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9th Class Swordmaster: Blade of Truth RAW novel - Chapter (216)
9클래스 소드 마스터 : 검의 구도자 9클래스 소드 마스터 – 검의 구도자-216화(216/497)
166. 아조르에서 (2)
“동방국……?”
카릴은 보초의 대답에 살짝 얼굴을 굳혔다.
‘한동안 잠잠해서 궁금하긴 했는데……. 여기 와서 뭔가 꿍꿍이를 펼치려고 하고 있는 건가.’
동방국은 전생에서도 가장 의뭉스러운 존재 중 하나였다.
대륙 본토와는 떨어진 동쪽에 있는 섬.
인구 자체가 다른 왕국에 비한다면 소수였지만 그들의 비밀 단체인 암연은 우든 클라우드와는 다른 의미로 대륙 전역에 퍼져 있었기에 동방국의 주인인 사이몬 코덴의 영향력은 결코 적지 않았다.
‘누가 움직였을까. 이동 마법진의 좌표까지 바꿀 정도라면 설마 녀석이 직접?’
가능성이 없는 일은 아니었다.
그뿐만 아니라 본인 자체가 대륙 10강이라 불리는 소드 마스터와 대마법사의 틈바구니에서 당당히 한자리를 꿰차고 있었으니 실력도 대단했다.
‘약은 녀석.’
그는 에이단과 주크 디 홀드를 이용해서 황자들에게 접근했었다.
비단 그뿐만이 아닐 터.
황제의 측근 중에도 분명 동방국의 사람이 있을 게 분명했다.
‘제국의 소식을 들은 거겠지.’
지금이라면 충분히 1황자가 실권한 상황과 2황자의 입지 그리고 황제의 건강에 문제가 있다는 것까지 모두 사이몬 코덴의 귀에 들어갔을 것이다.
‘내 이름도.’
카릴은 눈을 가늘게 뜨면서 아조르를 바라봤다.
‘어느 쪽으로 줄을 선 거냐. 사이몬 코덴.’
척-
그때였다.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건물 밖으로 나오자마자 목소리가 들렸다.
“……!!”
이동 마법진을 작동시킨 보초들조차 눈 앞에 펼쳐진 광경에 놀란 듯 입을 다물지 못했다.
푸른색의 로브를 맞춰 입은 마법사들이 놀랍게도 카릴의 앞에 일제히 무릎을 꿇고 포권을 쥔 채 인사했다.
그 숫자는 못해도 150명이 넘을 것처럼 보였다.
많은 자유 길드가 있는 아조르였지만 이 정도로 많은 마법사가 한꺼번에 모인 적은 처음이었다.
“울카스 길드 소속 전원. 마스터를 뵙습니다.”
마법사들의 선두에 선 한 남자.
콧수염을 멋들어지게 기른 그는 보통의 마법사와는 달리 꽤나 전장과 사냥을 베테랑의 느낌이 들었다.
“좋아 보이는데. 톰슨. 마력 중독은 이제 완쾌가 되었나 보군.”
검게 그을린 그는 더 이상 불치병에 허덕이며 술독에 빠진 퇴물이 아닌 생기 넘치는 모습이었다.
“마스터의 은혜입니다.”
톰슨은 카릴의 말에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카릴은 준비된 말의 안장에 올라탔다.
“출발한다.”
척-! 척! 척-!
“옙!!”
그의 말이 떨어지자마자 마법사들이 일제히 일어섰다.
세리카와 미하일은 그의 뒷모습을 보며 잠시 잊고 있었던 카릴의 위치를 새삼 깨달았다.
‘어느 쪽이든 줄을 잘 서야 할 거다. 목숨은 하나뿐이니까.’
“이럇-”
카릴이 아조르를 향해 달리기 시작했다.
* * *
“……해서 지금 동방국의 사신이 사이몬 코덴의 직속부대인 스나켈(Snakel) 50명과 함께 이동 마법진을 통해 아조르에 도착한 상황입니다.”
톰슨은 펼친 지도의 말을 움직이며 카릴에게 보고를 했다.
마광산에서 입수되는 속성석을 통해 훈련된 정예 마법사들의 활약으로 인해 울카스 길드는 어느새 아조르에 내로라하는 자유 길드 중 하나가 되어 있었다.
카릴은 다 부서져 가던 옛날 길드 하우스가 아닌 어엿하게 도시의 시내에 자리 잡고 있는 화려한 건물을 보며 만족스러운 듯 고개를 끄덕였다.
“이거……. 큰일인 거 아닙니까?”
정작 여유로운 그와는 달리 옆에서 톰슨의 보고를 듣고 있던 미하일이 굳은 얼굴로 물었다.
“큰일이 날 게 뭐가 있어?”
“왜냐니요. 주군, 지금 동방국이 대륙 진출의 교두보로 삼기 위해 아조르와 교섭을 하고 있다는 말이잖습니까.”
“그렇지. 동방국은 대륙 남부의 바다 건너 있으니까. 마법을 쓰지 않고선 대륙으로 진출하기 위해서는 디곤 일족을 거칠 수밖에 없지.”
하지만 이미 디곤은 타투르와 연합을 한 상태.
제국을 지원하고 있던 동방국으로서는 남부를 통하는 이동은 거의 불가능해졌다고 볼 수 있었다.
자칫 잘못하면 고립될 수 있는 상황에서 그들이 대륙과의 연결고리로 아조르를 택한 것은 결코 이상한 일이 아니었다.
‘확실히 동방국답게 발 빠르게 움직이는군. 문제는 녀석들의 이 움직임이 단순히 그들 스스로 결정한 것인지 아니면 제국의 입김이 닿았느냐 하는 거겠지.’
전자라면 크게 걱정할 필요가 없었다.
동방국은 분명 강한 힘을 가지고 있지만 언제나 그들은 대륙 중심의 그림자를 자처했다.
‘절대적인 전력의 차이.’
아무리 뛰어난 힘을 보유했다 하더라도 100명이 100만을 이길 수는 없는 법이었다.
실질적인 동방국의 칼날이라 할 수 있는 암연(?然)은 비록 베일에 싸여있으나 그 숫자가 1천이 안 될 거라 예측된다.
게다가 동방국의 인구가 10만이 채 되지 않는다는 점에서 암연을 제외한 그들의 병력은 기껏해야 1만 내외.
‘동방국은 혼자서는 아무것도 하지 못한다. 게다가 전자라면 제국과의 관계고 끊어졌다고 봐야 하지 오히려 전보다 더 위세가 약해진 입장.’
하지만 반대로 후자라면 여전히 제국과 동방국이 동맹을 맺은 상황에서 아조르의 힘이 그들에게 주어진다면 충분히 문제가 되었다.
카릴은 옅은 웃음을 지었다.
“정말 그렇다면 과연 타이란 슈테안이라 할 수 있겠지. 이건 단순히 아조르의 문제가 아니라 타투르를 목적으로 하는 걸 테니까. 가만히 있지 않겠다는 뜻이겠지.”
“어째서죠?”
“아조르는 대륙 내에서 가장 많은 이동 마법진을 보유하고 있는 곳이니까. 게다가 마도 시대 때부터 완성된 실드 때문에 아조르에서 보낼 순 있어도 아조르로 들어오기 위해서는 허가된 자만 가능하지.”
그의 말에 미하일을 비롯한 방 안에 있는 사람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이곳을 얻는다는 것은 말 그대로 배가 없어도 대륙 전역을 이동할 수 있는 수단을 얻는 것과 진배없으니까.”
카릴은 지도 위를 손가락으로 툭툭 두들겼다.
“포나인을 건너지 않아도 남부를 견제하면서 타투르를 포위할 수 있게 되지.”
“……!!!”
그의 말에 모두가 놀란 듯 눈을 동그랗게 떴다.
‘이스트리아 삼국이 아직 전쟁 중이라는 것을 감안했을 때 실질적으로 우리의 힘이 될 수 있는 건 남부의 야만족뿐.’
북부의 이민족들은 아직 통합되지 못한 상태였기에 전력에 넣을 수 없었다.
뿐만 아니라 삼국을 정리하기 위해 타투르의 자유군이 투입된 지금이야말로 어찌 보면 전력이 가장 약한 상태라 할 수 있었다.
‘그 때문에 일부러 제국의 앞에 병력을 집결해 모습을 보인 것인데……. 역시 넘어가지 않는가.’
카릴은 쓴웃음을 지었다.
1년이란 목숨의 유예기간.
나름의 협박이었지만 확실히 황제는 황제였다.
‘어쩌면 1년이란 시간을 단정해서 얘기해 준 것이 화근일지도 모르겠어. 그는 확실하게 남은 자신의 시간 동안 아예 타투르를 지도상에 지우려는 것일지도 모르니까.’
“전쟁…… 입니까?”
미하일은 걱정스러운 목소리로 물었다.
“모르지.”
카릴은 낮은 한숨을 내쉬었다.
신탁 전쟁을 대비해서 제국의 인재들을 최대한 살리고자 지금까지 어렵사리 계책을 꾸몄었다.
‘적을 꿰뚫기 위한 방법으론 수많은 전술과 전략이 있다. 하지만 그건 과정을 용이하게 만들어주는 도움에 불과해. 결국 실전에서 대부분의 결과를 만들어 내는 것은 결국 힘과 힘의 격돌.’
“쯧-”
카릴은 낮게 혀를 찼다.
“걸어온다면 피하지 않는다.”
그의 말에 모두가 긴장된 얼굴로 그를 바라봤다.
“일단 현재 저희도 상황을 주시하고 있습니다만 동방국이 움직인 게 바로 엊그제라……. 아직 확인된 것은 없습니다.”
“아무래도 그렇겠지. 마법진을 통한 이동은 통상적인 시간에 대한 개념을 완전히 무너뜨리니까.”
동방국에서 아조르까지 오기 위해서는 바다를 건너 대륙으로 이동 후 육로를 통해야 한다.
그 거리만 족히 수천 킬로에 달했으니 일반적인 방법으로는 오랜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었다.
그런 거리를 고작 마법진을 발동시키는 몇 분 만에 끝냈으니 마법 도시의 마법진이 전술적으로 사용되면 실로 엄청난 힘을 발휘하게 될 것이었다.
‘암살에 특화된 동방국이 이동 마법진까지 쓰게 된다면 호랑이가 날개를 다는 격이니까 말이야.’
그렇기 때문에 아조르와 동방국의 만남은 특히 위험한 일이 아닐 수 없었다.
“타투르에는?”
“네, 동방국의 움직임을 포착한 뒤에 바로 보고를 올렸습니다. 이동 마법진을 사용하는 것은 불가능하지만 통신마법은 가능하니까요.”
“어떻게 처리했지?”
“두샬라 님의 말씀으로는 일단 저희는 영주관 내의 움직임을 주시하라 하셨고 나머지는 타투르에서 보낸 사람들에게 맡기라고 하셨습니다.”
“누가 온다고는 말하지 않았어?”
“에이단 님과 캄마 님입니다.”
“캄마? 공국에서 그가 돌아왔나?”
“으음……. 거기까지는 잘 모르겠지만 분명 캄마 님이라고 하셨습니다. 아무래도 라바트 길드가 아조르에도 속성석을 제공하고 있기 때문에 발언권이 크시리라 봅니다. 원래는 베릴 남작께서 와야 하는데 삼국이 전쟁 중이라…….”
“그렇군.”
카릴은 톰슨의 말에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공국이 내전 중인데 무사히 돌아왔나 보군. 다행이야. 그를 만나게 되면 공국의 정황도 들을 수 있겠어.’
두샬라의 처리는 적절했다.
톰슨의 말대로 같은 마법사인 베릴 남작이 캄마보다 도시 내에 영향력이 있겠지만 그 역시 전쟁에 참가해 있는 상황이었다.
카릴은 점차 자신에게 주어진 시간이 촉박해짐을 체감했다.
제국뿐만 아니라 공국과 삼국 역시 새로운 미래를 위해 성장통을 겪고 있었다.
평화롭고 조용해 보이지만 이 도시 역시 이미 전란의 한 편에 발을 들여놓은 상태였으니까.
‘나 역시 곧…….’
전장의 중심에 서 있을 것을 알고 있었다.
“그리고 마스터께서 이곳으로 오신다는 것도 연락을 받고 바로 타투르에 보고를 올렸습니다.”
“그래? 두샬라가 남긴 말이라도 있나?”
“음……. 딱히 별말씀은 없으셨습니다만 마스터께서 오시는 걸 알았다면 두 사람을 보내지 않았을 거라고 하셨습니다.”
카릴은 톰슨의 말에 피식 웃었다.
“맞는 말이네.”
그는 그렇게 말하고는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가 일어서자 방 안에 있던 사람들이 모두 그를 따라 일어섰다.
“어, 어디 가십니까?”
“영주관으로.”
“네……?!”
톰슨은 카릴의 말에 화들짝 놀랐다.
“어차피 이동 마법진 때문에 녀석들도 우리가 이곳에 온 걸 알 거야. 이왕 이렇게 된 거 빨리 가서 인사라도 하는 게 낫겠지.”
카릴은 피식 웃었다.
“걱정 마. 싸움 걸려고 가는 건 아니니까. 조용히 다녀올 거야. 동방국은 예상 밖이지만 애초에 우리가 여기 온 이유는 따로 있으니까.”
그러고는 굳어 있는 톰슨의 어깨를 가볍게 두들겼다.
“자넨 타투르에서 두 사람이 오면 내게 바로 보고하고, 바로 움직일 수 있는 마법사를 30명만 대기시켜놔. 부디 쓸 일이 없으면 좋겠지만 말이야.”
“아, 네.”
그는 고개를 끄덕였다.
‘인사만 하는데 마법사들은 왜 집결시켜?’
‘저 표정……. 오랜만에 보네.’
하지만 카릴을 잘 알고 있는 미하일과 세리카의 머릿속엔 똑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다.
‘거짓말.’
* * *
“아조르의 배려에 감사합니다.”
“하하하, 별말씀을.”
겨울의 찬 공기와 달리 영주관 안에는 화기애애한 분위기의 대화가 오고 갔다.
우우웅…….
영주관에 있는 거대한 이동 마법진에서 계속해서 물자들이 소환되고 있었고 마법사들은 열심히 그것들을 나르고 있었다.
그때였다.
콰아아아앙—!!!
영주관의 거대한 문이 사정없이 박살 났다.
“아악!”
“으아악……!!”
그와 동시에 복도에서부터 연이어 비명 소리가 울리더니 빠르게 가까워졌다.
“이, 이게 무슨 소란이냐?”
카릴은 보초병의 목덜미를 잡아 질질 끌고 오더니 짐짝 던지듯 내던졌다.
“컥, 커컥.”
나뒹굴던 병사가 거친 숨을 토해냈다.
어찌나 세게 잡혀 있었던지 그의 목에는 손가락 자국이 선명하게 찍혀 있었다.
“뭐, 뭐냐……! 네놈은?”
“여기가 어딘 줄 알고……!!”
영주관에 있던 마법사들이 일제히 스태프를 겨누었다.
“잘 생각해. 그거 쓰는 순간 죽는다. 무영창이라도 마법 이름은 말해야 하는데 너희 입이 빠른지 내 검이 빠른지 한번 볼까?”
카릴은 허리에 차고 있는 검을 툭툭 두들겼다.
서슬 퍼런 그의 한마디에 마법사들은 아무런 말도 하지 못했다.
그들 중에 한 남자가 유독 눈에 띄었다.
윤기가 흐르는 긴 검은 머리에 얼굴은 가면을 쓰고 있는 이질적인 모습은 그가 동방국의 사신이라는 것을 단번에 알게 해주었다.
‘사이몬 코덴이 직접 움직인 건 아니군.’
하지만 오히려 그 이질적인 모습에 카릴은 쉽게 결론을 낼 수 있었다. 그러고는 이제 그에게는 관심도 없다는 듯 고개를 돌렸다.
“파시오 한.”
그러고는 고개를 삐딱하게 꺾으면서 말했다.
“초대 마법을 보러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