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9th Class Swordmaster: Blade of Truth RAW novel - Chapter (211)
9클래스 소드 마스터 : 검의 구도자 9클래스 소드 마스터 – 검의 구도자-211화(211/497)
164. 마계 (1)
“무…… 물…….”
툴썩-
카릴은 피골이 상접한 얼굴로 복도를 걸어 나오던 미하일이 자신의 앞에서 쓰러지는 것을 보며 황당한 얼굴로 입맛을 다셨다.
“후…… 후우…….”
그의 뒤에 서 있는 세리카 역시 들고 있는 창을 지팡이 삼아 비틀거리며 방을 나왔다.
“……이 상태로 싸울 수 있기나 하겠어?”
곱상하게 생기긴 했지만, 교도 용병단에서 구르던 가닥이 있는 미하일이었다.
남부의 척박한 환경 속에서도 잘만 버텼던 그가 이 지경이 되었다는 건 도대체 어떤 훈련을 한 건지 상상조차 가지 않았다.
“너……. 내가 언젠가 죽여 버릴 거야.”
세리카는 으르렁거리듯 나인 다르혼을 바라봤다.
“클클. 처음에는 4클래스급의 필수 마법만 단시간에 가르치려고 했는데……. 이 녀석이 일주일도 안 되서 마스터 해버리는 게 아니겠어? 고작 창을 쓰는 녀석이 말이야.”
나인 다르혼은 그런 그녀의 모습에도 주눅 들지 않고 카릴에게 말했다.
아무리 날고 기는 슈프림(Supreme)이 될 그녀라 하더라도 아직은 4클래스의 초짜에 불과했다.
그런 그녀가 대마법사인 나인 다르혼에게 위협이 될 리가 없었다.
“그런데 더 웃긴 건 이놈이지.”
나인 다르혼은 바닥에 엎어져 있는 미하일의 등을 쿡쿡 손가락으로 찌르면서 말했다.
“보조 마법은 제대로 쓰지도 못하면서 칼날 바람을 익혔더군. 3클래스 마법이지만 살상력이 대단한 마법이지. 그래서 조금 강도를 높였는데…….”
“으윽…….”
미하일은 그가 찌를 때마다 움찔거렸다.
“4클래스 주제에 5클래스의 바람 낫을 익혀버리더란 말이지. 무의식중에 순간적으로 마법을 증폭시키는 방법은 또 어떻게 알았는지. 나 참.”
카릴은 나인 다르혼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동방국의 비술인 마력 변형을 쓴 게 틀림없었다.
“하여간 네가 데려온 둘 다 웃긴 놈들이야.”
“재능이 뛰어나다고 하는 거지.”
2주 동안의 특훈 속에서 두 사람의 능력은 비약적으로 상승했다.
카릴은 이 둘이 얼마나 변했을지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꼴을 보아하니 역전(逆轉)의 방에 있었나 보군.]알른은 세리카와 미하일을 바라보더니 낮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역시……! 아실 줄 알았습니다.”
그의 말에 나인 다르혼은 감탄하며 손뼉을 쳤다.
[마도 시대부터 있었던 마법사들의 훈련방이니까. 7인의 원로회 중에 판 오만이란 녀석이 있다. 그놈이 창안한 방법이지. 기문(奇門)과 진법(陳法)을 연구하는 것을 좋아해서 그런 쓸데없는 것들을 잔뜩 만들었거든.]“쓰…… 쓸데없다니요.”
[어차피 정점에 서는 자는 재능이 있는 자니까. 편법을 써도 넘을 수 없어.]알른은 별것 아니라는 투로 나인 다르혼에게 말했다.
[뭐, 그래도 그 녀석의 술법들은 구현하기 꽤 어려웠을 텐데. 네가 만든 거냐?]“네, 그렇습니다.”
나인 다르혼의 대답에 알른은 고개를 끄덕였다.
[잘됐군, 카릴. 네가 모아놨던 아조르의 그 애송이들 있지 않느냐.]“울카스 길드?”
[그래. 그곳에 마법사들이 모인 지도 이제 몇 년이 되었으니 최소한의 기틀은 잡혔을 터. 그놈들을 불러서 여기서 훈련을 시켜라.]“네? 하, 하지만……. 이곳은 불멸회의 마법사들만이…….”
[그럼 그냥 입회시키면 되지. 뭐가 문제냐. 모두가 기본 조건인 마법사의 반열에 오른 데다가 마법회에 소속되지 않은 자유 마법사들인데.]거침없는 알른의 말에 나인 다르혼은 당황한 듯 눈빛이 떨렸다.
“아니, 그게 아니라…….”
“그거 괜찮은 생각인데? 단기간에 확실한 효과를 볼 수 있겠어. 타투르로 돌아가면 바로 연락을 해야겠군.”
알른의 말에 가볍게 손뼉을 치며 카릴이 동의했다.
“……네 녀석은 불멸회를 도대체 뭐라고 생각하는 거냐? 이곳은 오직 선택받은…….”
“좋은 게 좋은 거 아니겠어. 그리고 나중에 날 도운 걸 자랑스럽게 여기게 될 거야.”
“내가? 미치지 않고서야…….”
나인 다르혼은 어처구니가 없다는 듯 말했다.
전생의 미래에 대해서 알려줄 수는 없겠지만 전생에 사라진 안티훔과 불멸회의 마법사들이 존재한다는 것만으로도 큰 수확이었다.
그런데 울카스의 마법사들을 단시간에 실력을 상승시킬 수 있는 방법까지 알게 되었으니 카릴로서는 기쁘지 않을 수 없었다.
‘전생엔 마법 자체를 몰랐으니 이런 비밀이 있는지도 몰랐군. 그들을 이곳에서 훈련시킨 다면 제국과의 전쟁에서 큰 힘이 될 거야.’
제국의 힘은 신탁 전쟁에서 꼭 필요한 것이다.
대륙을 제패함에 있어서 그들의 힘을 최대한 살아남게 하기 위해선 싸울 엄두도 내지 못할 정도로 압도적인 힘을 보여줘야 한다.
‘그 변수는 언제나 그렇듯 마법이 될 것이다.’
카릴은 나인 다르혼을 바라봤다.
“……스승님의 명령이 있어 역전의 방은 그렇다 쳐도 불멸회는 네놈 밑으로 안 들어간다.”
눈치 빠른 나인 다르혼은 그의 눈빛에 담긴 의미를 알아차리고는 먼저 말했다.
“마음대로.”
하지만 카릴은 능글맞은 미소를 하고는 천천히 안티훔 밖으로 걸어나갔다.
* * *
“보고 드리겠습니다! 지금 공허의 티끌이 불타는 모루 쪽으로 향하고 있다고 합니다.”
경비병은 떨리는 목소리로 경례를 하며 소리쳤다.
“베네딕은?”
“네? 아, 그게……. 몸이 안 좋다고 해서 당분간…….”
“하여간 그 인간. 정말 도서관 안에 처박아 두든지 해야지. 뺀질거리긴…….”
나인 다르혼은 쯧- 하고 혀를 차고는 물었다.
“설치해 놓은 마력 그물은? 아무런 효과도 없던가?”
“일단 반응은 있었습니다. 그 덕분에 이동 경로를 알 수 있었습니다만……. 잡아 두는 것엔 실패한 듯 보입니다.”
“상관없어. 어디에 있는지만 알면 되니까. 가자.”
카릴이 가장 먼저 앞장섰다.
* * *
스스스스슥…….
안티훔의 뒤쪽에 있는 산맥의 가장자리.
산맥 정상의 모양이 마치 대장간의 모루처럼 생겨 열일곱의 신 중 한 명인 글두카가 사용했다는 전설이 있는 곳.
“저놈이군.”
[타락과는 생김새가 확실히 다르군. 만들어지다 만 느낌이야. 나인, 저놈을 만들 때 뭘 재료로 썼지?]알른은 마치 떠도는 망령처럼 주위를 어슬렁거리는 공허의 티끌을 바라보며 말했다.
“아……. 그게, 악몽의 서에 첫 페이지에 써 있는 재료를 참고하였습니다. 누가 책을 완전히 찢어버려서 이제는 볼 수 없지만요.”
나인 다르혼은 카릴을 힐끔 바라봤다.
“진흙과 용암철, 물러버린 이끼와 상아 가루 그리고 정령의 이슬과 그리고 조암석 가루와 성수를 섞어 만든 반죽까지…….”
이후로도 세기도 힘들 만큼 많은 재료들이 있었지만 그는 하나하나 완벽하게 기억하고 있었다.
괜히 7클래스의 대마법사가 아니었다.
[타락의 연성법이라고 보기엔 어렵군. 오히려 이건 호문쿨루스(Homunculus)를 만드는 연금술에 가까운데. 어쩐지……. 그러니 저런 괴상한 것이 태어나지.]그러나 알른 자비우스는 그의 기억력에 놀라기보다 그 안에 들어간 재료들을 들으며 혀를 찼다.
[마도 시대에도 인체연성의 술법은 금하고 있었다. 그런데 네가 알고 있는 것은 제대로 된 연성법도 아니지. 누가 알려준 것인지 모르겠지만, 일부러 네가 실패하기를 바라고 한 일이야.]“그런…….”
[괜찮다. 마법사란 그렇게 태어났으니까. 죽을 때까지 호기심을 충족시켜야 하는 족속들이거든.]알른은 당혹스러워하는 나인 다르혼을 바라보며 껄껄 웃었다.
“호기심도 좋지만 자기가 싸지른 일은 자기가 처리해야지. 잘 들어. 한 번만 말할 테니까.”
카릴이 공허의 티끌의 가슴을 가리켰다.
“저기 보이지? 저 심장을 베면 녀석은 죽는다. 하지만 아무렇게나 심장에 검을 꽂으면 녀석 안에 있는 독기가 폭발한다. 일대는 완전히 날아가 버리겠지.”
“허…….”
“단계라는 것이 있다. 심장은 공격을 받으면 팽창하게 된다. 수축과 팽창을 반복하는데 세 번째 팽창이 되었을 때가 바로 공격을 할 때다.”
그의 말에 나인은 긴장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니까 요는 팽창해서 터지지 않게 심장을 파괴하면 된다는 뜻이잖아?”
세리카 로렌은 머리를 묶고 있던 머리끈을 풀어서는 허리춤에 끼고 있던 마법봉을 꺼내어 들고 있던 창대에 붙이더니 머리끈으로 고정시켰다.
마법봉과 창이 함께 묶인 요상한 형태가 되어버렸지만 그녀는 아무렇지 않게 그걸 들고서 말했다.
쩌적…… 쩌저적…….
그러자 놀랍게도 그녀가 쥐고 있는 창의 날부터 대까지 새하얀 얼음으로 뒤덮였다.
“간단하네.”
그녀가 어깨에 창을 메고서 말했다.
“그러니까 저 빌어먹을 놈 때문에 내가 생고생을 했다, 이거지. 고작 저것 때문에?”
대마법사인 나인 다르혼조차 골머리를 썩이게 한 장본인을 보고서도 그녀는 주눅은커녕 오히려 전투 의지를 불태웠다.
“세리카…….”
깨어난 미하일이 불안한 듯 그녀를 바라봤다.
“다들 딱 기다려. 나서는 인간은 내가 가만 안 둬.”
그녀는 자신의 가슴에 손을 얹었다.
우우웅…….
그러자 옅은 빛과 함께 그녀의 주위에 빛이 흘러나왔다.
[애송이, 네가 예전에 썼던 방법이로군.]각종 보조 마법들이 걸리자 그녀의 머리카락이 가볍게 떠올랐다가 가라앉았다.
“물론, 그녀도 전투마법사의 소질이 있…….”
철컥-
카릴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그의 앞을 지나 질주하는 세리카는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공허의 티끌의 심장 안으로 손을 집어넣었다.
“자, 잠깐!”
카릴조차 깜짝 놀란 듯 소리쳤다.
[크르르르……!!]갑작스러운 공격에 공허의 티끌이 커다란 주먹을 들어 그녀를 내려치려 했다.
쩌적…… 쩌저적…….
그때였다.
놀랍게도 공허의 티끌을 움켜쥔 그녀의 손 주위로 새하얀 서리가 꼈다.
[크…… 크르…….]심장이 일순간 정지하자 녀석은 몸을 부르르 떨더니 움직임이 멈췄다.
“마법과 물리 공격을 동시에 해버리면 심장이 팽창하지 못하겠지.”
촤악……! 촤자작……!
세리카가 있는 힘껏 창을 찔러 넣었다.
마법봉을 연결해 두었던 그녀의 창날 역시 차갑게 얼어 있었다.
창이 꽂히는 부분마다 괴물의 몸이 순간적으로 얼어붙고 충격으로 가루가 되며 부서졌다.
쾅! 콰앙! 콰가강!!
폭음과 함께 눈가루가 날리듯 얼어붙은 심장을 제외하고 공허의 티끌의 몸이 사정없이 깨졌다.
“……!!”
카릴은 그 모습에 진심으로 놀란 듯 눈을 동그랗게 떴다. 그녀의 무위야 소드 마스터의 반열에 오른 그에게 있어서 대단한 것은 아니었다.
다만,
그 방식이 카릴을 놀라게 만든 것이다.
언뜻 보기에는 창날에 마법의 힘을 담아 공격하는 것처럼 보여 마나 블레이드와 다를 바 없어 보였지만 그녀의 방식은 전혀 다른 것이었다.
‘창에 닿기 직전 마법봉에서 흘러나오는 얼음 마법으로 먼저 몸을 얼린 다음 물리 공격을 가한다.’
단순히 무구에 마력을 집어넣어 공격하는 마나 블레이드가 아니라 1초도 안 되는 찰나의 순간 마법으로 먼저 공격하고 그다음 창을 쓰는 이중 타격이었다.
‘프리징 스피어(Freezing Spear).’
검사가 쓰는 무구의 직접적인 공격이 아닌 마법사 특유의 공격 마법을 극대화 시키고 창술을 보조하는 그녀의 독문 전투술.
‘완벽하지는 않지만 분명 그거다.’
아직 슈프림의 단계에 오르지는 못했지만 그녀는 역전의 방에서 수련을 하면서 이미 자신의 장점을 살리는 방법을 스스로 깨우친 것이었다.
카릴은 그녀의 전투 센스에 다시 한번 감탄을 금치 못했다.
“……저게 저렇게 쉬운 거였나?”
나인 다르혼은 사라지는 공허의 티끌이 아쉬운 듯 남아 있는 잔해에 신경질적으로 창을 박아 넣는 세리카를 바라보며 말했다.
“불완전한 놈이긴 해도 그 정도까진 아닌데…….”
푹-! 푹! 푹!!
“쟤가 괴물이라서 그래.”
“……괴물의 입에서 괴물이라는 소리가 나오니 끔찍하군.”
나인 다르혼은 고개를 저었다.
“뭐, 내가 끼어들 틈도 없었네. 하지만 대충 방법은 알겠다. 혹시라도 다음에 또 저런 게 나오게 되면 그땐 내가 처리하지.”
“만약 너는 저 불완전한 티끌의 다섯 배의 능력을 가진 놈이 있다면 죽일 수 있겠어?”
카릴의 물음에 그가 고개를 돌렸다.
“흐음……. 조금 까다롭지만 불가능한 건 아니지.”
“그럼 열 배는?”
이번에는 살짝 인상을 찡그렸다.
“뭐, 힘들겠지만…….”
“스무 배는?”
“……장난해? 뭐가 궁금한 거야?”
나인 다르혼은 스무고개같이 계속되는 카릴의 물음에 헛웃음을 지었다.
“단련해라. 너도 불멸회도. 스무 배가 아니라 그 이상이 나타나도 이길 수 있도록.”
“……?”
조금 전과는 달리 진지하게 말하는 그의 태도에 나인 다르혼은 의아한 듯 그를 바라봤다.
[이봐라. 네 녀석. 악몽의 서를 얻은 게 교단을 통해서라고 했었지?]“네? 아, 네!! 그렇습니다.”
하지만 그 의문은 오래가지 못했다.
자신을 부르는 알른을 향해 그는 황급히 뛰어갔다.
[그리고 원래 그 책을 가지고 있던 놈들이 카릴, 네가 말했던 그 우든 클라우드인가 뭔가 하는 놈이고.]카릴은 역시 고개를 끄덕였다.
[이 새끼들……. 웃긴 놈들이네.]“무슨 일인데?”
그 순간,
알른 자비우스가 지금까지와는 달리 그의 머릿속으로 직접 말을 걸었다.
[어째서 광신도들이 생겨났는지 그 이유를 알겠다. 정신머리가 똑바로 박힌 놈들이라면 세상을 멸망시키려는 타락들을 신봉할 리가 없지.]‘……?!’
두 사람은 이미 영혼 계약으로 맺어진 상태이고, 둘의 대화는 마력이 아니기에 그 누구도 엿들을 수 없었다. 정령왕들조차도 말이다.
알른은 사라진 공허의 티끌의 잔해에서 뭔가를 주워 카릴에게 보여줬다.
‘그게 뭔데?’
검은 씨앗 같은 것이었지만 울퉁불퉁하게 돌기가 잔뜩 나 있어 괴상한 형태였다.
[네가 전생의 기억 속에서 안티훔 주거지가 사라진 이유가 이 반쪽짜리 타락의 폭발 때문이라고 생각했지?]‘맞아.’
[단순히 그것 때문이 아니었다. 솔직히 폭발한다 하더라도 나인 다르혼이 만든 이놈은 본래 타락의 반쪽짜리는커녕 반의반 쪽도 안 돼. 거주지 전역을 집어삼킬 만한 건 아니란 말이지.]‘그럼……?’
알른은 검은 씨앗을 바라봤다.
[하지만 타락이 아니라 이게 폭발하게 된다면 말이 달라지지.]카릴은 그의 말에 그 씨앗을 바라봤다.
그조차 처음 보는 것이었다.
세리카의 마법이 사라지면서 꽁꽁 얼었던 것이 녹자 씨앗은 묘하게 살아 있는 것처럼 미세하게 떨리는 것 같았다.
[이건 검은 포자라 불리는 마계의 물건이다.]‘……!!!!’
그 순간,
알른의 말에 카릴의 얼굴이 굳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