물론,
그 말은 거짓말이었지만 알른 자비우스와의 대결에서 카릴은 정말 그가 드래곤이라 해도 믿을 수 있을 정도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도 마도 시대에 태어났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드네. 그 시대의 마법사는 이 정도 수준이란 말인가.”
[아니지. 내가 탁월한 거지.]알른은 카릴의 말에 자랑스레 웃었다.
[확실히 지금보다 그때가 마법이 더 융성하고 정령의 기운도 강했지만 결국 사라진 시대다. 그때 신탁이 내려졌다고 특별히 달라지진 않았을 게야.]그는 녹초가 되어 바닥에 너부러진 채 거친 숨을 몰아쉬는 카릴에게 말했다.
어느새 그가 안티훔에 머문 지 2주가 지났다.
카릴은 그의 부활과 사령술사의 흔적이라는 목적을 달성한 지금 당장에라도 움직이고 싶었지만 알른은 오히려 이곳에서 카릴을 단련시키는 시간을 가지기로 했다.
처음에는 불만이었지만 막상 알른과의 대련 이후 카릴은 지금까지의 생각을 달리하게 되었다.
드래곤이 인정한 마법사.
비전술사 알른 자비우스는 지금 이 세상에서 그 누구와도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완벽한 스승이자 수련 상대였다.
[조급해하지 마라. 어차피 지금 네 실력으로는 백금룡의 레어에 갔다가 혹여 그가 다른 마음을 먹는다면 살아 돌아오지 못할 수도 있다.]“그 정도야?”
카릴은 살짝 인상을 찡그렸다.
[그럼. 네 녀석은 백금룡의 비호를 받았을 뿐 그와 싸워본 적은 없지 않느냐.]“당신은 싸워본 적이 있다는 말이야?”
[잊었느냐. 회색교장에 날 가둔 녀석이 바로 백금룡이라고 했었잖아.]“네?! 스, 스승님을 가둔 게 나르 디 마우그란 말씀이십니까?”
뒤에 서 있던 나인 다르혼이 알른의 말에 깜짝 놀라며 소리쳤다.
[네 녀석은 빨리 마력 순환이나 해라. 속성 변환 같은 변칙으로는 절대로 8클래스에 도달하지 못한다.]“아, 알겠습니다.”
알른의 핀잔에 그는 머리를 머쓱한 듯 대답했다.
제국인들이 태어나 마력을 느끼기 시작할 시기인 1클래스 단계에서 하는 가장 기초 중의 기초.
마력혈에서 흘러나오는 마력을 혈맥을 통해 전신에 퍼뜨리는 수련법은 마법사의 반열에 오르고 나서는 대부분 하지 않는 일이었다.
“…….”
나인 다르혼은 좀이 쑤신 듯 엉덩이를 들썩였다.
솔직히 고작 그런 기초 수련으로 9번째 혈맥을 뚫을 수 있다는 말에 아직까지는 반신반의할 수밖에 없었으니까.
“솔직히 소드 마스터와 싸웠을 때도 이 정도로 힘들진 않았던 것 같은 기분이야. 당신……. 새삼 느끼지만 정말 대단하군.”
[클클, 이제야 이 몸의 위대함을 알았느냐. 하지만 그런 나도 백금룡과의 싸움은 꺼려진다.]“그 정도인가…….”
카릴은 살짝 입술을 깨물었다.
생각해 보면 알른의 말이 맞다. 전생에 이따금 나르 디 마우그와 검술 대련을 한 적은 있었지만 대부분 자신의 수준을 알아보기 위한 정도였다.
아버지와의 비교, 소드 마스터들과의 비교, 대마법사들과의 비교…….
이민족인 자신은 마력을 가진 그들을 목표로 그들을 뛰어넘기 위해 검을 휘둘렀으니까.
‘정작 녀석을 내 목표로 둔 적은 없었구나.’
전심전력을 다한 나르 디 마우그의 모습을 본 적이 없었다.
[탐욕의 팔찌에 의존하면 안 된다. 그걸 푸는 순간 폭발적인 힘을 낼 수는 있지만 그만큼 네 몸을 망가뜨리는 일이지.]알른이 카릴의 곁으로 걸어 왔다.
그의 전신을 휘감고 있는 붕대가 걸음을 옮길 때마다 바스락거리는 소리를 냈다.
[내 생각에 카이에 에시르가 아인헤리에 그 팔찌를 남긴 이유는 목숨을 부지하기 위한 도구이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수련의 장비로 쓰라는 의미이기도 할 것 같다.]“그렇군.”
카릴은 팔을 들어 차고 있던 팔찌를 바라봤다.
확실히 알른의 말대로 그는 위험한 순간에는 항상 팔찌를 풀었다.
자신의 온전한 마력을 쓸 수 있기 때문.
하지만 역설적으로 온전한 마력을 자신의 육체가 감당하지 못하고 있다는 의미이기도 했다.
[밑 빠진 독에 물을 부어 채우려면 어떻게 해야 하겠느냐. 빠지는 속도보다 더 많은 물을 부어야겠지.]알른은 탐욕의 팔찌를 가리켰다.
[지금 네 몸이 그렇다. 마력을 흡수하는 팔찌를 찬 상태로 혈맥을 뚫기 위한 수련을 해서 더 많은 마력이 필요하게 되고 그것을 받아들이기 위해 네 몸은 여타의 마법사들과 달리 혈맥의 크기 자체를 확장시킬 것이다.]“…….”
[그 상태에서 6클래스에 도달하게 된다면? 같은 혈맥의 수라도 너는 동급의 마법사들보다 훨씬 더 많은 마력을 운용할 수 있게 되겠지.]그는 옆에 서 있던 나인 다르혼을 바라봤다.
[저 녀석이 7클래스랬나? 만약 이 수련을 성공하게 되면 운용할 수 있는 마력의 절대량이 완전히 달라진다. 6클래스인 네가 저치와 동급의 양을 쓸 수 있게 될 게야.]턱을 한 번 쓸어넘기며 알른은 계속해서 말을 이어갔다.
[일단 한 단계다. 그것만 목표로 해라. 6클래스에 도달하게 되면 많은 것이 바뀌게 될 테니까.]“그럴까? 사실 마력의 양이 중요한 것은 아니잖아. 물론 마력의 양이 뒷받침해줘야 고위급 마법을 쓸 수 있는 것은 맞지만 나는…….”
그러나 여전히 마음을 잡지 못한 듯 카릴은 알른에게 되물었다.
[안다. 네 주력은 어쨌든 검이라는 걸. 그럼에도 혈맥을 뚫고 마력을 늘려야 할 이유는 너도 잘 알 텐데?]카릴은 고개를 끄덕였다.
“마력의 양과 순도에 따라서 마나 블레이드의 위력이 달라지니까. 그러기 위해서 내 육체를 단련시켜야 하는 것이기도 하고.”
[맞는 말이지만 뭔가 부족한가 보군. 좋아. 의욕을 올리기 위해 네가 6클래스에 도달해야 할 이유를 한 가지 더 덧붙여주마.]“음?”
알른은 의미심장한 웃음을 지었다.
[지금 네게 전수해 준 지식의 보고. 6클래스가 되면 그중에 한쪽의 잠금을 풀 수 있다.]“…….”
기대에 부풀게 하는 그의 모습과는 다르게 카릴은 그의 말에 실망스러운 듯 혀를 찼다.
“뭐야. 그 정도는 나도 알고 있다고. 당신 말대로 지식의 보고는 이미 내게 전수해졌잖아. 자기 머릿속에 있는 걸 끄집어낼 수 없다는 건 썩 기분 좋은 일은 아니지.”
[크클……. 고작 그런 거라면 말을 안 했지.]“뭐?”
[우리가 처음 만났을 때를 기억해 봐라. 내가 네게 준 게 있지 않느냐.]카릴이 그의 말에 눈을 가늘게 떴다.
두 사람이 만난 곳은 회색교장.
그곳에서 얻은 것이라고는 얼음 발톱과…….
“설마. 그 상자?”
[그래. 나도 몰랐다. 그 안에 물의 정령왕인 해일의 여왕, 에테랄이 봉인된 단서가 담겨 있을 줄은 말이야. 그 상자를 열 수 있는 방법이 내 지식의 보고에 들어 있다.]“……!!!”
카릴은 그의 말에 놀란 표정을 감출 수 없었다.
“그게 정말이야? 그럼 차라리 당신이 알려주면 되는 것 아냐?”
[녀석아. 마법이란 단순히 방법을 알려 준다고 할 수 있는 게 아냐. 지식의 보고를 통해서 너의 기술로 숙지를 해야 하지.]알른은 피식 웃었다.
[뿐만 아니라 네가 6클래스에 도달했을 때 가능하다는 의미는 대마법사급의 마력을 네가 운용할 수 있을 때에 상자를 열 수 있다는 뜻이다. 지금은 불가능해.]“아쉽군.”
[걱정 마라. 언제부터 네가 남에게 의존했다고 그러냐. 정령왕과 계약하고 나서 욕심이 생긴 건 알지만 말이야.]그는 누워 있는 카릴을 일으켜 세웠다.
[자, 그러니 네가 백금룡을 찾아가고 싶은 것도 알고 빨리 제국의 문제를 해결하고 싶은 것도 알지만……. 이렇게 다른 것을 신경 쓰지 않고 훈련을 할 수 있는 너만의 시간을 또 언제 갖겠느냐.]알른은 바닥에 세운 지팡이에 두 팔을 얹고서 카릴을 향해 말했다.
[네 녀석은 명실공히 이제 대륙 최강자 중의 한 명이지만 그렇다고 모두를 이긴다는 보장은 없다. 대륙의 생명체도 못 이기는데 그 위를 노릴 수 있겠나.]카릴은 쓴웃음을 지었다.
“당신 말이 맞군.”
그때였다.
“수…… 수장님!!”
아래층에 있던 사서가 다급한 목소리와 함께 계단을 올라왔다.
“무슨 일이지?”
여전히 엉망인 얼굴로 그는 거친 숨을 내쉬며 나인 다르혼에게 말했다.
“안티훔 외각에서 공허의 티끌이……. 포착되었습니다.”
“드디어…….”
보고를 받은 그가 카릴을 바라봤다.
“둘은?”
그의 물음에 나인 다르혼은 입꼬리를 슬며시 올렸다.
“제법 기본은 갖춰졌다.”
“좋아. 알른, 잠시 훈련을 멈춰야겠어. 골칫거리부터 처리하는 게 우선이니까.”
[그래.]카릴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계단을 향해 걸어갔다.
“뭐 해?”
“……?”
“너도 같이 가야지.”
“아! 물론, 그렇지. 거래의 내용이니 말이야. 너희가 제대로 사냥을 하는지 확인해야지.”
나인 다르혼은 카릴의 말에 드디어 지겨운 마력 순환을 끝낼 수 있다는 생각에 황급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아니. 너도 걔들과 같이 싸울 거다. 이참에 사냥법을 익혀두는 게 좋을 거야. 나중에 고생하지 않으려면 말이야.”
“나중에?”
나인 다르혼은 카릴의 말에 무슨 소리냐는 표정으로 그를 바라봤다.
“그리고 놈들에게 그런 거창한 이름을 붙일 필요 없어. 더 어울리는 이름이 있으니까.”
카릴은 그런 그를 보며 피식 웃었다.
“타락(墮落).”
그는 나선의 계단을 내려가며 굳은 얼굴로 말했다.
“그 이름이면 충분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