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9th Class Swordmaster: Blade of Truth RAW novel - Chapter (214)
9클래스 소드 마스터 : 검의 구도자 9클래스 소드 마스터 – 검의 구도자-214화(214/497)
165. 이스라필 (2)
[그럼 이제 어떻게 할 생각이냐. 안티훔에서 해야 할 일들은 대충 해결이 된 듯싶은데……. 이제 선택의 시간이로군. 이대로 백금룡의 레어에 갈 것인지 아니면 마굴을 확인해야 할지 결정해야지.]“당신은 생각은 어때?”
이스라필은 카릴의 제안에 검은 포자에 대한 자료를 좀 더 모으기 위한 시간을 달라고 했다.
그렇게 일주일.
그동안 미하일과 세리카는 나인 다르혼에게 직접 특훈을 받았고 카릴은 이스라필의 보고를 기다렸다.
[대륙엔 수백 개의 마굴이 있다. 검은 포자를 재배하는 곳은 선혈 동굴일 가능성이 높다지만 이후는? 정말로 그 덩치가 방법을 찾을 거라고 보느냐.]“응, 믿어도 돼.”
알른의 말에 카릴은 망설임 없이 대답했다.
[그 믿음이 어디서 나오는지는 모르겠다만……. 그렇다면 백금룡을 찾아가는 것을 그다지 찬성하진 않는다. 처음이야 그에게 가서 네 회귀를 알리고 신탁 전쟁을 대비할 생각이었겠지만…….]카릴은 고개를 끄덕였다.
[지금은 상황이 달라졌지 않느냐.]알른과의 만남 이후 나르 디 마우그에 대한 의문이 커지면서 카릴은 이제 그의 도움이 아닌 스스로 신탁을 대비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조금 거친 부분도 있지만 지금까지 잘 해왔는데 굳이 먼저 만나서 네가 가진 패를 보일 필요가 있을까? 시간 회귀는 네가 가진 큰 무기다. 혹여……. 백금룡이 네 말대로 동료가 될 수 있는 존재였다가도 그 회귀의 사실로 인해서 틀어질 수도 있잖아?]그만큼 회귀란 중요한 요소였다.
상대방이 미래에 앞으로 자신이 할 일에 대해서 알고 있다는 것은 껄끄러울 수밖에 없는 일이었으니까.
게다가 지금은 나르 디 마우그가 온전히 자신의 편일 거라는 확신도 줄어든 만큼 조심해서 나쁠 것은 없었다.
[그리고 전생에도 만났던 사이 아니냐. 어차피 신탁이 내려지면 싫어도 볼 녀석이니까.]“의외인걸. 난 솔직히 당신이 당장에라도 녀석을 보러 가겠다고 할 줄 알았는데.”
카릴의 말에 알른은 코웃음을 쳤다.
[복수? 흥, 죽임을 당한 일이야 이미 천 년이나 지난 일이다. 1, 2년을 더 기다린다 한들 내겐 큰 의미가 없지만 그 시간을 참고 얻을 수 있는 것이 더 크다면 당연히 해야겠지.]그는 옅은 미소를 지었다.
[지금의 내게는 네놈을 6클래스의 반열에 올려놓는 것이 백금룡보다 더 중요하다.]“날 너무 끔찍이 아끼시는걸.”
카릴은 그의 대답에 피식 웃었다.
[두아트의 힘을 얻긴 했지만 온전한 힘을 쓰기 위해서는 결국 라시스의 힘도 얻어야 하기에 결과적으로 안티훔에서 너의 성장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그렇지.”
[하지만 대신에 ‘나’라는 엄청난 소득이 있었지.]아무렇지 않게 자신을 추켜세우는 알른이었지만 카릴은 그의 말을 부정할 수 없었다.
[일단 회색교장에서 얻은 상자부터 열어야 한다. 그 안에 든 것이 해일의 여왕인지 아닌지 상관없이 나르 디 마우그가 상자를 숨겼다는 것은 사실이니까. 내용물에 따라 녀석의 꿍꿍이도 알 수 있겠지.]카릴은 그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다른 것은 몰라도 회색교장에서 알른 자비우스가 얼음 발톱이 숨겨져 있던 곳에서 자신에게 준 상자.
그것만큼은 전생에 나르 디 마우그가 존재를 알리지 않았던 것이 사실이었으니까.
[뿐만 아니라 6클래스에 도달해야 최소한 녀석의 면상에 제대로 검을 꽂아줄 수 있을 테니까. 복수? 이왕 할 거면 제대로 해야지.]알른의 눈빛이 번뜩였다.
[네 말대로 천 년이나 기다려 온 일인데 말이야. 너도 조금 궁금하지 않느냐. 대륙에서 가장 오래된 절대자의 얼굴에 공포가 드리우는 모습을 말이야.]웃는 것처럼 그의 어깨가 가볍게 떨렸다.
[애매하게 이기거나 하는 건 성에 차지 않아.]“아직 싸우겠다고 하지도 않았는데. 나 참, 동료였던 사람 앞에서 잘도 면상에 칼을 꽂는다는 소리를 하네.”
카릴은 그의 말에 어이가 없다는 듯 대답했다.
[흥, 너도 이상하다고 생각해서 녀석의 레어를 찾아가지 않았던 게 아니냐. 아무런 의심 없이 믿었다면 망령의 성 때 찾아갔겠지.]알른의 말에 카릴은 부정할 수 없었다.
어쩌면 한편으로는 정말로 그 의심이 현실이 될까 하는 두려움이 있어서 나르 디 마우그를 만나러 가지 못하는 것일지도 몰랐다.
“언제쯤 6클래스의 벽을 뚫을 수 있을까?”
[글쎄다. 훈련은 충분하지만……. 내 생각에 부족한 것은 계기일 것 같군.]“계기?”
[6클래스의 반열부터는 깨달음의 깊이가 달라지니까. 너희 말대로 상급 마법사이지 않느냐. 이후부터는 단순 훈련으로 이뤄지는 영역이 아니지. 7클래스 이후는 오히려 다시 기본에 충실해야 하지만 말이야.]“그런데 왜 그렇게 굴린 거야?”
카릴은 미하일과 세리카가 수련을 하던 동안 알른과의 대련을 떠올렸다.
[이 녀석아. 조금 전에 말했잖느냐. 계기가 필요하다고. 깨달음의 방법은 모두 다르다. 가만히 앉아서 연못의 물고기가 다니는 모습을 보다 얻는 자가 있는 반면, 격렬한 전장에서 얻는 사람도 있지.]알른은 카릴을 가리켰다.
[네놈의 길은 결국 검의 길이지 않으냐. 마법사로서 성장하기 위한 수단으로 검을 이용한 것이지.]7인의 원로회는 마도 시대에 누구보다 마법의 정점에 선 자들이었다.
회색교장이라는 이름 자체도 그들이 마법을 가르쳤던 장소였으니까.
그중의 최고라 할 수 있는 알른은 카릴에게 가장 알맞은 방법을 찾았던 것이다.
[물론, 마법과 검을 공존시킨다는 생각 자체가 나는 여전히 마음에 들지 않지만 말이야.]“계기라…….”
알른의 말을 카릴은 곱씹었다.
확실히 자신에게 맞는 길은 검의 길이라는 것을 부정할 순 없지만 알른과의 대련에서 뭔가 벽에 부딪히는 기분을 지울 수 없었기 때문이다.
쿵, 쿵, 쿵-!
그때였다.
다급하게 문을 두들기는 소리가 들렸다.
방문을 열자 지하에서 뛰어오기라도 한 것인 듯 거친 숨을 내쉬는 이스라필이 있었다.
“무슨 일이지?”
“찾았습니다. 마굴을 조사할 방법이요.”
그는 두리번거리다가 방에 있는 탁자 위에 황급히 두꺼운 책 한 권을 내려놓았다.
“등급의 고하를 떠나 현재 대륙에 남아 있는 마굴의 수는 약 300개 정도입니다. 이 많은 곳을 일일이 조사하다가는 수십 년이 걸려도 힘들 겁니다.”
“숨 좀 고르고 말하세요.”
카릴이 그에게 물을 건네자 이스라필은 단숨에 마셔버리고는 가지고 온 책을 펼쳤다.
당장에라도 자신이 발견한 것을 알려주고 싶어 안달이 난 모습 같았다
“우월한 눈(Superior Vision).”
“……?”
펼친 페이지엔 커다란 눈동자 하나가 그려져 있고 그 밑에 알 수 없는 고대어가 빼곡하게 적혀 있었다.
그는 그 눈동자를 가리키며 말했다.
“천리안 마법입니다. 하지만 마경(魔鏡)과는 전혀 다른 마법이죠. 마경의 경우는 자신이 알고 있는 장소를 비추는 마법입니다만 우월한 눈은 자신이 지정한 사람을 볼 수 있는 마법이죠.”
그는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만약 이 마법을 쓸 수 있다면 카릴 님께서 직접 마굴을 조사할 필요가 없게 됩니다. 각지에 마굴에 사람을 보내어 그들의 눈을 통해 마굴을 확인할 수 있으니까요.”
카릴은 입꼬리를 올렸다.
역시나 그는 자신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이스라필은 대마법사의 반열에 올랐던 세리카 로렌이나 세르가와는 전혀 다른 마법사였다.
마법적 재능은 두 사람에게 떨어질지 모르지만 현자라는 칭호는 그들보다 훨씬 더 어울리는 사람이었으니까.
수많은 책을 그는 독파한, 실로 걸어 다니는 서재라 불릴 만했다.
“그런데…… 처음 들어 보는 마법인데……. 이걸 쓸 수 있는 사람이 있습니까? 나인 다르혼이라면 가능하려나.”
“아마……. 수장님도 우월한 눈을 쓰시는 것은 어려우실 겁니다.”
“그 정도로 상위의 마법입니까?”
“아뇨. 고위급 마법이라는 것도 있지만……. 문제는 마법서가 안티훔에 없다는 겁니다.”
“대도서관에 없는 마법서가 있습니까?”
“우월한 눈은 마법 도시인 아조르에 있는 태초에 창조된 3가지의 마법 중 하나거든요.”
그 순간,
카릴은 살짝 굳은 얼굴로 물었다.
“혹시 초대 마법(初代魔法)?”
그러고는 천천히 알른을 바라봤다. 카릴이 바라본 의미를 아는 듯 그는 가볍게 어깨를 으쓱했다.
[전에 네가 회색교장에서 내게 말했던 그 3개의 마법이로구나. 익스퍼트 경연의 우승자에게 주어지는 것이랬던가?]“맞아.”
카릴의 대답에 그는 코웃음을 쳤다.
[흥, 우월한 눈이라……. 이름 한번 당돌하군. 그래, 덩치. 나머지 두 마법도 알고 있느냐?]“아, 그게…….”
알른의 말에 이스라필은 황급히 책을 뒤졌다. 이리저리 몇 번 책장이 넘어가고 나서야 그가 대답했다.
“마력 추출과 어둠 거인이란 마법입니다.”
[역시……. 그놈의 것이로군.]“알고 있는 거야?”
[당연하지. 마도 시대에 남아 있는 마법 중 내가 모르는 것은 없다. 그리고 전에도 말했듯이 그 마법들은 원로회의 마법이 아니야. 그러니 앞으로 초대 마법이라는 거창한 이름으로 부르지 마라.]알른은 태초의 마법사로서 자존심이 상한다는 듯 말했다.
[원한다면 그 책들을 가져와서 이곳에 놔두면 되겠군. 차라리 그 이름 앞에 불멸회라는 수식어를 붙여 놓는 게 낫겠지.]“기분 나빠하는 건 알겠지만……. 알른, 그럼 당신도 초대 마법을 쓸 수 있겠네?”
[아니, 모른다.]“왜?”
[그런 허접한 마법은 배울 생각도 없었으니까.]“…….”
그는 대답도 하기 싫은 듯 카릴의 물음에 콧방귀를 뀌었다.
“알른, 그렇다면 내가 그 마법을 배운다면 어떨까.”
[그게 무슨 뜻이냐.]“당신은 기분 나쁠 수 있겠지만 지금 구할 수 있는 마법 중에 초대 마법이 가장 완성도가 높은 마법이라면 말이야. 어쩌면 조금 전 당신이 말한 계기를 아조르에서 찾을 수 있을지도 있지 않을까.”
카릴은 뭔가 생각이 들었는 듯 조심스럽게 물었다.
“검의 길이 분명 내가 추구하는 길은 맞지만 어쩌면 검에 관해서 이미 너무 높은 영역에 도달했었기에 더 계기를 만들지 못하는 걸지도 몰라.”
[흐음……. 네 말은 검과 떨어져 마법을 배우는 데 집중해서 계기를 만들겠다는 게냐?]알른은 카릴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안티훔에도 많은 마법서가 있지만 그 심오함은 초대 마법과는 비교할 수 없겠지.”
[네 머릿속에 내가 전수해 준 지식의 보고만 제대로 열 수 있다면 그따위 마법들은 우습다.]카릴은 쓴웃음을 지었다.
“맞아. 하지만 계륵이지. 지식의 보고는 정작 그 영역에 도달해야 볼 수 있는 조건이 달렸으니까. 벽을 깨려는 자에게 아무리 대단한 것이라 한들 벽 뒤에 있다면 소용없지.”
[흠……. 그래, 드래곤이 만든 용언 마법이 아닌 이상 이 상황에서 얻을 수 있는 가장 고위급 마법서는 그것들이긴 하겠군.]카릴은 뭔가 머릿속이 맑아지는 기분이었다.
“나 역시 제대로 검을 통한 마법이 아닌 순수한 마법을 수련한 적은 없었으니까.”
[녀석, 이제는 스스로 길을 찾는구나.]알른은 만족스러운 듯 고개를 끄덕였다.
전생에 이민족이었던 카릴에게 검을 가르쳐 준 자는 아무도 없었다.
오직 혹독한 자신과의 수련으로 검성에 도달했으며 파렐을 오르며 그 만의 검술을 창조한 그였으니까.
비록 검과 마법은 완전히 다른 길이라 보일 수 있지만 결국 정점에 오르고자 하는 목적은 같았다.
“그런데……. 이 마법은 아조르의 영주가 가지고 있는지라……. 과연 내어 줄지…….”
두 사람의 대화에 이스라필은 살짝 걱정스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아.”
카릴은 그의 어깨를 두드리고 싶었으나 까치발을 들어야 겨우 닿을 것 같아 대신 그의 팔뚝을 툭툭 치면서 말했다.
“그거라면 걱정하지 않아도 됩니다. 그러니 지금 당장 출발 준비를 하는 게 좋겠네요.”
“……네?”
이스라필은 의아한 얼굴로 그를 바라봤지만 카릴은 아무렇지 않은 듯 담담한 표정으로 대답했다.
“그냥 가서 보겠다고 하면 되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