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9th Class Swordmaster: Blade of Truth RAW novel - Chapter (217)
9클래스 소드 마스터 : 검의 구도자 9클래스 소드 마스터 – 검의 구도자-217화(217/497)
167. 초대 마법 (1)
“뭐……?”
너무나도 당당한 그 모습에 오히려 파시오는 어이가 없다는 듯 그를 바라봤다.
“기억 못 하는가 보군. 익스퍼트 경연에서 우승을 했는데. 아직 초대 마법을 열람하지 못해서 말이야.”
“미친놈. 경연 우승자든 타투르의 왕이든 지금 이게 무슨 짓거리냐!!”
파시오 한은 카릴을 노려보며 소리쳤다.
“타투르의 국왕이 오신다는 건 들었습니다만 이런 식으로 뵐 줄은 몰랐군요. 반갑습니다.”
마법사들의 틈바구니에서 동방국 특유의 비단으로 만든 옷을 입고 있는 사신은 유독 눈에 띄었다.
“뭐, 뭐야?”
세리카는 그를 보며 얼굴을 구겼다.
그 이유는 사신의 목소리가 남자인 듯 여자인 듯 마치 두 개의 목소리가 섞여 들리는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비술로 가렸군.’
카릴은 이미 동방국의 사신들이 모두 이런 중성적인 목소리를 가졌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에 놀라지는 않았지만, 여전히 익숙해지는 것은 힘든지 살짝 인상을 찡그렸다.
그가 한쪽 손을 배꼽 위에 얹고는 허리를 숙이며 인사했다.
저벅- 저벅- 저벅-
하지만 카릴은 그가 안중에도 없는 듯 이번에도 사신을 지나쳐 걸어갔다.
“…….”
턱-
그 순간,
카릴의 걸음이 멈췄다.
“주먹 풀고 손 올리는 게 좋을 거야. 가면째로 얼굴이 날아가고 싶지 않으면 말이야.”
허리를 숙인 사신은 그의 말에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았다.
배꼽 위에 손을 얹고 허리를 숙이는 행위는 단순히 예의를 보이기 위함이 아니었다.
벨트엔 아주 가늘고 얇은 바늘이 촘촘히 박혀 있었다. 암연의 암살자들이 주로 사용하는 암기였다.
당연하게도 사신들은 모두 암연 출신이었으니 바늘을 다루는 솜씨 역시 타의 추종을 불허했다.
“하하……. 무슨 말씀이신지.”
사신은 어색하게 웃으며 허리를 들었다.
물론, 지금 같은 상황에서 암살자로서 훈련을 받은 그가 대놓고 암기를 쓸 리도 없고 벨트에 손을 가져가지도 않았다.
하지만 카릴은 그 한마디로 사신의 행위에 숨겨진 의미까지 간파했다는 것을 일부러 경고하는 것이었다.
“인사는 됐고 뒤꽁무니에서 속닥거리든 앞에서 나대든 내 알 바 아냐. 어차피 여기가 아니더라도 가는 길이 다르면 전장에서 만나겠지.”
카릴의 한마디에 분위기는 차갑게 가라앉았다.
“오늘 온 건 다른 이유니까.”
미하일은 역시나 하는 표정이었고 세리카는 흥미진진한 눈빛으로 그를 바라봤다.
이스라필은 가뜩이나 하얀 얼굴이 이제는 당장에라도 기절할 것 같이 하얗다 못해 시퍼렇게 질려 있었다.
“그러니 그쪽은 끼지 말아주지?”
“무례를 범한 건 저희가 아니라 카릴 전하이신 것 같습니다만.”
“전하라……. 생각해 보니 동료가 아닌 남에게 그 말을 듣는 건 처음인 것 같은데. 꽤나 듣기 좋으니 다시 한번 해봐.”
“……네?”
사신의 얼굴을 가린 가면 때문에 표정을 볼 순 없지만 목소리만으로도 충분히 당혹스러움이 느껴졌다.
“어서.”
“저, 전하……?”
카릴은 그의 말이 끝남과 동시에 그를 향해 한걸음 내디뎠다.
“……!!”
“그래. 나는 일국의 왕이고 네가 모시는 자는 일개 도주(島主) 불과하지. 주인조차 나와 급이 다른데 무례라는 말이 성립할 수 있다고 생각하나?”
고작 한 걸음에 불과할 뿐이었다.
사신과 그의 거리는 다섯 걸음이나 떨어져 있음에도 불구하고 사신은 마치 카릴이 자신의 목을 움켜쥐고 말하는 것처럼 숨이 막혔다.
“그, 그건…….”
“무례는 지금 영주와 내가 이야기하는 자리에 네가 있다는 것이다.”
카릴이 내뿜는 기세를 거두자 사신은 그제야 참았던 숨을 내쉬었다.
“오늘의 일은 동방국에 보고될 것입니다.”
“그러던지. 이왕 전할 거면 사이몬 코덴이 직접 찾아오라고 전해라. 사신 따위를 보내면 목과 몸을 따로 포장해서 돌려줄 거니까.”
“…….”
사신은 자신도 모르게 손으로 목을 쓸었다.
기세는 사라졌지만 아직도 조금 전 목이 졸리는 기분이 생생하게 느껴졌기 때문이다.
“일국의 왕? 하는 꼴은 완전히 무뢰배들의 우두머리라 해도 과언이 아니구나. 제국의 황제라도 아조르의 영주관에서 이런 난리를 피우지 않을 것이다!”
확실히 마법 도시의 영주답게 파시오는 카릴의 앞에서도 주눅이 들지 않았다.
저래 보여도 그 역시 6클래스의 상급 마법사.
게다가 근래 들어 갑작스럽게 거래되고 있는 속성석들 덕분에 정말 7클래스도 꿈이 아닌 상황이었으니 그의 콧대가 높아질 수밖에 없었다.
“내가 어찌 잊을 수 있겠느냐. 타투르의 왕? 흥, 이곳에서 너는 고작해야 익스퍼트 경연대회의 우승자일 뿐이다.”
“…….”
카릴은 콧방귀를 뀌며 소리치는 그의 모습에 헛웃음을 간신히 참았다.
‘저놈 마력이 높아지더니 뵈는 게 없나 보네.’
물론,
그 속성석들이 카릴이 베릴 남작을 시켜 제공하고 있는 것이라는 것은 꿈에도 알지 못하고 있겠지만 말이다.
“그래. 황제라면 이렇게 안 하겠지. 자신의 뒤를 치려는 놈은 대화의 여지없이 밀어버렸을 테니까. 내가 아직 황제가 되지 않음을 감사히 여겨야 할 거다.”
“……뭐?”
카릴의 말에 파시오는 어처구니가 없었다.
그에 대한 소문은 들었다.
한창 주가를 올리고 있는 타투르의 왕이라고 하나 아직은 고작 도시 하나의 영주만 한 세력에 불과할 뿐.
자신의 아조르와는 비교도 할 수 없었으며 게다가 지금 그의 앞에는 동방국의 주인이 있지 않던가.
이대로 있을 순 없었다.
“그러는 너야말로 도적놈 주제에 잘도 다시 날 찾아왔군. 그 검을 네놈이 회색교장에서 빼돌린 것을 내가 모를 줄 알고!”
파시오는 호기롭게 카릴에게 소리쳤다.
철컥-
카릴이 얼음 발톱이 달려 있는 허리끈을 풀었다.
그의 팔이 움직이자 파시오는 자신도 모르게 어깨를 움찔거렸다.
“원한다면 가져. 그런데 안에 들어 있는 녀석이 보통이 아니라서 다루는 데 애먹을 거다. 인간을 엄청 싫어하거든.”
“……뭐?”
파시오는 어쩐지 냉기를 뿜어내는 검날에서 흐릿하게 검은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는 것 같은 기분이었다.
“저주받은 것은 아닌데……. 신기하군요. 영혼 검이라도 되는 겁니까? 혹시 대화도 가능한지요. 대륙에서도 에고 소드는 유물급 무구이지 않습니까?”
“분명 급이 다르면 끼지 말라고 했는데?”
“…….”
카릴의 말에 사신은 입을 다물었다.
“그런데 너, 이게 보이나 보군. 하여간 동방의 비술은 이상한 게 많다니까. 궁금하면 쥐어보겠어?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별말씀을.”
카릴의 말에 사신은 이번에는 조금 더 허리를 세우고서 대답했다.
“백번 양보해서 어차피 이 검을 제대로 다룰 수 있는 자는 아조르에 없었고, 가지고 있어 봐야 창고행이었을 거다. 반면에 나는 마력중독에서부터 마법사들이 걸리기 쉬운 각종 질병에 대한 해독법이 있는 고서까지 넘겼는데?”
카릴은 얼음 발톱을 다시 허리에 차면서 말했다.
“황제는 그렇다 쳐도 마법을 탐구한다는 자가 쓰지도 못할 무구를 창고에 넣어둬서 뭐하게? 감상이라도 할 셈인가.”
“큭…….”
“초대 마법 역시 마찬가지다. 다루지 못 할 거라면 좀 더 유용한 자에게 줘야지.”
“네가 그걸 어떻게 증명할 수 있지? 네가 그걸로 허튼짓을 하지 않을 거란 보장도 없긴 마찬가진데.”
“알른.”
그때였다.
카릴은 아무렇지 않게 그 이름을 불렀다.
하지만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
그러자 그는 낮은 한숨을 내쉬며 다시 한번 이름을 불렀다. 조금 전보다 훨씬 더 힘을 주어서.
“알른 자비우스.”
화르르륵……!!
그 순간 검은 연기가 마치 불꽃처럼 피어오르면서 마법 붕대를 감싼 검은 망자가 나타났다.
[쯧- 하여간 일을 꼭 이렇게 벌인다니까.]“저…… 저…….”
파시오는 그의 등장에 말을 잇지 못한 채 입을 벌리고 굳어버렸다.
“마, 말도 안 돼…….”
파시오는 믿을 수 없다는 듯 중얼거렸다.
나인 다르혼이 알른을 봤을 때와 같은 반응이었다.
그럴 수밖에.
대륙의 모든 마법은 결국 7인의 원로회에서 나왔다.
그 정점에 군림하던 자가 누구였던가.
‘왜 저러지……?’
동방국의 사신은 사시나무 떨듯 벌벌 떨기 시작하는 파시오를 보며 의아한 듯 고개를 꺾었다.
‘저 괴물은 어디서…….’
그가 알른 자비우스를 앞에 두고도 의연할 수 있는 것은 오히려 이곳에 있는 자들 중에 가장 마력의 성취가 낮았기 때문이다.
이것은 태생 혹은 원류의 문제였으니까.
마법사라면 본능적으로 자신의 근원 앞에서 알 수밖에 없는 일이었는데 정점에 다다를수록 그것을 명확히 느낄 수 있었다.
[네놈은 왜 허리를 굽히지 않느냐.]“……!!!”
그때였다.
알른의 말이 끝남과 동시에 그의 주변에 시커멓게 변하면서 그의 주위로 마력 폭풍이 뿜어져 나왔다.
“컥, 커컥……!”
사신은 숨을 쉴 수 없는 듯 그대로 무릎을 꿇으며 주저앉고 말았다.
직접적인 힘을 보고 나서야 깨달았다.
‘괴…… 괴물…….’
하룻강아지 범 무서운 줄 모른다는 말이 딱 지금 그를 가리키는 말이 아닐 수 없었다.
“아, 쟤는 내가 허리를 너무 굽히지 말라고 했거든. 딴짓하려고 해서 말이야.”
[말 같지도 않은 소릴.]카릴은 알른의 대답에 피식 웃었다.
“뭐 해?”
그러고는 바닥에 이마를 처박고 절을 하듯 엎드려 있는 파시오를 향해 말했다.
“안 가져와?”
* * *
[이거로군. 조잡하기 그지없지만……. 뭐, 구스타브 그놈의 머리에서 나온 것 치고는 쓸 만하군.]알른은 의자에 앉아 3권의 마법서를 모두 읽고 난 뒤 감상을 말했다.
파시오 한은 두말할 것 없이 영주관 전체를 카릴에게 비워주었다.
갑작스럽게 쫓겨난 동방국의 사신이 그에게 뭐라고 하는 소리가 들렸지만 그것도 잠시뿐이었다.
“어때?”
때아니게 텅 빈 홀 안에서 카릴은 여유롭게 차를 마시며 물었다.
“저로서는 도무지…….”
그러자 어째서 자신이 이곳에 함께 앉아 있는 것인지 영문을 모르겠다는 표정으로 이스라필이 나지막하게 말했다.
왜냐하면 그는 알른이 읽고 난 다음 건네는 초대 마법서를 받아 읽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흥미가 동했으면 좋겠는데.”
하지만 말과 달리 이스라필의 눈동자가 반짝거리고 있다는 것을 카릴은 알았다.
“네?”
250년 전의 책이 아닌 무려 1천 년 전에 만들어진 고서였다.
게다가 현재는 존재하지도 않는 마법.
도서관에 틀어박혀 살던 그가 관심을 보이지 않을 리가 없었다.
“나만 배우는 게 아냐. 이스라필, 당신도 초대 마법을 배울 거야.”
“……네? 네?! 제, 제가 「우월한 눈」을 말입니까?”
이스라필은 카릴의 말에 깜짝 놀란 듯 그를 바라봤다.
“아니지. 나는 그것을 익히는 것에도 시간이 오래 걸릴지 모르지만 당신은 3개 모두 다 익혀야지. 아깝게 나머지를 그냥 두면 뭐해? 배울 수 있는 사람도 없는데. 게다가 고대 마법을 익힐 수 있는 사람은 아무리 생각해도 당신뿐이거든.”
카릴은 영주관 한편에서 지루한 듯 하품을 하는 세리카와 잔뜩 긴장한 모습으로 경계를 하고 있는 미하일을 가리켰다.
“하지만 제가 어떻게…….”
이스라필은 전에 알른이 했던 말을 떠올리며 카릴의 손등에 박힌 아인 트리거를 바라봤다.
마법 도시에 남아 있는 초대 마법은 7인의 원로회 중 한 명인 구스타브가 만든 정령 마법이었으니까.
“걱정하지 마. 정령이 하나만 있는 것도 아닌데.”
카릴은 그런 그의 생각을 눈치챈 듯 묘한 웃음을 지으며 뒤를 돌아봤다.
“안 그래, 알른?”
[…….]알른은 기가 찬다는 듯 눈빛으로 그를 바라봤다.
[정령은 오직 1명하고만 계약한다.]“누가 정령 계약을 하라고 했어?”
노려보는 그에게 카릴은 웃으면서 자신의 관자놀이를 툭툭 손가락으로 두들겼다.
[……그새 뒤져본 게냐.]“그러라고 준 거 아냐?”
카릴에게 전해준 지식의 보고의 원래 주인인 알른 자비우스는 단번에 그가 생각한 방법이 뭔지 알아차렸다.
‘당신도 알다시피 나와 달리 그는 재능이 있어. 초대 마법도 나보다 더 빨리 배울 수 있을 거야. 나의 깨달음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마굴을 찾아내는 게 더 시급해.’
카릴이 마음속으로 말을 걸었다.
[네놈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겠는데 그게 가당키나 한 얘기냐. 게다가 ‘송곳’이라는 이명을 알게 된 지금은 이쪽에서 거절이다. 저 녀석, 나도 썩 마음에 들지 않아.]두아트와 계약을 했지만 여전히 알른은 카릴과의 영혼 계약을 맺은 상태였고 이제 더더욱 암흑력이 강화되면서 지금껏 단편적으로만 봤던 카릴의 기억을 더욱 선명하게 볼 수 있었다.
카릴이 아는 이스라필의 과거까지도.
하지만 송곳이 가지는 의미를 알지 못하는 이스라필은 고개를 갸웃거릴 뿐이었다.
‘글쎄. 당신도 배신자라는 오명을 지우길 원하잖아. 그 역시 마찬가지 아닐까. 내 생각엔 구스타브의 마법을 완성하는 것은 둘 모두에게 필요한 일 같은데.’
카릴은 알른을 바라봤다.
‘게다가 어쩌면 당신을 통해서 이번 생에 그가 ‘송곳’이라는 이명을 얻지 않을 수도 있을 테니까.’
두 사람의 표정이 묘하게 엇갈렸다.
단지 이스라필만이 무슨 의미인지 여전히 알 수 없다는 듯 서로를 번갈아 바라봤다.
[하여간 남 부려먹기 좋아하는 놈이라니까.]알른은 나지막하게 중얼거렸다.
프스스스스……!!
그 순간 그의 육체가 연기처럼 사라지더니 이스라필의 주위에 마치 구름처럼 피어나기 시작했다.
[애송이, 간단히 설명하겠다. 지금부터 내 힘으로 너를 감쌀 것이다. 일종의 눈속임이지. 그렇게 되면 너는 나를 통해 미약하지만 두아트의 힘을 쓸 수 있게 될 터.]“네? ……네?! 자, 잠시만……!”
이스라필은 발끝에서부터 머리까지 전신을 감싸기 시작하는 검은 연기를 보며 당황한 듯 소리쳤다.
[그래, 그래. 고맙다는 말은 됐다.]연기 속에서 알른은 나지막하게 말했다.