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9th Class Swordmaster: Blade of Truth RAW novel - Chapter (212)
9클래스 소드 마스터 : 검의 구도자 9클래스 소드 마스터 – 검의 구도자-212화(212/497)
164. 마계 (2)
‘마계……? 이 구슬이 마족의 것이라는 말이야?’
[그렇지. 정확히는 마계에 자라는 열매다. 자연적으로 자라든 누가 키우든 다른 차원의 물건. 옮겨 온 자가 없다면 이곳에서 볼 수가 없을 터. 어째서 이런 게 여기에 있는 건지는 모르겠군. 마계와 인간계는 마도 시대 이전에 이미 단절이 되어 있을 텐데…….]카릴은 알른에게서 포자를 받고서 나인 다르혼을 바라봤다.
“너 이걸 만들 때 재료로 이런 걸 쓴 적이 있어?”
그가 손바닥 위에 놓여 있는 검은 포자를 바라보고는 고개를 저었다.
“……넌 매번 반말이군. 아니, 그 괴상하게 생긴 건 뭔데? 이 세계의 것이 맞기는 한가?”
분명 자신보다 훨씬 나이가 어린 카릴임에도 불구하고 묘하게 거부할 수 없는 느낌을 받았다.
“마계에서 자라는 열매야.”
“……!!”
“……!!”
카릴의 말에 그곳에 있던 사람들이 모두 놀란 표정을 지었다.
“마계라니. 무슨 소리 하는 거야. 인간계를 제외하고 지금 차원문이 열린 곳이 없는데.”
“맞아. 알른도 그렇게 얘기하더군. 마도 시대 이전에 이미 단절되었다고. 그런데 완전히 그런 것도 아냐.”
“……뭐?”
그의 손바닥 위에 있는 포자는 마치 양분을 찾기라도 하는 듯 포자에서 돋아나 있는 돌기가 그의 살갗을 계속해서 찔렀다.
“그게 무슨 말이지?”
“마굴(Dungeon)이 바로 마계와 연결되어 있는 통로이기 때문이다. 모두 다 그런 것은 아니지만 상급 마굴 중에는 인지 능력을 가진 몬스터들이 있잖아.”
나인 다르혼은 고개를 끄덕였다.
“게다가 전조 현상 3개 이상의 S급 마굴에서 나오는 보스 몬스터 중엔 마족도 있지.”
“하지만 마굴은 마계와는 상관없이 단절된 차원이라는 건 모두가 아는 사실 아냐? 보스 몬스터가 토벌되고 나면 마굴 자체가 멈추니까.”
“왜?”
카릴은 그의 대답에 마치 기다렸다는 듯 다시 물었다.
“뭐? 왜…… 라니?”
“보스 몬스터가 죽는 것만으로 어째서 만들어진 새로운 공간이 사라지는 걸까. 공간이 사라진다고 해서 정말 단절된 차원이라고 확신할 수 있을까? 아니, 정말로 공간이 사라지기는 하는 걸까?”
나인 다르혼은 그의 물음에 당혹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이미 수백 년 전부터 정립되어 있던 정설이었으니까.
의심을 해본 적 없었다.
[뜸 들이지 말고 빨리 얘기해 봐. 마굴에 대한 이론을 세운 것도 7인의 원로회였다. 내가 모르는 뭔가가 있다는 말이냐?]카릴의 말에 알른도 기다리기 힘든 듯 그를 재촉했다.
“이걸 진짜 옮긴 놈이 있다면 그게 인간이든 마족이든 둘 다 가능성은 있다.”
[어째서지?]“마굴 자체가 마계와 연결된 길이기 때문이야. 차원문을 열지 않아도 마족들이 마굴을 통해 인간계로 올 수 있다는 말이지.”
“말도 안 돼. 공략된 마굴은 입구도 사라진다. 그런데 어떻게 인간계로 마족들이 넘어온다는 말이야?”
나인 다르혼이 카릴의 말에 소리쳤다.
“모두 다 그런 건 아니지. 구릉의 주인이라 불리는 샌드 서펀트가 서식하는 쐐기구릉 덩굴 같은 경우는 처음에는 마굴이었지만 지금은 하나의 지형이 되었지.”
[지형화가 된 마굴이 마계의 통로가 될 수 있다는 말이냐……? 하지만 구릉은 인지능력을 가진 몬스터가 보스로 있는 곳이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아직 남아 있는 것이기도 하고.]“그렇지. 쌍두수리라든지 샌드 서펀트처럼 마굴 안에서 얻을 수 있는 재료들이 있는 경우 보스를 사냥하지 않고 놔두지.”
알른의 말에 카릴은 고개를 끄덕였다.
[게다가 마도시대 때도 그렇지만 너희도 유사 인간이 보스로 있는 마굴은 모두 토벌하지 않아? 지금도 마족이나 그 비슷한 것들이 있는 마굴은 없을 텐데.]“없지.”
[도대체 무슨 말을…….]“지금 활동 중인 마굴에 한해서는 말이지.”
애매모호한 대답에 살짝 눈살을 찌푸리던 알른이 카릴의 마지막 말에 말을 멈추었다.
[설마…….]“그래. 휴지기의 마굴들.”
카릴은 고개를 끄덕였다.
“활동이 멈춰서 그저 빈 곳이라 생각하지만 어째서 몬스터가 사라지고 난 뒤에도 남아 있는 걸까.”
“그건…….”
“그래, 구릉처럼 지형화 된 마굴이기 때문일 수 있다.”
나인 다르혼이 뭐라고 말을 하려다가 선수를 친 카릴의 대답에 입을 다물었다.
“그렇다면 질문을 바꿔야겠군. 지형화 된 마굴이 모두 샌드 서펀트 같은 괴수형 몬스터가 있는 곳이라고 확신할 수 있을까?”
“…….”
두 사람은 대답을 하지 못했다.
“만약……. 휴지기의 마굴 중에 하나라도 유사 인간이 보스로 있던 곳이 있다면? 우리는 지금까지 누구도 그것에 대해서 조사를 한 적이 없다.”
카릴은 말을 계속 이었다.
“그리고 만약……. 그중에 하나라도 마족이나 악마족과 같은 유사 인간의 마굴이있다면 그것들은 왜 사라지지 않고 남아 있을까.”
[네 말은 그 이유가……. 마족들이 마굴을 차원의 통로로 이용하기 위해서 일부러 남겨 놓은 것이라는 뜻이냐.]꿀꺽-
나인 다르혼은 알른의 말에 자신도 모르게 마른침을 삼켰다.
그의 표정에서 충격이 여실히 드러났다.
카릴의 말대로라면 지금까지의 정설이 무참히 깨지는 것이기 때문이었다.
“그렇다면 지금 휴지기에 있는 마굴 중에 마족이 보스 몬스터로 있는 S급 마굴이 있을 수 있다는 말이겠군. 하지만 그걸 어떻게 찾지?”
“그래서 주군께서 남부에 있는 대초원의 마굴들을 모두 토벌하고 입구를 봉쇄하라고 하셨군요.”
미하일은 그제야 카릴의 명령의 의미를 이해했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가 공국에 있던 사이 베이칸과 키누 무카리를 비롯해서 남부의 야만족들은 마굴을 토벌하기 시작했다.
이후,
밀라아나가 타투르 군에 합류하고 난 뒤 디곤 영역에 있던 마굴도 하나둘 순차적으로 공략되고 있는 상황이었다.
제국 역시 마굴 토벌을 정기적으로 하고 있지만 그들과 다른 것이 있다면 카릴은 활동기와 휴지기를 상관하지 않고 토벌이 끝난 모든 마굴의 입구를 봉쇄하고 있다는 점이었다.
“혹시라도 마족들이 마굴을 통해서 나오는 것을 막기 위함이었군요.”
나인 다르혼은 미하일의 말에 코웃음을 쳤다.
“입구를 막아? 흥, 어떻게 막았는데? 돌덩이라도 쌓아 올려놨나? 카릴, 백번 양보해서 네 말이 맞다고 치자. 그렇다고 해도 고작 입구를 막는 것으로 마족이 지상으로 올라오는 걸 막을 수 있다고 생각해?”
“아니.”
하지만 카릴은 그의 비아냥에도 불구하고 표정 하나 변하지 않고 대답했다.
“마법 결계라도 마족을 막는 건 불가능하지. 다만 봉쇄해 놓은 입구가 무너졌을 때 이쪽에 알 수 있도록 알림 마법을 거는 것은 가능하다.”
나인 다르혼은 그게 무슨 의미가 있느냐는 표정으로 그를 바라봤다.
“만약 마족들이 마굴을 통해서 지상으로 나오게 된다면……. 어떤 곳을 통해서 온 것인지 모르고 당할 수는 없잖아.”
“이미 지상으로 올라왔는데 어떤 마굴을 통해서 올라왔는지 아는 게 다 무슨 소용이야?”
“그래야 반대로 그곳을 통해서 놈들을 족치지.”
“……마계로 내려가기라도 하겠다는 말이냐.”
“놈들이 인간계로 올라온다면 못할 것도 없지. 대륙을 전장으로 만들 순 없으니까. 차라리 놈들의 앞마당을 불태워 버리는 게 낫지.”
나인 다르혼은 카릴의 말에 기가 막힌다는 표정으로 그를 바라봤다.
수비적인 생각은 전혀 하지 않은 채 오히려 역습을 생각하는 카릴의 태도에 혀를 내두를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넌……. 꼭 마족들이 지상으로 올라오기라도 할 것처럼 얘기하는군.”
“가능성이 없는 것도 아니지. 이미 그 증거라고 할 수 있는 것이 나왔잖아?”
카릴은 손바닥에 있는 검은 포자를 보였다.
마족은 신탁 전쟁이 일어나는 순간 마굴을 통해 인류를 습격했다.
확정된 미래였으나 그것을 나인 다르혼에게 얘기할 수는 없었다. 그런 와중에 이런 완벽한 증거가 있으니 조금은 그의 주장에 무게를 실을 수 있게 되었다.
‘하지만 예상 밖이야. 신탁 전쟁 이전에 이미 인간이 마족과 연관되어 있을 수 있다는 생각은 하지 못했으니까. 우든 클라우드…….’
카릴은 눈살을 찌푸렸다.
‘설마 신탁이 내려진 뒤 마족이 지상으로 나오게 된 계기가 그놈들 때문은 아니겠지.’
만에 하나 자신의 예상이 맞는다면 카릴은 무슨 수를 써서라도 우든 클라우드를 완전히 대륙의 역사 속에서 완전히 지워버리겠다고 다짐했다.
[악몽의 서를 준 자들과 관계가 있을 터. 카릴, 이걸 준 놈의 위치를 파악하거라. 단순한 문제가 아냐. 마족과의 계약을 한 자라면 평범한 자는 아닐 터.]“그래야겠지.”
[쉽지 않을 거다. 혹여 상위 마족과 계약을 했다면 이미 대륙 정세에 영향력을 끼칠 수도 있고.]“방법이 뭐 있나.”
우드득-
카릴은 뻐근한 손목을 만지면서 그에게 말했다.
“잡아 족치면 되지.”
알른은 그의 말에 역시나 하는 표정을 지었다.
“말로 될 놈들이었으면 애초에 검을 쥐지도 않았을 테니까.”
[그럼 이제 어떻게 할 생각이냐.]“일단 이것의 출처부터 확인을 하는 게 중요하겠지. 이걸 나인 다르혼에게 준 자들이 우든 클라우드라는 것은 알지만 어디에 숨어 있는지 모르니까.”
“지금 우리는 그 포자의 정체조차 제대로 알지 못하는데 그걸 단서로 우든 클라우드를 찾아내겠다고? 너무 뜬구름 잡는 소리 아냐?”
나인 다르혼의 말에 알른 역시 고개를 끄덕였다.
[그 말은 저치가 맞다. 나 역시 검은 포자가 마계의 열매라는 것은 알지만 그게 인간계로 나왔을 때엔 어떻게 반응하는지 알 수 없다. 말했다시피 마도 시대에도 마계는 단절되어 있었으니까.]“아는 사람이 있다면?”
자신만만한 카릴의 물음에 나인 다르혼과 알른이 그를 바라봤다.
“무슨 소리야. 설마 안티훔은 아니겠지? 불멸회에서 나보다 더 마법적 지식을 가진 자가 있다고? 말도 안 되는 일이야.”
나인은 그렇게 말하다가 화들짝 놀란 표정으로 알른을 바라봤다.
“하, 하하. 물론 스승님 예외십니다.”
[도대체 누가 마계에 대해서 우리보다 잘 알고 있다는 말이지?]하지만 그런 나인 다르혼의 말은 신경도 쓰지 않는 듯 알른은 자신보다 뛰어난 자가 있다는 것에 못마땅한 표정으로 물었다.
“그럼 사람이 있어. 요상한 책벌레.”
카릴은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었다.
* * *
“이게…… 뭡니까?”
“당신이라면 알 것 같아서요. 어디서 본 것 같지 않습니까?”
나인 다르혼은 카릴의 말에 입술을 씰룩였다.
‘저놈은 왜 여기선 또 존댓말이야?’
불멸회의 수장인 자신에게는 하대하면서 눈앞에 있는 야리야리한 남자에게는 존대하는 그의 태도가 못내 마음에 들지 않은 것이었다.
하지만 그런 것도 잠시 나인 다르혼은 안경을 쓰고 있는 남자가 있는 이곳을 흥미로운 듯 둘러봤다.
“대도서관에 이런 곳이 있었나. 사서들을 두고 난 뒤에는 신경 쓰지 않았는데.”
지하 아래에 눅눅한 습기가 느껴지는 방 안.
하지만 지하라고 하기엔 그 높이가 어마어마했는데 작은 직사각형의 방 안엔 가까스로 문을 열 수 있는 공간을 제외하고 4면이 모두 책으로 빼곡하게 꽂혀 있었다.
“수, 수장님께서 어인 일로…….”
남자는 카릴의 뒤에 있던 나인 다르혼을 발견하고는 황급히 일어섰다.
스르륵-
책에 싸여 앉아 있을 때는 몰랐는데 일어서자 남자의 키가 엄청나게 컸다. 하지만 키에 비해 덩치는 왜소해서 전사 같은 느낌은 들지 않았다.
“자네가 이곳의 관리자인가?”
“송구하옵니다. 능력이 보잘것없어 책을 관리할 정도도 못됩니다. 그저…… 버려진 책들이 아까워 읽고 있었습니다.”
“버려진 책?”
남자는 나인 다르혼의 말에 살짝 안색을 굳히고는 조심스럽게 말했다.
“그게……. 저희들은 이곳을 책무덤이라 부릅니다.”
“어째서?”
“수장님께서 명하시지 않으셨습니까. 세상에 모든 마법과 관련된 책을 도서관에 두라고 말입니다. 하지만 아무래도 마법서가 아닌 책들은 인기가 없다 보니……. 마법서가 들어갈 자리조차 부족해서 나머지 책들은 이곳에 보관하기 시작했습니다.”
역사서부터 이야기책까지.
마법과 관련은 있지만 실질적인 효과가 있는 마법서가 아닌 것들은 아무래도 도태될 수밖에 없었다.
책무덤이라는 이름이 쓸쓸하지만 어울렸다.
탈칵-
카릴은 책장을 살피다 책 한 권을 꺼냈다.
『세상의 빛』
책의 표지에 적힌 제목을 보며 그는 반가운 듯 말했다.
“이런 것까지 있네. 아인헤리에서 내가 읽었던 책인데. 여기서 또 보다니.”
“그렇습니까? 불멸회의 사람들도 잘 읽지 않는 책인데……. 혹시 그 책을 재밌게 읽으셨다면 여기 『마굴의 지하』와 『사후 세계의 어둠』이란 책도 흥미로우실 겁니다.”
남자는 카릴의 말에 즐거운 듯 말했다.
그러고는 고민도 하지 않고 큰 키로 책들을 찾아냈다.
“너……. 설마 여기에 있는 책들을 모두 읽은 게냐?”
나인 다르혼은 그 모습을 보며 물었다.
“송구하옵니다. 마법의 재능이 미천해서……. 이런 책들을 읽는 게 더 즐겁다 보니.
“허…….”
지하의 방에 쌓인 책들은 끝을 알 수 없는 깊이였다. 셀 수도 없을 정도로 많은 책을 모두 읽었다는 것도 대단하지만 그 책들의 위치까지 기억을 하고 있다는 것은 놀라운 능력이 아닐 수 없었다.
“우리는 마법적 지식이 필요한 게 아냐. 그건 네 말대로 너나 알른을 대적할 수 있는 사람이 없지.”
카릴은 나인 다르혼을 바라본 뒤 손바닥 위에 있는 검은 포자를 남자에게 건넸다.
“하지만 베일에 싸인 배후를 찾기 위해 필요한 건 지식이 아니라 지혜지.”
그는 남자를 바라보며 말했다.
“당신이라면 우리가 원하는 답을 찾을 수 있을 겁니다, 이스라필.”
신탁의 10인 중 한 명.
카릴은 오랜만에 만남 동료의 얼굴을 바라보며 옅은 미소를 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